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3 - 박경리 대하소설, 4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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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은 귀향을 했지만, 자신의 아들 영호가 재학 중에 일제 경찰에 끌려가는 일이 생깁니다. 마을에선 한때 살인자의 아들이었던 한복을 언짢게도 여겼던 모습이 있지만, 이제는 독립운동가라고 치켜세웁니다. 오서방과 우 서방은 원래도 좋지 않은 사이였는데, 사소한 일로 싸움을 나서 우 서방이 죽게 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오서방이 귀신이 쓰였던 거라며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감싸죠. 우 서방의 아내가 만만찮게 손을 쓰기에 판결이 어떻게 날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김제생이 환국을 찾아와 환국에게 도움을 요청하죠. 환국은 쌍계사로 안내하지만, (서희의 지시를 받은) 연학은 도솔함으로 옮길 것을 환국에게 제안합니다. 서희는 이상현 본가에 6 볏섬을 수레에 실어 보내며 인사를 건넵니다. 그 와중에 환국도 윤국도 자신의 주장이 강해질 만큼 성장한지라 더 이상 그녀의 품에 있지 않아요. 남편인 길상도 그렇고 아들들도 자신들에게 떨어져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데 있어 홀로된 듯한 서희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윤국은 가출해 여기저기 배회하며 이일 저일 하며 다니다가 결국 돌아와 영산댁의 숙이와 만나는데요. 숙이와 어떠한 인연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옥과 명희가 선혜네 집에서 만나게 됩니다. 둘은 따로 역까지 가서 대화를 좀 더 이어가다 헤어지는데요. 그때 명희는 조용하의 동생 조찬하를 역에서 마주치죠. 같이 집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조용하는 분노합니다. 이후 명희는 조용하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몇 차례 집을 나간 끝에 자살까지 이르렀다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살아납니다. 그리고 여수에 있는 여옥에게 찾아가죠. 그리고 용하와 있던 일을 다 이야기합니다. 너는 너의 일을 하라고 여옥은 명희에게 조언하는데요. 살아갈 이유도, 갈 곳도 없어서 자살만을 생각한 명희가 새 삶을 찾아갈지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이상현이 맡긴 봉순이의 딸을 제대로 맡아서 키우지 않을까도 싶네요.


평사리 사람들 같은 현실적인 대화는 너무 공감이 가고 감정이 몰입되는데요. 서울 및 지식층 사람들의 대화는 도무지 공감이 안 됩니다. 뜬구름 잡는 이상적인 이야기만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것 같아서 전 답답하게만 읽히더라고요. 일제와 맞서 싸우는 이들은 실제로 힘없고 나라만을 사랑해서 행동하는 이들입니다. 오히려 친일이든 중도파든 어느 정도 사는 사람은 입으로만 떠들어대는 모습에요. 정말 보기 좋지 않습니다. 저라도 행동하는 누군가와 같은 인물이 됐을 거란 자신은 없긴 하지만요. 몸으로 때우는 이들과 입으로 때우는 이들이 따로 있는 것 같아 영 씁쓸하기만 합니다. 


어찌됐든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내는 이들이 대단하게 여겨집니다. 책 속 상황도 일제치하라 힘든데 저는 자꾸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인물들에게 독립이 온다고 끝이 아닌데... 6.25전쟁이 그들 앞에 있는데...ㅠㅠ' 

그럼에도 그들은 부르짖습니다!

'나는 여기 살 기다!' 한복의 부르짖음이지만 전 이게 한복이의 개인적인 부르짖음이 아닌 한 민족의 설움와 더불어 짓밟혀도 살아내나는 생명력과 끈기를 나타내는 한 마디 같았어요.


조용하는 원래도 그런 인물인 줄 알았지만, 이번 편에선 제대로 사이코 패스 면모를 보입니다. 아쉬울 것 없이 모든 것을 갖고 살아온 이에게 왜 풍족하고 넉넉한 마음이 아닌 누군가를 못 괴롭혀서 난리인 모습이 도드라지는 걸까요? 그와 반대로 명희란 인물도 꽤나 복잡다단한 인물입니다. 사랑을 해도, 사랑을 받아도 그들과 는 인연이 있는 게 없는 명희입니다. 신식 문물과 교육을 받은 여인이지만 주체적이기 보다 수동적이고 고뇌가 많은 인물입니다. 굉장히 안쓰럽죠. 부디 명희가 자신이 살아가야 할 목적과 삶의 기쁨을 찾아내길 바랍니다.


갈수록 이렇게나 다양한 분야가 거론되고, 다양한 인물의 심리가 얽히고설킨 대하소설을 집필하신 박경리 작가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인물들은 만나보신 걸까? 간도는 가보신 걸까? 경제신문과 지식은 어디서 주로 얻으셨을까? 그 시대상의 모습들은 어디서 시작해 상상으로 펼쳐 내셨을까? 한 사람에게서 이런 엄청난 분량의 서사가 나왔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일본인 왈, 조선인은 게으르다, 조선에는 웬 거지가 이리 많으냐, 그 실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총독부에 가서 물어볼 일이다. ... 항상 족하지 못했지만 마을마다 대개 객사라는 것이 있었고 여염집에서도 한두 끼의 끼니, 잠자리를 거절하는 풍속이 아니었기에 나그네는 있었으나 거지는 흔치 아니했다. 그런데 어찌하여 삼천리 강산, 남의 땅으로 쫓겨간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이 불운한 강산 거리거리에 거지들이 떼 지어 방황하고 있는 것인가. 일인들 왈 조선에는 웬 거지가 이리 많으냐, 총독부에 가서 물어볼 일이다. 땅을 약탈하여 배가 불러 터지게 된 동척에 가서 물어볼 일이다. 조선인은 게으르다. 어째 게으른가 그것 역시 총독부, 동척에 가서 물어볼 일이다. ... p.12


 ... 이곳에서 뜨고 싶은 생각을 안 해봤느냐고 홍이 한복에게 물어본 것은 어쩌면 동병상련, 그런 것인지 모른다. 칠성이 아낙이었던 임이네는 홍의 생모, 그 수치스런 비극의 한 모퉁이와 관련된다. 실상 칠성은 음모에는 가담했으나 살인사건과는 무관이다. 그러나 오명은 지워지지 않은 채 홍의 의식 한구석에 남아 있었고 또한 평사리 마을 사람들 의식 한구석에도 남아 있어서 희미하나마 때론 적의로, 때론 모멸로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이다. ... p.102


'나는 여기 살 기다.'

한복의 그 말이 새삼스레 놀라움을 안고 되살아난다. 홍이는 자신의 만주행을 도망이라 생각지는 않았다. 어떤 면에선 고향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복의 경우는 분명히 도망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삼십 년이 넘는 세월을 그는 도망가지 않았고 수없이 갈아대는 칼날 밑에 수더분한 본래 그 모습대로 숫돌이 되어 살아온 것이다. p.103


"안 좋아요. 사방팔방 온통 벽이니까요. 조금만 움직여도 이마빡이 부딪치고 좀 더 움직이면 골통이 박살날 겁니다. 도대체 사람은 열쇠를 몇 개나 가지고 살아야 합니까." p.159


"그건 나도 누구한테였을까? 귀동냥을 한 건데 말이야. 어떤 목사님한테 들었는지, 사람은 절망의 구렁창에 빠지면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는 거야. 그 하나는 먹는 것 입는 것 다 잊어버리는 상태 그리하여 짚불 잦아지듯 사라지는 사람이며 다른 하나는 주렁주렁 단다는 거야. 허기 든 사람같이 뭣이든 계속해서 먹고, 전에 안 하던 화장을 하고 반지나 장신구 같은 것은 있는 대로 끼고 달고 옷은 화려하게, 절망의 시간을 빨리 먹어치우자는 잠재의식의 소행이라는 거야. 아이크! 이거 차 놓치겠다." p.188


... 늙으믄 봄이 좋은기라. 사방에 실안개가 서리서 나무마다 물이 오르고 찔레나무를 보아. 땅에서 생멩수를 뽑아 올리니라고, 저 빨간 줄기를 보라고." p.307


  명희는 창조의 능력이란 말에 엄청난 의미가 있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좁은 뜻에서의 예술을 두고 그 말을 뇌었던 것은 아니었다. 명희에게 그것은 엄청나게 큰, 우주와 개미까지 합친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 우주와 미물이 모두 창조에 동참하고 있다는 깨달음이었던 것이다. 그 깨달음은 희망이기보다 더욱더 큰 절망, 절망이 어떤 것인가를 뚜렷하게 명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p.519


"너에게야 그런 일 아무려면 어때. 농촌지도자가 되겠니? 나같이 전도부인이 될 것도 아닐 거고, ,넌 너 갈 길을 가면 돼. 아무튼 난 지금은 주님께 감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p.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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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6-21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 13권 ... 대단하십니다! 완독의 길 잘 걸으시길 기원합니다 ㅎㅎ 6월 마저 잘 보내시길요~

렛잇고 2024-06-21 11:3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날이 엄청 덥네요 서곡님도 6월 덥지만 책과 함께 시원한 하루하루 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