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북펀드에 참여한 박상진 선생님의 <우리 나무 이름 사전> 책이 도착한 8월 29일은 동료들과 영광 불갑사로 노랑상사화를 보러 갔었다.
박상진 선생님이 쓴 <우리 문화재 나무 답사기>에는 영광 불갑사의 참식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신라 때 경운 스님과 인도 공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이별 증표로 가져온 참식나무 열매가 불갑사 뒷산에 싹을 틔워 자라났단다.
지난 1월 숲해설가 동료들과 난대수종을 보러 갔던 제주에서 실컷 보았던 참식나무가 가까운 불갑사 뒷산에서도 자라고 있었다.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자라는 참식나무가 살기엔 불갑사는 추운 곳이지만, 스님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가엾게 여긴 부처님의 배려로 참식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선이 되었다.(265~269)
여섯 종의 노랑상사화를 보고 사진을 찍다가 꽈배기처럼 생긴 열매를 만났는데 함께한 동료가 조각자나무라고 말했다. 난 조각자나무 열매는 처음이라 신기한 모습을 찍어왔었다. 그날밤 박상진 선생님의 <우리 나무 이름 사전>에 나온 조각자나무를 읽다가 열매가 꽈배기처럼 비틀린 것은 조각자나무가 아니라 주엽나무라는 걸 알았다.
다음날 조각자나무라고 말했던 이와 동행했던 동료들에게 열매와 책 사진을 카톡에 올렸더니 ˝그럼 우리가 본 열매는 조각자나무가 아니라 주엽나무 열매였군요!˝라는 답글이 올라왔다.
숲해설가라고 나무를 다 아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같은 나무도 사철 다 본게 아니라서, 어떤 건 꽃을 봐야 알고 어떤 건 열매를 봐야만 구별한다. 또한 내가 아는 나무라도 낯선 장소에서 만나면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나무도 많아, 아직 더 많은 나무 공부를 해야 한다.
대체로 숲에서 만나는 어른이나 아이들도 나무 이름을 궁금해하기 때문에 <우리 나무 이름 사전>은 숲해설가나 유아숲지도사로 활동하는 이들에겐 큰 도움이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