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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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등 여러 방식으로 책을 사지만, 근처에 볼일 보러 간 김에 알라딘

매장에 들러 참고자료로 쓰려고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외 몇 권을 샀었다. 

<산사나무 아래>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딩씨 마을의 꿈>을 갖고 왔는데, 

들춰 보고 헉, 했다. 이것도 읽으려고 생각했던 것이니 읽으면 되긴 하다만... 

둘 다 책보다 먼저 영화로만 보았고, 자주 공리와 장쯔이 헷갈리듯 이것도 아마 

뇌에서 뒤섞였다. 


쪼맨한 2G 폰을 들고 메시지를 꼭꼭꼭 누지르는 내가 아닌가. 아직 알라딘 블로그

시스템을 다 파악하진 못했다. 내가 느낀 것 중 하나가, 공유 장기 시스템, 한 쪽에서

삭제하고 비우면, 다른 쪽도 덩달아 비워진다는 것, 우리가 남이가??

우리는 남인데... 웃어야할 지...ㅎㅎ 


둘째, 중국인 이야기를 쓴 김명호 님은, 모택동의 말을 인용하여, 글은 고칠수록 

좋아진다, 고 했는데, 그래서 끝없이 고쳤다는데, 이 블로그에서는 고치려면, 같은

문장 덩어리들이 꼭 더 생기더라, 라는 것이다. 심오한 뜻이 있는 걸까 궁금한 중.


본 건으로 돌아오자. 집에서 잘 찾으면 있겠지만 샀는,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잉는 익는 잃는 일른 중에서 택일하여 식미에 맞게 읽으면 된다. 어느 식당에서 

책 소개 방식에 쓰면 좋을, 이 음식의 효능, 하면서 입구에 붙여놓은 것이 기억난다.

그렇다면 책도 음식에 빗대어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맛이 달고 평이하며, 관절에 좋고, 파괴된 전두엽의 기능을 미세하게나마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시중에서 구하기에 어렵지 않고,

독성이 없으며 순하고 부드럽다. 6세 이하 아동에게 만은 적극 권하지는 않는데, 

수면시 경기를 일으킨 소수의 사례가 종종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밀림이 무대여서, 약육강식의 세계와 

정복하려는자의 탐욕과 폭력성, 악어 등의 귀여운 동물 친구들의 포악성, 대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는 삶을 살려는 자에게 필연적으로 닥치는, 억압에 맞서는

저항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6세 이하 아동들의 심장, 간, 장, 뇌의 성장에 

영향을 줄수도 있다고 한다.  


안토니오는 연애 소설을 정성껏 읽으며 시름을 달래는 주인공이지만, 저자 루이스 

세풀베다는 그를 완벽하거나 근사하거나 영웅적이거나 그렇게 그리지는 않았다. 

무모하게도(치기) 썩은 이들일망정 이 뽑기 내기를 하여 다 뽑고(상남자),

젊은 시절부터 틀니 신세다(할배 매력 반감 VS 당당한 할배). 


살려고 떠난 곳에서(출애굽) 아내는 죽게 되고(홀아비), 자신도 뱀에 

물렸으나(팔자) 다행히(행운) 수마르 족 인디오가(우군) 도와줘 살아난다(천운).

덕분에 그들에게 밀림에서 사는 법을 배우며(기술전수, 학습) 그 곳의 삶을 적응해 

나간다(살면 다 살아지는규).


그는 인디오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자신이 가톨릭을 믿는 농부라는 사실을 

훌훌 떨쳐 버렸다. 새로 이주해 온 개간자들이 정신나간 사람으로 

쳐다보았지만 원주민인 인디오들처럼 거의 벌거벗은 몸으로 돌아다녔다. 

자유라는 말을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밀림에서 자신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 그사이 차츰 밀림의 세계에 눈을 뜬 그는 주인 없는 푸른 

세계에 매료되어 마음속에 간직해 오던 증오심을 잊었다.(p 54)


이런 안토니오 노인에게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그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무엇을 보내줄 수 있는가. 그것은 연애 소설이다. 다른 장르의 소설이다. 그가 

상상으로만 가늠해 보는 베네치아 라는 도시, 곤돌라의 실물 사진이다. 아니다. 


넘치게 많은 책이 있지만 전해줄 주소를 모른다. 택배를 보낼 주소를 모른다. 실은,

우리가, 외지인이 몰라서, 그래서 노인은 몇 년이라도 더 살다 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극적이게도 그들의 터전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금도 불도저로 밀리고 있다.


간혹 이 책을 폄훼하는 사람도 있지만 꼭 휘황찬란해야 잘 쓴 글이 아니다.

뭘 더 바라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알렸고,

편히 앉아서 쉽게 받아 먹은 우리는 충분히 감명 받았고 미안하다. 


모던 토킹의 노래에서, 에스를 하나 더 붙여 그를 불러 본다.

체킷 아웃 체킷 아웃, 히얼 위고 렛미 세잇

브라더 루이스 루이스 루이스!!






하늘에는 당나귀 배처럼 불룩한 먹장구름이 무겁게 드리워져 있고, 밀림을 휩싸고 도는 끈끈하고 칙칙한 공기가 금방이라도 들이닥칠 폭풍우를
예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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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이 이모!
마들렌을 홍차에 찍어 먹기는커녕 향을 맡지도 않았는데,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마들렌은 마르셀 푸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에는, 얼마나
예쁘고 특별한 빵인가요. 

나는 마들렌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그것이 맛이 없게 느껴져요.
그들도 오죽하면 차에 적셔 먹는가, 하고 나는 생각합니다. 먹다 보니 맛있어진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지요. 대한민국에 태어났기 때문에, 아기임에도 김치를
씻어서 나에게 주었어요. 그것이 시작이지요. 아니었으면 평생 몰랐겠지요.

김치도 먹다 보니 맛있어졌고 청국장도 먹다보니 맛있어진 것입니다. 물론 
프랑스에 가서 진짜배기를 먹어 보았다면 아아, 이것이 참으로 맛있구나. 몇 봉지 
사서, 우리 어머니 드리게 한국으로 가져가고 싶은데 될까,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프랑스를 못 가 보았어요. 이모는 가 보았겠지요. 그러리라 추측합니다.

마들렌을 먹은 것처럼, 김치 청국장을 먹은 것처럼 이모는 파스타를 먹게 되면서,
그것을 맛있다고 느끼게 되었나요. 그 계기로, 근기 있는 음식을 만들어 정성껏
이모를 거둬멕인 그와 함께 떠났나요.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곤란해지는, 
식어버린 파스타처럼 이모와 그의 사랑도 애저녁에 식었나요.

얇은 도우를 빚어 토마토 페이스트를 바르고, 모짜렐라 치즈를 뿌린 다음, 사랑도
뿌려 오븐에 구워주던 그 손길이, 점점 뜸해지면서 귀찮아하는 것을 이모는 
감지 하였나요.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어떻게 나를 위해 도우를 빚던 그 손길이 
감히 다른 여자를 위한 것으로 변해 버릴 수가 있어, 하고 충격을 받았나요.

이모는 그와 물건을 집어던지며 싸우고나서 파국을 맞았나요.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나는 너무도 많은 것을 잃었어, 하고 부질없는 책임을 추궁하였나요. 가끔은 
빵집이나 커피샵 진열대에 있는 티라미수를 보며, 그가 만든 티라미수 맛을 
떠올리나요. 나도 만들수는 있어, 생각은 하면서도 한 번도 만들지는 않았나요.

옥이 이모!
몇 달 지나지 않아 크리스마스가 옵니다. 이모는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나요?
나는 크리스마스를 좋아합니다. 그때는 한 해의 모든 힘든 일을 잊는 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도 좋아하고, 온갖 예쁜 장식을 작위적으로나마 하니, 그 분위기에
취하는 것입니다. 네, 나는 매우 취합니다. 작위적으로라도 취합니다.

옥이 이모!
옥이 이모 미모, 예쁜 미모는 누구나 인정했지요. 지금 이모에게 옛날 모습이 없고,
많이 변했다 하더라도, 나의 팬심은 변함없습니다. 나는 가끔 이모를 떠올리곤 
하는데, 이모가 우리를 위해, 자신을 위해, 그 만족함을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변하든, 변했든, 물론 이모를 지지합니다.

옥이 이모!
이번 크리스마스에 이 곳에 오나요. 독서를 하지 않아,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어 
뵈는 엑스 허즈번이, 법과 등에 주홍글씨를 붙여놓아서, 여전히 못 오나요.
그에 동조하는 손가락들이 떠올라, 맞서려해도 자꾸만 의기소침해지나요.

어디선가 읽었는데 제인구달 가족은, 매일 저녁 7시에 물을 타서 위스키를 조금 
마신다고 해요. 지구 어디에 있든지 서로를 기억한다는 표시라나 봐요. 어쩌면 
근사한 변명일 수도 있지만요. 이모, 이번  크리스마스에 마들렌은 어떨까요?
나는 이모의 오랜 팬으로서, 이브나 크리스마스에는 마들렌을 챙겨 먹으렵니다.

이모에게 바라는 건, 천편일률적인 이 세상 떼들의 삶 속에서, 예사롭지 않았던
현재 진행형인 당신의 삶을, 글로 써 보라는 것입니다. 나는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어요. 똑똑한 사람들이 다 영화판으로 가고, 컴퓨터 기반 직업으로
가고 해서, 문학이 죽었다는 말이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니구나.

연일매진 광풍도 헛 풍일 수도 있구나. 그렇게 취지가 좋고 반향을 일으켰던, 다빈치
코드도 영화화 되면서, 댄 브라운이 뒷목 잡고 씁쓸해 했을 수 있는데, 이것도 
그런 것이로구나. 이창동이 돌아온다면, 문학계도 되살아나려나 아니려나 난 
모르지만, 내가 알 수는 없지만, 문학의 소용이란 책이 떠오르고 아쉬운 중입니다.

잭 에프론 주연의 영화, 골드를 보았을 때는 감동이었는데, 얼굴과 몸에 나타나는 
상황과 심리가, 소위 꼬라지를 통해 잘 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마지막에 화살
같은, 총은 제외하고, 어떤 생각지 않은 도구가 쓩 날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석양의 무법자도 그렇고 골드에도 그런 장면, 화살이 쓩 날아가서 좋았습니다.

이모도 그런 영화같은 글을 쓰세요. 글은 풍파를 많이 겪은 자나, 겪지는 않아도
묘사를 잘 하거나 하는 사람이 쓰면 좋을 것입니다. 이모는 어느 쪽이더라도 
쓰세요. 82년생 김지영이나 저주토끼처럼 곤란하게 쓰고도 반향을 일으키기도 
하고, 불태우라 했는데 안 태운 카프카의 것처럼 명작이 되기도 하는 글을!

이모, 잘 지내요. 
작은 숲을 자주 찾아 나무 향을 맡으세요. 도시의 공기는 우리를 빨리 죽입니다.
적어도 백 년은 살고, 멀쩡한 정신으로 버텨야 뭘 좀 쓰지 않겠습니까.
옥이 이모의 강건함을 빌며 오늘은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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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날 오늘날 아주 가까운 오늘날 이야기 입니다.

하루는 마당에서 점심에 먹을 신화 잎을 따고 있었는데, 세르반테스의 후손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말하기를, 작품을 쓸 때에는 당대만이 아닌 사백 년 후에도

인정받을 각오로 쓰라는 선조의 유언대로, 자신의 작품을 삼십 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써왔고, 스스로도 감탄할 정도로 재미있게

마무리가 되어가는 중에, 시중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새 기술이 개발되더니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컨텐츠를 낼름 먹으려 들고, 창작자로 하여금

고뇌도 피로도 없는 초컨텐츠 기술과 겨루게 하니 허무증이 도져서, 

마무리가 다 무엇이오 펜을 집어 던지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유랑이나 하며 

지내오다가, 배 안에서 우연히 집어든 잡지에서 운명처럼 나의 글을

접하고, 그 주인공에 매료되어 직접 한 번 만나 보고 싶은데 성사가 되겠는지, 

그 이후의 일들은 어떻게 해결이 되었는지 알고 싶다고 했습니다.


후손 씨, 이 잎을 보시겠습니까. 그를 만나기엔 이미 늦었습니다만 

원하신다면 우리집에서 며칠 묵으면서 얘기를 나누시겠습니까. 그가 떠난 

자리에서는 이 신화가 돋아났습니다. 꽃도 아름답고 잎은 식용으로 가능합니다.

맛이 약간 매콤하지요. 매워서 신화라고 이름을 붙였지요. 언젠가는  다른 이름이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신화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 사람 이야기가 왜 

후손 씨를 배에서 내리게 하고 저를 찾아오게 만들었는지요?


세르반테스가 제 선조라고 이미 말씀을 드렸지요. 돈 키호테는 유랑할 적에 비록 

비쩍 말랐을지언정 말을 타고 다녔고, 그와 함께 다닐 조력자와 당나귀도 있었지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쓰신 그의 이야기에는 그가 몸을 의지할

말도 당나귀도 마차도 자전거도 자동차도 없었습니다. 그는 돈 키호테처럼 행동

하지만 햄릿처럼 사유합니다. 사람들의 오해로 괴로워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나요? 그냥 걸어가도 될 길을 힘들게 왜 하필 손수레를 끌고 갔을까요.

탄소 발자국을 안 찍으려면 자전거도 있는데 말입니다. 


나도 정확히는 모릅니다만, 그래도 나는 그를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니 후손 씨 보다 

그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신화 잎을 곁들여 우리 같이 점심을 

들면 어떻겠습니까. 그러고 나서 이야기를 들려줄테니 이제 안으로 들어가십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습니다. 네, 아무리 좋은 경치라도, 

아무리 좋은 만남이라도 근기 있는 것을 먹은 후에야 그것이 진정으로 

마음에 남는다는 의미입니다. 차나 음료를 마시는 것, 사과나 오렌지를 먹는 것, 

이런 것은 근기를 채워 주지 못하지요. 그것은 근기를 채우기 전이나 이후의 

것들이지요. 당신은 지금 배가 고픕니다. 맞지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배가 고픕니다. 배에서 내릴 때부터 아니, 

내리기 전부터 저는 이미 아사 직전이었습니다. 배가 육지에 당도하는 즉시 

어디가 되었든, 설사 식인종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흉칙한 짐승만의 땅이라도

거기서 내리겠다는 결심, 그것을 하고 적어도 열흘 이상은 굶은 것입니다.

더이상 로봇이 주는 서비스는 거부하고 싶었습니다. 로봇이

말을 걸면 로봇이 응수하고, 로봇이 만들고 나르는 식당에는 로봇이 가서 먹고

돈도 내는 게 맞지않겠습니까. 돈은 왜 사람에게서 받으려 하는 걸까요.

제가 이런 얘기를 했더니 대부분의 승객들이 저를

미친 사람 취급하며 멀리했습니다. 그 무렵 선생님의 글을 읽고 결심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배에 타자마자 당장이라도 내리고 싶었지만 어디로 가든 상황이

같기 때문에 그대로 있어 보았을 뿐입니다. 먹고 살기에 급급한 사람보다 

조상 덕 보는 부유한 제가 아무래도 금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겠습니까. 

부정의에 대항하기가 수월하지요. 다행히 저는 돈의 노예가 아닙니다. 물론 가만 

있어도 재산이 늘어나고, 죽을 때까지 써도 다 못쓸 정도의 재산이 선조 대부터

대대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매일 펑펑 쓰더라도 말입니다. 저는 결심했습니다.

저의 모든 재산을 사람의 세상으로 되돌리는데에 쓰겠습니다. 

현 시대는 인간을 해방하기 위하여 동물을 해방하기 위하여 기계를 남용합니다.

기계의 세상입니다. 온통 기계가 설치고 있습니다. 그 기술과 기계를 만드는 

인간이 뽐을 내는 것에 침을 뱉아 주어야 합니다. 생각이 있다면 생각있는 사람이 

기술에 동조하지 않고 기계의 노예가 되는 것을 거부 하자고 말해야지요. 

그리고, 저는 다른 사람 또한 무엇의 노예도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입니다. 선생님의 글에 보면 그가 이런 말을 했지요. 기술로 로봇의 심장이 뛰게 

할 수는 있어도, 기술로 로봇의 몸에 뜨거운 피를 돌게 할 수는 있어도, 

어떤 기술로도 로봇이 영혼을 갖지는 못합니다.

선생님, 이 말들이 저를 위로하고 저를 기쁘게 했습니다. 우리는 영혼을 가진 존재

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후손 씨, 잘 들었습니다. 당신은 돈 키호테를 남보다 많이 읽으셨겠군요.

그래서 돈 키호테에 대해 잘 알고 해석도 잘하실 것입니다. 

후손 씨, 기술과 기계로 인간과 동물이 해방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후손 씨, 당신은 

여행하는 동안 매일 바다를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바다 밑의 

물고기들이 말입니다. 물고기들은 자신들의 터전 위를 지나가는 배에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기름이 쏟아지면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죽기도 하지요. 

배에 달린 모터에서 나는 굉장한 소음과 뱅글 뱅글 도는 날카로운 금속 휠에 몸을 

다치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그것이 자신들 삶에 위험하다고 하여 그것에서 

해방되고자 근본적으로 무엇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 인간의 영역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인식하고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물고기들이 무력해서만이 아닙니다. 

작은 물고기가 큰 물고기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기술과 기계를 썼다는 말은

못 들어보았지요. 그 안에서도 온갖 사건 사고 사연들이 벌어집니다만 

평화롭습니다. 물고기 개별적으로는 그것이 고통입니다. 네 물론 고통입니다.

당신도 나도 말할 수 있거나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있습니다. 

물고기 세계와 우리의 세계가 다른 게 무엇일까요, 있기는 있을까요.

후손 씨와 나, 우리는 기계나 기술을 쓰지않고 개별적으로 그 고통에 맞서고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자연질서 내의 것이기에 맞서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고통이지만 평화입니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은 것입니다. 

물론 저는 교회에 가지는 않지만 시절이 이렇고 보니 교회가 하지 않는 기도를

저라도 하려고 합니다. 모르시겠지만, 첫 책 제목이 교회는 기도하는가 입니다. 

반향은 커녕 몇 부 안 팔려서 상심한 적이 있지요. 그때 나는 젊었으니까요.

후손 씨, 지금 당신에게 하는 나의 말이 최대한으로 잘 가 닿고 있습니까. 

대사관을 그만 두고 스페인을 떠나온 지 꽤 되었고, 글을 쓰거나 통역을 하며

삽니다만, 오랜만에 현지에서 온 사람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하니 인공지능의 힘을 

빌어보고 싶습니다. 비판하는 저 조차 이런 지경이니 환호하는 다른 사람을 

이해는 하지요. 그렇다고 같이 휩쓸려가고 하다 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더해, 온갖 곳에서 끝없는 전쟁이 벌어질 것이고 끝있는 전쟁은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 같은 부류만이라도 폭풍우를 받아들이되 무풍지대나 찾는 정도로 살아야

합니다. 신을 의식하고 자연스런 삶의 질서를 지키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입니다. 

과하게 기술을 개입시켜 그간의 질서를 뒤집어 엎고 거스르려는 것을 우려합니다.

단호하게 거부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차치하고라도 말입니다.

아마도 뼈와 살을 닳게 하는 육체 노동의 고루함을 견디는 것, 그것에 진정한 

휴머니즘이 있고 그것에 인류를 보호하는 답이 있을 것입니다. 

후손 씨, 그런 점에서 당신처럼 나도 주변에선 꽤나 별난 사람으로 보긴 합니다.

외톨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외롭습니까. 네 그럴 때도 있긴 합니다만 그렇지 않죠.

멀리에 떨어져 있었으되 우리는 어딘가에 서로가 산다는 것을 알았으며

처음 만났으되 이미 아는 사람이고 백년의 우정을 다져온 사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우리는 잘 모르는 것에 휘둘리지 않으려 노력해온 짐승입니다.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가게의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무엇이 필요할 때에 

무인 가게에 가기 보다 무인을 보내려고 합니다. 사람 없음 가게에는 

없음 사람을 보내는 게 뭐 어떻습니까.

그렇게 응수하는 방법만을 안다는 게 안타까블 뿐입니다. 

사람들은 우리 인간 삶의 조건과 해방에 대해 잘못된 염원을 가지고 악순환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기술과 기계의 남용은 인간성을 파괴하고

오히려 지구의 종말을 앞당길 것입니다.

후손 씨. 죽으면 썩어질 몸이란 말이 있지요. 로봇은 애도 속에 죽을 수는 있어도 

죽어 묻히지는 않습니다. 인간이 하는 것을 다 하는 것을 보면 죽어 묻힐 수도 

있기는 하겠습니다. 후손 씨, 그러나 그들은 썩어 사라지지 않습니다. 

단지 부품이 해체될 뿐입니다. 후손 씨, 기계가 죽음을 흉내 낸들 구천을 떠돌 

기계의 영혼은 없습니다. 그가 말했듯이 단 하나의 영원한 차이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인류에겐 이런 질문이 필요합니다. 

기계는 죽어 썩어질 몸은 있는가, 죽어 썩어질 정신은 있는가. 


그는 나의 환대와 유창한 스페인어 실력에 감탄하며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존경해 마지않는 세르반테스의 후손인 후손 씨가 나의 집을 찾아와 준 것이

신기하고 기뻐, 듣고 본 그 이야기를 며칠에 걸쳐 모두 들려주었습니다.



                              제1부


  새벽에 잠이 깬 시지프는 손수레를 끌고 길을 떠날 채비를 마쳤다.

손수레는 길에서 흔히 보이는 것의 절반 정도의 크기로 직접 만들어 두었다. 

새 자재를 쓰고 연마제로 광을 내어 반짝 반짝 빛이 났다. 그를 아는 사람들이 보면

뭐든지 작게 만드는 축소지향의 시지프라고 또 농을 던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시지프가 손수레를 끌고 집을 벗어나자마자, 큰 소나무 옆 정자에 앉아 있는 동네

할머니가 아는 체를 했다.


꼭두새복 부텀 니, 새 니야까 밀고 오데가노 지끔.


시지프는 할머니를 보자 갑자기 서러움이 복받쳤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대답하였다.


할매, 내 온제 올지 모르이 잘 계시소마. 사람 찾으러 갑니더. 진정한 사람.


하이고 야이야, 그 고새을 우예하꼬. 아직은 든드이 뭈나. 일로 온나, 내캉 가자.

일로 오라카이. 우리 집에 가구로. 근기 있는 거를 무마, 암만 캐도 낫다 아이가.

딘장국 낋이 논 거 쪼매 해가, 한 술 띠고 가이라.


할머니를 손수레에 태우고 뒤로 돌아 그 댁으로 가서, 시지프는 아침 식사를 했다. 

배가 몹시 부른데도 할머니는 자꾸만 음식을 더 먹으라고 권유했다.


생 개랄 시개에 참지름 쪼매 놨다. 한목에 마시라카이. 달구시끼가 어제 논 거다.


할매 따문에 내 배 터지요. 니야까도 몬 끌 끼구마.


벨 시럽은 소리 해쌌는다. 참지름 노이, 빌레 한나또 안 나제?


예, 안 납니더. 내 할매 보고잡아 우야꼬요. 할매, 내 몬 올지도 모리는데 우얄란교.


마는기지 모.


할머니는 얼굴을 돌리며 시큰둥하게 대답하였다. 그러고나서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야이야, 벨 사람 오딨노, 고생만 될 거로. 갔다가 잘만 돌아오이라이.


알겠심더. 내 할매한테 고마븐 거는 말로 다 몬하는 거만 아소.


할머니는 밖으로 나가 화단 쪽으로 가더니 손가락으로 큰 돌을 가리켰다.


이 방구 실꼬 가그라. 말라꼬 실노 물찌말고.


시지프는 영문을 몰랐지만, 할머니가 원하는 대로 바위를 손수레에 싣고 굵은 고무

밧줄로 고정하였다. 할머니를 보며 시지프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지 못하고 바위를 봤다가 할머니를 봤다가 하였다.


할매는 민망쿠로 다리를 치체들고 모하노 지끔. 분홍 고재이에 손을 만데 쑤-욱 

조-옇노. 노랑 고무줄에 똘똘 말아놨는 오만 원 짜리 뭉티를 꺼내네. 돈도 없으미

설마 날 줄라꼬 싸는 긴가. 내 저 손수건 마이 봤다 아이가. 눈물을 씨익 씩 닦고, 

코를 팽 팽 풀고, 땀을 꼭 꼭 누질러 닦고, 침 묻은 틀니를 빼가, 손수건에 놓고 

착 착 접어 주메이에 조 옇던, 여러 이력 있는 그거 아이가.


시지프의 생각은 아랑곳없이 고쟁이 허리춤을 추어올린 할머니가 말했다.


야이야,일가뿌먼 안 되이까네, 이 방구 밑에 손수건을 꼭 누지리고 가그라. 까딱

없으끼구마. 돈 애낀다꼬 뱃거죽이 달러붙을 때꺼지 있지말고 조석 챙기 무라.

젊다꼬 안 무마 가는 기라.


예, 알겠심더. 돈을요, 할매,  날 다 주마 우야는교. 가-는 아직 감감 무소식인교?


연락 엄따. 죽읐뿐 모이라.


아일낍니더. 곰마 고고, 내 딱지 쌔비고, 내 썰매 뺏들어 타던 거 기억해 보마 얼매나 빠릿빠릿 날쌘돌인데예. 손주 찾는 거 몬 도와드리고 이래 떠나 우얍니꺼.


인새이 그런건 갑다, 카고 사는 기제. 눈물 난다. 어여 가뿌라.


이렇게 할머니와 헤어진 시지프는 서둘러 손수레를 밀며 마을을 벗어나, 하염없이 걸었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아 손수레를 멈추었다.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살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지프는 큰 소리로 외쳤다.


누 있는교, 야? 있으마 아 - 오 해볼란교. 프레디 머큐리 맨키로 하는 거 알겠는교?

내가 먼저 할라이까 따라 해볼란교. 아 - 오!


오른편 짙은 장미 향이 나는 쪽에서 작게 아 - 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하소. 내 그리로 갈끼구마.


시지프가 말하자 짧고 힘없는 목소리지만 그가 시킨대로 계속해서 소리가 났다.


아 오, 아 오, 아 오...


시지프는 소리가 나는 쪽을 정확히 알고 그 쪽으로 급히 달려갔다. 그러고는 마구

장미꽃 더미를 걷어냈다. 그 때 그의 눈에 한 소년이 보였다.


앗따, 운 한 번 좋구마. 깡패 새끼한테 파묻힌 건 아인 거 같고, 이기 무슨 일이고?

일로 올라온나 퍼뜩.


시지프는 소년이 내민 손을 잡고 땅 위로 당겨 올렸다.


니 개안나? 비싼 장미꽃은 만데 덮어쓰고 처누벘노.


시지프가 물으며 손수레에서 바위를 내려 소년을 앉히고 그 밑에 깔려 있던 할머니

손수건으로 소년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런 다음 소년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한 후

근처의 밭으로 뛰어가 샤인 머스켓 두 송이를 따서 되돌아왔다.


눈물을 마이 흘리가 목 마리제? 일단 이거 무라. 근기 있는 걸 믹이얄낀데 없으이까

이거라도 무믄서 이바구 하자이. 누가 이캤노.


소년은 샤인 머스켓을 허겁지겁 먹더니 멀리 하늘을 보았다. 그러고는 대답하였다.


아저씨, 고마워유. 꼭 드라마 같네유. 날 살려주신 은인이유. 죽을라구 그랬지유.

아빠는 죽구, 엄마는 도망갔시유. 다 망했시유. 폭삭. 

빨간 딱지를 붙이는 사람들이 와서 무서워서 나도 집을 나왔시유. 

그래두 나는 열심히 살라구 노력해 봤기 때문에 더이상 길이 없다는 걸 알아유.

그래서 죽을라구 했지유. 방법이 있었으믄 살라구 했겄지유. 


시지프는 한숨을 하- 하고 쉬었다.


앗따, 어린 나이에 벌씨로 사연이 있으마 우야노. 사람들이 흰 딱지도 아이고 빨간

딱지는 마로 처붙이고 그라노, 아- 놀래구로. 니를 도와주는 사람들또 없드나.


이모가 같이 꽃집을 해보자해서 차렸슈. 우리 이모가 나 땜에 꽃집을 차려서, 나는 

거그서 일을 도왔는디 뿌리 없이 댕강 댕강 자른 꽃이나 나무는 못 팔도록 법이

통과 됐대유. 그러니 워쮸. 문을 닫았시유. 빚...시방 이모도 워디 갔는지 모르쥬.


학교는 안 댕기나? 맞제?


긔어유. 게임에 빠진 적이 있는디, 때를 놓치니 받어주는 학교는 없구, 검정고시

봐야 허는디 것두 학원비를 내야드만유. 뭘 먹을라구 해두, 뭘 할라구 해두

다 돈이구, 돈은 없구...

너무 막막하니께 죽는 생각밖에 안 들드만유. 그래서 남아있는 걸 싣고 와서

장미꽃 이불을 덮고 떠날라구 했지유. 이 꽃을 젤 좋아하니께 꽤나 낭만적이쥬.


앗따...구디는 니가 다 팠나.


긔여유. 모종삽으루다가.


막상 황천길 떠날라카이 겁나제, 저 밑에 드가가 누브이 어떻드노.


억울하구, 서럽구 그지유. 며칠 걸려 죽을지 모르니께 그게 젤 무섭기두 하구유.


울러맨 천가방엔 모가 들었나.


가족사진허구 유서구먼유. 뼈다구만 딱 보면 눈지 모르잖유.


그래. 생각은 잘 했네. 부모는 자식 시체라도 몬 찾으마 괴로바서 평생 그걸 찾아

댕기더라 아이가. 그라이까 생각은 잘 했지만도, 비 오마 사지-고 유서고 싹 다

젖어삔다 아이가. 니 몸띠도 낙엽 덮이고 뭐 덮이고 하다보마 누 눈에 띨끼고. 

몬 찾는다 싶은데?


그때 소년이 샤인 머스켓을 다시 먹으며 눈물을 뚝 뚝 흘렸다.


앗따 고 놈 잘 묵네. 근데 샤인 머스켓에 뭔 씨가 이래 있노요.

이런 청포도 종은 씨 없는 긴 줄 알았는데.


아저씨, 이거 훔친규?


아이다. 후불로 갚을끼구마. 좀 미안치만서도 우짤끼고, 니가 우선인데. 퍼뜩 마저

무라. 마을로 가는 길 잘 알제. 묵고 내리가그라. 니, 배도 마이 고플낀데 맞제?


눈물이 나려는 걸 애써 참으며 시지프가 말하였다. 그러자 소년이 눈물을 그치더니

말하였다.


아저씨, 샤인 머스켓은 과육을 빨리 커지게 할라구 인위적으루 조치를 갖다가, 성장

촉진제로 초반에 하는데 그러면 씨가 사라진대유. 몸만 커지는규. 

근데 그냥 자연 그대루 키우면 씨가 있구 알두 작구 그렇대유.


긔여?  카마 니 요거 마이 무 봤네. 잘 아는 거 보이까네.


아빠가 유기농 농산물 판다구 하다가 수입에 밀려서 망했시유. 아빠 살았을 적에 설명을 들어서 좀 알쥬. 먹기두 많이 먹었쥬.


그랬네. 아빠도 엄마도 니도, 현재 인연 스코아가 요까이다 그쟈. 먼 사저이 있기는 있을낀데...  니 겉은 아-를 놔뚜고 갈때는 상화이 오죽하마 갔뿌겠나. 요래 잘 

키와놓고 참 남의 일이라도 내가 다 안타깝시럽다. 누 집에는 태어날 때 처음부터 머 머 머 물리받고, 아이마 탄탄하이 살그로 때 될 때꺼지 뒷받침을 해 주던가 하던데.

내는 만약 아- 가 있다카마 뭐 물리줄지 니 아나?

때밀이 타올 알제. 그거 백 장. 적당하이 마모 씨기가, 살이 안 씨리도록 해가, 살균

처리 해가, 봉다리 따악 묶가놓고 포스트 잇을 하나 붙이는기라. 유. 산. 니낌포 딱

찍어뿌고, 잘 사용하거라. 아. 빠. 요카마 어떠까.


아직 옛날 거 쓰나 봐유. 요샌 안 아픈 좋은 타월 많이 나왔슈. 


맞나.


둘은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이때 시지프는 손수건을 소년에게

주기 전에, 무언가 당부를 해야겠다 싶어 진지한 얼굴로 소년의 눈을 보며 얘기했다. 


이거 주메이에 잘 찡가가 가주 가그라이. 마, 오해 말고 듣그래이. 학교는 말이다.

내 살아보이 아무 짝에도 씰모 없어. 학교서 공부 마이 한 사람, 인간 된 사람 벨로

있드나? 그게 안 있나. 친구하고 협력하라고 안 씨기고 쳐내라고 씨기가 글타.

큰 도서관에 가모 책 마이 안 있나. 그거 몽조리 다 읽어뿌라. 좌판 우판 다

읽어뿌지머. 학교 댕긴다꼬 숙제하고 머하고, 씨기는 거만 이것 저것 하미 정신 사나울 거 없고, 돈도 안 들고 그기 공부 아이가 싶다만서도...  니 생각도 있으이 강권은

아이다. 

그라고 니, 전기수도가스 다 끊깄다 캤제. 그래도 잘 챙기무라. 젊다꼬 안 무마 

죽는기라. 헌 옷이라도 깨끗하구로 자주 빨아 입고 깔끔시리 댕기라이. 

씻는 기야 강에 가가 씻으마 뭔 돈이 들끼고. 맞제?  텐트 한 개 사가, 정자에서 

밤에 쫌 자마 당분간 숙소도 해결되겠네.

벌 생각보담 있는 거 활용하고 안 쓸 생각을 하모 속 핀터라. 

강에 가마, 니 묵고 씻는 물인데 거품 펑펑 내가, 머리고 몸이고 문때마 안 되는 기고 맞제? 

그 다음에 여러가지 알바 쪼매씩 하미 경험을 마이 쌓아라이. 그 다음에는...

글을 하문 써 봐라. 장미 이불 덮고 죽을라다가 살아난 소년, 이 제목 어떠노. 벨로가.

니가 알아서 지라 카마. 

이 돈은 꼭 필요할 때 씨고. 난도 할매가 준 기이, 우예보마 내 끼 내 끼 아이지. 

인자 내 끼 니 끼다. 니 끼 내 끼 아이고. 아나, 받어라이.


아저씨, 저는 안 받어유. 못 받쥬. 남의 돈유.


소년은 시지프가 주는 것을 거절하였다.


하이고, 안죽도 안 급하구마. 니 인자 우얄끼고, 여서 내리가마 당장 우얄끼고 말이다.

내가 주는 기 아이고 할매가 주는 기이 받으마 된다. 요긴하게 쓰일끼구마.

나는 요 장미를 니한테 샀다카이. 청포도 값은 니가 더 잘 알제. 과수원 주인 누가 서리 해 간 거 알마 노발대발 할 낀데 거서 쪼매마 빼가 갚아줐뿌라.


시지프는 소년에게 손수건을 넘기고 바위를 손수레에 단단히 고정하여 싣고, 

장미 더미를 그 위에 얹은 다음에 서둘러 다시 길을 떠났다. 걸으면서도 소년을 

생각했다.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헤어지기가 

매우 섭섭했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다잡고 진정한 사람을 찾아 정처없이 걸어갔다.


가고 가고 또 가고, 한참을 더 가다보니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났다. 

시지프는 낑낑 거리며 겨우 겨우 올라갔다.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배는 고프고 몸은

지쳐서 이제 어느 쪽으로 가야할 지, 어떻게 해야할 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눈 앞에 횃불을 든 사람들이 나타났다.


거 어디로 가는게래요?

내 오늘 어머이 기일이래가 산소 갔다 내래오는데, 장미를 봤던게래요. 그래가

내가 마을 사람들한테 마카 알린게래요. 거는 암만 가도 길이 없는게래요. 우리가

선생님을 여꺼지 모시러 왔는게래요. 


시지프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물었다.


하 - 참말로 고맙심더. 이게 꿈인가 생신가 싶습니더. 내 여 있는 거 우예 알았십니꺼.

아이, 이래 많은 분들이 산 만디꺼지 우예 오싰는교? 저는 길을 잃었나 우옜나 여가

오덴지도 모리겠고, 하 - 참, 킬 났구나 하는 중이구마요.


장미꽃이 한 송이 한 송이 떨어진 길을 따라 왔드래요. 틀림없이 타지 사람인 거 

같드래요. 길을 잃으며는 여서는 못 살아 내래가는게래요. 여는 멧돼지하고 호래이

하고만 사는 데래요. 우리도 여 올 직에는 꼭 여럿이서만 오는 게래요.


괴기밥 될 뻔 했습니더. 짐승은 개하고 고야이만 키아봐가 다른 거는 무섭습니더.

그래도 여서 내 혼자 있다가 갑작시리 큰 놈이 나타났으마 한 판 붙기는 

안 했겠습니꺼. 배 고파 굶어 죽거나, 너무 어둡어가 무서버서 놀래 죽거나 하는 거

보담은, 짐승하고 붙는 기 저 한테는 낫지 싶습니더. 이 상황에서 먹을 게 없으마

살고 죽는 거는 참말로 장담이 안 됩니더.


마을 사람들이 구하러 와 준 덕분에 다행히 목숨을 건진 시지프는 다시 힘이 나서

손수레를 끌고 그들을 따라 마을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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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벌거숭이들
비루테 갈디카스 지음, 홍현숙 옮김 / 디자인하우스 / 1996년 8월
평점 :
절판


비루테 갈디카스 지음

홍현숙 옮김

디자인 하우스

현재, 중고로 살 수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도서관으로 가도 될 듯하다.


제인구달- 침팬지, 탄자니아

비루테 갈디카스- 오랑우탄, 인도네시아

다이앤 포시 - 고릴라, 르완다


이렇게 동물연구가이자 환경보호가인 세 명의 여성이 특히 유명한데

그 중 오랑우탄을 연구하는 비루테 갈디카스의 삶을 기록한 게 이 책

에덴의 벌거숭이들이다. 

남편, 아이와 함께 연구하다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떠나고, 비루테 갈디카스는 현지인과 결혼하여 

계속 연구를 하는데, 그 과정과 오랑우탄 관련한 이 이야기를 읽고나서 

나의 인생책으로 꼽게 되었다. 


다이앤 포시는 연구하던 곳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했고, 다른 둘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아직 생존인물이다. 야생 동물 연구를 하다보니, 그들의 생존환경이

파괴되는 걸 목격하게되고, 필연적으로 서식지 보호, 환경보호가가 될 수밖에

없는데...


그들이 연구한 유인원 만이 아니라 우리도 곧 서식지를 잃고 사라질 운명에 있지 

않을까. 어떤 사람이 일생을 바쳐 연구한 오랑우탄을 이해하고, 그것을 연구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들 커플은 어떻게 만나고 왜 헤어지게 되는지를,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직접 만나 듣지 않아도 이해하게 된다.


습습한 이런 스띠끼한 날씨에, 감동받기 충분한 이 책을 누군가에게 권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 우림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보르네오의
지대한 밀림 한 끝에는 에크매드와 나, 단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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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머리맡에 셰주 두 자루를

아버지는 놓고 잤다, 고 한다


밤에 머리맡에 작은 칼 두 뱅을

아버지는 놓고 잤다, 고 한다


당뇨로 빼짝 마른 몸에, 앙크란 눈으로

자신을 해치러 오는 자를 해치기 위하여


같이 주거니 받거니 기도 한 잔 하자 하여도

평생 복음을 전하지 못한 아내에 대한 속죄로


깊은 믿음과 속죄의 최후의 표식으로

셰주와 칼을 신앙하였다, 천국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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