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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이 끝나는 곳 (양장)
셸 실버스타인 글. 그림,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따끈따끈한 신간을 읽고 난 후의 반응은 두 가지다. 감동으로 당장 리뷰를 쓰고 싶은 책과, 좀 숙성시켜야 정리가 되는 책으로 나뉜다. <골목길이 끝나는 곳>은 후자에 속했다. 찬찬히 읽고 다시 한번 더 읽었는데도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아직 덜 숙성되었지만 솔직한 나의 감상을 남긴다.
쉘 실버스타인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각인된 작가라 그의 작품을 오래 기다렸다. 2007년 <다락방의 불빛>을 기다릴때는 애인을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반짝이는 재치와 유머, 기발한 상상력과 엉뚱함에 감탄도 했다. 어떤 작품은 나를 반성하게 했고 교훈도 주었다. 오랫동안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 '코뿔소 한마리 싸게 사세요' 밖에 보지 못했기에 참신함이 돋보여 높은 점수를 주었다.
두번째로 만난 <골목길이 끝나는 곳>은 다락방보다 황당 엽기의 수위가 더 높다고 읽혀졌다. 어린이들에겐 너무 버겁고, 청소년들도 쉽게 이해할 책은 아닌 듯하다. 순수한 어린이 마음을 담은 작품과 가볍게 웃을 수 있는 것들도 많지만, 오우~ 이 작품은 의미가 심오하고 좋은데! 북다트 한 통을 다 꽂아가며 읽었다. 그런데, 문제는 양이 너무 많다. 127여편이나 되는 작품을 읽고 나니 과식으로 체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황당 엽기스런 난해한 작품은, '음~ 이게 뭔소리야?' 주춤 생각에 빠지게 한 작품도 많지만, 집중하여 현자의 지혜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이 책을 어린이용과 청소년용으로 나누어, 좀 더 얇은 책으로 만들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고 자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우화 같고 시같은 책을 만난다면 기꺼이 환호했을 것이다. 어린이들이 이해할 순수한 작품도 많으니까, 얇은 시집이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그림책으로 만들었다면 열광했을 것 같다. 이런 기막힌 발상을 하는 그가 존경스럽고, 자꾸 뒤적일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는 묘미도 있다. 순수하고 재치 넘치는 작품 감상은 보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