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역시 베르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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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3월
평점 :
중학생 남매의 학급문고로 넣기 위해 중고샵에서 건져 올린 책이다. 한동안 베르베르의 책을 모조리 읽어대던 녀석들인데, 이 책은 못 읽었다고 해서 두 권을 구입해 한권은 우리집에 두었다. 같은 책을 읽고도 남매의 감상이 다르다. 아들녀석이 올린 감상은 먼댓글로 연결하고, 중1 민경이의 소감은 여기에 올린다.
나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전에 친구 집에서 한 번 읽어보았는데, 단편들마다 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들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잘 보면 진지한 것들이 이야기 속에 있다.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에서는 외계인의 입장으로 은하계 후미진 곳에 있는 인간을 애완동물처럼 써 놓았다. 외계인의 입장으로 보는 인간이 이렇다니, 조금 부끄러웠다. 우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미개했기 때문이다.
‘내겐 너무 좋은 세상’은 배경이 미래시대인데, 기계들이 모두 말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다. 주인공 뤽은 사람행세를 하는 그 기계들이 짜증났지만, 정작 자신도 인공심장으로 인해 뛰고 있다. 뤽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 여자도둑은 지구상에 진정으로 살아있는 유기체는 없다며, 우리가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그런 환상을 품도록 프로그래밍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단편을 읽어서는 ‘내가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게 환상이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기분이 오싹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우리를 대단하게 생각하던 마음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한다. 역시 베르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