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선물로 좋을 우리 이야기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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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서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8
김재홍 그림 / 길벗어린이 / 2000년 11월
평점 :
봄꽃들의 향연에 취한 4월과 작별하려니 어느새 싱그런 초록으로 물들었다. 성큼성큼 영역을 넓혀가는 가로수와 산자락도 온통 초록물이다. 톡 건드리면 김재홍 화가의 책 '숲 속에서' 초록물이 배어나올 것 같다. 주인공 샘이는 머리띠와 리본, 원피스와 샌달까지 모두 초록색이다. '숲이 샘이고, 샘이가 곧 자연이다.' 이렇게 써놓으니 마치 고승의 선문답 같다.^^
발상의 전환, 참신한 생각,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해내는 것이 창의력이겠지? 감동으로 마구 칭찬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우리도 멋진 그림책 있다아~~ 소리라도 치고 싶다. ^^
그림만 그리는 줄 알았던 김재홍화가, 이번엔 글까지 썼다. '동강의 아이들'에 이은 두번째 그림책이라 관심과 열정이 높았나 보다. 그림에 잘 맞는 내용을 꾸미느라 직접 썼을까? 아니면 글을 먼저 쓰고 그림을 그렸을까? 또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들고 있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원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가로 세로 25센티의 책으로만 감상하기엔 펼쳐도 50센티라 너무나 아쉽다. 원화가 얼마나 큰지 몰라도 좌악~~~ 펼쳐 놓고 마음껏 산림욕을 즐기고 싶다. 정말 자연의 일부가 된 샘이처럼 숲 속에서 한바탕 숨바꼭질이라도 해보자!
눈썰미가 있는 독자라면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따라 숲으로 간 샘이를 보기 전에, 뭔가 눈에 잡히는 형체를 발견할지 모른다. '어~~ 여기 뭐 이상한게 있다.' 아무런 정보도 갖지 않고 펼친 책에서 여기저기 숨어 있는 새를 발견하곤 내심 우쭐해진다. 다음 장을 펼치니 부리부리한 소쩍새가 버티고 있다. '여긴 내 구역이야~ 접근 금지!'라고 외칠 듯하다. 나뭇잎과 줄기에 절묘하게 숨은 녀석들을 찾아내느라 한동안 눈이 바쁘다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샘이는 두리번거리면 점점 숲속으로 들어간다. 넘어져 깨진 무릎에서 피가 나오고, 신기하고 재미있던 숲은 낯설고 무섭다. "왕~~~"울어버린 샘이, 비오기 전 개울가에서 놀던 녀석들은 어느새 숲에 있었는지 불쑥 나타났다. 서울서 내려와 혼자였던 샘이는 부끄럽고 수줍어 어울리지 못했던, '개구리 사촌, 깜장콩, 메주콩'이라 부른 별명의 아이들과 어느새 동무가 된다.
"우리 오디 따러 갈건데 같이 갈래?" "응, 나도 같이 갈래." "그럼 내일은 우리 같이 놀자." "그럼! 내일은 오늘보다 훨씬 더 재미있을 거야!" 징검다리를 손잡고 건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숲속이 환해진다.
책 뒤에는 여섯폭의 그림 속에 숨어있던 동물들을 찾아 놓았다. 한 쪽에 여섯 마리씩 모두 서른 여섯 개의 숨은 그림이 들어 있다. 어치, 왜가리, 까치, 직박구리 같은 새들과 호랑이, 곰, 여우처럼 큰 동물들. 개구리, 도마뱀, 개미, 잠자리, 거미 등 작은 것들까지 모두 모여서 숨바꼭질 한다. 다 찾은 줄 알았는데, 뒷장의 설명을 보니 못 찾은 것도 제법 많다. 다시 돌아가 살펴보면, '햐~ 이렇게 숨어 있어 깜박 속았구나!' 즐거운 숨바꼭질로 그림책 숲속이 시끄럽다. 이렇게 뛰놀았던 어린시절이 그.립.다!
유치원 또래보다 초등생이 더 좋아한 책, 저학년보다 고학년이 더 신났던 책, 숨은 그림을 빨리 찾은 아이들은 뻐기듯 어깨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