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 - 내 문장이 그렇게 유치한가요?
임정섭 지음 / 다산초당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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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갖는지 요즘은 독서에 대한 책 뿐 아니라 글쓰기에 관련된 책들이 눈에 띄게 출간되는걸 볼 수 있다. 글을 잘쓰지 않음에도, 글쓰기란 무언가 자연스럽고 자신의 개성을 정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리는 사람으로 글쓰기에 대한 방법, 잘쓰는 법을 알아본다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과연 나는 글을 잘 쓰고 있는지 궁금했고, 함께 사는 이로부터 글에 대해 자주 지적을 당하는 요즘 글쓰기와 관련한 책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대통령 글쓰기>의 저자인 강원국 님의 추천했을 뿐 아니라 그의 책을 쓰려고 본 책이 바로 이 책 <글쓰기 훈련소>라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구성은 하기 사진과 같이 되어있다.(사진은 제대로 못나온 점 죄송합니다.)



언어영역을 12년 넘게 공부했지만, 우리에게 글쓰기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과 같다. 무엇에 대해서 쓰라고 하면 도대체 무엇을 써야 하는지 막막하다. 머리 속이 텅 빈다. 그런대로 인터넷에서 댓글을 쓰거나, 카톡, 문자를 주고 받는 일은 곧잘 하지만, 어떤 대상을 설명하거나 서술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다.


저자도 다루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외국과 달리 '수사학'이라는 단어가 생소할만큼이나 글쓰기에 대한 교육에 시간을 내지 않는다. 얼핏 미국, 유럽 등에서는 글쓰기와 관련된 강의가 필수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상 우리에게 글쓰기란 작가와 기자, 칼럼리스트들의 몫일 뿐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우리가 있는 곳에서 봄직한 글들을 통해 어른답지 못한 글쓰기를 다룬다. 오답노트로 우리 글쓰기의 현실을 잘 지적하고 있다.


무도 많은 글을 통해서 아이같은 쓰기행태를 드러내었다는 것을 읽는 내내 깨달았다. 

블로그의 글들을 모두 닫아버리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고, 마음 먹고 다 읽어 편집하고 싶기도 했다.


'~모르겠다.', ~느낀다.'라는 표현은 수준이 떨어지는 요소이며 자신 없는 언어 문화를 드러낸 거라고 한다. 또한, 넉두리성 글도 주의해야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감정의 과잉으로 쏟아지는 표현에 대해 저자는 아마추어는 마구 던지고, 프로는 돌려서 은근하게 느끼도록 한다고 표현했다.

이렇게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지적은 개인적으로라지만 글을 쓰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적랄하게 지적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게 되서 글을 쓰는데 있어서 늘 신중하고,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저자는 글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어른다운 글쓰기를 하기 위햇 우리가 어떻게 써야 할지 여러 가지로 분류하여 글쓰기의 자세, 기술, 구성연습, 장르 연습 마지막으로 잘 쓰기 위한 습관을 일러준다.

초반에는 글쓰기를 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하지만, 후반부는 직장인들에게 기안문, 기획서 등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도 프롤로그에서 직장인에 특화된 글쓰기 특강을 적었다고 한다.


항상 글을 쓰기에만 바빴지 정작 읽고, 편집하는데에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장은 길어졌고, 생각나는대로 적어서 연결이 안될 때도 있었다. 포인트는 찾을 수 없었고, 흥미로움은 없었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글쟁이는 초고를 작성할 때와 거의 같은 분량의 시간을 퇴고에 쏟는다고 한다.

사실 글을 쓰고 어서 마치느라 분주해서 다시 읽어보지 못할 때가 허다하고, 내가 이 글을 통해서 무언가를 이야기 하려는 것보다 내 생각, 느낌,  아이디어만 글에 적어내려가기 바빴다.

글쓰기에도 전략이 필요하고, 핵심이 필요하며, 첫인상(첫마디)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 글쓰기 방법이었다.


한편으로 글을 쓰는데 나는 진정한 생각을 갖고 썼을까 의문도 들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냥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당위성에 따라서 과제 끝내듯이 한 것은 아닌가 되짚어 봤다. 딱히 내가 쓰는 것은 딱히 전략적일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냥 쏟아내기 바빴지 그것들을 배치하고 적절한 구성는 것조차도 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내 글은 텅 빈 수레같았겠구나...

내 글에 대한 아쉬움과 부족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아쉬운 것도 있었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오탈자가 발견되었을 뿐 아니라 구성에 대해서는 약간 번복된 것을 쪼개어 다른 구성에 넣은 것으로 보였다.


3장의 기술학습에서 세번째 '포인트 찾기'와 네번째 '핵심부터 적기'에서 처음에는 포인트와 핵심이란 단어자체가 번복되었는데 이것들을 나눈 것이 조금 의아했다.

차라리 포인트(핵심) 찾아 적기라고 하면 어땠을까? 

그래도 포인트찾기는 글의 전체의 핵심을 찾아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찾는거라고 보고, 핵심문장을 쓰는건 글의 흐름, 방향을 잡아 흐트러지지 않게 함이라고 생각한다면 저자가 두 가지를 따로 두고 이야기 하할 수도 있겠다.


하나더, 트집을 잡는 것 같아보이기도 하지만,

p.123에서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문장으로 나타내는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서 꼭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시로 들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 (나는 특별히 정치적으로 어느 쪽을 옹호해서 지적하는게 아니다) 꼭 정치적인 그리고 글이 아닌 말을 예시로 들어야 했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예시였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나는 채식주의자다'라는 것을 자기소개로 하는데 한강의 소설이 바로 생각날 수 있겠지만, 그것을 거론하는 것은 소설을 거론하기 위해 채식주의자라는 자신을 소개한 예를 끌어들인 것도 같아서 설득력있거나 적절해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우리가 저지르는 글쓰기의 심각한 오류를 잘 지적하였고, 그것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글쓰는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그러한 날카로운 지적이 있지만, 저자는 우리에게 '용기'를 내라고 한다. 셰익스피어도 태어날 때부터 펜을 물고 자라지 않았을 거라는 말은 내게 약간의 흥미로움과 위로의 꺼리로 적합했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의 방법 뿐 아니라 글에 대해 나는 어떤 생각과 태도로 임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그럼에도 글을 잘 써야 합니다. 글쓰기를 배워야 합니다. 글쓰기 전문가로서 저는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남들보다 일을 끝내는 시간이 빠르며, 같은 시간 안에 남들보다 훨씬 나은 결과물을 낸다는 의미다."

p.72


많은 글이 진실하지 않습니다. 글이 진실다고 보는 관념은 그래야 한다는 당위가 우리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히면서 생긴 착각입니다. 글쓰기 초보 때는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 조차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차츰 솜씨가 늘면 자유자재로 속내를 드러냅니다. 이윽고 글을 잘 쓰는 단계에 이르면 거짓을 미화하거나 진실을 깎아내릴 수 있습니다. p.94


일단 초고는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대로 쓰십시오. 완성한 다음 퇴고 과정에서 서두와 결말을 고민하는 쪽이 좋습니다. p.142


만약 글쓰기가

고작 나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타자기를 내다버렸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행위다.

작가는 마치 운동선수처럼 매일매일 '훈련'해야 한다.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오늘 무엇을 했던가?

수전 손택(미국의 비평가)

p.235


요약의 방법으로는 우선 절반을 줄이고, 또 절반을 줄이는 '1/2 감속법'을 권합니다. 그 과정에서 쭉정이는 다 떨어져 나가고 최후의 한 문장이 남습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만큼 매우 중요하겠지요. 이것이 앞서 나온 '핵심 문장'입니다.

p.243


 제가 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디어에 대한 글을 매일 쓰라는 겁니다. '일일일상'입니다. 기본적인 글쓰기 훈련으로 아이디어에 예민해질 수 있는 방편입니다. 직접 쓰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기억창고에 더 잘 보관됩니다. ..... 아이디어 상품부터 기발한 특허, 이색적인 비즈니스 등 소개한 글을 매일 찾아 읽으십시오. 그런 다음 그와 관련한 글을 쓰십시오. 단순 기록도 좋고, 자신만의 생각을 덧붙이면 더 좋습니다.

p.268-269


글쓰기 교육은 두가지 측면이 모두 고려돼야 합니다. 사실을 서술하는 기술 향상과, 생각을 심화하는 사고 강화입니다. p.279


*본 포스팅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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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의 두께를 보면서 기겁을 했다. 또한, 이 책이 저자의 고작 세번째 책이라고 한다.

1985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와 프랑스를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이야기꾼 조엘디케르!

두번째 책으로 이미 조엘 디케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는데, 세번째인 이 책에서 그 신드롬이 고공행진으로 이어지리라 예상된다.


읽으면서 상당히 흥미롭고, 두께에 겁먹어버린 것을 잊을 만큼 흡인력있는 전개로 진행되는 이 책은 볼티모어가의 가족이야기를 조부부터 손자들에 이르기까지 하고 있다.


시작은 주인공이자 작가인 마커스가 글을 쓰기 위해 옮긴 보카레이턴이란 곳에서 법률가이자 소설지망생(?) 레오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또한, 길을 잃어버린 개 듀크의 주인을 찾아주다 옛 연인인 알렉산드라를 만난다. 그렇게 그들의 과거, 추억, 아픔, 슬픔이 서서히 드러난다.


마커스의 어린 시절 그에게는 그의 큰아버지 가족이 선망의 대상이다.

잘나가는 변호사인 큰아버지,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큰어머니, 그리고 마커스와 동갑인 영리한 외아들 힐렐이다.

그들은 별장과 관리인들의 관리를 받는 멋진 집, 차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그들의 능력은 탁월하다.

늘 그들에겐 가진 것이 풍족했고, 여유로웠으며 다른 사람에게도 배려와 관대함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늘 사랑과 행복 그 자체의 가족이었다.

큰 아버지의 따듯한 마음으로 그동안 변호를 서며 돌보아 준 고아 우디를 양자로 데려왔고,

그동안 가족의 문제로 힘들었던 힐렐의 학교 왕따 사건도 우디로 인해 일단락 되었다.

그들은 더욱더 행복했고, 그에 스콧과, 알렉산드라, 그리고 마커스까지 합세하여 골드먼 갱단을 만든다. 그들은 점점 성장하였고 그들의 꿈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환경과 선택에 이르면서 점차 다른 삶의 먹구름이 그들의 삶에 찾아온다.


그 와중에 마커스가 느꼈던 가정환경의 괴리감, 그리고 큰아버지 가정에 대한 부러움, 골드먼 갱단에 참여하기엔 먼 곳에 살아서 생긴 그들을 향한 질투심, 그리고 사랑 등이 마커스의 어린시절부터의 시각과 감정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어진다.



소설은 부유함의 자체인 볼티모어 골드만과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주인공의 가정 몬테클레어 골드만의 환경을 나열하며 그들의 대조적인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가진 이들과의 현실적인 비교를 통해 평범한 우리 조차 입이 떡벌어지고 괴리적인 감정을 갖게끔 한다. 마치 이것을 통해서 작가가 무언가 할말이 있다듯이....


우리 누구나 경험해봤을 다른 개인, 혹은 가족 그외의 공동체와의 비교의식, 열등감 등이 마커스란 인물을 통해 이야기 된다. 그 가운데 항상 초조했고, 부러움과 열망으로 나아가서 욕심으로 결국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까지에 이르는 사건의 전개가 우리 삶의 한 면을 보는 것 같다.


차와 집, 직업을 통해 가진 자들의 모습을 보면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 모습에 우리는 우리 안에 가지지 못한 것, 그리고 우리 안에서의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그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괴리감과 더불어 비참함을 느끼며 우리 안에 무언가를 더 채우기 위해 노력하곤 한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그들의 겉모습과 대비적으로 그들의 삶이 절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음을 이야기한다. 그들안에 생기는 문제와 아픔과 극복해야할 시련들이 그들이라고 비켜나가지는 않는 모양이다.

찰리 채플린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과 도스토예프스키의 "행복한 가정은 서로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명언들이 떠오른다.


항상 행복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리라 예상되었던 볼티모어 골드먼의 가정이 한없이 두각을 나타내다가 끝내 서서히 추락의 길로 떨어지게 되는 과정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것을 마커스의 경험과 주변인들의 증언 등을 통해 의문이 해결되고 의심이 되었던 상황들이 밝혀지게 된다.


이 책은 두꺼운 만큼 사건의 전개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을 상세하게 잘 적었다. 특히 읽는 내내 아내로써 엄마로써의 상황들을 보게 되었다. 아이의 왕따문제, 가정의 불화와 의심, 아이가 큰 이후에 겪게 되는 문제들은 아직 내게는 먼 이야기와 같이 느껴지지만 그 문제들이 내게도 있을 수 있는 문제이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


학교를 옮겨도, 아이를 달래보아도, 아이에게 최선의 것을 제공하는 부모의 노력과 바람과 달리 아이는 왕따문제로 매번 맞고, 털리고 상처 받아온다. 아이의 외모와 나약한 신체, 그리고 주머니의 송곳같이 똘똘함을 보이는 아이로 다른 이들과 구별되어질 뿐 아니라 왕따를 당하게 된다면??

알 수 없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나의 현실이 될지도....

얼마 전에 첫째가 큰 아이들과 놀다가 그 아이들에게 우습게 여겨지고 이용당하는 걸 보면서 마음이 참 아팠다. 잠깐 본 아이들에게도 내 자식이 내 자신과 같아서 안쓰럽고 싸워주고 싶고 한데, 학령기 이후의 아이의 삶은 어디까지 내가 책임지고 돌보아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 대목이었다.


나쁘게 산 것도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준 것도 없이 자신이 가진 능력과 문제를 극복하며 충실히 살아온 사람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문제들,,,볼티모어 골드먼 가족을 보면 우리가 사는 인생이 반드시 권선징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생각지 못하게 주어진 환경(고아, 폭력남편 등)으로 겪게 되는 아픔과 시련을 한 개인이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선뜻 답을 내놓을 수 없어 한탄할 수 밖에 없음이 씁쓸했다. 또한, 그로 인해 늪과 같이 허우적 댈 수 밖에 없는 감정을 어떻게 관리 해야하는 것인가? 그 감정에 휩쓸려 망가지고 죽음에 이르게까지 그냥 넋을 잃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인간의 연약함, 욕심으로 인해 하나하나의 삶에 균열이 가고 그것이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그것을 안다고 해도 인간으로써 그것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을 반드시 피할 수는 없다. 어쩌면 큰아버지의 말은 우리가 갖는 씁쓸함과 질문에 대해 답이 되는 것도 같다.


"그 일이라고 하지마라. 아니타도 그렇게 되었고, 따지고 보면 그 일은 정말 많았잖니? 앞으로도 그 일들이 계속 있을 테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만 해. 불행은 피할 새도 없이 밀어닥치지. 사실 그 일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정작 중요한 건 우리가 그일들을 이겨내야 한다는 거야. 골드먼 일가가 추수감사절에 모이지 못한 건 그 일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야. 이겨내기는커녕 더 깊은 좌절감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지도 몰라. 그러면 안 돼. 마커스, 우리에게 가족들이 있고, 친구들이 있어. 이제부터 추수감사절에는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쇠길 바란다. 그러겠다고 약속해다오."

p.634-635


그 일들은 우리가 이겨내야한다. 바로 그게 삶일지도 모르겠다.

큰 아버지는 추수감사절이라는 한 계기를 토대로 그들은 모이고 그들의 삶에서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들은 파괴되고 몰락하고 사라졌지만 모이고, 그들은 기념해야만 하는 것이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이 책에서 빠른 전개와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저자는 단지 재미난 한 이야기만을 독자들에게 하기만을 바라지 않는 듯 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행복'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질만능주의 시대라고 하는 요즘, '돈'만 있으면 뭐든 것이 되는 요즘인 이 세상에서

우리는 매체와 광고 등을 통해 끊임없이 부유함을 꿈꾼다.

그래서 우리는 불행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덜 행복한 것 같다.

무언가 가져야만 행복해질 수 있노라고 우리는 끊임없는 메세지로 세뇌당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끝까지 해피엔딩하게 갈 것 같았던 볼티모어가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 달리 상당히 비참하게 마무리 되었다. 거기서 우리가 행복을 찾을 수 있는가?

오직 그안에서 살아남은 것은 주인공인 마커스 뿐이다.

마커스 또한 부에 대해 비교의식과 열등감을 가지고 살았던 인물이지만,

그는 그의 어머니를 통해 행복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인식하게 된다.  


"저는 우리 가족도 볼티모어 골드먼 가족처럼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아요."

"우리는 몬트클레어 골드먼으로 행복했잖아. 앞으로도 변함없이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야. 우리가 다른 누군가가 되기를 바랄 이유는 없어. 모든 사람은 제각기 달라.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해."

p.469-470


바로 거기서 행복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마커스의 어머니의 행복에 관한 시각을 우리도 한번쯤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비참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행복의 시작이며 곧 우리를 위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자체가 되어야 하며,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행복은 무의미하다. 우리 자체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빈틈없이 비어있는 퍼즐을 찾아가는 면밀하고 구체적인 접근의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하나 궁금증이 해결되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깨알같이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남겨두는 이 책은 내게 있어서 그뤠잇! 했다. 이책의 주인공인 마커스가 이 책뿐 아니라 바로 전작인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란 책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고 한다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그 전작을 읽어보고 싶다.





"이 고물들을 챙겨서 뭐하게? 고물상이라도 열 생각인가?"

"큰아버지와의 추겅이 담긴 물건이라 차마 버릴 수가 없어요."

"추억은 머릿속에 담아 두어야 하는 거야. 그 나머지는 그저 공간만 차지하는 잡동사니일 뿐이야.

p.453


"유명해진다는 건 그저 우리가 입고 다니는 옷처럼 겉치레에 불과해. 옷은 누군가 훔쳐가 버릴 수도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벌거벗고 있을 때의 너 자신이야." p.461




"네 말대로 내가 오해했을 수도 있지만 그 문제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어. 사람은 감정을 마음먹은 대로 조절하 수 없지. 그래, 문제는 감정이었어. 정확히 말하자면 난 패트릭을 질투했고, 매사에 초연하지 못했지. 패트릭은 뉴요커였고, 우리 부부는 볼티모어에 사는 촌닭에 불과했으니까."

p.535


이제 와 돌이켜보면 어릴 적에 내 산촌들을 왜 그토록 부러워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내 사촌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모습으로 보아 왔던 건 아닐까? 내 사촌들이 내가 그토록 감탄해 마지않을 만큼 비범한 존재들이었을까? 내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피조물에 불과했던건 아닐까? 그럼 나는? 내 자신이 내가 머릿속으로 창조해낸 바로 그 볼티모어 골드먼은 아니었을까?p.542


볼티모어 골드먼들이 과거에 누린 영광은 모두 다 사라지고, 이제는 작은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되었다. 이제 나에게 남은 볼티모어 골드먼들의 유산이라고는 내가 써나가는 소설밖에 없었다.


글을 쓸 수 있어서

전부 지울 수 있었고

전부 잊을 수 있었고

전부 용서할 수 있었고

전부 치유할 수 있었다.

p.605


".....네가 반드시 했어야 마땅한 일을 못했다고 자책하지마. 누군가에게 볼티모어 골드먼들의 삶이 걷잡을 수 없는 비극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린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바로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하겠지. 누구나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니까. 우리의 비극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야. 우리 가족이 겪은 비극이 알렉산드라의 잘못 때문에 빚어졌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이제 너도 죄책감이라는 망령들은 멀리 쫓아버려."

p.608




왜 글을 쓰냐고 묻는다면?

글이 삶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우리가 부조리한 삶에 맞서는 복수전을 펼칠 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준다.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무너지지 않는 성벽처럼 강한 정신,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영원한 생명력을 가진 기억의 힘을 증명할 수 있다.

p.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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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시적인 순간 - 소래섭 교수와 함께 읽는 일상 속 시 이야기
소래섭 지음 / 해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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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해냄 출판사에서 나온 최영미 시인의 <시를 읽는 오후>를 읽어본 적이 있다.

그 책을 읽고 내 개인적으로는 접하지 못했던 여러 서양시와 관련한 내용을 알게 되어서 참 유익했는데, 그 중에 한국시가 소개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했듯이 이 책 <우리 앞에 시적인 순간>은 한국의 여러 현대시를 소개하며 그와 함께 저자가 에세이 형식으로 써내려 간다.


시는 몇 가지의 단어를 엄선하여 우리에게 강력한 메세지를 저자의 의도를 드러낸다. 그런 면에서 시는 참 매력적이고 신비롭다. 시인은 천재같기도 하고 또한 한 단어를 고르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나 보인다. 그렇지만 나는 시에 대해 여전히 어렵고 두렵다. 이해하기 쉽지 않고, 섣불리 읽어지지 않는 가까이 하기엔 먼 불편함이 여전히 있다.

그런 설명이 없으면 이해불가한 나같은 사람에게 시를 먼저 대하기에 앞서 친절하게 따듯하게 안내하는 이 책이 참 고맙게 느껴진다.


이 책은 시를 통하여 우리의 일상을 재조명한 책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우리가 놓쳤던 삶의 파편들을 하나하나 깨우쳐 주는데, 시와 저자의 사색이 어우러져 깊고 풍성하게 느껴진다. 시에 대해서 작가의 의도와 시대적인 상황들 뿐 아니라 좀처럼 알기 힘든 은유적인 의미 또한 독자들에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 여러 참고할만한 시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보통의 '~다'를 사용하는 서적들과 달리 저자는 존대어를 사용한다. 그것이 담담하고 따듯하게 그리고 촉촉하게 느껴진다.


내용을 약간 이야기하자면, 시란 어떤 것인지 말한다. 나의 경우 그동안 시가 어떤 것인지 막연하게 느껴졌었는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시라는 것을 보며 뭔가 확실한 것을 찾은 것 같았다. 시는 평범한 것을 시적으로 보고, 아이처럼 다르게 보는 것, 널리 깨어있는 상태라고 하는데 역시 우리의 관점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삶에 대한 접근, 의식을 의지적으로라도 새롭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또한, 독서에 관심이 많은데 그와 관련된 글은 참 인상적이었다. 요즘 많은 사람이 정독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중에 저자는 꼼꼼하게 읽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오히려 요즘 시대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런 견해가 새롭게 느껴졌는데, 그런 태도를 책을 신성시하는 태도라고 저자는 말한다. 창조적이고 비판적인 독서를 위해서는 책의 그런 권위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 대한 권위를 다루는 내용을 보고 나는 책에 대해 갖고 있던 권위를 의식한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책에서 길을 찾아야 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한다는 말은 지금도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한글과 관련하여 쓴 글에서는 한글이 진보적이고 시대적으로 의식을 새롭게 하는데 영향은 끼치지 못했지만, 세계역사에서 보면 글자는 분명 서민들의 의식을 깨우치게 하고 혁신적이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글을 보고 의문이 들면서도 씁쓸했다. 왜 우리는 한글이 있어도 변화하기 힘들었고, 당시 사회적인 구조를 개혁할 수 없었을까? 그렇다해도 분명 한글은 우리의 존재와 의식을 모두가 깨우치고 나아갈 수 있게 한 근본적인 우리의 글자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글에 대한 의미에 대해 다시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다.


재미있는 시도 많이 소개되고 또, 몰랐지만 참 괜찮은 시도 꽤 있는데다가 삶의 것들과 잘 연결되어 이해하기 쉽게 쓴 이 책이 내게는 참 유익했다. 마치 에세이 집과 시집을 섞어놓은 것 같은 이 책에서 지루하지도 이해가 안 되지도 않는 깊은 깨달음과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내게는 참 소중한 책들 중 한 권이 되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시적인 것들이 무엇인지, 시인이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 따르자면 우리가 접하는 것은 무엇이든 시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시적인 것으로 빛나지는 않습니다. 평범한 것을 시적인 것으로 만드는 시인의 시선에 의해서만 시적인 것이 탄생하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시적인 것을 발견해 내는 시인이 될 수 있을까요? 아이처럼 대상을 다르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달 또한 익을 수 있고, 개미 또한 우리처럼 소중한 생명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널리 깨어 있는' 상태입니다.

결국 우리 삶을 시적인 것으로 가득 채우는 사람은 시인이며,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인이 못 되면 또 어떻습니까. 시인 엄마나 시인 친구라도 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든지 시적인 것들로 빛날 것입니다.

p.40-41


화자가 구조의 손길을 뿌리칠 정도로 고립을 자처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고립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대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고독할 때 비로소 사람은 참다운 자신을 느낀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존재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지만,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대면하기 위해서는 고독을 견뎌야 합니다. p.58


피에르 바야르는 책이란 읽을 때마다 다시 꾸며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보기에 교양은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책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책 속에 길이 있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책에는 길이 없고, 또 어떤 책에는 길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오히려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죠. 결국 책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은 '길'이 아니라 '자기 자신'입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길입니다. 책은 남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 위해서 읽는 것입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자신의 이야기로 다시 꾸며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창조적이고 비판적인 독서이며, 그럴 때 비로소 독자는 작가나 예술가가 됩니다. 모든 사람이 작가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면 세상은 더 풍요롭고 행복하고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p.67-68


사람들은 자동문처럼 책을 읽기만 하면 원하는 답을 얻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책을 통해 손쉽게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책에서 의미를 찾아내려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책을 통해 만나게 될 또 다른 세상은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해 있습니다. 각각의 책이 자신의 일부를 내포하고 있으며 자신에게 길을 열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바로 훌륭한 독자입니다. 그래서 책 이야기가 아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혹은 책들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책을 잘못 읽는 것보다 책을 통해 자기 자신을 오독하는 것을 두려워 해야 합니다. p.73


자신도 함께 변할 각오를 하지 않는 한, 몸에 꼭 맞거나 마음에 쏙 드는 것들을 찾아낼 수 없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더욱 그렇습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맞춰 가려는 배려와 용기가 없다면, 상대방도 같은 마음일테니 항상 그저 그런 사람만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요? 더구나 사람이란 구두보다도 백배는 더 자주 변하는 법이니 백배는 더 많이 변할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이상적인 관계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p.100


그러므로 한글날은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고 한글의 우수성을 되새기는 날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한글날의 의미는 이날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을 얻게 된 날이라는 점입니다. 한글로 인해 우리는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므로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는 것, 그리하여 정치가들이 국민의 욕망을 무시하지 못하게 하는 것,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한글날을 기념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p.134


눈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릴 때에는 좋지만, 많이 쌓이면 통행이 불편하고 녹으면 질척거린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눈을 싫어하는 진짜 이유는, 그것이 녹을 때마다 우리에게 아픈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움의 이면에 처절한 괴로움과 고통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 때문입니다. 애써 부인하려 하지만 그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눈은 지독한 추위와 맞닥뜨리게 하는 현실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눈 내리는 풍경의 이면과 눈이 만들어 내는 환상 너머에서 들리는 현실의 소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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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결혼 수업
남인숙 지음 / 해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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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수업'에 관련된 책이라?

결혼 전에 결혼에 대해 미리 알면 좋겠지만

정작 결혼식과 회사업무의 분주함으로 

가장 중요하다는 결혼식 이후의 삶에 대한 지식은 무심코 넘겨버렸었다.


'살다보면 알게 되겠지..'

'부딪혀 봐야 알지 책을 읽으면 그때 뿐이야.'


이 책은 한줄로 요약하자면, 결혼 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결혼 생활을 정리한 책이다.

물론 나는 비교적 신랑이 무던한 사람이기도 하고

시댁 또한 그다지 큰 문제가 없었긴 해서,

이 책을 읽었다면 오히려 약간 결혼생활에 대해 겁을 먹었을 것도 같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 가령 남자에 대해,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미리 읽어두었더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베테랑 기혼자인 선배언니가 결혼에 대해, 그리고 결혼생활에 관해 조언해주는 듯한 책이다. 결혼과 연애에 대해 많은 고민과 경험을 통한 결론 끝에 기록한 책이라는게 느껴졌다. 적절한 비유와 근거를 제시하여 보다 설득력있게 결혼에 이르는 것부터 그 이후의 삶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간간히 나오는 유머러스한 요소로 '빵'터지기도 했다.


나의 경우 6년차 주부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은 결혼에 이르기까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임했는지, 남편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적다고 하면 적을 수도 있지만 신혼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남자사람과 여전히 있는 충돌이 있고, 불만이 끊이지 않는 등 답답했던 문제들이 떠오르면서 해결의 실마리 또한 찾을 수도 있어 도움이 되었다.


아무래도 결혼을 한 사람이어서 연애관련한 챕터보다는 남자라는 사람에 대하여, 가정에 주부로써 어떻게 임해야할지의 자세에 관련된 내용이 더 기억에 남는다.

남자는 자존심이 그의 존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기존의 남편을 생각하며 적용이 되었다.

또한, 우리 나라 남자들만이 갖고 있는 가정에 대한 책임감 관련해 읽었을 때는 전혀 고려해보지 않았던 남자들의 특성(?)이어서 저자의 탁월한 시각과 통찰에 감탄을 하기도 했다.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않는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이 되면서도 이해가 되었다.

남자에 대해서 알고 나니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니 해결방법이 보일 뿐 아니라 해결의지도 생겼다.


또한, 책을 보면서 저자가 인용하는 책, 인물의 말 등을 볼 때 저자가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고 고민하여 이 분야(?)에 적합한 결론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섹스를 해본 경험을 가진 사람과 결혼해 봐야한다는 내용은 내 가치관과 충돌이 되어 동의할 수 없었다. 또한, 저자는 과거 중매결혼이 일반적이었던 시대에 결혼생활이 대체로 잘 유지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섹스를 해본 경험이 없어도 결혼 생활은 유지 되는데 괜찮다고 보아야 하지 않나? 

물론 시대적인 상황은 다르기에 그와 같은 주장을 한 것이다. 또한 속궁합에 대한 안타까움은 나도 이해는 된다. 저자의 말대로 결혼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과는 결혼까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조금 섣부른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결혼 생활에 있어서 무조건 바꾸라고 변화시키라고 투쟁하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사분담에 대해서 정말로 동등한 가사분담에 대해서는 다음 세대로 미루라고 이야기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근거는 상당히 설득력 있었다. 시대적인 상황을 고려한다고 할 때 공평한 가사분담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자녀들을 잘 교육시킴으로 다음 세대에서는 잘 이루어질 것을 희망한다. 남편들과 시어머니들의 이해할 수 없는 모순된 행동들에 대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에 대해서는 고려해보지 않았던 것이기도 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발하는 여성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쨋든 나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서 무조건 억울해 하고 분해하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 책은 결혼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잘 생각하며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또한, 신혼생활이거나 가정에 반복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상대방이 심각한 문제를 가질 경우를 제외한다)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특히 미혼 시절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의 최첨단 사회를 살다가 느닷없이 19세기식 가족 제도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여자들의 삶이 바뀌는 정도로 따지자면 여느 여권 후진국 못지 않다. p.18


자기 자신을 버림으로써 오히려 살 수 있는 것이 삶의 속성이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사람이 쉽게 행복해질 수 없는 이유는 이 우주 자체가 인간의 안위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하지만, 이 결혼이라는 제도 역시 우리 여자들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여러 조건들을 조합해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p.42


원래 삶이란 그냥 내버려두면 무질서하고 부정적으로 흐르게 되어있으며, 우리가 '의지'라고 부르는 물리적인 힘을 가해야 좋은 방법으로 가기 마련이다. 어느 면에서건 잘 사는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C역시 부모 덕에 저질로 잘 살게 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노력한 것이며, 어머니의 충고는 그 노력의 지표가 되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자라면서 보고 배운 바 없이도 좋은 결혼 생활을 하고 싶다면 부모가 아닌 새로운 지표를 찾으면 된다. p.49


가정을 직장처럼 여기고 내 역할을 찾기로 했다고 해서 새벽부터 밤까지 뼈 빠지게 일만 한다면 곤란하다. 당신도 잘 알고 있듯이 성공하고 인정받는 사람은 이름 모를 미담집에 나오듯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일하는'사람이 아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신이 할 일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기획 능력,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신이 하는 일을 홍보하고 영업하는 능력, 큰 틀에서 회사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며 자신을 믿고 도와줄 사람을 섭외하는 정치 능력이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 결혼 생활에도 기획, 영업, 정치, 능력은 필요하다. p.54


결혼 생활에 정치와 영업을 적용하지 않는 여자들은 남편에 대한 불만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결국 온갖 궂은 일은 도맡아 한다. 그렇다고 남편을 비롯한 가족이 그 수고를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이제 우리 어머니들이 그랬듯 그림자처럼 가족들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가슴에 한을 쌓아가는 아내 노릇은 그만두어야 한다. 아내인 나나 다른 가족들 그 누구에게도 만족을 주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

p.56


결혼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데만 골몰하지만, 진짜 어렵고도 중요한 것은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결혼해서 벽에 부딪힌다면 열린 마음으로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이 가리키는 노력의 방향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노력한 여자들만이 '엄마와는 다른 인생'을 산다.

p.157


당신이 결혼한 후 뭔가 문제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당신이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라. 아마 거기에 답이 있을 것이다. p.208


그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표현해 주기만 하면, 다각도로 그를 배려하려고 신경 쓰지 않아도 수월하게 사랑과 존경을 유지하며 잘 살 수 있다. p.211


나는 내가 생각해도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말들을 꾹꾹 눌러 참았다. 그러나 그 상황이 지나고 나서 단 한 번도, '그때 속 시원히 퍼부었어야 했는데'하고 후회한 적은 없다. 언제나 '그때 참기를 잘했지'하는 생각을 한다. p.219


남편을 설득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기 때문이라면, 당신이 그 일로 얼마나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정확히 어떤 일을 도와주었으면 좋겠는지,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해야 한다. ... 내가 아는 사장님처럼 "당신이 설거지와 욕실 청소, 음식물 쓰레기만 담당하면 나머지 모든 것은 내가 할게."라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보상이라야 별다른 것이 아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당신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과장된 칭찬, 가끔은 그가 좋아하는 요리를 해주는 것 등이다. p.223


남자들이 맞벌이하는데도 가사를 자기 일로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바로 이 책임감이다. 똑같이 바깥일을 하더라도 자신의 일은 아내의 일과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아내의 일은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임시적인 것이지만, 자신의 것은 가족을 위해 절대로 그만둘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런 책임감을 느끼고 감내해야 할 스트레스는 아내의 일과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일하는 시간만을 비교해서 일률적으로 가사 분담을 강요하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p.225


기본적으로 남자들은 자기 속의 말을 하고 싶어하는 존재다. 남자들이 말하지 않는 이유는 딱 두가지 인데, 정말 할말이 없거나 상대가 자기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과묵한 남자에 대한 환상은 버리기 바란다. 대화라는 것을 하고 싶다면 먼저 그에게 화두를 요령 있게 던져주고 그가 하는 말을 정성 들여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아예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춰서, '그의 말을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화를 시작하면 반드시 그의 입을 여는 데 성공할 것이다. p.279


오히려 돈 문제는 며느리들 쪽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게 아닌가 싶다. 전통적인 생각 때문에 집은 시부모님이 마련해 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들 하는데, 요즘 같은 때 '집 한 채'는 당연한 게 결코 아니다. 만약 그들이 여력이 되어 보금자리를 제공해 준다면 정말 고만운 거다. 시부모님이 결혼 때 아파트를 사주었는데 그 유세를 얼마나 하는지 못 견디겠다고 말하는 여자들을 자주 보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그녀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 아파트 장만할 돈을 당신이 사회에 나가 직접 번다고 생각해 보라고. 그 돈을 벌기 위해 견뎌내야 할 수모에 비하면 부모님의 간섭이나 잔소리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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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혀 -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권정현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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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과 검은 바탕의 장중해보이는 글씨가 그리고 <칼과 혀>란 제목이 절대 가볍지 않을 소설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무언가 민족적인 느낌과 함께 분위가 어둡고 깊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이런 내용을 암시하는 책표지의 강렬함과는 또 다르게 소개에서 주제가 요리라고 하여 잠시 <식객> 같은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요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끊임없이 식욕을 자극하고, 요리사가 어떤 마음으로 장렬하게 요리를 하며, 요리를 맛본 이들의 찬사나 통탄의 평가가 나올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시대는 일제강점기 세 나라의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시점은 1인칭이지만, 세 사람이 돌아가며 상황과 그 안의 자신을 묘사하고 있다. 공간의 만주이며, 때는 1945년으로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시점 이후까지이다. 먼저 첸은 뛰어난 중국 광둥의 요리사로 아빠의 도마에서 시작된 자신의 요리사의 운명을 따라간다. 하지만 제국주의로부터의 독립을 원했고, 독립운동의 밀정으로 암살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다음으로 첸의 암살목표가 되는 인물인 모리이다. 관동군의 사령관으로 요리와 미륵불상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길순이라는 한국여성이다.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풀려나 첸을 만나게 된다. 청진이 고향이며 독립군인 친오빠와 첸의 영향으로 사령관의 암살에 동참하는 인물이다.

이 소설의 문장의 표현들이 사실 내게는 어렵게 느껴졌다. 워낙 그대로를 말하는 속시원한 표현과 묘사에 익숙한 내게 작가의 뭔가 내포하는 듯한, 예술성있는 문장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표현에 뭔가 알 수 없는 매력을 느꼈고, 심층있는 감정이 느껴졌다. 문자자체는 적적하고, 푸석하게 느껴지지만, 덕분에 각 인물로부터의 애수, 그리움, 두려움, 무력함 등의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었다.

전쟁과 제국주의라는 상황에서 삼국의 인물의 시점을 통해 접근한 것은 참 신선하다.

대체로 역사와 관련한 이야기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무리, 공동체 등의 감정과 상황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제목에서의 '칼'이 바로 모리를 말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전쟁을 싫어하고 미륵에게 관심이 있었다. 또한, 음식에 관심을 두는 어찌보면 군인이라는 직급과는 안 어울리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가 고향을 그리워하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고 싶어하는 면만 본다면 우리네 인간과는 다름이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엽기적인 행각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살인을 서슴치 않는 점은 그 당시 우리가 분노하는 일본인의 잔인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제목의 칼과 다른 '혀'는 첸을 말하는게 아닌가 싶다. 그는 제국주의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있어서 낯선 중국인이다. 물론 중국도 제국주의의 영향과 피해가 있었지만, 조선에 있던 일제치하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중국인들의 상황은 익숙하지 않았다. 길순의 오빠처럼 제국주의에 반기를 들고 자신들을 지키기 위했던 자경단원이었다.  

그런 칼과 혀가 음식이라는 매개체 앞에서 대립하며 맞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결국은 그 음식을 통해서 그들은 서로의 상황을 자각하게 되고 서로의 아픔을 인식하게 된다.

이렇게 전개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리라는 인물이 다른 군인과 달리 위게와 질서를 철저히 따르는 것도 아니고,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하지만은 않은 인물이라는데 있다. 그는 음식을 좋아했고, 미륵보살을 가지고 고향에서 절을 지을 생각을 가진 당시 군인의 의식과는 대조적인 인물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일본 군인의 이미지와 동떨어져보이는 모리가 군인으로 나오는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는 전쟁을 싫어하는 한 실존인물인 일본인 사령관을 모티브로 사용했다고 한다는 점에서 다소 수긍이 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첸이 모리의 취향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세 관점에서 그 당시 상황을 바라볼 수 있었다.

길순은 같은 여자로써 참 측은함을 느꼈던 인물이다. 위안부로 이리저리 끌려다녔고, 첸이라는 남자에게 정착한 듯 하지만, 독립운동을 하는 친오빠와 제국주의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첸의 영향에 이용된 인물이었다.

그러한 그녀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시기와는 다른 시대의 한 여자였고, 혼란스러운 상황속에서 그녀는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로써는  할 수 있는 것은 몸을 파는 것밖에 없다고 스스로도 이야기하고 있고, 자신의 삶에 대해 포기한 상태이며,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가족이나 개인적인 감정을 감춘 남자들의 모습의 이중적인 모습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길순이란 인물이 참 ... 의문스러웠다.

저자는 한국인이고, 뭔가 인물에 비중을 더욱 두었을 법한데, 그녀는 여자였고, 무력했다.

겉으론 대의를 위한 행동이었지만 오빠나 남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수동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그녀는 첸과 모리의 매개역할을 하고 있다. 첸의 그녀였기 때문에 모리에게 접근할 수 있었고, 모리에게 그녀가 있었기 때문에 또한 첸의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게 매개역할을 하는 그것과도 비슷하게 보였다.

그런데다가 제국주의의 일본이 우리나라에 행한 가장 잘못하여 강력하게 지적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작가는 짚어가고자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점에서 길순을 우리나라의 인물로 설정한 것은 수긍이 간다.

묵직하고 편하지만은 않은 배경이 있는 소설이다. 그렇다고 독립심과 민족심만을 자극하는 소설이 아니라, 제국주의 풍토에서 보여지는 다른 나라의 모습과 처한 상황들에 각각 시점을 둔 것은 굉장히 새롭다. 또한, 칼과 혀의 대립 속에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음식의 묘사도 참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전쟁은 우리의 일상을 앗아가며 한 개인이나 공동체에 국한되어 두려움과 공포를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세 나라의 상황을 조명함으로 새롭게 볼 수 있었다.  

내용 자체보다는 구성과 의미에 더 집중해서 보게 된 책이었다.


한 접시의 요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접시에 담긴 요리사의 진심이다. 모든 일에는 흥하고 망함이 있다. 너희들이 매 순간 중심을 잃지 않을 때, 우리를 위협하는 제국주의자들의 힘도 무뎌지는 것이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거든, 자신이 오늘 하루 소꼬리를 잘라내는 데 썼던 그 칼이 진정으로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고민해보기 바란다. 소꼬리 찜은 전쟁이 끝난 뒤 다시 배우자! p.54


아버지는 재료의 눈을 제압하는 것이 요리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자주 이야기했다. 재료에 맛과 향취를 입히기 위해서는 재료를 완전히 굴복시켜야 한다고. 재료가 칼 아래 저를 온전히 내어놓을 때 불과 기름, 온갖 양념과 그것에 더해지는 요리사의 손길을 받아들여 또 다른 생명으로 건너가는 거라고, 그렇다! 음식이란 하나의 재료가 다른 재료들과 더해져 빚어낸 하나의 궁극이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요리가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아버지의 말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p .60


나라는 몸은 무엇이며 나라고 믿는 이 생각은 무엇이며 내가 겪었다고 믿는 과거는 무엇이며 나는 어느 인과를 통해 낯선 신경 한 귀퉁이에 버려져 있는 걸까. 내 와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 걸까. 차나무에 앉아 아침 이슬을 매달고 지리하게 먹이를 기다리는 염낭거미의 반에 반만큼이나 삶은 의미가 있을까? 온종일 먹이를 기다리는 시간만큼이나 우리의 삶은 간절할까. 거창한 명분을 가진 자들일 수록 모양과 크기에 집착하는 법이잖아. 종종 삶의 가장 진실한 알갱이를 잃어버리기도 해. p 138


혀가 잘린 뒤 나는 비로소 혀의 위대함을 재발견하고 있다. 세상 만물이 지닌 고유의 빛깔은 혀를 만날 때 비로소 제 존재를 찾는다. 혀는 자신의 손바닥에 와 닿는 사물을 그것이 무엇이든 장난꾸러기처럼 뒤집고 툭툭 치고 깊숙이 찔러보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고는 충분히 평가가 내려지면 그제야 달콤하거나 쓰거나 매운 느낌들을 뇌로 전달한다. 물론 그 과정들은 인간이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순간에 이루어진다. 혀가 맛을 느끼는게 아니라 음식이 와서 마구 보채는 것이다. 혀는 그 자리에 소처럼 누워서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특유의 탐욕을 낼름 숨긴 채. p.202


마술사와 요리사 모두 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 다만 마술사는 상대의 눈을 속이지만 요리사는 상대의 혀를 속여야 해. 맛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 모든 사물은 그대로 있을 뿐이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 게 맛이야. 의미란 공통의 관습에 따라 좌우되기도 하고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의미를 부여받기도 하는 거고. 유능한 요리사는 그런 개인의 습성, 집단의 습성을 빠르게 간파하여 그들의 혀를 속일 수 있어야 해. 마술사들이 젊은 연인들을 앉혀놓고 모자 속에서 빨간 장미를 뽑아내듯이, 필요할 때 필요한 맛을 대령하는 거지. 곧 죽어갈 머저리들에게. 응 알겠나?  p239


요리사의 진짜 언어는 혀가 아니라 활활 타는 불꽃이다. 나는 혀의 일부를 잃었지만 불로 내 이야기를 마무리 할 수 있음에 만족한다.

나의 도마 위에서, 제국주의자들과 겨룬 나의 이야기는 어느 요리도 대신할 수 없는 깊은 맛을, 쓰고 맵고 끈질긴 맛을 풍기게 될 것이다.

p.288


아버지는 싱싱한 요리일수록 맛과는 거리가 멀다고 자주 얘기했다. 그것이 재료 본래의 맛을 간직할 순 있다지만, 요리란 재료 본래의 맛을 살려내는 행위가 아니라 다양한 재료에 소스를 입혀 새로운 맛을 창조해내는 일이라고. 그중에서도 첫 번째로 친 것이 발효시켜 썩힌 음식들이었다. 죽은 오리를 진흙 항아리에 넣어 6개월이나 썩힌 이족 요리를 배우던 날, 나는 아침에 먹은 음식을 죄다 토하고 말았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비웃었다. 썩어가는 것들일수록 더 깊은 맛을 풍기지. 인생도 그렇다. 너의 무엇이 너를 간절하게 하느냐? 그것이 없다면 요리는 겉치레일 뿐이다. p.304


이제 우리의 내기는 끝이 났다고. 나는 무엇도 요리하지 않았고 당신은 무엇도 먹지 않았다. 우리는 다만 외로웠을 뿐이라고. 나는 요리를 했고 당신은 접시를 비웠다. 불과 싸우던 나의 시간도, 맵거나 짜거나 달콤하거나 시었을 온갖 요리의 맛들도, 우리를 아프게 했던, 시대가 만들어낸 순가의 고통일 뿐이라고.한 접시의 요리가 깨끗이 비워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증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그 짧은 순간 나는 잘린 혀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p.318



*본 포스팅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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