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

책으로 나와 호응을 받은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영화가 책을 앞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아마도 책을 읽어 내용이나 결말, 반전까지 좌르르 꿰고 있어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크지 않을까? 또한 글이 보여주는 상상의 공간을 영상이 다 보여줄 수도 없거니와 상상력의 자유를 빼앗긴다는 것도 한 이유일 수 있겠다.

'나는 전설이다'는 책을 접하기 전에 영화를 봤기에, 우리 아이들은 영화쪽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아이들을 위해 환타지류의 책을 줄줄이 사주면서도, 나는 절대 안 본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도 애들은 보고 또 보는데도 나는 한 권도 안 읽었다. 하지만, 영화는 나오는 족족 다 봤다는... ^^ "엄마는 왜 이런 책 안 읽어? 우리한테는 사 주면서." "엄마가 읽어야 할 책이 얼마나 많은데, 현실에 아무 도움 안되는 환타지까지 읽을 시간이 어딨어!" 라는게 내 변명이다. ^^ 

이 책은 둘째와 막내가 남긴 감상글을 보니, 영화와 많이 다르다고 해서 봐야될 것 같다. 아들녀석은 자기 서재에 올렸고, 막내 글을 올린다.

나는 전설이다       -6학년 000-

  나는 보통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게 되지만 ‘나는 전설이다’는 영화를 먼저 봤으므로 과연 책 결말은 어떨지 두근두근 거렸다. 드디어 책이 오고, 그 두꺼운 쪽수에 기쁨의 함성을 질렀지만 절반은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 모음집이었다. 생각보다 ‘나는 전설이다’의 내용은 짧았다.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전염병, 햇빛을 받으면 죽는 내용, 최후의 생존자인 로버트 네빌 등 기본적인 내용은 당연히 똑같았지만 세세한 내용들은 많이 달랐다. 바이러스를 잘못 건드려서 전염병이 일어난 영화와는 달리 책에서는 먼지 폭풍과 모기, 파리 등에 의해 바이러스가 퍼뜨려진다. 또한 그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살아 있는 사람이 존재 했다. 그리고 영화에서 네빌과 함께 하다가 감염되어서 죽은 개!! 책에서도 그 개가 나온다. 비록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개지만 나중에 그 개도 감염되어 죽고 만다. 영화를 보고 혼자 남은 네빌이 불쌍해서 울었던 만큼 책에서도 코가 찡했다. 물론 결말은 완전히 달랐다. ‘나는 전설이다’의 전설이라는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고나 할까.

  영화에서는 감염자들을 좀비로밖에 보지 않았는데 책에서의 감염자들은 흡혈귀가 되었다. 그리고 대처 방법도 말뚝, 마늘 등 흡혈귀 퇴치 방법들이었다. 중세의 미신과 현대의 생활이 만난 셈이다. 그렇게 흡혈귀 퇴치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네빌에게 대낮에 만난 살아있는 여인을 만난다. 처음에는 그 여인을 의심하며 마늘을 앞에 들어내 보이고 꼬치꼬치 캐묻던 네빌이 나중에는 그 여인을 믿으며 바이러스에 걸리면 고쳐 주겠다고 했다. 완전히 믿으며 신뢰하게 된 두 사람. 그러나 아침이 되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데 그 여자는 네빌을 기절시키고 쪽지를 남기고 떠난다. 그 여자는 감염자였지만, 대낮에 활동 할 수 있고 이성을 지닌 자였다. 이런 돌연변이 바이러스 보유자들의 집단이 자기들을 죽인 네빌을 잡고, 네빌은 그들 앞에서 약을 먹고 자살한다. 그리고 그는 전설이 되었다. 시작부분에서부터 끝부분까지 흥분되는 책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영상을 먼저 접했기 때문인지 내게는 영화가 더 감동적이었다. 비록 책 결말과 완전히 달랐지만 백신을 발견해 사람들을 구한 영화의 결말도 좋은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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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01-1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책과 영화가 다른점이 많다고 들었어요.
저도 책은 못 읽어 봤어요.
그래도 순오기님~ 전 판타지 쬐끔 좋아해요.^^
엄마도 읽으삼!! 책만 사주지 마시고욤!!

순오기 2008-01-20 12:00   좋아요 0 | URL
판타지 소설도 엄청나게 사주면서 절대로 안 읽는 엄마!ㅋㅋ
학교도서실에서 빌려온 '나니아 연대기'는 여러편 봤는데, 몇 편 읽으니 그게 그거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잘 안 읽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