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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 왼발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37
토미 드 파올라 글 그림, 정해왕 옮김 / 비룡소 / 1999년 9월
평점 :
나 혼자서는 여러번 읽어도 몰랐다. 이 책이 그렇게 눈물 나는지를...... 토요일에 아이들에게 읽어주다가 울컥~눈물이 솟구쳐 계속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아, 이 난감함이라니! 잠시 쉬는 척하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씩씩하게 읽었지만, 눈치 빠른 녀석들은 알아채고 숨죽였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보비'라 이름 짓고, 처음으로 한 말이 '보브'였다는 각별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려서 할아버지는 손자의 손을 잡고 '오른 발 왼 발' 걸음마를 가르쳐 준 분이다. 블럭쌓기를 할때마다 맨 위에 코끼리 블럭만 올리려면 재채기를 하는 할어버지. 와르르~ 무너진 블록쌓기였어도 할아버지와 손자의 추억은 깊었다. 아, 이런 애틋한 추억을 가진 할아버지와 손자가 한없이 부럽다.
우리 애들에겐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별로 없다. 할아버지가 손주들과 놀아주기엔 너무 점잖은 어른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할아버지한테 친밀감을 많이 느끼지 못한다. 외할아버지는 잘 놀아주셨지만 너무 멀리 살아 1년에 한번이나 만나는 정도였고, 이젠 사랑이나 추억을 나눌 수조차 없다. 아쉽지만 되돌릴 수 없는 일이기에, 이 다음 내 손주들이랑 같이 놀아주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자고 다짐한다.
보비가 다섯 살이 되고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한다. 보비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고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빨리 할아버지가 낫기를 바라며 석달이 지났다. 더 이상 좋아지지 않기에 집으로 할아버지를 모셔왔다. 보비는 반가움에 달려갔지만, 할아버지는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할아버지가 보비를 부르는데 괴물같은 소리만 나왔다. 보비는 놀라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가니, 할아버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보비는 "할아버지, 도망가려고 했던 게 아니에요. 무서워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라고 말하는데, 아~~~여기서 울컥 눈물나더라.ㅠㅠ
자기를 알아본 할아버지를 위해 보비는 블럭쌓기를 한다. 할아버지는 웃음 비친 얼굴로 바라보다 코끼리 블럭이 올려질 때, 역시 재채기를 하려는 듯 이상한 소리를 냈다. 탑은 쓰러졌지만 손자와 할아버지는 즐겁게 웃었다. 이제 곧 할아버지가 나으실거라는 생각을 하며..... 할어버지는 조금씩 말하기 시작했고, 숟가락도 들었고 걸음도 걷고 싶어하신다. 보비는 할아버지가 자기의 어깨를 잡고 걸을 수 있게 '오른 발 왼 발'하며 걸음마 연습을 시킨다. 예전엔 할아버지가 보비에게 가르쳐준대로......
보비와 할아버지는 '오른 발 왼 발' 하면서 열심히 걸음마를 연습했고, 여름이 끝나갈 무렵 할아버지는 잔디밭 끝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할아버지와 보비는 어떻게 걸음마 했는지 '오른 발 왼 발'하면서 끝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단순한 색과 선으로 할아버지와 손자의 애틋한 사랑을 그려낸 그림이 분위기를 잘 전한다. 뭉클하면서 눈물어린 감동이 일렁이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랑 얘기가, 요즘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사랑은 추억이다.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에도,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사랑의 추억이 많이 있어야 나중에도 함께 나눌 수 있다.
한 때 뇌졸중으로 자유롭지 못했던 친정아버지가 생각나 더 가슴 아팠다. 아이들보다는 이런 사연이나 추억이 있음직한 부모가 더 좋아할 책이지만, 따뜻한 심성의 아이로 자라기 원한다면 자주 읽어주고, 할아버지 할머니와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