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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벽걸이
패트리샤 폴라코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행복한아이들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이 진짜 예수님이 태어난 생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기다리고 축하하는 것은 '사랑으로 오신 그분'을 기리며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함이다. 아이들에겐 예수님보다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날이 된, 어른들의 상술이 만들어낸 가장 슬픈 일인지도 모르겠다. 성탄의 의미를 밀어내고 산타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내건 백화점에도 그분은 당신의 사랑을 보여줄 것이라 믿지만......
점차 대형화되고 화려해지는 한국 교회를 보면서, 과연 저 곳에 마구간 말구유에 누우셨던 그분이 계실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분의 뜻이 진정 저런 것이었을까? 라는 생각은 점차 교회와 멀어지게 되었고, 교회 유지에 쓰이는 돈이 굶주린 이웃에게 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교회조차도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을 산타할아버지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을 내 나이테에도, 가장 감동적인 크리스마스 이야기라면 단연 이 책을 꼽는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 우리 선생님'등의 작품으로 많은 감동을 준 패트리샤 폴라코의 책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더 감동이 큰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강팍해지고 무디어진 내 마음에도 한줄기 눈물이 흐르게 만드는 책이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난 이런 감동에 젖고 싶어 이 책을 꺼내어 두 번 세 번 읽어도 그때마다 꼭 눈물이 흐른다.
그래 바로 이런 게 기적이야!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이런 게 아닐까 절절하게 감동받는다. 유대교와 기독교라는 종교를 초월한 사랑, 다시 만날 것이란 믿음을 잃지 않고 기다려온 노부부의 사랑이 기적을 불러왔구나! 저 노부부를 죽기 전에 만나게 하려고, 그 분은 조나단 가정을 디트로이트로 옮기셨고, 구멍난 교회의 벽을 가리기 위해 '크리스마스 벽걸이'를 사게 했구나~~ 모든 게 이해되며 신의 섭리를 깨닫게 된다. 무디어진 가슴에 한줄기 빛이 스미듯 눈물이 흐르며 그 분 앞에 무릎 꿇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살면서 팍팍한 삶에 불평도 원망도 수없이 했을 내 삶이 부끄러워지는 순간, 끝없이 기다리며 여전히 사랑하시는 그 분을 발견하게 된다.
조나단의 아버지가 디트로이트의 초라한 교회로 옮기고, 구멍난 벽으로 들어오는 찬 바람을 막기 위해 고물상에서 산 크리스마스 벽걸이에 숨어 있는 엄청난 사연. 그 벽걸이를 직접 짠 할머니를 만나 벽걸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벽걸이 때문에 고생을 하지만 결국은 그 벽걸이 때문에 좋은 일이 생기고 기적이 일어나는데 그것이 다 우연일까? 감동적인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당신의 가슴도 촉촉하게 젖어 들 것이다.
휘황찬란한 성탄불빛과 화려하고 어마어마한 교회에서 그 분의 사랑을 발견하지 못한 당신이라면, 패트리샤 폴라코의 '크리스마스 벽걸이'에서 그분의 사랑과 기적을 발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