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아이들 책읽는 가족 59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7년 11월 30일 이금이작가의 강연에서 선물로 받은 책인데 아직도 못 읽어서 엄청 죄송한 마음에 2008년 첫번재 리뷰로 선택했다. 우리 딸 이름으로 사인도 해 주셔서 작가님의 사인과 사진을 올려본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부로 농촌을 담았지만, 우리 추억 속에 있는 그림같은 농촌의 풍경을 그리는 게 아니다. 연작 동화로 1996년 초판이 나왔고 10년만에 낸 개정판인데, 10년 전 현실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 어쩌면 더 나빠진 농촌의 아픈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누군가는 지켜야 할 농촌이지만, 애써 지키고 있는 그들의 현실은 외면하는 우리의 이기심이 만들어 낸 가슴 아픈 실상이다.

나도 농부의 딸로 태어나 중 2까지 시골에서 자라다가, 자식들 공부시킨다고 도시로 올라온 전형적인 가정이었다. 우린 당시 우리 앞으로 된 땅뙤기 하나 없는 현실적인 빈농이었다. 그저 종가집에 매인 무늬뿐인 부농일 뿐... 이래서는 자식들 공부나 시키겠나 어렵게 결단한 아버지 따라 도시에 와서 생전 해보지 않은 장사를 하면서도 어머니는 밭고랑에 나앉지 않아 좋다 하셨다. 나 역시, 서툰 솜씨로 콩밭을 매던 기억이 진저리나게 싫어서 노후라도 시골에 살 생각은 접은지 오래다.

이렇게 이기적이면서도 지금 고향을 지키고 있는 동갑나기 사촌이 고맙고, 농촌생활을 해도 밭고랑에 나가보지 않는 도시내기 사촌올캐가 좀 밉기도 하다. 농촌의 암담한 현실을 알면서도 전혀 도움주지 못하는 내가 농촌을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을까? 영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책읽기였다.

작품의 배경인 드무실, 양짓말, 새터말, 방죽거리, 가마골, 아래뜸, 감나무골, 음짓말, 안골이야기가 바로 내가 자라던 고향 이름인 양 반가움이 앞서지만, 그 현실엔 또 답답한 마음이라 영 편치 않은 독서 행위... 그래도 농촌 현실을 제대로 알려주는 동화라도 있어야 도시 출신들이나 요즘 아이들이 알지 않겠는가 작은 위안을 삼는다.

농약을 치지 않고는 농사지을 수 없기에 농약중독이 부른 돌배아저씨의 죽음이나 종수아버지의 쓰러짐은 정말 안타깝다. 농촌 총각으로 돼지를 키우는 종수삼촌이 서른 여덟이 되도록 장가들지 못하는 현실은 이미 익숙한 모습이다. 지금은 조선족이나 동남아 처녀들이 짝을 이뤄 잘 살아주는 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애써 농사지어도 가격의 폭락으로 갈어엎거나 불질러야 하는 농민들의 그 마음을 우리가 어찌 다 짐작이나 하겠는가? '쌀은 우리의 생명, 목숨 걸고 지키자'라는 플래카드와 머리끈을 동여맨 삭발한 그들의 머리가 가슴을 서늘하게 하지만, 정말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안이 없는 건지 안타까움만 더한다.

내가 아는 이금이작가의 특징은 힘들고 아픈 상황도 따뜻한 마음으로 그려내 희망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선 작가조차도 희망을 얘기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고통을 겪어낸 보상으로 아이들에게 좀 더 성숙한 마음을 주었다고 머리글에서 밝히고 있다. 어쩌면 이런 성숙한 마음을 가진 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거는 것으로 독자들은 위안을 삼아야 하리라.

지금은 농촌을 떠나 살지라도 항상 우리의 뿌리이고 마음의 고향인 농촌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식탁에 올리는 먹을거리 하나도 우리 농산물인지 확인하는 애정이 농촌을 살리는 작은 실천이라 생각한다. 가슴 아픈 우리의 농촌 현실을 애써 잊으려거나 외면하지 말아야 하리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08-01-02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화이팅 입니다~~ 하루에 한권씩 리뷰쓰기 도전하시나요?

순오기 2008-01-02 00:34   좋아요 0 | URL
아하~ 하루에 한권 리뷰 쓰기,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님의 댓글 덕분에 함 도전해볼까요? ^^

bookJourney 2008-01-02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농사를 짓고 살지는 않았지만 ... 어렸을 때 봤던 기억들 때문에, 비바람이 심한 날에 논에 드러누운 벼들과 큰 비에 몽땅 못쓰게 된 강둑의 배추밭이 떠올라 맘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 아이들이 밥그릇에 아무렇지도 않게 밥풀을 붙여 그릇을 물리거나 반찬 투정을 하는 아이들을 혼내는 것 밖에 없네요.

순오기 2008-01-02 11:01   좋아요 0 | URL
그래요, 도시에 살아도 태풍에 쓰러진 벼들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더군요.
밥풀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요. 투정보다는 감사함을 먼저 떠올려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사람의 마음...2008년은 더 많이 감사하는 해가 되도록 마음을 다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