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로마 발메라이나 H가구 1동 허름한 아파트에 4인 가구가 산다. 빨래를 못해 때 묻고 꼬질한 차림새인 이들은 ‘푸어’인데 ‘리치‘다. 아빠 안토니오 리치, 엄마 마리아 리치, 아들 브루노 리치, 갓난아기. 수도요금을 못 내서인지 집에는 물이 안 나오고 공동수도(?)에서 한 양동이씩 들어다 쓴다. 제조번호가 새겨진 피데스 35년 모델의 자전거를 전당포에 저당 잡힌 돈으로, 한동안 연명해왔다.
이렇듯 전후 빈곤과 실업으로 절망에 휩싸여 살아가던 어느 날 안토니오는 발메라이나의 직업소개소에서 포스터 붙이는 일자리를 소개받는다. 그 일을 하려면 반드시 자전거를 지참해야 하는데, 전당포 자전거를 찾을 방법이 없어 괴로워한다. 아내 마리아가 혼수로 가져온 린넨과 면 침대보를 전당포에 맡기고, 그 돈으로 자전거를 되찾자고 아이디어를 낸다.
사용하던 것을 걷어 2장, 빨래 통에 담아 둔 것 2장, 새 것 2장, 도합 6장에 받은 금액이 7500리라, 안토니오와 마리아는 흡족하다. 자전거 찾는 비용 6100리라를 주고 나니 1400리라가 남았다. 안장은 나달하고 갈라졌지만, 이제 이 자전거로 인해 먹고 살 길이 열렸다. 삶의 희망이 보이면 매우 나이스한 사람이 되고, 아니면 아닌 아주 보통의 안토니오는 전당포에서 자전거와 웃음을 되찾고, 자전거 앞쪽에 마리아를 태우고 면접을 위해 자신이 일하게 될 사무실로 달린다.
다음날 아침 6시 45분부터 일을 시작하기로 하여, 어린 아들 브루노와 점심 샌드위치를 윗주머니에 하나씩 넣고서 기분이 좋아가 상쾌하게 집을 나섰다. 자전거 앞쪽에 태우고 브루노가 허드렛일을 하는 주유소까지 데려다주고는, 저녁 7시에 데리러 오겠노라 약속하고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자신의 일터로 간다.
큰 나무 사다리를 핸드백 마냥 메고 안토니오와 동료들은, 정작 지급해야할 자전거는 지급 않고 개인 사물함, 모자, 구두는 지급한 규모가 꽤 큰 회사 사무실을 단체로 빠져나와, 각자의 구역으로 흩어진다. 한 동료가 안토니오에게 포스터 붙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붓으로 벽에 풀을 바른 다음 포스터를 붙이고, 그 위에다 풀을 한 번 더 바른다. 검사관이 다니며 잘못된 건에 벌금을 매긴다는 설명을 해주고 동료는 자기 일을 하러 떠난다.
‘플로리다’ 구역에서 사다리에 올라가 열심히 일을 하는데, 한 청년이 벽에 세워 둔 자전거를 훔쳐 달아난다. 안토니오는 소리를 지르며 쫒아 갔으나 실패한다. 사실 한 명이 아니고 역할 분담의 3인조 도둑이었으니 놓칠 수밖에. 안토니오는 아들과의 약속시간을 30분이나 어기고, 집까지 데려다는 주지만 자신은 차마 들어가지 못한다. 실망할 아내를 볼 낯이 없다.
자전거를 찾기 위한 노력에 있어서 안토니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은 없다. 성의껏 도와주는 친구와 그 동료들은 무능하고, 분실신고접수 관청은 직접 찾으라 하고, 경찰도 무용지물이다. 자전거가 주인을 찾으러 올순 없으니 주인이 자전거를 찾으러 다니는데, ‘자전거 원주인’ 안토니오는 비토리오 광장에서 실패하자, 친구 조언대로 포르타 포르테제로 가게 되고 거기서 도둑 청년을 발견한다.
델라 캄파넬라 15번지에 사는 ‘자전거 도둑이자 현 자전거 주인’ 알프레도 카텔리는 그 순간, 적다고 투덜대는 한 노인에게 100리라를 건넨다. 그러나 자기 자전거가 된 남의 자전거로 쏜살같이 달아나는 도둑을 눈 앞에서 보고도 안토니오는 또 놓친다. 반짝이는 새 깡통 2개를 들고 성당으로 가는 이 노인을 따라붙는다.
성당 입구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면도를 해주는데, 노인 차례가 되자 수염을 기르는 중이니 얼굴 옆쪽만 밀어달라고 말한다. 대량실업의 시대에 초라하고 헐벗은 이 노인은 비록 지금의 처지는 그러하나, 아직 미적 욕구가 살아있고 지향하는 바가 분명한, 취향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안토니오가 범인 청년의 집에 당장 가자며, 노인이 성당에 온 목적인 ‘점잖게 식사하기’를 못하게 하자, 증언협조강요를 거부하며 (충만한 삶의 의지로) 도망쳐 버린다.
이때까지 안토니오는 아들을 데리고 함께 다니는데, 배고픈 브루노는 뒷마당에서 그릇에 담고 있는 감자와, 국수 삶는 걸 보자 입맛을 다신다. 식권도 받았겠다, 노인의 바람대로 해주고, 자기들도 거기서 배를 채우고 일을 진행할 수도 있는데 싶어서, 점심 먹게 하지 그랬냐고 한 마디 했다가 뺨을 맞는다.
안토니오는 아들을 달래려 식당에 데려가는데, 스파클링 와인(?) 한 병과 모짜렐라 샌드위치를 시킨다. 먹다가 또 우울해진 안토니오는 급여에 관한 설명을 하고, 브루노는 연필로 냅킨에다 적으며, 먹으며, 계산도 한다. 한 달 급여 1만 2천리라, 초과근무수당 2천리라, 가족수당 8백리라. 30일 곱하기 8백에다 1만 2천을 더하고 음...
성당 미사를 방해하며 노인 추궁에 바빴던 안토니오에게 성당 사람들은 그 이유를 묻고 들어주기보다 오로지 제의만 중시하며 질책한다. 만약 그 형제자매들과 의논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첫 월급 때 까지 그들에게 자전거를 빌리고 월급날 새로 장만할 수도 있으려나.
마리아가 (외상으로) 점을 봤다고 비웃던 안토니오는 용하다고 소문난 ‘산토나‘를 만나러 비아 델라 파길라로 간다. 받은 점괘는 범위가 좀 넓다. “지금 찾을 수도 있고, 영영 못 찾을 수도 있어”인데 50리라를 내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안 훔쳤다고 딱 잡아떼는, 코야 길어져라, 피노키오 청년 알프레도를 발견한다. (만약 범인이 아닌데 안토니오의 착각에 의한 것이면 그는 훗날 불지옥행일 것인바 영화를 몇 번 본 바에 의하면 범인이 맞다)
그의 집까지 가서 경찰과 수색 하지만 나오는 게 없다. 도둑 알프레도는 발작 연기를 한다(feat.이동원_내사람이여) 연달아 (feat.손태진_타인). 그의 모친은 외려 수모받은 보상을 하라며, 직업을 찾는 중이니 알프레도의 직업을 구해달라고 한다. 동네 패거리들은 떼로 몰려들어 안토니오를 몰아붙이고, 한없이 분한 마음이지만 자전거 주인은 어쩔수 없이 아들과 그 곳을 벗어난다(feat.황영웅_인생아 고마웠다).
안토니오는 브루노에게 전철을 타고 몬테샤크로에 가서 기다리라 하고, 벽에 세워진 자전거를 훔쳐 맹렬히 달리는데, 금방 잡혀 군중에 끌려간다(feat.임선혜_울게하소서). 경찰에 넘기려던 자전거 주인은, 전철을 놓쳐 모든 것을 목격하고 안토니오를 따라오는 어린 브루노를 보고는 측은지심으로 용서해주고 떠난다. 돌뿐인 돌길을, 넋을 잃고 걷다가 눈물을 터트리는 자전거 도둑 안토니오는, 고생 끝에 또 고생 온 마리아가 있는 집에 가려고 아들 손을 잡고 걷는가. 오염된 바다 폐그물에 지느러미가 챙챙 감긴 돌고래처럼, 몸부림친다고 살아지려나.
이제 부유한 로마엔 악착같은 도둑이 더 많이 들끓고, 1948년 흑백영화에서 잘 걷고, 잘 달리고, 잘 미끄러지고, 모짜렐라 치즈를 기술적으로 잘 늘여먹고, 슬랩스틱 코미디를 멋지게 구사하던 어린 브루노는, 현 시대엔 좀 이르달 수 있는 85세를 일기로 두 달 전 멀리 저 멀리 건너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