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들썩이면 나도 시인^^

 지난 금요일, 날씨는 덥고 애들은 지쳐 기운 없으니 글쓰기를 싫어하는 건 당근.^^
<엉덩이가 들썩들썩>을 들고 가서 시를 몇 편 읽어주었다.
아이들은 신형건 시인의 시적 감성에 동화됐는지 모두 시를 쓰고 싶어했다.
이럴때 기존 프로그램은 살짝 무시해주는 센스~ ㅋㅋ
아이들은 들썩들썩이 재미있었는지 자기반 풍경을 그려냈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원문과 삽화도 보시고, 아이들의 시를 감상해보실래요!

들썩들썩   -신형건-

목요일 넷째 시간에
완이 엉덩이가 들썩들썩
수학 문제는 잘 풀리지 않고
집에 두고 온 치와와 왕왕이 얼굴이
자꾸 떠올라 엉덩이가 들썩들썩,
완이네 교실 바로 아래층
3학년 2반 교실에서 누리 엉덩이가
들썩들썩, 등은 자꾸 가렵고
선생님의 눈길은 다른 애들한테만 쏠리고
아유, 끝나는 벨이 울리려면 아직 멀었고
배에서는 자꾸 꼬르륵 소리가 나고
엉덩이가 들썩들썩, 누리네 반에서 다섯 교실 건너
교자실에서 의자 가득 푸짐한 엉덩이 하나가 들썩들썩
어제 새로 들여 놓은 러닝머신이 떠올라
퇴근하면 그 위에서 다람쥐처럼 콩콩(아니, 쿵쿵!)
뜀박질할 생각에 들썩들썩, 들썩들썩!
5학년 1반에선 어진이 엉덩이가 들썩들썩, 2학년 5반에선
새봄이와 우식이 엉덩이가 들썩들썩, 1학년 1반에선
은지 엉덩이와 선생님 걸상과 창가의
선인장 화분과 신발장의 신발주머니들이 들썩들썩,
6학년 6반 교실 밖에 선 후박나무 세 그루와
그 나무 아래 돌멩이 열두 개와 개미굴 속 아기개미
아흔아홉 마리가 들썩들썩, 들썩들썩,
목요일 넷째 시간이 끝나기 3분 2초 전에
온 학교가 들썩들썩, 들썩들썩,
온 지구가 들썩들썩!





우리 반   2-3 조혜림

은홍이는 의자에서
들썩들썩 하다가
뒤로 쿵~ 넘어졌다

친구들은 하하하
웃음을 터뜨리고
선생님은 혼을 냈다

은홍이는 의자를 일으켜
다시 털석 앉았지만
친구들은 아직도 하하하


우리반 교실   3-2 김건희

교실에 들어갔다
시끌벅적 우리반

이 시끄러운 녀석들을
어떻게 조용히 시키지?

드디어 방법이 떠올랐다
바로 선생님!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시끄러운 우리반이 조용~


우리반 풍경  4-1 서승지

우리 교실은 에어컨과 선풍기에
바람이 쌩쌩

"문 닫아, 창문도 닫아!"
소리치는 선생님
"네가 닫아! 싫어 싫어!"
서로 미루는 아이들

"문 닫지 않으면 에어컨 끈다!"
선생님 말씀에
누가 안 나서겠어?
부랴부랴 문 닫으러 뛰어가는 걸!


우리반 교실   4-3 김현경

선생님 나가시자
친구들은 시끌시끌
"선생님 오신다!"
동주가 소리치자
아무일 없는 듯 조용히

선생님 나가시자
또 다시 시끌버끌
"야 조용히 해!"
이번엔 반장이 뿔났다

선생님 들어오시면
시치미 뚝 떼고
제자리에 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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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7-17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생들은 선생님이 들어와도 여전히 떠들던데..ㅡ.ㅡ;;;;
저도 막 엉덩이 들썩들썩이에요. 제헌절이라구요.ㅠㅠ

순오기 2008-07-17 17:51   좋아요 0 | URL
중학생들은 그렇죠~ㅎㅎㅎ 우리땐 그래도 척이라도 했는데 말예요.
제헌절이지만 안 놀잖아요~ 엉엉~~~

순오기 2008-07-17 17:59   좋아요 0 | URL
이 동시집은 그림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편집자가 내 리뷰에 단 댓글을 보니
화가 한지선님과 신형건님이랑 편집자 셋이서 미팅을 많이 했다는군요.
화가 선생님은 강화도에서 서울을 여러 번 왔다갔가 하셨고, 동시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 그림도 편집도 많이 신경 쓴 책인데...알아줘서 고맙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