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거대한 탕가니카(바이칼호 다음으로 크다는)호수에 큰 배가 물살을 가로지른다. 1등석 비용이 부담스러우면 파격적으로 3등화물칸은 한 명 자리 값만 내면 식구들을 같이 타게 해준다(3천원). 몰래 탔다가는 밖으로 던져진다(라는 승객 인터뷰가 있다). 승하선 시에 규칙과 질서가 없어 혼란한데, 다 같이 내리려는 중에 다 같이 오르려는 중이므로 승객들은 폭발하여 몸싸움을 하곤 한다. 파인애플을 차곡차곡 많이 실은 승객은 그 옆 쪽에다 파인애플을 차곡차곡 많이 실은 다른 승객에게 (섞일까봐서인지) 내 파인애플을 왜 던지냐고 화를 낸다.  


힘겹고 붐비는 화물칸에는 돈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는 아주머님이 있다. 이십팔만(대장경)육천원이 없어지고 이만오천원 뿐이안 남아 있다고 얼른 내놓으라고 한다. 훔치지 않아 돌려줄 돈이 없다고 주장하는 의심 받는 아기엄마는 가진 돈을 보자는 요구를 결국 '받아 안고' 돈을 꺼내 보인다. 이건 내 돈이라며 흐느껴 운다.“돈 훔친 자에게는 가난이 쫒아갈 것이요, 그 돈을 쓰면 불행이 따를 것이다라며 중재하러 온 선장은 일갈하나, 그녀의 가진 둥 마는 둥 한 액수의 돈을 보더니 돈의 크기가 다르고 액수가 터무니없이 어긋나니 누명이었음을 밝혀준다.


104년 되긴 했지만 개조되어 그럭저럭 굴러가는 이 배의 1등석은 평화롭다. 식당 칸도 시설이 좋다. 선장은 주방장을 칭찬한다. 주방장은 화알짝 웃는다. 오늘 메뉴는 매운 양고기, 튀김류, 쌀밥, 생선 등이 있고, 싣고 가는 싱싱한(=살아있는) 닭들을 소개하며 선장은 이렇게 말한다.“우리는 닭 백 마리를 먹어요.”2,3등석은 냄새만 맡을 수 있죠.


탄자니아는 악마의 손길이 뻗친 낙원 같다(라고 나레이터는 말한다). 소와 야크가 평화롭게 지나가는 아름다운 땅에 주술이 일상생활에 끼어들었다. 무거운 돌을 환자 가슴에 얹고 작은 망치로 살짝 치고, 도끼날을 가슴에 대고도 친다. 팔이나 머리에 면도땡을 살짝 그어 피를 내고 악마를 내보낸다(고 주술치료사는 주장한다). 주술사는 부적을 사업가나 정치인에게 팔기도 한다.


탄자니아에서는 백색증 환자의 신체 일부를 가지면 부자가 된다거나 선거에 당선된다는 미신이 있어서 손가락은 칠십삼만원, 시체는 천만원에 거래된다. 극심한 빈곤으로 인해 그 일을 대행해주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오밤중에 백색증 환자 집에 침입하여 횃불을 들이밀고 손가락을 잘라 달아났다고 백색증쉼터의 당사자는 증언한다.


25년 동안 탄자니아 인구는 두 배 증가했고 그 나라를 봐서도 지구를 봐서도 무시무시한 속도다. 어떤 어부는 정수 안 된 더러운 탕가니카 호수의 물을 그냥 마시는데 질병과 콜레라 같은 전염병에 노출돼 있다. 먹을 것은 물고기뿐이지만 그물을 쳐도 걸려 나오는 게 없다.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으려고 노 젓던 사람은 20년 전에는 서른 명이었는데 이후 오백 명이 되더니 지나친 남획으로 씨가 마른 것이다. 태어난 사람 모두 어부가 되고 싶었는지 원, 하며 순둥이 같으면서 무기력한 것 같기도 한 그는 중얼거린다. 그와 같은 어부들은 불빛없이 밤에 고기잡이를 하기도 해 큰 배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목숨이 위태롭다. 그래도 그는 이런다. “믿기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노력 해야죠.”그의 아내는 이제 농사를 짓거나 소를 기르기를 원하지만 쉽지 않다. 농사도 씨를 살 돈 등 밑천이 든다. 


배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렁주렁 어린 아이들을 달고 화물칸에 의지해 일단 몇 주 동안이라도 먹을거리가 해결 되었으면 싶은 26살의 자투니도 3일간의 항해를 마쳤다. 밀폐되었으나 창문이 없고 기름냄새가 진동하는 디젤엔진 바로위의 짐칸을 드디어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저녁엔 아이들을 먹일 수 있다. 하루 품값 2천원, 첫 직업으로 논일을 택한다.우린 항상 개미처럼 서로 도우며 함께 일하네. 전사처럼 일하네.” 밝디 밝은 얼굴들 여럿이 까딱까닥 흥겹게 노동요를 부르며 기계 아닌 손으로 한국 논과 꼭 같은 탄자니아 논에서 모를 꼭꼭 심는다. 그제서야 나도 흥이 돋는다(feat.흥딩스쿨_잠보 브와나). 돈워리 비해피 하쿠나 마타타. 잠보 잠보브와나. 마징가야 에이아이 로봇아, 모를 심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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