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옥상에 올라가기 귀찮아서 빨래를 실내에서 말렸다. 아파트처럼 베란다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밤새 뜨끈뜨끈할 보일러 선따라 건조대를 세워두면 바짝 마른 얼굴로 아침을 맞는다. 해마다 게으른 아줌마의 겨울나기였다. ^^
지난 주부터 어찌나 햇살이 눈부시게 유혹하는지 '이제 빨래를 밖에다 널어야겠다' 생각하면서도, 또 옥상까지 올라가긴 싫어서 밍기적거렸다. 오늘 아침은 산뜻한 햇살을 거부하지 못해 옥상까진 아니어도 마당에 빨래를 널었다. 아~~ 빨래를 널고 보니, 살포시 춘설이 날리는거다. 햇살과 더불어 내기하듯 내리던 춘설이 어느새 밀렸는지, 이젠 눈부신 햇살이 승자의 미소를 짓는다.
아~~~ 봄이 시작되는구나! 봄 햇살에 겨우내 웅크렸던 나무들이 기지개를 켜듯, 청춘남녀들의 사랑도 열리겠구나. 호~~ 부럽다! 불혹에 흔들리던 아줌마의 청춘은 한 발작 앞에 있는 지천명에 살짝 숨을 멈춘다. 아서라~~제 사랑 곁에 두고 딴맘 먹는 족속들 탓하던 날이 있었으리니, 시 한편으로 위로받으심이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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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의 연애학 -손택수-
홀아비로 사는 내 늙은 선생님은 자전거 연애의 창안자다 그에 따르면 유별한 남녀 사이를 자전거만큼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 일단 자전거를 능숙하게 탈 줄 알아야 혀 탈 줄 안다는 것, 그건 낙법과 관계가 있지 나는 주로 하굣길에 여학교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점찍어 둔 가방을 낚아채는 방법을 썼어 그럼 제깐 것이 별수 있간디, 가방 달라고 죽어라 뛰어오겠지 그렇게만 되면 만사가 탄탄대로다 이 말이야 지쳐서 더 뛰어오지 못하는 여학생 은근슬쩍 뒤에 태우고 유유히 휘파람이나 불며 달려가면 되는 것이지 뒤에서 허리를 꼭 잡고 놓지 못하도록 약갼의 과속은 필수항목이고, 그렇게 달려가다 갈대숲이나 보리밭이 나오면 어어어 브레이크가 말을 안듣네 이를 어째 가능한 으슥한 곳을 찾아 재깍 넘어지는 거야 그러고는 아주 드러누워버리는 것이지 어째 허리가 펴지질 않는다고, 발목이 삐끗했나보다고, 아무래도 여기서 쪼깐 쉬어가는 게 낫겠다고....... 아울러 이 모든 일엔 품위가 있어야 혀 서화담이 황진이 만나듯인 아니더래도 서규정*이 직녀를 만나듯은 격이 있어야 된단 이 말씀이지 이것이 요즘 너희 젊은것들 잘 나가는 오토바이나 스포츠카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자전거 연애라는 것이야 허허허 좋은 세상이란 그런 것이지 젊으나 젊은것들이 불알 두 쪽만 갖고도 연애를 걸 수 있는 세상이지 그는 술잔을 기울이며 한 말씀 더 남기신다 그런데 그 맛에 너무 깊이 빠지면 못써, 잘못하면 나처럼 이 나이껏 혼자서 살아야 할 테니께.
*서규정 '직녀에게' 빛남출판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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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청춘남녀들은 어떤 곳에서 어떤 식의 연애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피가 뜨겁던 사랑 감정이야 시대 따라 다르랴? 아~~ 봄이다. 병아리들은 유치원에서 신나고 아이들은 새학년이 되어 즐거우리. 이제 선남선녀 청춘들은 사랑을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 아니겠는가!
아줌마는 옛날식 사랑을 읊어주신 손택수의 시집 '목련전차'나 꿰차고 봄을 시작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