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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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등 여러 방식으로 책을 사지만, 근처에 볼일 보러 간 김에 알라딘

매장에 들러 참고자료로 쓰려고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외 몇 권을 샀었다. 

<산사나무 아래>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딩씨 마을의 꿈>을 갖고 왔는데, 

들춰 보고 헉, 했다. 이것도 읽으려고 생각했던 것이니 읽으면 되긴 하다만... 

둘 다 책보다 먼저 영화로만 보았고, 자주 공리와 장쯔이 헷갈리듯 이것도 아마 

뇌에서 뒤섞였다. 


쪼맨한 2G 폰을 들고 메시지를 꼭꼭꼭 누지르는 내가 아닌가. 아직 알라딘 블로그

시스템을 다 파악하진 못했다. 내가 느낀 것 중 하나가, 공유 장기 시스템, 한 쪽에서

삭제하고 비우면, 다른 쪽도 덩달아 비워진다는 것, 우리가 남이가??

우리는 남인데... 웃어야할 지...ㅎㅎ 


둘째, 중국인 이야기를 쓴 김명호 님은, 모택동의 말을 인용하여, 글은 고칠수록 

좋아진다, 고 했는데, 그래서 끝없이 고쳤다는데, 이 블로그에서는 고치려면, 같은

문장 덩어리들이 꼭 더 생기더라, 라는 것이다. 심오한 뜻이 있는 걸까 궁금한 중.


본 건으로 돌아오자. 집에서 잘 찾으면 있겠지만 샀는,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잉는 익는 잃는 일른 중에서 택일하여 식미에 맞게 읽으면 된다. 어느 식당에서 

책 소개 방식에 쓰면 좋을, 이 음식의 효능, 하면서 입구에 붙여놓은 것이 기억난다.

그렇다면 책도 음식에 빗대어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맛이 달고 평이하며, 관절에 좋고, 파괴된 전두엽의 기능을 미세하게나마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시중에서 구하기에 어렵지 않고,

독성이 없으며 순하고 부드럽다. 6세 이하 아동에게 만은 적극 권하지는 않는데, 

수면시 경기를 일으킨 소수의 사례가 종종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밀림이 무대여서, 약육강식의 세계와 

정복하려는자의 탐욕과 폭력성, 악어 등의 귀여운 동물 친구들의 포악성, 대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는 삶을 살려는 자에게 필연적으로 닥치는, 억압에 맞서는

저항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6세 이하 아동들의 심장, 간, 장, 뇌의 성장에 

영향을 줄수도 있다고 한다.  


안토니오는 연애 소설을 정성껏 읽으며 시름을 달래는 주인공이지만, 저자 루이스 

세풀베다는 그를 완벽하거나 근사하거나 영웅적이거나 그렇게 그리지는 않았다. 

무모하게도(치기) 썩은 이들일망정 이 뽑기 내기를 하여 다 뽑고(상남자),

젊은 시절부터 틀니 신세다(할배 매력 반감 vs 당당한 할배). 


살려고 떠난 곳에서(출애굽) 아내는 죽게 되고(홀아비), 자신도 뱀에 

물렸으나(팔자) 다행히(행운) 수마르 족 인디오가(우군) 도와줘 살아난다(천운).

덕분에 그들에게 밀림에서 사는 법을 배우며(기술전수, 학습) 그 곳의 삶을 적응해 

나간다(살면 다 살아지는규).


그는 인디오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자신이 가톨릭을 믿는 농부라는 사실을 

훌훌 떨쳐 버렸다. 새로 이주해 온 개간자들이 정신나간 사람으로 

쳐다보았지만 원주민인 인디오들처럼 거의 벌거벗은 몸으로 돌아다녔다. 

자유라는 말을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밀림에서 자신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 그사이 차츰 밀림의 세계에 눈을 뜬 그는 주인 없는 푸른 

세계에 매료되어 마음속에 간직해 오던 증오심을 잊었다.(p 54)


이런 안토니오 노인에게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그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무엇을 보내줄 수 있는가. 그것은 연애 소설이다. 다른 장르의 소설이다. 그가 

상상으로만 가늠해 보는 베네치아 라는 도시, 곤돌라의 실물 사진이다. 아니다. 


넘치게 많은 책이 있지만 전해줄 주소를 모른다. 택배를 보낼 주소를 모른다. 실은,

우리가, 외지인이 몰라서, 그래서 노인은 몇 년이라도 더 살다 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극적이게도 그들의 터전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금도 불도저로 밀리고 있다.


간혹 이 책을 폄훼하는 사람도 있지만 꼭 휘황찬란해야 잘 쓴 글이 아니다.

뭘 더 바라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알렸고,

편히 앉아서 쉽게 받아 먹은 우리는 충분히 감명 받았고 미안하다. 


모던 토킹의 노래에서, 에스를 하나 더 붙여 그를 불러 본다.

체킷 아웃 체킷 아웃, 히얼 위고 렛미 세잇

브라더 루이스 루이스 루이스!!






하늘에는 당나귀 배처럼 불룩한 먹장구름이 무겁게 드리워져 있고, 밀림을 휩싸고 도는 끈끈하고 칙칙한 공기가 금방이라도 들이닥칠 폭풍우를
예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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