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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안녕하려면 - 하이타니 겐지로 단편집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츠보야 레이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12월
평점 :
7월 26일부터 3박 4일의 '일본 문학 기행'을 앞두고 하이타니 겐지로의 작품을 다시 읽고 있다. 문학기행 일정에서 이 책에 그림을 그린 츠보야 레이코 선생을 만날 수 있다. 그때 책을 가져 가면 싸인도 해준다니 이 책을 싸들고 가리라 맘 먹는다. 츠보야 레이코 선생은 거의 모든 하이타니 선생의 작품에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이 책은 단편 하나에 7~8개의 삽화가 있는데, 그림이 크지는 않아도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보통의 단편에 비해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그만큼 그림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이해됐다.
여기 수록된 단편들은, 하이타니 선생이 장편에서 애기한 것들을 한 부분씩 떼어 보는 느낌이다. 재일 조선인과 오키나와 문제, 장애아에 대한 편견 등 독자들이 마음의 눈으로 보고 귀기울여야 함을 조용조용 얘기한다. 마치 하이타니 선생의 음성을 듣는 것처럼 잔잔한 감동이 있다. 역시 하이타니 선생은 상냥함과 친절함으로 당신의 인생관을 작품에 풀어 놓는다. 작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다섯 편 모두 하이타니 선생의 체험이 짙게 반영되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경주를 여행할 때 30여년 동안 단 한번도 일본말로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한국인의 말을 들으며,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저항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게 된다.
하이타니 선생의 장편을 읽기 전에 청소년들이 먼저 단편으로 만나면 좋을 것 같다. 한편 한편에 배어나오는 작가의 삶과 철학을 음미하고, 장편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 헤아려 보는 것도 독서의 즐거움을 더할 것 같다. 두번째 이야기 '손'에서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오키나와에 대해 공부해다오.'라고 당부하는 선생님이 나온다. 그 선생님의 당부는 바로 하이타니 겐지로의 당부다. 우리가 누구를 사랑한다면 그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듯이 자연이나 사람,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애정을 갖는다면 더 알고 싶어질 것이다. 이 책의 단편들은 우리에게 그런 사랑의 마음을 더하게 한다. 그 대상이 누구이든지 간에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최재천 선생의 말이 겹쳐진다.
국가를 초월해서 소외된 자들에 대한 사랑과 이해, 역사에 묻혀진 진실을 알기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짐작되는 독서였다. 짧은 이야기지만 독자에게 주는 울림은 조용하면서도 결코 작지 않았다. 일본여행을 앞두고 있는 내게 이 책을 선물한 님의 마음도, 책과 같이 조용히 내 마음으로 들어와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