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 홀러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5
샤론 크리치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시골에서 살던 중학교때 장래희망에 '고아원원장'이라고 당당하게 썼던 기억이 있다. 중2때 인천으로 전학와 고아원원장 딸과 같은 반이었다. 그 고아원에 사는 원생들은 전형적인 고아였는데, 원장 딸은 완전 공주였다. 그래서 내 꿈을 접었다~~ 청춘의 피가 뜨겁던 시절, 고아원에 봉사하면서 만난 원장님은 당신 자녀들도 똑같이 먹이고 입히고 재우셨다. 그 자녀들 입장에서 보면 그도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돼 철들어서 그 꿈을 또 접었다~~ 그 후 나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넷째를 입양하려다 가족들의 반대로 월드비전을 통해 우간다 소년을 후원하는 것으로 자족하고 있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일까? 나는 '고아원원장'에 대한 동경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트레피드 부부' 같은 고아원 원장이 될바엔 꿈을 접은 것도 잘 한 일이다 싶어 웃었다.

작가 샤론 크리치는 두번의 '뉴베리상'과 '카네기상'을 받은 작가로 미국과 영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을 모두 받았다고 한다. '루비 홀러'란 '루비 계곡'이란 말과 같은 뜻이다. 루비 홀러를 얼마나 아름답고 황홀하게 묘사했는지 정말 그 속으로 뛰어 들고 싶었다. 세어리가 루비 홀러를 떠났을 때, 틸러가 그녀에게 보낸 엽서는

"단풍잎이 루비 빛으로 불타고 있음"  "단풍잎이 금빛으로 물들었고, 버드나무 잎들이 냇물 위로 떠다니고 있음"  어떻게 첫눈이 내렸는지, 진눈깨비가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를 얼마나 많이 나무 위에 걸어 놓았는지, 6개월 간 수백개의 짧은 문장을 적어보냈다. (145쪽) 보라색 크로커스가 시냇가에서 피어나고, 새싹들이 에메랄드처럼 흔들린다는 틸러의 엽서를 받았을 때, 세어리는 가방을 싸서 루비 홀러로 돌아왔다.(146쪽)

이렇게 결혼하고 네 아이를 키워 세상으로 내 보낸 노부부는 평생을 루비 홀러에서 살았다. 자신들의 꿈 - 루타바고에 가고 싶은 틸러와 캉가둔에 가고 싶은 세어리는 여행에 동행할 아이들을 복스톤 고아원에서 데려온다. 고아원 앞에 놓여진 바구니 속 지도, '플로리다'와 '댈러스'위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름 붙여진 쌍둥이 남매가 그들이다. 이 쌍둥이 남매는 수차례 입양되었지만 부당한 대우와 가혹한 처벌로 문제아가 되어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어른이란 피해 달아나야 할 대상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랑 받아 본 적이 없어 사랑할 줄도 사람을 믿을줄도 모르는 가엾은 아이들이다. 하지만 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믿음과 사랑으로 똘똘 뭉쳐 있다.

열세 살 플로리다와 댈러스는 루비 홀러에 살면서 노부부의 의연한 보살핌에 차차 마음을 열게 된다. 그저 밤기차를 타고 떠나는 게 꿈이었던 쌍둥이 남매에게 사랑과 믿음을 주는 노부부의 모습은 정말 독자에게 아름다운 인생을 맛보게 한다. 마음을 열지 못한 플로리다와 댈러스에게 슬쩍 지나듯 한마디 던짐으로 아이들 스스로 행동하게 하는 노련함은 노부부의 인생철학을 느끼게 한다. 물론 처음부터 노부부가 아이들에게 적응된 건 아니지만, 기다려주고 에둘러서 말하는 것으로 진심을 느끼게 한다. 자기 아이들을 키울때는 잘 몰라서 실수하고 시행착오도 있었다는 그들의,

"아이들도 조금은 선택권이 있어야 되고, 항상 지켜보는 어른들의 간섭 없이 뭔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168쪽)는 생각은 오늘의 부모가 배워야 할 항목이라고 생각됐다. 또 아이들 마음을 다독여 주기 위해 부부가 생각해 낸 '병 낫기 스프 요리 - 고아 극복 과자, 악몽 잊기 약' 등은 정말 대단한 지혜로 감동이었고 실천해봐야지 다짐까지 했다.

한편, 틸러와 세어리가 많은 돈을 땅속에 묻어두고 있다는 걸 안 트레피드씨는 훔칠 생각을 하고, 그의 하수인이 된 z는 루비홀러에 사는 노부부의 이웃으로 모든 일을 돕는 사람이다. 혹시 그가 배신하는 게 아닐까 염려했지만... 잔잔하게 그려지는 이들에게서 사람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여행에 앞서 예행연습에 들어간 그들 네 사람을 따라가 보자. 틸러와 플로리다는 배가 뒤집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길을 잃은 세어리와 댈러스는 가방까지 잃어버린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위험에 처했음을 느끼고 구하러 간다. 그들은 이렇게 체험으로 계속 성장하면서 사랑으로 하나 된 가족이 되어 간다. 인생의 노년기에 팔팔 뛰고 소리치는 플로리다와  댈러스 때문에 삶의 활력이 넘치게 된 틸러와 세어리 부부의 삶이 그 아이들과 계속 되었으리라 그리며 책을 접을 수 있어 행복했다.

육체적 정신적 성장기인 초등 고학년이상 중학생이라면 꽤 흥미롭게 읽을만한 책이다. 이 책 외에도  보물창고의 '올에이지 클래식'은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좋은 외국 책을 모아 놓은 시리즈로 어떤 책을 읽어도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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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월 11일 입양의 날, 읽으면 좋을 책
    from 파피루스 2008-05-13 18:12 
    가정의 달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혈통주의 때문에 국내입양이 많지 않아 해외입양 1위인 우리나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건전한 입양문화 정착과 국내입양의 활성화를 위하여 제정한 날이라는데, 2006년부터 시행되어 올해 3회를 맞는다. 입양의 날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읽어볼 수 있는 책을 골랐다. *유치원기 아이들에게 입양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외국 그림책이다. 이웃에 조카를 입양한 가정이 있는데,
 
 
프레이야 2007-09-2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보여요^^ 보물창고 올에이지클래식, 기억해야겠어요.

순오기 2008-01-02 12:08   좋아요 0 | URL
왜 아직까지 댓글을 안 달았죠? 내가 못 봤을리가 없는데.. 죄송^^
보물창고 올에이지클래식 시리즈 몇 권 빼곤 다 읽었는데 흡족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