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초코 엄마 좀 찾아 주세요! 그림책 보물창고 17
게이코 가스자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며칠 전 특별한 생일떡을 먹었다. 전에 '와일드 보이' 리뷰에 썼던,  이웃 입양 소년 생일떡이다. 그 떡을 가지고 와서, 제 친엄마에게 유치원 갔다는 얘기를 해줘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아이는 여섯 살이 되어 유치원에 다니고 태권도장에도 다니며 아주 즐거워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와일드 보이 같은 아이가, 유치원에 간 며칠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엄마 보고 싶어." 울었다고 전하며, 엄마도 아들 보고 싶어 울었었다고 웃는다. 이제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엄마 드리고 싶어요."라며 유치원에서 만든 과자를 가져오기도 했단다. 이렇게 넘치는 사랑을 주고받는 모자를 보며,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란 의미가 콕 들어와 박힌다.

유난히 어휘력이 뛰어난 아이는, 제 부모 형제들이 쓰는 전라도 말을 딱딱 맞아 떨어지게 써 어른들을 놀라게 한다. 엊그제도 쑥을 보면서 "아이~ 저 쑥 뜯어다 된장 폴폴 풀어서 쑥국 끓이면 좋겠다" 고 말해 우리를 웃게 했다. 이런 아이를 보며 제 엄마는 또 걱정이다. 언젠가는 큰엄마 아들이 되었음을 알텐데 조금이라도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입양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싶다 한다. 그래서 생일떡도 먹었고, 옆에서 지켜본 이웃의 이모로 이 책을 생일선물로 구입했다.

외톨이 아기새 초코는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엄마를 찾아 나선다. 자기랑 똑같은 노랑색 기린에게 엄마냐고 묻는다. 날개가 없는 기린은 아니라고 대답한다. 이번엔 날개가 있는 펭귄을 찾았지만, 너처럼 볼이 통통하지 않다고 엄마가 아니라고 한다. 볼이 통통한 바다코끼리는 다리에 줄무늬가 없어서 아니란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자기랑 닮은 엄마를 찾지 못했다. 아우~ 실망으로 어깨가 축 처진 초코가 너무 짠~~~하다. 사과를 따는 곰 아줌마를 봤지만, 닮은 데가 하나도 없으니 역시 엄마가 아니다. 너무 슬퍼서 울기 시작한 초코, "엄마, 엄마! 우리 엄마 좀 찾아 주세요! 흑흑!" 

깜짝 놀라 달려온 곰 아줌마, "오, 아가! 만약에 엄마가 곁에 있었다면 어떻게 해 주었겠니?" "엄마는 나를 꼭 안아 주었을 거예요."  "이렇게? 이렇게 말이지?" 곰 아줌마는 초코를 꼭 껴안아 준다. "맞아요......그리고 뽀뽀를 해 주었을 거예요."."이렇게? 이렇게 말이지?" 곰 아줌마는 초코를 번쩍 안아 올리더니, 쪽 소리나게 뽀뽀를 했다.

초코는 곰 아줌마랑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함께 춤도 추었다. 한참 놀다가 풀밭에 엎드려 쉬는데 곰 아줌마가 말했다. "초코야, 내가 네 엄마가 되면 어떻겠니?" "예? 아줌마가요?" "하지만, 아줌마는 나처럼 노랗지 않잖아요. 날개도 없고, 볼도 통통하지 않고, 또 다리에 줄무늬도 없잖아요." "오, 이런! 만약 내가 그렇게 생겼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럽겠니?" ^^

초코는 곰 아줌마 집으로 갔다. 서로 다른 모습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 얘들 이름은 히피, 앨리, 피기...이 어여쁜 녀석들의 엄마는 바로 나지!" 곰 아줌마는 가족을 소개하고 맛있는 사과파이로 저녁을 주었다. 초코는 밤이 되어 새로 생긴 엄마의 품안에 포근하게 안겼다. 서로 다른 형제들 하마, 악어, 돼지와 같이....... ^^

혈통 중심의 가족만 가족으로 아는 우리에게, 사랑으로 한 식구가 되는 입양가정을 보여준다. 유치원기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란 새를 주인공으로 엄마 곰과 하마, 악어, 돼지까지 생김새는 달라도 한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별 거부감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림도 밝은 색조라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유치원기 아이들도 입양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도록 잘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부산에 사는 독자가 출판을 추천해 우리말 책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입양을 생각하는 가정도 많아지고, 공개입양도 할만큼 생각이 많이 열렸다. 우리 작가들이 입양을 소재로 한 그림책을 만들어 낼 날도 멀지 않을거라 기대한다.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해외입양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우리가 감싸 안을 수 있도록 사회적 편견이나 제도가 달라지면 좋겠다.

여섯 살 생일을 맞은 소년이 엄마와 같이 이 책을 끼고 살며, 입양을 이해하고 나중에 큰 충격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음밭이 준비되길 바라며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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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월 11일은 입양의 날, 읽으면 좋을 책
    from 파피루스 2008-05-10 20:34 
    가정의 달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라고 합니다. 혈통주의 때문에 국내입양이 많지 않아 해외입양 1위인 우리나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건전한 입양문화 정착과 국내입양의 활성화를 위하여 제정한 날이라는데, 2006년부터 시행되어 올해 3회를 맞는다고 합니다. 입양의 날을 맞아 아들과 함께 읽어볼 수 있는 책을 담았습니다. 유치원기 아이들에게 입양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외국 그림책이다. 이웃
 
 
bookJourney 2008-03-30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짜~안하네요.
저희 집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읽어주어야겠어요.

순오기 2008-03-30 10:06   좋아요 0 | URL
이 아이가 "엄마, 세상에 엄마는 한명 밖에 없는거지?" 이런 질문을 하더랍니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그래서 영화 '열한번째 엄마'도 보여주고 엄마가 두명도 될 수 있다고 했다는데, 언제가 될지 몰라도 아이가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 하지요.

마노아 2008-03-30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양의 날이 따로 있군요. 처음 알았어요. 이 책 마음에 들어요.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3-30 23:06   좋아요 0 | URL
장애자의 날, 입양의 날, 별별 날이 많이 있지만 우리가 잘 모르고, 또 알아아도 그냥 저냥 지나쳐버리지요. 이런 책은 참 권장할만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