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또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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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비밀이 아니야 ㅣ 작은도서관 11
유정이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10월
평점 :
2004년에 제2회 푸른문학상<새로운 작가상>을 받은 작품이다. 입양을 소재로 한 동화를 여러편 읽었지만 참 수작이라고 느껴진 작품이다.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더하여 숙성시킨 이야기를 내 놓기까지, 아이를 낳는 산고와 다를 바 없으리라 짐작한다. 유정이 작가는 불임의 10년 세월을 겪고 힘겹게 두 아이를 얻었다고 한다. 같은 아픔을 겪은 입양가정에 눈높이와 시각이 다른 네 편의 따뜻한 작품으로 위로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할아버지가 아니야"는 입양된 아이 원재가 누나와 열아홉 살 차이 나고, 학교에 온 아버지를 할아버지라 놀리는 친구와 '할아버지가 아니야'라며 한판 붙는다. 입양이 아니어도 늦둥이라면 그럴 수 있는 상황이다. 입양된 원재가 자신은 버림받은 아이가 아니라 소중한 존재임을 들려주며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두 번째 이야기 "보라 공주"는 입양된 여동생에게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모두 빼앗겼다고 느끼는 오빠의 질투와 심통이 그려진다. 하지만 아빠가 말씀하신 "너는 엄마가 배 아파서 낳고 은비는 가슴이 아파서 낳았다. 가족이 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로 피 한 방울 나누지 않은 은비는, 새로운 방식으로 온 가족"이라는 의미를 깨달으며 행복한 웃음을 되찾는다.
세 번째 이야기 "까미는 울지 않아요"는 입양되어 올 아이 때문에 찬밥 신세가 될 까미라는 강아지가 이야기를 풀어간다. 아기가 없는 아줌마의 아픔과 입양을 반대하는 아저씨와의 갈등을 지켜본다. 하지만, '내가 낳은 아이만이 내 자식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입양에 동의하는 아저씨가 멋지다. 까미는 아기를 위해 아줌마의 동생네 집으로 가지만 사냥견의 후예, 천하의 닥스훈트답게 울지 않는다.
네 번째 이야기 "엄마 아빠가 생겼어요"는 낳아 준 엄마가 키우지 못하고 입양가는 아기가 주인공이다. 목청껏 울기 때문에 번번이 입양이 안 되는 승리는 같은 혈액형의 아기를 찾아 비밀로 입양하려는 부모에게 완강히 저항한다.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들어가는 것도 싫고, 엄연히 나를 아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비밀이 될 수 있냐고 울음으로 말한다. 다행히 형과 누나가 있는 따뜻한 가정에 입양되어 시현이라 불린다.
이렇게 네 편의 이야기를 통해 핏줄만이 자식이라는 우리의 고정관념과 입양에 대한 편견을 돌아보게 한다. 입양가정이 겪어내야 할 아픔이 있겠지만,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사회의 편견과 무관심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사랑의 가족을 그려내어, 독자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