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럼쟁이 바이올렛
지젤 포터 그림, 캐리 베스트 글, 하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사서인 세실님의 추천이라 입학선물로 찜한 바람돌이님 예린이에게도 한권, 나를 위해서도 한권 구입했다. 이 나이에도 애들 동화에 사족을 못 쓰는 걸 보면 역시 난 철이 안 들었다.ㅎㅎ 누가 뭐래도 난 동화를 읽을 때면, 어린시절 책에 굶주렸던 아픔이 치유되고 보상받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특히 쑥스럽고 부끄러워 나서거나 발표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좋을 책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나면, '우리 선생님도 책 속에 나오는 '맥스웰 선생님' 같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선생님들이 꼭 봐야할 책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일부의 선생님들은 기다려주거나 배려하기 보다는, 다그치거나 몰아부쳐서 아이를 더 주눅들게 하기에 이런 성향의 선생님이라면 꼭 보셔야 할 책이다. ^^

세심하게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남의 목소리 흉내도 잘 내는 바이올렛, 하지만 앞에 나서는 것은 자신이 없다. 친구들의 눈길만 쏠려도 몸에 두드러기가 나듯 가려워 긁적거리고 머리카락을 배배 꼬면서 안절부절, '아무한테도 안 보일 만큼 작아져 버렸으면' 하고 생각하는 아이다. 바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된다. 아~ 이런 바이올렛을 어쩌면 좋을까? ^^

단짝인 오팔이나 다른 친구들은 격려하고 용기를 주지만, 우리네 교실처럼 심술쟁이 녀석 하나는 꼭 끼어 있다. 바로 '어윈'이 그런 녀석, '바이올렛은 털투성이, 다리는 뚱뚱해' 라고 놀려대며 즐거워하는 악동이다. 요런 녀석은 꼴밤 한대 먹여주면 좋으련만 부끄럼쟁이 바이올렛은 그러지 못한다. 그래도 단짝 오팔과 같이 '입 냄새는 블루 치즈처럼 고약하고 입술은 라마 같아' 소리치며 수다로 풀어버리니 다행이다. 이래서 애들이고 어른이고 단짝은 꼭 있어야 된다니까! ㅎㅎ

드디어 반 전체가 태양계 연극을 하는데 행성 9개, 소행성 8개, 별똥별 7개, 혜성 6개, 항성 5개에 인공위성까지 모두 출연해야 한다. 온 몸이 가려워 여기저기를 긁으며 머리카락을 배배 꼬아대는 바이올렛, 선생님은 바이올렛에게 '우주의 여왕'을 맡긴다. 과연 바이올렛이 '우주의 여왕'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맥스웰 선생님은 바이올렛의 특기이자 장점인 '목소리 흉내내기'를 잘 알고 있을까? 어쩌면그 장점을 살려내어 부끄럼쟁이 바이올렛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킬 것 같은데...... 자~ 바이올렛의 놀라운 변신은 책으로 확인하세요! 

선생님은 행성의 자리를 기억하지 못하고 뒤죽박죽인 아이들을 위해,

 "리수리수리 마하수리 방 외울 수 있어! 천히 반복하다 보면 결 못 할 일은 없어. 심하렴 금은 잘 안 되더라도 내지 말자. 표를 향해 라지지 말고."

라는 노랫말을 지어 완벽하게 외우게 하는 멋쟁이시다. 아이를 잘 파악하여 가장 적절한 역할을 맡겨준 맥스웰 선생님 같은 담임선생님을 둔 아이들은 참 행복할 것 같다. 이렇게 다그치거나 몰아치지 않고 배려하는 선생님을 만나면, 제 아무리 부끄럼쟁이 바이올렛 같은 친구라도 자신과 용기를 가질 수 있겠다.

이렇게 좋은 내용인데 그림책 치고는 글씨가 좀 작고, 첫눈에는 그림의 호감도가 좀 떨어질 것 같다. 아이들은 동글동글 변화무쌍한 표정을 좋아하는데, 이 그림은 표정에 인색하고 코쟁이 나라답게 한결같이 코만 오똑하다. 얼굴에 비해 머리숱이 적게 표현되어 언밸런스한 분위기라 아이들 같지 않고 마치 어른을 그린 듯하다. 모딜리아니 그림 같은 느낌의 개성있는 그림이지만, 아이들 눈높이에서 호감을 사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보고 또 보면 화가 '지젤 포터'의 개성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좋다. 미리보기로 그림을 확인하면 좋을 듯하다. 글을 쓴 '배리 베스트'는 처음 만나는 작가라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다.^^

*지금은, 명왕성이 행성에서 빠졌다는 걸 어린 독자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흠~~난감!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ookJourney 2008-02-0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것 같아요. 찌이~~ㅁ.

순오기 2008-02-03 12:06   좋아요 0 | URL
자꾸자꾸 들여다보니 그림도 정이 드네요. ^^ 글씨는 그림책 치고는 좀 작은 편이지만 재미는 좋아요!

세실 2008-02-0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빠르기도 하셔라~~
저두 어린시절 책을 등한시했던 보상이라도 하듯이 야곰야곰 그림책 보는거 좋아합니다^*^
참 재미있죠? 어릴때 이런 예쁜 그림책이 많았다면 분명 화가도 되었을겁니다. 푸훗~ 이상 오버걸이었습니다

순오기 2008-02-04 01:25   좋아요 0 | URL
어머나 세실님, 이미지 사진은 벌써 봄맞이야요? ^^
오버걸이라뇨~~ 이 책을 읽으면 다 동감할 겁니다!

마노아 2008-02-04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을 보니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 추천하는 이유를 알겠어요. 행성 이름 외우는 장면은 번역자의 공이 크겠네요. 멋져요. ^^

순오기 2008-02-04 02:0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입학하는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잘 읽어봐야 할 듯해요.
학교만 갔다오면, "오늘 발표했어? 몇번?" 이런 엄마들이 다그치거나 몰아치지 않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