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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어린이표 - 웅진 푸른교실 1 ㅣ 웅진 푸른교실 1
황선미 글, 권사우 그림 / 웅진주니어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999년 12월 20일에 초판 1쇄를 찍었는데, 10년도 안 되어 105쇄를 찍었다면, 보통 1쇄를 2~3천부 찍는다면 엄청난 반응이다. 이 책은 이름만 들어도 끄덕이는 '황선미'작가가 저학년을 위해서 쓴 책이다. 초등 1학년이 끝날 시기부터 저학년이 읽기에 좋은 책이다. 어쩌면 초등선생님들을 위해서 쓴 책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선생님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손꼽는 이유를 독자들은 공감할 것이다.
이번에도 저학년 아이들에게 줄 상품으로 구입했는데, 책표지가 인쇄된 '알림장'이 덤으로 따라왔다. 알림장을 쓰는 1~2학년들이 아주 좋아했다. 애들도 역시 덤에는 약한가 보다.ㅋㅋ 요즘 문화상품권 5천원짜리 하나 갖고 살만한 책도 없고 영화 한편 보기도 어렵지만, 이 책은 5,2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라 책 한권 가볍게 선물하기엔 부담이 없다. 그래서 내가 다독아 상품으로 이용하는 시리즈 중 하나다.
초등학교에서는 해마다 저학년을 위한 추천도서 목록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그만큼 읽은 독자도 많고 공감을 받는 책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방학 전에 한 챕터씩 아이들한테 읽어주었는데, 내용을 다 알면서도 좋아했다. 자기들이 읽는거와 누군가 읽어줘서 듣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라, 책을 읽어주면 좋아하는 것 같다. 음, 책 읽어주는 선생님이 인기있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이 책 읽어주기가 다 끝났을 때, "선생님이 책에 나온 선생님이랑 닮았어요." "맞아, 맞아"라고 맞장구를 치기에, 내가 애들한테 벌을 적용했나 마구 머리를 굴리는데, "안경도 쓰고 생김도 비슷한데, 살만 조금 빼면은요!"라는 말로 나를 넘어가게 했다. 헉~~녀석들 ^^
어머니독서회에서 1월 첫 토론도서로 '황선미 읽기'로 정했기에 여러 작품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나쁜 어린이표'에 대한 엄마들의 반응도 역시, 선생님들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추천했다. ^^ '상과 벌'을 얼만큼 어느 선까지 활용하는 게 적절한지는 모든 선생님과 엄마들의 숙제일 것이다. 나도 다 큰 중학생 아들녀석에겐 상과 벌을 적용하고 있으니 참 난감한 문제다.
노란색의 '나쁜 어린이표'를 네 장이나 받은 건우와, 딱 한 장을 처음 받고도 울먹이는 경식이를 보면서 충분히 그애들의 심정에 공감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의 저학년 교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고, 처음 학교를 보낸 엄마들이 가장 크게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학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학력장, 기능장, 선행장 스티커를 10장씩 모으면 표창장을 주고, 표창장을 많이 받으면 또 학교에서 주는 금뺏지를 받는다. 우리 삼남매도 초등학교 때 받은 금뺏지가 장식장 속에 보관돼 있다. 사실 이런 제도를 선생님도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는데, 줄기차게 이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생님들이 애들을 관리하기에 편하니까, 어찌보면 가장 공정할 것 같아서 이용하는 것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어떤 제도에도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있지만, 이것 만큼 확실하게 드러난 부정적인 면이 많음에도 애용(?)되는 제도가 또 있을까? 아이들과 소통하고 좋은 학습환경을 만들기 위해 선생님들이 더 많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건우가 선생님 책상에 있는 '나쁜 어린이표'를 가져다 변기에 버린 그 마음... 가슴이 짠하면서 이해된다. 또 선생님이 부당하거나 아이들 마음을 몰라줄 때마다 '나쁜 선생님표'를 하나씩 주며 수첩에 적어나가는 건우를 보면, 선생님이 아닌 엄마 입장에서도 섬뜩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아이들도 나쁜 선생님이나 나쁜 엄마라고 소리치고 싶을 때가 왜 없을까? ㅠㅠ
자꾸만 벌을 받고 나쁜 어린이표를 받는 건우를 보며 뭐가 문제인지 선생님께 여쭤봐야겠다는 엄마에게, "나에 대해서 왜 선생님한테 물어야 돼? 나는 내가 제일 잘 아는데, 엄마도 나를 알잖아?"라고 하는 건우의 말은 어른 독자들이 곰곰 씹어봐야 할 말이다. 이 책처럼 '나쁜 어린이표'를 쓰는 선생님은 안 계시겠지만, 부정적인 의미의 스티커를 받거나 부정적인 말을 들은 아이 마음이 어떨지 헤아리는 어른들의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