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사계절 그림책
신혜은 지음, 최석운 그림 / 사계절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외국 그림책에 더 익숙해진 아이들은, 우리 창작동화를 보면서 투박하게 그려진 사람들을 낯설게 느끼는 것 아닐까? 우리 창작물이 많지 않아 괜시리 걱정된다. 이 책 속의 그림도 토끼처럼 예쁘고 깜찍한 도시 아이들이 아니고, 소박한 차림새의 촌스런 모습이다. 엄마들이야 친근한 모습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그저 못 생겼다고 박대하지 않을까? 등장하는 아줌마들이나 할머니 모습도 구수한 시골냄새가 풍긴다. 어쩌면 이 책은 촌스런 그림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갑자기 투두둑 내리기 시작하는 빗줄기. 공부시간이지만 창밖을 보며 걱정스런 아이들~~~ '우리 엄마는 우산 갖고 마중오지 못하는데... ' 이런 경험 한번쯤 있는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되는 내용이다.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많아 갑자기 내리는 비에, 아이의 하굣길이 걱정돼 달려올 어머니도 많지 않은 듯하다. 나도 예외가 아니라서 일기예보에 신경을 쓰며, 미리 우산을 챙겨가라고 이른다. 우산을 못 가져갔을 때 비가 내려도, 우리 아이들은 당연히 엄마가 마중올 거라고 기다리지 않고 씩씩하게 돌아왔다. 지금은 다 커서 작은 우산을 스스로 챙기지만, 그래도 비 맞고 올때의 아이 심정을 헤아리면 엄마 마음이 아리다.

책 속의 소은이는 마중 온 그 많은 엄마 중에 우리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그래도 1학년때는 한번 엄마가 왔었는데...... 엄마가 마중 오지 않아 우산이 없는 아이들은 공기놀이 딱지치기하며 비가 멎기를 기다린다. 역시 시골 아이들이라 저런 놀이를 즐기는 듯하다. 두꺼운 비구름이 낀 하늘을 보며, '비가 오면 장사가 잘 안 된다는데...... ' 읍내에서 장사하는 어머니를 걱정하는 소은이 마음씀에 컥, 잠시 목이 잠긴다. 

집에 돌아가지 못한 아이들을 불러 라면을 끓여주시는 선생님. 이 녀석들 출출한 속보다도 마음이 더 시려울 날에 따뜻한 라면을 먹이는 선생님이 좋다! 후르륵 쩝쩝~ 얼마나 맛나게 먹었을까? ㅎㅎ 책을 읽는 아이들도 '와~ 우리 선생님도 라면을 끓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움으로 찰랑거릴 녀석들의 눈빛이 그려진다.^^

"얘들아, 너희들 그거 아니? 비구름 뒤엔 항상 파란 하늘이 있다는 거."

비가 내릴 때 그걸 떠올리기가 쉽지 않아 가끔 잊어버리지만, 검은 먹구름 위에는 늘 파란 하늘이 있다는 걸 새롭게 깨달은 선생님과 아이들. 빗줄기가 가늘어져 아이들은 토란잎 우산을 쓰고 발걸음 가볍게 집으로 간다. 그래~ 비오는 날 엄마가 우산을 갖고 마중오지 못해도, 늘 파란하늘은 구름 뒤에서 빛나고 있다는 걸 생각하고...우리 기죽지 말자!

투박한 우리 얼굴이 정겹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8-04-2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음번에 사촌동생들에게 선물할때 이 책을 골라야겠네요. 외국책들 사이에서 보석같은 존재가 될 것 같아요. 특히 마지막에 '투박한 우리 얼굴'이라는 문장이 좋아요.

순오기 2008-04-24 19:55   좋아요 0 | URL
우리 창작동화가 많지 않아서 많이 아쉬워요. 좀 부족한 듯해도 응원하는 의미에서 많이 읽어야 될 것 같거든요.^^ 그림의 사람이 좀 비율이 안 맞는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