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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 ㅣ 전통문화 즐기기 1
청동말굽 지음, 박동국 그림, 한영우 감수 / 문학동네 / 2003년 9월
평점 :
아이들이 역사를 처음 접하는 매체는 'TV드라마' 아닐까 싶다. 부모와 같이 드라마매니아로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현실^^ 그 속엔 분명 역사드라마도 한 몫을 한다. 우리 아이들도 '용의 눈물'이나 '여인천하'를 보았고, 좀 커서는 '역사스페셜'을 보았다.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고 '역사스페셜'을 보기 시작하며, 나름대로 드라마는 정확한 역사해석이 아니라는 비판도 가하면서 별로 안 보게 되었다. '허준'과 '대장금'도 꼼꼼히 챙겨보진 않았지만, 드라마 자체를 즐기지 않으니 요즘 하는 역사드라마도 잘 모르고 그냥 토요일날 '한국사전'을 챙겨볼 뿐이다.
숭례문 화재 이후, 소중한 우리문화를 방치했다는 자책과 더불어, 우리 것을 제대로 알자는 술렁임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반드시 읽고 현장답사를 하면 딱 좋을 책이다. 우리도 막내가 3학년이던 여름방학, 경복궁에 데려가면서 찾아 읽은 책이다. 다녀와서도 현장체험보고서를 만들며 참고했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책으로 받아들여 썩 재밌어 하진 않지만, 우리 것에 관심이 높은 아이라면 좋아할 책이다. 왕의 하루는 해뜨기 전 시작되어 어떻게 보내는지, 궁궐은 어떤 곳인지 경복궁의 이곳 저곳을 꼼꼼하게 짚어준다. 해설과 더불어 사진이 아닌 실사 같은 그림이라 친근감이 들었다. 특별히 이 책을 본 덕에 자경전 꽃담과 아미산 굴뚝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답사가 즐거웠다.
왕의 역할과 존엄성을 상징하는 의복도 의식에 따라 달랐고, 왕이라고 해서 뭐든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아니었음도 알게 된다. 왕에게만 쓰는 높임말에서, '지'에 소변을 보고 '매회틀'에 대변을 보면 시중드는 사람이 비단으로 뒤를 닦아주었다는 설명에 쓰러진다. 민경이도 그게 제일 인상적이었는지, 독서노트에 자세히 옮겨 적었다.^^
요즘은 '문화유산해설사'도 많아서 답사를 가면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 이 책을 읽고 가면 해설사의 질문에 대답도 하면서 으쓱해질 기회도 생겨난다. 우리가 갔던 여름은 관광객이 많았지만 해설사를 따라다니지 않고, 엄마랑 둘이 책에서 봤던 곳을 찾아다니며 여유있게 즐겼다. 세 시간 돌아보니 아이가 힘들어 해서 다음에 또 보자며,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경복궁의 시원한 바람에 몸을 내맡기는 것도 좋았다. 제대로 보려면 이 책을 여러번 읽고, 내가 아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 '아는 만큼 보인다'는 확인도 할 수 있고 좋을 듯하다. 아래 사진은 현장체험학습 보고서인데 학교 예술제에 출품하느라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었다. 제작은 3학년이던 2004년에 했고, 리뷰 올리려고 작품을 찍은 건 2008년 2월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