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를은 있었다

 

스무 살 때 팔공산 파계사 젊은 스께서 물었다

인생의 화두가 무엇입니까

하느님을 믿던 친구와 나는 화두가 뭐예요 물었으되 스께서 침묵 하였도다

불교란 얼마나 최고의 종교이냐 살생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아무 종교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 세상에서 부처가 가장 깨달은 자다

 

전쟁 중에는 포로제도가 가동되어야 하고 나무토막을 무기랍시고 가진 자는

산 채로 비밀포로가 되어야한다 다친 한 명을 상대한, 최첨단 기술이 뒷배경인

총 든 청년들은 얼마 후 자신의 아이를 낳으면 사랑할 것이다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렴 어려운 이웃을 돌보렴

이웃을 죽이렴 완전소탕 하렴

 

담배를 물려주고 깨진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려다 안 될 것 같으면 자신의

라이터로 붙여주고 그의 머리와 몸에 쌓인 회색 폭격재가 담뱃불을 꺼트리면

또다시 붙여주고 담배를 다 피우면 오른팔에 붕대를 감고 들 것에 실어 나른 

후 상부에 보고했어야 한다 지휘관님 작전대로 초짜 군인들이 우연히 잡도록

잘 포장 되었습니다 국제사회는 속아 넘어갈 것입니다


너무 건조한 지역이라 침이 안 나와서일까 목이 아파서일까 그냥 비상용일까

한 알도 안 먹은 멘톨 민트와 릴케의 왜소한 붉은 장미가 여러 포기 그려진

'best' 담뱃갑과 초라한 몇 가지 전리품을 올려두고 사진을 찍어 배포하여

신만큼 잔인한 위세를 떨치자 우방도 박수를 치고 머리 뚫린 시체인질이 제때

치과치료를 못 받아 특징이 뚜렷하여 가엽기보다 협상카드로만 최고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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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깃


관계 없는 사람과

관계 있는 얘길 하다 알게 된다


나와 말하는 이 사람이

허깃꾼 사깃꾼 솔깃하게 꾀는 사람 선상에

나를 올려놓고 있거나


내가 한 방울의 연료만 더 보태어주면

폭발할 지경에 있다는 것을


옷깃을 여미고 사람의 영혼에 깃든 무언가를

찾으려 해도 꼬깃한 지폐벌이에 찌들어

두 번만 물어도 눈을 흘깃거리고


깃껏해야 동물과 놀아주느라 '독깃자루' 썩는 줄 모르거나

동물을 '싯컷' 먹는 게 지향점인 우리들인데


쳇깃쳇깃 헤이헤이헤-이 노래하자고

깃발을 쳐들며는 무얼 부추깃니껴 어심을 하고

강풍에 펄깃대는 깃발만 신이 나니


참으로 신깃타 쫄깃한 쫄면도 질깃한 고깃국도 못 채울

허파에 공기가 드갔나봐 깃깃 웃는데 쓰다 깃침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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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도 초에, 주로 파 가득

 아니면 텅 빈, 늘

 비틀비틀 술에 취해 리어카를 끌고 가던

 60대 후반 쯤의 그 아저씨를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구반포에서, 사당동 남성시장 쪽 인도로 

 끌고 다녔는데, 엄마가

 서울 왔다가, 그 아저씨와 만났다 아버지 같아 애가 탔다

 단이 이래 좋는데 천 원 밖에 안 하먼 얼매 남군노

 

 엄마가 두 단을 사라한 건 기억 나는데

 그냥 어렴풋, 한 단을

 일단 사긴 했던 건 맞고

 무거운데 두 단까지 샀는지는 모르겠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 못, 안 팔릴거다

 새 아파트, 맞침맞은

 새 가게들이 들어섰을테니

 아저씨는 접었거나 사라져 아무와도 안, 못 만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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