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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위인전 ㅣ 숨은 역사 찾기 2
고진숙 지음 / 한겨레아이들 / 2005년 7월
평점 :
우리 시대 위인은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어린시절 우리가 읽었던 위인은 그야말로 비범한 존재들이었다.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비범함에 기죽어, '역시 위인들은 날때부터 다르구나' 라고 세뇌되는 마무리. 그래도 요즘은 위인의 기준이 바뀌어 자기 분야에서 탁월한 족적을 남긴 사람으로, 그들은 평범하지만 남다른 노력을 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우리 주변의 누구라도 위인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름다운 위인전'은 제목처럼 아름다운 위인 다섯분의 이야기다. 이들은 혼자만 잘 살려고 한 게 아니고, 어떻게 하면 모두가 잘 살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연구한 사람들이다. 시대를 앞서간다는 건 바로 이런 정신일 것이다. 요즘 부자들이 대대손손 잘 살려고 불의와 불법도 서슴치 않는 걸 보며 살맛 안나는데, 이 책으로 위로받고 감동받았으니 역시 아름다운 책이다. 지난주 어머니독서회 토론도서였는데, 회원 모두가 감동받고 칭찬한 책이었다.
제주의 여성으로 칭송받는 '김만덕'은 정조때의 실사구시를 실천한 모범적인 사례로, 실학자들의 문집에 그를 칭송하는 글이 여러편 있다고 한다. 개혁군주 정조시대였기에 만덕의 일이 널리 알려지고 존경받을 수 있었다. 정조의 부탁으로 <만덕전>을 기록한 채제공 덕에 오늘까지 전해온다. 관기에서 중인으로 신분을 회복하고 상업으로 일군 재물을 백성을 위해 내놓은 그녀는 시대를 앞선 여장부였다. 김만덕은 신사임당을 제치고 화폐에 들어갈 여성 1순위로 인기가 높다. KBS '한국사전'에서 방영되었고 한국사전 책에도 나온다. 또한 '제주의 빛 김만덕'이란 어린이를 위한 책도 있다.
토정비결로 알려진 토정 이지함도 서로 잘살기 위한 방법을 연구한 사람이다. 자신의 학문으로 가난한 자들을 도울 수 없었기에 과감히 책을 접고, 몸소 농사도 짓고 배고픈 자들에게 한끼 밥과 더불어 일거리를 주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영국의 애담스미스가 쓴 국부론보다 200년이나 먼저, '이포천현감상소'라는 상소를 올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그의 사사은 후에 연암 박지원 같은 실학자들에게 나타났다고 한다. 시대를 앞서간 사람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한 진정한 경제학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자들이 우리 것을 발굴하고 연구해서 세계에 알리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 아닐까 생각한다.
왕족이었지만 민초를 위해 아낌없이 살다 간 '코주부 의원 이헌길'은 이 시대 의사들이 새겨야 할 인물이다. 이헌길은 자신이 죽은 뒤의 백성을 생각하여, 자신의 의술을 우리 생활과 음식에 맞는 임상실험을 거친 치료법으로 '마진기방'이란 저술을 남긴다. 바로 자신의 의술을 백성들과 나눈 아름다운 삶이었다. 우리가 아는 정약용을 마마에서 건져 낸 사람도 이헌길이었고, 이런 스승을 만난 정약용이 '마과회통'을 비롯한 많은 의학저술을 남기게 되었다. 이분도 KBS '한국사전'에서 방영되었고 한국사전 책과 같이 본다면 더 잘 알 수 있다.
고려말기 스승 최자에게 '나의 글은 누구에게 무슨 꿈을 주려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받은 이승휴는, 백성들과 글을 통해 자기 삶을 나눈 사람이다. 늦은 나이에 과거에 등용된 그는 서장관이 되어 아름다운 문장으로 뜻을 전하고 중국을 감동시켰다. 또한 가장 고려적인 것이 가정 세계적인 것이란 깨달음을 일찌기 얻었다. 원나라에 충성하느라 피폐해진 국가와 지친 백성의 삶을 위로하기 위해 쓴 <제왕운기>는 많은 백성이 감동하고 희망을 갖게 했다.
'을파소의 진대법' 단편적으로 달달 외웠던 학창시절의 역사공부를 돌이켜보면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 을파소뿐 아니라 역사인물이나 사건에 배경지식을 많이 얻을 수 없었던 시절이다. 고구려의 고국천왕을 기억하면서 왕의 적절한 인재등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발견한다. 가난한 백성의 삶을 몸소 체험한 을파소는 왕의 절대권력 다음 가는 '국상'이 되어 최초의 사회복지법이라 할 수 있는 '진대법'을 실시하여 춘궁기 뿐 아니라 가난한 백성의 목숨을 건져낸다. 당시 귀족들의 반대나 오늘날 있는 자들의 횡포는 변하지 않았지만, 이런 훌륭한 인재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 준 훌륭한 사례다.
자신의 이익을 취하지 않고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과 나눈 다섯 위인의 아름다운 삶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알려준다. 초등생들이 보기에 부담없고 더 알고 싶으면, 학년이 올라가는 대로 윗단계의 책을 보면 좋겠다. 종이의 재질이나 색감도 정말 아름다운 책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14960143366800.jpg)
*여기 그려진 관솔불은 잘 못 된 것 같다. 솔가지가 아니라 송진으로 만들어진 나무옹이를 말하는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