고래와 래고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시읽는 가족 2
이옥용 동시집,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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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한 이옥용 시인의 첫번째 시집이다.

'고래와 래고'라는 제목에 끌리고 표지의 빨간색이 강렬해 아이들은 서로 다투어 보려고 했다.
그렇게 전리품을 챙기듯 가져 간 녀석들이 몇 쪽 넘기다 슬며시 내려 놓았다.
이 책을 가져 간 초등 저학년들의 반응이 대부분 비슷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긴 했는데 친해지거나 빠져들지 못한 이유가 무얼까?
그 이유를 찾느라고 리뷰를 쉽게 쓰지 못했다.

이 동시집에 대한 내 감상도 썩 호의적이지 않았다.
시들이 깜찍 발랄하듯 귀엽고, 스을쩍 찔리는 느낌도 있지만
아이들이 열광하기는 힘들거란 생각이 들었다.
주로 엄마를 얘기한 1부 '엄마가 삐쳤다'는 비교적 공감하고
2부 '거북 생각'도 시사적이긴 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3부의 '심심'과 4부 '꿈'을 읽으며 아이들은 점점 어려워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동심과 아이들이 실제적으로 공감하는 동심엔 분명 차이가 있다.

-새 일기장-
일기장을 새로 샀다.
아주 멋진 내용을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언니랑 싸우고
엄마한테 야단맞은
이야기를 쓰고 말았다.
새 일기장은 정말 산뜻하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일기장아, 미안해.


-기도-
내 소원 하나 포기할 테니
우리 바둑이 안 아프게 해 주세요. 아니, 한 개 더 포기할게요.
제발요!


위 시를 보며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거라 생각하며 읽어주었다.
이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을거라 기대하면서......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그런 적도 없고 그런 마음 먹은 적도 없어요'라는 대답이다.
어른이 생각하는 동심속의 아이는 분명 이렇게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데
요즘 도시의 아이들은 너무 메말라 따뜻한 인간미를 잃어버린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잃어버린 동심을 찾아낼 시집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한눈에 이해하기 어려우면 다시 읽으려 들지 않는다.
이 책을 슬며시 내려놓은 이유가 시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아이도 있었다.
"다 읽지 않아도 좋으니까 네 마음에 드는 좋은 시를 한편 골라 봐."
하는 정도로 권면하고 시간이 날때마다 한편씩 읽어주어 동시집과 친해지도록 했다.

어른들은 단박에 좋아할 동시집이지만
초등학생을 위한 이 책이 어린 독자들과 친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책에 수록된 시의 절반 이상을 읽어주었더니 하나 둘, 다시 가져다 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동화보다는 동시집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릴지라도
푸른책들의 '시읽는 가족'을 꾸준히 펴내라고 응원을 보낸다.
그래도 짬짬히 시를 읽어주고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나누면 시와 친해지는 시간이 조금은 짧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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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7-3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들은 왜 어릴때 자신을 다 까먹는걸까요? 저도 마찬가지고 말예요. ㅎㅎ

순오기 2008-08-01 06:5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딱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