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이 소설 '여행자'에서 나치 정권 하에서 모든 것을 잃어가는 부유한 유대인 사업가의 심리를 너무나 탁월하게 그려냈다.
주인공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사람으로 자신이 독일 사회의 자랑스러운 일원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으며 유대인이 아닌 아내와 살아가며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거의 잊고 살아왔다. 더구나 그의 외모 또한 오히려 게르만 민족이라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독일 사회에서 성공한 사업가로서 자신감 있게 살아왔지만 나치 정권이 들어서서 '수정의 밤'을 보낸 후 갑작스럽게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는 그러한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며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독일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지만 현실은 그를 압박했고 결국에 그는 인간으로의 존엄조차 잃어간다.
우리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나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등을 통해 유대인이 수용소에서 겪은 일들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는 수용소 이전에 '수정의 밤'을 겪은 유대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갑작스럽게 박해를 받게 되어 목숨조차 위태로워지는 한 인간의 모습을 정말 강렬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저자는 1944년에 항해 중 죽고 이 소설은 독일 국립도서관 문서실에 잠들어 있다가 2018년에야 재출간되었다. 그렇기에 조금은 덜 알려졌지만 이 소설이야말로 유대인의 박해에 대한 최초의 고발문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 소설을 통해 '수정의 밤'이 유대인에게 어떠한 고통을 주었는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