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 이성복 아포리즘
이성복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성복 시인은 1952년 경북 상주 출생으로 1977년 계간 '문학과 지성'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내로라 하는 김수영 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고 프로필에 나와 있지만, 나는 시인을 잘 알지 못한다. 그냥 그의 시가 좋을 뿐이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건 불과 몇 년 되지 않지만, 정말 콱 박히듯이 내 마음으로 걸어 들어온 시인이었고, 이성부 시인과 혼동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내가 기특했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그 돌 속에서 떠나갔네

로 시작되는 남해금산에 전율을 느끼며 각인된 시인이다. 그 후, 내 삶이 신산할 때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라는 제목에 낚이듯이 빨려 들었다해야 솔직한 고백이리라.  이 책은 1990년에 발간된 '그대에게 가는 먼 길'에 실린 단상들의 일부를 새롭게 간추렸다는 일러두기가 있지만, 제목만으로도 나는 위로 받았다. 특히 시와 시인은 어떤 정서일 때 만나느냐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다. 치명적이란 말을 글자대로 해석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짧은 줄글로 그의 단상들을 말할 수 없다. 나의 어쭙잖은 표현보다는 그의 한 줄이 당신을 이끌어 줄 것이다. 한두 줄이거나 길어야 너댓 줄의 단상, 햐~~정말 가슴을 울리는 그의 단상들과 이 가을에 만나기 바란다. 어느 것 하나도 그냥 넘길 수 없어 다 밑줄 그어 기억창고에 저장하고 싶다. 아무 곳이나 펼쳐도 그가 툭 내놓는 문장에 빨려 들어가, 이 가을을 그의 단상과 보낸다.

'아마추어인 우리들은 시를 갈구하지만, 시로서는 엄격하게 우리들의 간(肝)을 요구한다. 하여, 사춘기 소녀들이 시의 독가스를 쐬고 유태인들처럼 죽어간다.' 첫페이지에 던져진 글이다.

'시는 순간적인 몸짓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 (137쪽)

'시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도 그렇다. 그로부터 너와 시의 사랑이 시작된다. 시는 떠 있다. 시는 덧없다. 너도 그렇다. '그렇다'라는 말과 함께, 너의 어리석음은 또 한번 축축해진다.'(181쪽)

정말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시인의 고통과 같은 깊이로 이해할 순 없지만, 그 절절함이 내 가슴을 울린다. 그래서 그냥 좋다~~ 철없을 때라면 이런 귀절을 연애편지에 열심히 적어 넣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사람이 시 없이 살 수 있는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시 없이 살고 있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그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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