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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생명이에요 ㅣ 하이타니 겐지로의 시골 이야기 2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김종도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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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골이야기 2편, '모두 다 생명이에요'에서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모든 것들의 생명을 주제로 펼쳐진다. 부모님이 안 계시고 돈까지 잃어버려 종일 굶어야 했던 후타를 보고, 또 갓 깨어난 오리와 병아리의 죽음을 지켜보며 생명을 기르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가슴 뛰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느님이 내 뒤통수를 때렸다면서 다카유키는 생명의 소중함을 체득한다.
휘어진 오리 다리를 바로 하기 위해 부목으로 교정하고, 들닭을 한마리 데려와 어미닭 노릇을 하게 하면서 적응해가는 모습을 관찰하는데, 사람이 끼어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놔 두는 것이 최고의 처방이란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며 먹거리는 모두가 생명임을 가르친다. 자연은 사람만을 위한 게 아니라 벌레도 누릴 권리를 갖는다. 그래서 양배추 잎 하나를 먹을 때도 양배추의 생명과 수많은 벌레의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벌레도 나와 같은 생명체이므로 사람이 먹기 위해 벌레를 잡아 죽이는 것은 사실 미안한 일이라는 것, 모든 생명은 소중한 것이라는 깨우침을 얻는다.
시장에서 만난 하루할머니의 초대로 친구들과 시장사람들까지, 마를 캐러 간 '마 발굴단' 체험은 이 책의 백미다. 살아있는 지식인 할머니의 설명으로 마줄기가 어떤 건지 배우고, 후타와 같이 거대한 마를 캐서 '마 캐기 챔피언'으로 등극한다. 마를 캔 구덩이는 원래대로 메꾸고, 캐낸 마 줄기 뿌리를 묻어주어야 몇 년 뒤 다시 마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할머니는 엄마 마와 아기 마를 보여주며, 엄마 마는 생명을 다 주어 아기 마를 키우는 게 사람과 똑같다는 설명은 뭉클했다. 자연은 이렇게 순리를 따라 살아가는데, 무지한 인간이 욕심을 부리며 파괴한다는 게 안타깝다.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워가는 가족은 가나코의 가출도 반항이 아닌, 자기 삶의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존중한다. 생각보다 시골 생활이 좋지만, 진정한 시골 생활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자아~ 가출로 친구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누나는 아빠와 교환일기를 쓴다는 데 도시와 시골생활이 비교될 3편도 기대만땅이다. ^^
아와지섬에서 10년을 살았던 하이타니 선생님이 고베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 공사를 반대했지만, 다리가 놓이자 많은 어부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일진대, 개발이란 논리로 자연을 파괴하는 일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으니...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