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쇠다. 이사할 때 안다. 서너 권씩 잡고 상자에 넣을 때의 너낌, 상자를 옮길 때의 너낌!
재생지여서 가벼우면 반갑고, 잉크향이 독하면 실망이다. 맨 뒷장에 재료 성분 표시가 있다면 무엇이 들었는지 아니까, 머리맡에 안 두거나, 아기가 못 만지게 할 수 있다. 화장지 표백 갖고도 따지는데, 책 성분은 뭔지도 모른 채 그동안 너무 쉽게 용인돼 왔다.
요사이 책 한 권을 우편함에 두고, 오가며 산책 시킨다.
옆구리에 끼고 걷다가, 한적한 곳에서 들고 흔들면서 냄새를 뺀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컴퓨터그래픽 영화는 ‘CG’영화라고 공표하지만, 인공지능 합작인지 알지 못하는(알리지 않는) 책을, 집에 그만 들일 때가 다가온다고. 다음 생은 염소가 될 것이다. 까만 염소. 누렇게 변색된 향기롭고 바삭한 책을 별미 삼아 먹겠다. 책벌레도 못 살 정도로 독한 표지에, 변색도 잘 안 되는 책은 무슨 맛이겠는가. 염소니까 먹기는 먹겠지만 할 수 없이 먹는 것이다. 그러고는 장소 구애 없이 선 채로 후두둑 혹은 촤르르 초코환약 열 알을 메에에에에.
경향신문 박은하 특파원(2024.12.27)에 의하면 중국이 전기차를 위해, 그 거대한 싼샤댐의 3배 크기를 티베트에 건설한다고 한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주변국도 고통을 겪는다. 휘발유를 대신하는 전기차는 지구를 살리는가. 앞으로도 압록강은 계속 흐르게 둘 것인가. 글쎄...! 이러는 중에 중앙일보 서정민 기자(2025.2.15.)의 조천현 사진전 기사를 본다. 바로 저것이다, 무릎을 친다. 미래는 (경쟁력은) 무동력에 있는 것이다. 저 사진전은 한국을 관광대국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전 세계 환경정책을 견인할 것이다.
미루어 짐작건대 보리 출판사, 조천현의 <뗏목>(압록강 뗏목 이야기)는 환생염소에게 맛난 책은 아니다. 글 보다 사진에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비록 선호하는 가벼운 바디감은 아니지만, 염소 눈에도 이 책에는 억만금의 가치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네치아는 노 젓는 곤돌라로 관광객이 미어터져 문제고, 마카오는 호텔 안에 베네치아 운하와 똑같이 만들어놓고 곤돌라를 태우는데, 줄을 선다고 한다. 베트남이나 태국의, 손수 노 젓는 배도 관광객을 매료시킨다. 쿠바의 어떤 바나나 농부는 야생 줄기로 배를 뚝딱 만들어, 강을 따라 바나나를 옮긴다. 강원도 영월 뗏목도 축제로써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은 노 젓는 무동력 배를 사랑한다. 작을수록 더 사랑한다. (태워다 주고, 갈 때는 노를 젓지 않고 모터 소리 내며 빠르게 사라지는 것에 어안이 벙벙해 본 적이 있다.)
전에 이 책을 샀을 때나 이번 기사를 봤을 때나, 뗏목 소식은 그저 반갑다. 휘발유도 배터리도 없이 이동을 하는 것이다. 책에 얼굴이 나온 이들은, 세월이 지나서 그만 뒀거나, 사망했기에 부담이 덜해 가능했지 싶다.
압록강이 맑은지 탁한지 물 빛깔을 확인하고 싶다. 이의경미륵의 압록강이여, 뗏목꾼들의 압록강이여 흘러라. 그들이 지나갈 때 물어보면 좋겠다. 나(원더염소!)는 궁금한 것이다. 되돌아 갈 때도 무동력으로 가니껴, 어예 가니껴. 여자는 바지 입고 남자는 치마 입고, 성의 장벽을 깨나가면 어떨니껴. 노 젓는 작은 뗏목들로 서울한강공원에서 관광객 받으면 어떨니껴.
전 세계 어디나 세련되게 축소 개조한 뗏목은 인기를 끌게 돼 있다. 게다가 개량이더라도, 우리들이 한복을 입고 길에 나다니면 내외국인 모두 기절한다. 아름다워서. 그러나 이것은 일단 실패할 것이다. 마음이 동해야지, 운동으로 되는 게 있는가. 그렇다. 그래서 각 운동들은 실패한 것이다.
결국 염소의 독후감은 정책 제안인 바, 나라 경제도 살리고 지구를 살릴 묘안을 브레인스토밍 형식으로 적어두는 것이다. 뜨거운 염소 마음. 메에에에에.
강물에 기름이 떠서야 되겠는가. 버슬랑 밖에 두고 관광객들이 들어가 대기하면서, 한 잔에 이천 원 숭늉라떼를 홀짝홀짝, 삼천 원 수정과를 홀짝홀짝. 메에에에에.
한반도에서 가장 긴 물줄기 압록강 이천 리 물길엔 지금도 뗏목이 뜹니다(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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