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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여우 - 좋은아이책 ㅣ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10월
평점 :
오늘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그 유래는 스페인 카탈로니아 지방에서는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세상을 떠난 4월 23일이 되면,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 책과 장미를 주고받는 축제를 벌여 왔는데, 이 축제가 오늘날 세계 30여 나라에서 ‘책의 날’로 확산된 것이라고 한다.
내가 초등생들에게 주는 책선물로 제일 많이 구입하는 책이 '책 먹는 여우'다. 알라딘의 착한(?) 책값은 5,000원도 안된다. 1~2학년 아이들에게 받고 싶은 책을 고르라면 '책 먹는 여우'가 1순위로 꼽힌다. 그 이유를 물으면 "재미있으니까요!"라는 대답이 합창으로 들린다. 역시 책은 재미있어야 독자에게 사랑받는 법이다. 이 책은 재미나 주제를 봐도 확실히 사랑받을 만하다. 소리내어 읽어주면 아이들은 여우가 양념을 쳐서 책을 먹은 '소금 툭툭, 후추 톡톡' 복창하면서 즐긴다. 듣고 또 들어도, 읽고 또 읽어도 질리지 않는 책이다.
이야기 구조도 한편의 영화처럼 짜임새 있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40쪽이 넘는 분량에 담겨진 그림은 마치 만화처럼, 혹은 영화의 장면처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들이 보고 또 보는 이유도 독특한 그림을 보는 재미가 한 몫 단단히 한다. 날마다 도서관에서 사서샘 몰래 책을 먹어치우던 여우씨. 꼬리가 길면 걸리는 법, 도서관 출입금지가 되었으니 먹을 책이 없어 이를 어째? 아무 책이나 먹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던지는 그림은 이 책의 압권이다.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 여우의 꼴이라니! 소화불량에 비단결처럼 곱던 털은 윤기도 없어지고... 저 꼴라쥬로 처리한 변기를 보면 단박에 웃음이 터진다. 우하하하~~~ 이런 맛에 또 그림에 빠져든다. 꿈속에서 600쪽이 넘는 책을 먹어 치운 여우는, 뱃속에서 들리는 꼬르륵 소리에 나쁜 생각을 한다. 바로 변장하고 길모퉁이 서점을 털러가는 것... 자, 여우의 책 도둑질은 성공했을까? 오호~~~ 여우가 수갑을 차고 감옥으로 들어가는 걸 보니 실패했군요. 뚱뚱한 경찰 아저씨, 터질듯한 배에서 툭 떨어져 나온 단추 하나! ㅎㅎㅎ
자아~ 우리의 주인공 여우씨, 이대로 감옥에서 끝난다면 재미없겠죠? 감옥에서 책에 굶주린 여우는 교도관 빛나리씨를 꾀어내어 놀라운 반전이 펼쳐진다. 종이와 연필을 얻은 여우아저씨, 생각이 줄줄 흘러나오듯 날마다 글을 쓴다. 잠잘 자리도 없을 정도로... 무려 923쪽이나 되는 두툼한 햄덩어리 같은 책을 써댄 것이다.
여우가 쓴 책을 제일 먼저 읽은 빛나리 교도관은 깜짝 놀랐다. 너무나 재미있어서! ^^ 자기가 쓴 책을 이미 먹어치운 여우를 설득해 출판사를 차린 빛나리 교도관, 이미 먹어 치운 책을 어떻게 펴냈을까?ㅎㅎ 여우아저씨 책이 베스트 셀러로 대박나자 영화도 만들어지고, 슬그머니 감옥에서도 풀려났다. 유명한 작가가 된 여우는 지금도 '소금 툭툭 후추 톡톡' 양념을 쳐가며 책을 먹을까? 여우아저씨의 소설엔 항상 소금 한봉지와 후추 한 봉지가 들어 있어도, 그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쉿, 비밀이에요!
유치원이나 초등 저학년에게 부담없이 선물할 수 있는 책이다. 선물한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 다같이 만족할 수 있는 '책 먹는 여우' 오늘, 책의 날을 맞아 기념 리뷰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