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들썩들썩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초록연필의 시 5
신형건 글, 한지선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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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건님은 동시집 '배꼽'과 '거인들이 사는 나라'의 수록작품이, 초등 교과서에 5편이나 실릴 만큼 인정받고 사랑받는 시인이다. 기발한 상상력의 산물인 그의 시를 보면서, 어쩌면 아직도 이런 아이 마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까 놀라웠다. '엉덩이가 들썩들썩'은 전작보다 한 술 더 뜬 형식의 파괴와 소재의 다양함에 놀랐다. 시인은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동심의 정원에 머물며 소꿉놀이를 즐기는 게 틀림없다. 동심의 뜰을 구석구석 샅샅이 뒤져 8년만에 시집을 엮었다는 사실이 증명하고 있다.

1부 꿈틀꿈틀 12편, 2부 들썩들썩 10편, 3부 뚜벅뚜벅 15편 등, 총 37편의 시를 찾아낸 시인의 정원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엉덩이가 가벼운 시인이 들썩이고 싶을 때마다,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걷고, 달리고, 우뚝 서고, 산등이에 기어오르고, 때로는 골목길에 쪼그려 앉아 이것저것 찬찬히 살펴서 찾아낸 시들을 읽다보면, '어~ 나도 이런 생각 했었는데...'공감의 즐거움에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시인처럼 엉덩이 가볍게 들썩인다면 절반은 시인이 된 거 아닐까? 이런 생각도 슬쩍 끼어든다. ^^

시감상의 즐거움을 더한 형식의 파괴를 엿보자, 배열자체가 꿈틀거리는 하나의 지렁이다.ㅎㅎ

삽화도 시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파격적인 기법에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을 산뜻하게 깔았고, 두 면을 차지한 편집도 신선한 자극이다.

우리 동네에 한때 '개조심 씨'가 살았다고 한다.로 시작하여 '신문사절' '신문절대사절'씨가 살고 있고 지금은 '주차금지 씨'가 가장 많이 산다는 <우리 동네 전설>은 유쾌함을 준 산문시다. 또한 '기대지 씨' '손대지 씨' '나무를 꺾지 씨' '잔디밭에들어가지 씨' '쓰레기를버리지 씨'등 유령들이 아파트 후미진 벤치에서 회의를 하다가 우지끈 분질러 버린 몸의 조각들이 '마시오!마시오!마시오!마시오!마시오!'라나~~ 즐거운 상상과 웃음을 주면서도 제법 심각하게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에게'는 요즘 애들 돈만 밝힌다고 하는 어른들이, 돈이 최고라는 가치를 심어주는 경제교육을 '고것 샘통이다!' 하면서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지구는 코가 없다'란 시에서도 지구를 살리자는 사람들이 벌이는 해프닝을 비아냥거리며, 지구는 코가 없는게 아니라 환풍기가 없고 활짝 열어 놓을 창문이 하나도 없다며 본질을 환기시킨다.

1부 꿈틀꿈틀에선 자연의 작은 것들에 시인의 눈길이 머물렀다면, 2부 들썩들썩에선 학교와 가정과 마을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에 눈길을 던진다. 3부 뚜벅뚜벅에선 어린이의 순수함과 따뜻한 마음을 담아낸 시로 독자를 포근하게 감싼다.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들과 다시 아이가 되고 어른들에게 주는 동시집, '엉덩이가 들썩들썩'을 읽으며 나도 같이 엉덩이가 들썩인다면 절반은 시인이다 싶어 덩달아 유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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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엉덩이가 들썩들썩>을 읽고 쓴 초등생들의 시
    from 파피루스 2008-07-17 11:50 
     지난 금요일, 날씨는 덥고 애들은 지쳐 기운 없으니 글쓰기를 싫어하는 건 당근.^^ <엉덩이가 들썩들썩>을 들고 가서 시를 몇 편 읽어주었다. 아이들은 신형건 시인의 시적 감성에 동화됐는지 모두 시를 쓰고 싶어했다. 이럴때 기존 프로그램은 살짝 무시해주는 센스~ ㅋㅋ 아이들은 들썩들썩이 재미있었는지 자기반 풍경을 그려냈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원문과 삽화도 보시고, 아이들의 시를 감상해보실래요! 들썩들썩 &
 
 
마노아 2008-07-1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네 전설' 재밌어요. 대한민국의 전설이라는^^;;;;
동시집을 읽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지만 가끔 접할 때면 너무 예쁘고 유쾌하고 즐거워요.
시인은 절대 늙지 않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7-15 19:32   좋아요 0 | URL
ㅎㅎ 재밌어요. 전문을 한번 올려볼게요.
시인은 정말 늙지 않는것 같아요. 신형건 시인도...^^

bookJourney 2008-07-15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색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언젠가는 이 시집을 꼭 읽어보아야지' 맘먹고 있었어요.
아직까지 장만을 못했는데, 순오기님 리뷰 보고 나니까 다시 마음이 동~~
땡스투부터 미리 눌러놓고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

순오기 2008-07-15 20:23   좋아요 0 | URL
전 개인적으로 신형건님의 시들이 기발해서 좋아요. 뭐 이런 걸 다 시로 쓰냐~ 싶거든요. 여전히 얼굴에 개구쟁이 빛깔이 남아있는 분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