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철학하는 아이
제나 모어 론 지음, 강도은 옮김 / 한권의책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한권의책

2013.6.26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철학하는 아이

제나 모어 지음

어른도 부담스러워 하는 철학을 미취학 아동과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한다는 생각은 좀처럼 해 본적이 없다.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고학년부터 가능하지 않을까?

자기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고 통합하려는 자세들 말이다.

철학 하는 아이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우리 아이가 사물을 대할 때 자기 스스로 물어보고 생각해 보기를 바래서 아이들과 그림책을 많이 읽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들을 던지는 것도 힘들었고 물어보면 재미있었어요. 그저 그래요 라며 자신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로 인해 지쳐가고 짜증이 피어나기도 한다. 물음에 성의 없게 대꾸하는 아이가 참 별 생각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학이라니? 우리 아이와는 전혀 관계없는 말처럼 느껴진다.

철학같이 심오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을 하며 [그램책 읽어주는 엄마, 철학 하는 아이]를 읽었다.

읽는 과정 중에 내가 놀란 점은 아이들의 지적 수준과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높았다는 부분이다.

특히 철학자인 저자의 아이들은 엄마와 그림책을 읽으면서 상호적인 대화 훈련이 되어 있어서 어린 나이인 6살 때에도 [샬롯의 거미줄]이란 책을 읽고 죽음과 죽음이 있는 유한한 삶의 소중함에 대해 깊은 철학적 통찰력을 보여준다.

철학적인 질문들은 정답이 없다. 여기에 나오는 질문들 대부분은 내가 즉석에서 내 생각을 바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철학적인 토론이 아이들 스스로 삶의 목적과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질문들이 중단되지 않고 다음 질문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아이가 먼저 철학적인 질문을 던졌을 때 설령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도 아이가 질문을 이어갈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까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나와서 이야기가 주제와 달리 산으로 간다면 원래 주제로 어떻게 돌아오게 할까?

이 책은 첫째와 둘째 챕터에서 나의 고민에 대한 기술적인 방향들을 제시해 준다.

여기서는 철학적 감수성이라는 표현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철학적 감수성이란 인간조건에 관련된 근본 물음들을 구별해내고 깊이 성찰하는 능력이다. 또 찾아낸 답에 만족하면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의문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본문 50-

인식론, 윤리, 미학이라는 커다란 주제에 관한 관련 책들을 함께 있고 주고받는 철학적 대화들의 생생한 사례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론물리나 심리학에서 하는 생각실험을 통해 아이들의 사고를 확장시키며 소개하고 있는 책과 관련된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지며 독자들의 공동참여를 이끈다.

챕터 끝부분엔 각 철학적 주제를 심화시켜 토론해 볼 수 있는 책과 영화를 소개하면서 주제와 관련된 철학적인 질문들도 제공하고 있어 철학적 감수성이 부족한 독자들에게 좋은 가이드를 해주고 있다.

인식론, 형이상학론, 윤리, 미학이란 철학 범주들이 무엇인지 우리 삶에 어떤 영향들을 끼치는지 이 책을 읽다 보면 철학의 윤곽들을 배우게 된다.

특히 미학에 관한 철학수업 중 하나인 존 케이지의 연주 [4’33”]는 철학수업을 들은 학생들만큼 강렬하고 충격적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존 케이지의 연주를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음악이란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했다.

미술관에 전시한 변기만큼이나 논란의 대상이지 않을까?

굳이 어려운 철학책이 아니더라도 그림책과 아동문학에는 우리의 내적 기준이 될 가치관들을 살펴볼 수 있는 철학적 주제들이 들어 있어 철학적 감수성만 있다면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존중해 준다면 진지한 대화들을 나눌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철학적 사유가 대단히 심오하거나 우리 삶과 일탈된 철학자들의 전문영역도 아니고 나이와 상관없이 철학적인 생각들을 표현할 수 있다. 어른의 눈으론 너무 어리다고 생각해도 우리들의 수준을 뛰어넘어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으로 아이들과 철학적인 소통들이 가능하고 훈련을 통해 발달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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