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촛불과 호롱불을 들고 방이며 곳간이며, 뜰에 있는 웅덩이를 샅샅이 뒤졌다. 이윽고 우리가 그렇게 찾아다녔던 거북을 구월이가 가마솥에서 찾아냈다. (...) 수암은 1미터 높이의 언덕이 될 때까지 오후 내내 삽질을 했다. 나는 거북을 무덤으로 옮기기 위해 굵은 나뭇가지 두 개와 새끼줄로 들것을 만들었다. 거북은 움직이지 않고 하루 종일 거기에 누워 있었다. 우리는 죽은 영혼의 안식을 위해 산신령과 놀이 친구에게 술을 대신하여 물을 한 잔 바쳤다. 그리고 해가 떨어지자 죽은 거북을 땅에 묻었다.(67~68쪽)
내가 또 그에게 몸을 굽혀 인사를 드리자, 그는 내게 자리에 앉으라고 하셨다. 나는 선생님 자리 앞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으라는 것인지를 여쭈었다. 나는 의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여태껏 방석에만 앉았기 때문이었다.(92쪽)
다음 날 아침, 나는 경성의학전문학교 입구에 서 있었다. 그것은 도시의 동쪽에 위치해 있었고, 여러 채의 유럽풍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 그들은 모두 ‘의학’이라는 글자가 박힌 황금색 배지를 단 감청색 교복을 입고 있었다. 신입생들은 아직 각자 자기 나라의 복색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한국 학생들은 흰색 옷을, 일본 학생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학교 사무실로 가서 학생증과 시간표, 그리고 교복과 모자에 달 배지를 받았다.(1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