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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시 읽기 2 ㅣ 나라말 중학생 문고
이명주 엮음 / 나라말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1학년 때, 아들녀석이 독서노트에 남긴 기록이다. 이 책에 수록된 시들은 중학생이 이해하기엔 만만치 않은 것도 많은데, 나름대로 가슴을 꽝~ 치는 울림이 있었던 듯하다. '켄터기후라이드 치킨 할아버지'를 통해 '함민복'이란 이 시대 시인의 이름만 기억해도 좋으리라. 훗날 더 관심이 생긴다면 함민복의 시집을 뒤적거려도 좋으리라. 이렇게 생각하면 눈높이라는 게 따로 없을 듯 싶다. 시적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닐 듯하니, 그저 어느 때든지 가슴을 울리는 시 한편을 발견하는 것으로 족하다.
켄터기후라이드 치킨 할아버지 -함민복-
그는 음식의 영웅
세계적인 주방장
기름 닭 타고 한국을 상륙한 맥아더
열한 가지 특제 양념과
정성으로 여러분을 요리하겠다고
티브이 광고까지 하는
지팡이 들고, 안경 쓰고, 가늘고 검은 넥타이 MAN
그는 FBI요원인지도 모른다
지령: 한국 맛의 문화를 정복하라
조선닭-토종이 별로 없고 외국 국적을 갖고 있는 닭이므로 별 죄의식 가질 필요 없음-의 목을 미국식으로 비틀어라 그래야 미국 자본의 아침이 밝아올 것이다 조선의 영계들, 영개들을 공략하라 외가로 유전하던 맛을 끊어라 그리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외가에서 외국으로 맛이 유전하는 시대라는 달착지근한 양념을 처발라라 만국의 켄터기후라이드 치킨 식도락가여 단결하라
그 누구의 전신상도 조선팔도에
저리 번식력 있게 세워지지는 않았다
저렇게 높은 빌딩을 횃대로, 밤마다,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닭벼슬 쓴,
저 노인의 교묘한 웃음띤 얼굴
쳐라
치지 못하면 우리가 닭대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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