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또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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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둘이서 ㅣ 동화 보물창고 6
마를리스 바르델리 글, 롤란드 탈만 그림, 김서정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2005년 4월에 출판된 동화보물창고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 '아빠랑 둘이서'는,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 책이다. 표지에 볼그레한 두 볼의 갈래머리 소녀가 민들레를 안고 다정한 눈길을 보낸다. 아빠랑 둘이서 자유로운 삶을 사는 행복함이 펼쳐진다. 36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마를리스 바르델리'의 간결한 묘사로 더 많은 의미를 전한다. 거기에 오직 연필로만 그린 '롤란드 탈만'의 삽화가 부녀의 자유로움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이제는 천사가 된 엄마는 그림 속에 있고, 화가 아빠의 달팽이 집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메를레(지빠귀)는 아빠와 같이 그림 그리는 것을 즐긴다. 자연에서 마음가는대로 자유롭게 사는 부녀가 부럽다. 날마다의 일상이 지루하지 않고 샘솟는 메를레의 생각이 신선하다. 소신이 분명해서 때론 고집불통이란 소리도 듣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통찰력도 갖고 있다. 선생님이나 친구들, 이웃들과의 관계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함이 대견하다.
"선생님은 제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세요. 그건 저만 알아요. 제 안에서 무슨 소리가 울리는지 저는 알아요. 다름 사람은 아무도 못 들어요. 제 목소리가 엉뚱한 소리로 만들어 버리니까요. 하지만 제 곡조가 얼마나 예쁜지 선생님이 아신다면 아마 놀라실 거예요."
라고 당당히 말하는 메를레의 자긍심은 진정한 자기 사랑이라 여겨진다. 부모가 어떻게 양육했으면 저렇게 기죽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지 자랑스럽다.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도와야 할지 아는 멋진 꼬마 아가씨 메를레의 인성은 자연에서 저절로 얻어진 듯하다. 아빠와 커닝하듯 통하는 그 마음도 예쁘다. 메를레와 아빠의 어려움을 척 해결해주는 시장님은, 마치 우리네 시골마을의 이장님 같은 분이 아닐까 싶다. 다소 냉정하고 어린이를 이해하지 못하듯 나오는 선생님조차도 당당한 메를레를 발견할 수 있어 좋다. 아주 간결한 묘사와 절제된 언어가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매력 있는 책이다.
해젤바르트 할아버지를 위해 다리를 놓으며, 비로소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었는데, 바다를 그리기 위해 작별도 나누지 않고 조용히 떠나는 부녀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내 머릿속 액자에 담겨진다. 훗날 자기 안의 곡조를 옮기는 작곡가가 된 메를레나, 지빠귀처럼 노래하는 화가 메를레를 떠올리며 '아빠랑 둘이서' 행복한 그 모습이 여운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