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반란 - EBS 다큐프라임 화제작!
EBS <놀이의 반란> 제작팀 지음 / 지식너머 / 2013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지식너머

2013.7.27

놀이의 반란

EBS <놀이의 반란>제작팀 지음

.

방과후 수업인 주산암산과 교육마술, 숲 학교, 체스, 태권도를 하고 있다. 4회 가는 태권도를 제외하곤 나머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이고 주산암산을 제외하고 놀이와 게임이지만 특별한 목적들을 갖고 있다.

공부는 시험 전날에 한 번 훑어 보게 하거나 선생님께서 내주시는 숙제와 학교에서 권장하는 온라인 영어독서 30분이 전부다. 너무 놀려서 솔직히 걱정하고 있던 나와 달리 우리 아이들은 놀아도 부족하단다.

그래서 그런가? 숲에서 2시간을 친구들과 뛰어 놀았음에도 아이들은 숲 학교 수업이 끝나면 놀아야 된다며 징징 된다. 엄마인 나는 두 시간이나 숲에서 놀았는데 뭘 또 노나?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놀지 않아서 별도로 놀이터에서 놀아야 된다고 주장한다.

곰곰이 나의 어린 시절과 비교해 보면 우리 아이들이 학습적인 무엇인가를 훨씬 많이 하고 있다.

나는 유치원도 다닌 적 없고 초등학교 때는 컴컴할 때까지 동네에서 아이들과 놀았던 경험이 있다.

그래도 다른 엄마들처럼 영어학원도 보내지 않고 학습지도 시키지 않아 나름대로 놀리는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음을 깨닫게 된다. 아니 나 역시 놀이처럼 아이들을 교묘하게 속여 학습을 지루하지 않게 즐겁게 배우기를 바란 엄마였다.

<놀이의 반란>은 부모인 나의 욕망을 정확히 잘 보여준 책이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자유롭게 놀게 하기 보다는 많은 것을 해주거나 일일이 관리하고 있다.

오죽하면 프리레인지 운동이라는 아이들 방목운동이 생겨 겠는가? 말이 운동이지 내용을 들어보면 우리가 어린 시절엔 아주 자연스러웠던 일들이다. 부모와 떨어져 아이들끼리 공원에서 뛰어 놀거나 혼자 자전거 타는 것을 허락하거나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는 것을 허락하는 일 등이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들에게 양분을 주는 일이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본문72

내가 이루지 못한 욕망을 아이들에게 투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엄마의 놀이와 아빠의 놀이 모두 필요하며 신체를 이용해 규칙을 배울 수 있는 아빠 놀이는 사회성이나 감정, 힘의 조절 능력을 기르게 된다.

엄마 아빠의 놀이가 중요한 이유는 부모의 역할이 양육과 훈육이고 부모와의 신뢰와 애정이 쌓였을 때 훈육도 가능하기 때문에 상호교감을 나눌 수 있는 놀이는 아주 중요하다.

아이는 자기가 시작하고 자기가 끝을 낼 수 없을 때, 그것을 놀이로 생각하지 않는다 본문 148

일반 체험학습과 놀이식 수업이 왜 놀이가 될 수 없는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놀이란 특별한 목적이 없는 즐겁고 재미있는 행위이며 그런 놀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때 많은 엄마들이 그토록 바랐던 창의성, 자발성, 사회성들이 길러지게 되는 것이다. 부모들은 학습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교육적 성과들이 빈둥빈둥 노는 목적이 없는 놀이를 통해서 습득되는 것이다.

엄마와 아이들이 실제적으로 노는 사례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부모들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알 수 있으며 가짜 놀이와 진짜 놀이의 차이와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따른 좋은 놀이법과 좋은 장난감 등의 유익한 정보들도 얻을 수 있다.

뒷장엔 하루 10분 정도 6주간의 아빠와 놀 수 있는 놀이법을 소개하고 있어 놀아주는 방법을 잘 모르는 아빠들을 위한 놀이가이드를 제공한다.

멋진 장난감이나 현장학습, 여행같이 많은 물리적인 제약이 없이도 아이와 함께 놀아줄 의지만 있으면 하루 10분으로도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고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은 쾌적하고 깨끗한 장소에서 편안하게 잠자고 양질의 식사를 할 권리가 있으며 학교를 통해 공부를 배워야 할 권리가 있다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권리 또한 갖고 있음을……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숨막히게 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양 아이들의 자유로운 놀 수 있는 권리를 내가 박탈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자발적 놀이의 효과는 어떤 학습보다는 매우 뛰어나며 아이들의 발달과정에 꼭 필요한 요소이기에 부모는 아이들을 맘껏 놀게 할 의무가 있다. 아니, 아이들은 놀 권리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르배 섬의 비밀 세트 - 전2권 오르배 섬의 비밀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김용석 옮김 / 솔출판사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3.7.24

오르배섬의 비밀1,2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오르배 섬 사람들이 그린 지도엔 A부터Z까지 알파벳 모양의 나라명과 나라가 등장하면서 그 나라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풍습이나 문화들을 만날 수 있는데 오르배섬의 비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한 번 보거나 읽으면 기억하는 코르넬리우스라는 상인가문으로 역시 상인이면서 낯선 이국의 사람들에게 개방적이며 그냥 믿어버리는 상인답지 못한 순수함을 갖고 있다.

코르넬리우스는 늙은 여관 주인이 준 구름천으로 만든 스카프의 색깔과 질감에 반해서 여관 주인의 쓴 책 인디고섬의 푸른 산을 찾아 원정을 떠나게 된다.

책을 읽다 보니 갑자기 실크로드나 차마고도의 무역원정이 떠오른다.

나는 항상 모험가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진정한 모험가는 바로 무역상인들이 아닐까?

그 상인들이야 말로 단순히 돈을 축적하는 걸 떠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존재가 아닐까?

죽음을 무릎쓰며 몇 날 혹을 몇 달을 높은 절벽이나 낭떠러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차와 소금을 말과 교환하던 티벳인들의 대장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코르넬리우스는 미치광이 취급을 받는 노인의 말 한마디와 구름천에 이끌려 비취나라에서 죽음의 위기를 넘겼다.

나야 이전에 오르배섬 사람들이 그린 지도를 읽었기에 지구의 끝인 오르배섬이 존재함을 알고 있었지만 읽는 내내 과연 오르배섬 안에 있는 푸른산을 찾을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오르배 섬의 비밀 끝부분에 나오게 된다.

이 책은 조금 독특하다. 오르배섬의 비밀은 1권과 2권으로 나누어졌지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만 다를 뿐 내용은 같다.

1권은 지도제작자이자 상인이며 모험가인 코르넬리우스의 시점으로 2권은 캉다아의 여선장 지야라가 화자가 되어 이끌어 간다.

1권에서 코르넬리우스가 지야라와 만나는 장면은 책의 중반을 훌쩍 넘어서라면 2권에서 지야라가 코르넬리우스를 만나는 부분은 앞부분이다.

1권엔 코르넬리우스가 원정대를 꾸려서 여러 나라를 탐험하는 이야기가 비교적 길고 지루하게 전개된다면 지야라편은 좀 더 가독이 빠르며 이야기전개가 빠르다.

평등적이며 직관이 발달하여 키눅타섬의 나무의 위험성을 바로 감지한 지야라에 비해 무딘 코르넬리우스를 보면서 여성과 남성의 특징들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이전 그림책에서 봤던 지야라의 모험심과 지혜에 강한 인상을 받아서 로맨스와 모험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는데 밋밋해서 조금은 아쉬웠다.

짧은 인상으로 접했던 그녀에 대한 기억이 오히려 소설책에선 코르넬리우스에 비해 두려움이 많은 연약한 여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오르배섬 사람들이 그린 지도책]을 먼저 읽으면 소설책엣서 나오는 독특한 지명과 이름에 좀 더 친근해져서 읽기가 쉽다. 지도책에선 비교적 상세하게 나왔던 풍습이나 배경들이 여기서는 살짝 스쳐 지나간다.

오르배섬 안쪽 땅의 푸른 산은 시작과 끝을 함께 상징하는 다다를 수 없는 장소인 시간의 경계이다.

스토리가 긴박함이 떨어지고 나라에 대한 설명들이 잔잔하게 계속되어 초반 몰입이 힘든 점만 빼면 다양한 신화와 전설들을 맛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옹고집전 (양장) 빛나는 우리 고전 그림책 시리즈 4
이상교 글, 김유대 그림, 권순긍 자문 / 장영(황제펭귄)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장영

2013.7.06

그림책으로 다시 만나는 판소리 문학

옹고집전

이상교 김유대그림

판소리를 책으로 읽는 느낌이 들어요

이야기체 화법이라 글에 음악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 있다. 아이들과 큰 소리로 읽을 때 저절로 리듬을 타게 된다.

해학적이고 익살스런 그림이 이야기를 생동감있고 재미있게 끌어갑니다

사찰이나 전통 목조건물의 문양에서 볼 수 있는 색감과 익살스럽고 과장된 표정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특히 참옹고집과 거짓옹고집을 가리는 동안 이쪽 저쪽을 옮겨 다니는 마을사람들과 하인들의 움직임이나 표정들이 압권이다. 상황에 따라 화면을 분할하여 이야기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판소리의 추임새처럼 스님이나 동네사람들의 대사들이 재미를 극대화시키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헛옹고집 vs 참옹고집

짚으로 만들어진 가짜 옹고집이 진짜 옹고집보다 가족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가족이 원하는 대답을 쥐어준다. 욕심 많고 자신밖에 관심이 없는 똥고집 참옹고집이 상대의 마음을 읽을 리 없다. 어쩌면 가족들은 알면서도 헛옹고집의 편을 들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짜 같은 진짜와 진짜 같은 가짜를 통해 재미와 진실에 대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그림 역시 한자 참진 글자에 가짜 허수아비를 그려 넣어 희화화하고 있다.

극단적인 변화와 고난을 통해서만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불교 도교 샤머니즘이 복합된 한국종교

어느 나라나 그 나라의 토속적인 민간신앙이 외래 종교와 결합된 특징들이 보이는데 옹고집전엔 분명 스님이 시주하러 오시지만 짚을 사람형상으로 만들어 부적과 소원을 비는 샤머니즘적인 주술적인 성격과 옹고집을 매나 호랑이 여우로 둔갑하는 도술로 혼내주려는 장면들이 나온다.

당시의 시대상을 배워요

옹고집전의 시대적인 배경과 가치들을 배울 수 있다. 가문의 족보를 중시 여기고 자손을 많이 낳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부모께 효를 다해야 하며 부를 축적해서 혼자 잘사는 것을 경계했음을 알 수 있다.

감상

경제가 중심인 현대 사회에서 능력껏(?) 부자가 되어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도 누구 하나 손가락질 하지 않는다. 마음속으론 부정하더라도 부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슬프게도 윤리보다 물질적 풍요를 주요한 덕목으로 취급하는 세상이 되었다.

오히려 유전무죄 무전 유죄인 불공평한 세상이다.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세상이란 얼마나 무서운 세상일까?

과거의 보릿고개처럼 끼니를 굶는 사람들은 좀처럼 볼 수 없어졌지만 빈부의 격차는 상상할 수 없고 인터넷으로 세상의 부자들과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을 모두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상대적인 빈곤감일 것이다. 같은 동네에 살아도 삶의 질에 차이가 많이 나고 그 질이 자식의 미래도 결정짓는다는 운명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니까.

반면 옹고집전에 나오는 옹고집이 받은 벌은 옹고집이 저질은 대가치고는 꽤 크다지 않는가?

자신에게 저주 같은 점을 쳐준 스님을 매질했을 뿐인데 옹고집은 집과 살던 곳에서 추방을 당하는 무서운 형벌을 받는다. 그만큼 함께 사는 사회에서 부모에 대한 불효와 마을사람들에게 몰인정한 욕심쟁이가 어떤 사회적 지탄을 받았는지 알 수 있고 옛 사람들이 어떤 덕목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삭막하고 냉정한 세상에서 여전히 유효한 가치 있는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림포스 12신을 찾아라 - 한눈에 쏙쏙! 그리스신화 게임북
장지선 지음, 임성훈 그림 / 케이론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케이론북스

2013.7.06

올림포스12신을 찾아라

장지선 /임성훈 그림

유럽인들의 건축, 미술, 사상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고 곳곳에 찾아볼 수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과 신화이야기는 유럽인들의 문명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하다.

한 때 성경 다음으로 서점가에 팔렸다는 해리포터시리즈에도 케르베로스라는 머리 셋 달린 개가 나온다. 소설과 예술작품에 많은 영감과 영향을 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어린 아동들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책 [올림포스 12신을 찾아라]를 소개하겠다.

큰 판형의 그림으로 신들의 탄생부터 신들의 이야기가 한 눈에 쏘옥 들어와요

성경의 계보처럼 3세대에 걸친 올림포스 방대한 신들의 계보들을 표로 정리하여 각 신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신들의 시작과 탄생과정, 각 신들이 상징하고 다스리는 영역을 통해 옛 유럽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들을 엿볼 수 있다.

명화와 신화로 알게 되는 12신 이야기

아이들은 그림 속에 등장하는 신들을 먼저 찾는 과정 속에 신들의 이름과 특징들을 파악하게 된다. 비슷하게 생긴 신들이 많아 헷갈려서 꼼꼼하게 잘 관찰해야지만 찾을 수 있다. 그림에서 먼저 신들과 아이템을 찾아가면서 그림들을 통해 배경지식을 어렴풋이 담아 관심을 불러 일으킨 후 다음 장에 명화와 예술작품을 감상하게 되면서 신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알게 된다.

한 신을 중심축으로 관련된 이야기들이 연계되어 있어요

그리스 신화속의 신들과 상징들을 그림속에서 찾고,

명화와 전설, 해설들로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게 되요.

제우스와 헤라의 결혼식에선 레다와 백조’, ‘황금비를 맞는 다나에’, ‘황소에게 납치당한 에우로페처럼 제우스와 연관된 여인들을 찾는 미션들이 들어있다. 여기서 나오는 제우스와 여인들은 별도의 독립된 이야기들인데 찾기 그림 안에 헤라와 제우스와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합적으로 묶어서 연상이 쉽다.

감상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작고 복잡한 그림들도 잘 찾아낸다. 신들과 신들의 특징에 따라 아이템이 변하는 이 책의 안내자 소년 켄을 찾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비슷한 그림 두 장의 틀린 부분을 찾거나 퍼즐, 미로, 뱀 주사위 놀이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들이 다양하게 들어있어 활용도가 높다. 이 책으로 즐겁게 접한 후 그리스로마신화를 담아낸 학습만화시리즈를 읽어도 좋고 만화가 아닌 아동책 단계로 들어가도 좋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철학하는 아이
제나 모어 론 지음, 강도은 옮김 / 한권의책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한권의책

2013.6.26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철학하는 아이

제나 모어 지음

어른도 부담스러워 하는 철학을 미취학 아동과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한다는 생각은 좀처럼 해 본적이 없다.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고학년부터 가능하지 않을까?

자기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고 통합하려는 자세들 말이다.

철학 하는 아이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우리 아이가 사물을 대할 때 자기 스스로 물어보고 생각해 보기를 바래서 아이들과 그림책을 많이 읽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들을 던지는 것도 힘들었고 물어보면 재미있었어요. 그저 그래요 라며 자신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로 인해 지쳐가고 짜증이 피어나기도 한다. 물음에 성의 없게 대꾸하는 아이가 참 별 생각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학이라니? 우리 아이와는 전혀 관계없는 말처럼 느껴진다.

철학같이 심오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을 하며 [그램책 읽어주는 엄마, 철학 하는 아이]를 읽었다.

읽는 과정 중에 내가 놀란 점은 아이들의 지적 수준과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높았다는 부분이다.

특히 철학자인 저자의 아이들은 엄마와 그림책을 읽으면서 상호적인 대화 훈련이 되어 있어서 어린 나이인 6살 때에도 [샬롯의 거미줄]이란 책을 읽고 죽음과 죽음이 있는 유한한 삶의 소중함에 대해 깊은 철학적 통찰력을 보여준다.

철학적인 질문들은 정답이 없다. 여기에 나오는 질문들 대부분은 내가 즉석에서 내 생각을 바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철학적인 토론이 아이들 스스로 삶의 목적과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질문들이 중단되지 않고 다음 질문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아이가 먼저 철학적인 질문을 던졌을 때 설령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도 아이가 질문을 이어갈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까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나와서 이야기가 주제와 달리 산으로 간다면 원래 주제로 어떻게 돌아오게 할까?

이 책은 첫째와 둘째 챕터에서 나의 고민에 대한 기술적인 방향들을 제시해 준다.

여기서는 철학적 감수성이라는 표현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철학적 감수성이란 인간조건에 관련된 근본 물음들을 구별해내고 깊이 성찰하는 능력이다. 또 찾아낸 답에 만족하면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의문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본문 50-

인식론, 윤리, 미학이라는 커다란 주제에 관한 관련 책들을 함께 있고 주고받는 철학적 대화들의 생생한 사례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론물리나 심리학에서 하는 생각실험을 통해 아이들의 사고를 확장시키며 소개하고 있는 책과 관련된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지며 독자들의 공동참여를 이끈다.

챕터 끝부분엔 각 철학적 주제를 심화시켜 토론해 볼 수 있는 책과 영화를 소개하면서 주제와 관련된 철학적인 질문들도 제공하고 있어 철학적 감수성이 부족한 독자들에게 좋은 가이드를 해주고 있다.

인식론, 형이상학론, 윤리, 미학이란 철학 범주들이 무엇인지 우리 삶에 어떤 영향들을 끼치는지 이 책을 읽다 보면 철학의 윤곽들을 배우게 된다.

특히 미학에 관한 철학수업 중 하나인 존 케이지의 연주 [4’33”]는 철학수업을 들은 학생들만큼 강렬하고 충격적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존 케이지의 연주를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음악이란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했다.

미술관에 전시한 변기만큼이나 논란의 대상이지 않을까?

굳이 어려운 철학책이 아니더라도 그림책과 아동문학에는 우리의 내적 기준이 될 가치관들을 살펴볼 수 있는 철학적 주제들이 들어 있어 철학적 감수성만 있다면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존중해 준다면 진지한 대화들을 나눌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철학적 사유가 대단히 심오하거나 우리 삶과 일탈된 철학자들의 전문영역도 아니고 나이와 상관없이 철학적인 생각들을 표현할 수 있다. 어른의 눈으론 너무 어리다고 생각해도 우리들의 수준을 뛰어넘어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으로 아이들과 철학적인 소통들이 가능하고 훈련을 통해 발달시킬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