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학교에 가려던 아들녀석이 불쑥 편지봉투를 놓고 간다. 담임샘의 네번째 가정통신문이다. 통신문 끝에 회신란이 있어서 한마디 적어줘야 되니 내일 가져가라 이르고 찬찬히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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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정과 아이들 근황에 대한 알림과 스승의 날은 축하와 존경보다는, 교사로서 담임으로서 부끄러움은 없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 날이기에, 어떤 선물도 받지 않는다는 말씀이었다. 학생들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우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답게 녀석들다운 방법으로 마음을 표현하게 지도하겠다는 말씀이 눈에 착 감겨들었다.
알라딘의 글샘님도 고3 담임을 하면서 매월 가정통신문을 띄우시던데, 나는 우리 아들 담임샘의 통신문을 받을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글샘님을 떠올려 본다. 그러면 참 행복해진다~ 이런 선생님들이 계셔서 훗날 좋은 선생님의 추억을 간직할 것 같아 나도 덩달아 환해진다.^^
아침에 이 통신문을 보고, 내 초등학교 5~6학년때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경기도 화성 00초등학교에 교장샘으로 재직중인데 무슨 일인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문자를 띄울까 하다가 다시 통화해야지 했는데, 이젠 너무 늦었다. 할 수없이 내일로......전화를 기다리셨을텐데 죄송하게 되었다.ㅠㅠ
우리 선생님이 교장 취임을 앞둔 2006년 2월에 전국에서 올라온 친구들과 수원에서 조촐하게 축하해 드렸다. 광주댁인 순오기와 부산 영도댁 금봉이, 청주의 안기자가 참석하면 우린 명실상부한 전국구가 된다. 시골 초등학교 출신인 우리 친구들은 중학교나 고등학교 진학을 못한 친구도 많았고 대학을 나온 친구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도 함께 모이면 단박에 '너와 나가 아닌 우리'가 되는 정깊은 동무들이다. 6학년 세반 중에 우리 2반만 남녀합반이어서 동창회든 반창회든 우리 2반 친구들이 모여야 제맛이 난다. 선생님은 한 살 많은 친구들과는 띠동갑이고, 1반 친구 누나와 목하 연애중이어서 우리를 들뜨게 했었다. 열애중인 선생님의 마음이었던 '그집앞'과 칠판에 우리말로 적어놓고 가르쳐 준 '징글벨'은 우리들의 영원한 애창곡이다. 아~~ 이밤에 '그집앞'이 부르고 싶다.
아들녀석 반에선 풍선을 띄우고 약간의 간식 준비와 폭죽 터뜨리기. 해마다 똑같은 이벤트라고 식상하단다. 녀석들~ 좀 창의적으로 하면 안되겠니? 참신한 발상은 서로 의논해야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전혀 의논이 없었단다. 멋대가리 없는 4반 녀석들~~ 그래도 2반에선 창문마다 풍선을 다닥다닥 붙여 하얀색 바탕 풍선에 빨간 풍선으로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쓰고, 3반에선 포스트잇을 칠판에 붙여 카드섹션처럼 선생님 이름과 하트를 새겨 넣었단다. 그래서 4반이 더 썰렁했다고.ㅠㅠ 그래도 다른반 녀석들은 제법이군!^^
민경이 반에선 책상을 뒤로 밀고 바닥에 풍선을 깔아 가운데에 의자를 놓고, 풍선에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써서 천정에도 붙였단다. 선생님이 아주 늦게 들어오셨는데 풍선 한가운데 의자에도 앉지 않고 교실에 들어와서 하신 말씀이 "오~ 이게 다 뭐야? 고맙다~~ 자, 이젠 다 치워!'였단다.ㅋㅋ 이럴땐 좀 애들 맘을 헤아려 기쁜 양 동참해주시지, 썰렁한 봉미샘~ 도덕샘이라 거짓말이나 위장된 마음을 나타내지 않으시나?
민경이는 4교시 끝나고 6학년때 6반 친구들과 담임샘을 찾아뵙고 왔단다. 열세명이 모여 꽃도 한 송이 사고 커다란 사탕도 사서 룰루랄라~~ 중학교 바로 뒤에 초등학교가 있으니 찾아가는 아이들이 제법 많았단다. 차츰 학년이 올라가면서 6학년때 선생님을 찾아가는 아이들도 줄어들지만..... 돌아와서 하는 말, "우리 쵸파샘(치호샘의 별명)이 더 늙은 것 같애!. 배도 좀 나오고..." ^^ 올해는 1학년을 맡으셨고 학교에 온지 4년차가 되니까, 후배샘들이 많아 이제 궃은 일은 안하고 편해지셨나? ㅎㅎㅎ 쵸파샘도 은사님을 뵈러 간다며 민경이네들을 금방 돌려보내셨단다. >0<
우리 큰딸은 고등학교 담임이셨던 두분께 전화나 문자라도 드렸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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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받은 편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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