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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눈 삼디기 - 웅진 푸른교실 2 ㅣ 웅진 푸른교실 2
원유순 글, 이현미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7월
평점 :
초등 방과후학교에서 글쓰기를 지도하다 보면 의외로 까막눈인 아이들이 있다. 글쓰기에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글자를 잘 모르는 아이 글이라도 깨쳐 달라고 엄마가 보낼 때 바로 '까막눈 삼디기' 같은 아이를 만난다.
학교 가기 전 한글을 다 깨치지 못한 아이들은 초등학교 1~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한글지도에 얼마나 신경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받아쓰기할 때 띄어쓰기까지 꼼꼼히 챙기는 선생님 반 아이들은 띄어쓰기도 잘 하지만, 글자는 안 틀려도 띄어쓰기는 무시하는 경우가 고학년에도 많다. 우리 아이도 1학년 때 띄어쓰기 틀렸다고 받아쓰기를 30점 받은 이후, 띄어쓰기도 엄격히 지키게 되었다. 개중에는 엄마가 돌봐주지 못하거나, 영어에 더 신경쓰느라 미처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아이도 있다. 어떻게든 한글을 깨우쳐 주려고 방과후 따로 남겨서 지도하는 선생님을 뵈면 감동이다.
이 책을 쓴 원유순 작가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그래서 교실의 따뜻한 풍경을 잘 옮겨놓았다. 하지만 '까막눈 삼디기'에 나오는 선생님은 글을 깨우쳐 주려고 많이 노력하지는 않은 듯하다. 오히려 삼디기의 짝꿍인 연보라가 더 선생님스럽다. 받아쓰기에서 삼디기가 틀린 글자보다는 맞춘 글자를 칭찬하며 절대 빵점이 아니라고 격려하는 모습은 정말 어른스럽다. 요런 긍정적인 평가가 삼디기를 고무시켰으니, 연보라야말로 바로 훌륭한 선생님이다.
삼디기는 연보라가 빌려준 책을 가져와 할머니에게 읽어준다. 모르는 글자는 보라가 읽어주던 것을 떠올려 읽거나 대충 이야기를 지어서 읽어드리지만, 까막눈인 할머니는 글자를 읽는 손자가 대견해 연신 칭찬하신다. 이런 칭찬에 으쓱해진 삼디기......'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교육적 효과를 삼디기에서 발견하게 된다.
내가 지도하는 아이중에 바로 삼디기 같은 아이가 있다. 글자는 많이 틀리지만 정말 시인이고 작가 같은 아이다. 처음엔 해독이 어려웠지만 2년을 함께 하다보니, 그애가 쓴 글을 완전 해독하여 그날의 최고작으로 칭찬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아이는 글자를 모른다고 주눅들거나 자기가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00는 글자를 틀려도 글을 잘 쓴다고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다.
대학교수인 00엄마는 글자를 모르는 딸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일곱 살에 학교 보냈으니 그만둘까 생각하며 상담전화를 주었을 때, 내가 추천해 준 책이 바로 '까막눈 삼디기'였다. 엄마가 책 속의 연보라처럼 아이를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추천했는데, 그후 아이는 엄마에게 그런 칭찬을 받으며 당당하게 글쓰기를 즐기고 있으며 틀리는 글자가 그리 많지는 않다.
글자를 깨우치는 게 좀 늦되는 아이도 있다. 우리 글자가 다 소리나는 대로만 쓰면 좋을텐데, 기본형의 음가에 따라 소리나는 대로 쓰는 경우와 앞글자 받침이 뒷글자의 소리가 되는 경우가 있으니 까다롭고 어려운 우리말 쓰기다. -.-;; 자녀가 이런 경우라면 '까막눈 삼디기'를 읽으며 칭찬과 격려로 자신감을 주어, 곧 줄줄 읽고 쓰게 될 날이 멀지 않으리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