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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결혼 수업
남인숙 지음 / 해냄 / 2017년 6월
평점 :

'결혼수업'에 관련된 책이라?
결혼 전에 결혼에 대해 미리 알면 좋겠지만
정작 결혼식과 회사업무의 분주함으로
가장 중요하다는 결혼식 이후의 삶에 대한 지식은 무심코 넘겨버렸었다.
'살다보면 알게 되겠지..'
'부딪혀 봐야 알지 책을 읽으면 그때 뿐이야.'
이 책은 한줄로 요약하자면, 결혼 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결혼 생활을 정리한 책이다.
물론 나는 비교적 신랑이 무던한 사람이기도 하고
시댁 또한 그다지 큰 문제가 없었긴 해서,
이 책을 읽었다면 오히려 약간 결혼생활에 대해 겁을 먹었을 것도 같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 가령 남자에 대해,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미리 읽어두었더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베테랑 기혼자인 선배언니가 결혼에 대해, 그리고 결혼생활에 관해 조언해주는 듯한 책이다. 결혼과 연애에 대해 많은 고민과 경험을 통한 결론 끝에 기록한 책이라는게 느껴졌다. 적절한 비유와 근거를 제시하여 보다 설득력있게 결혼에 이르는 것부터 그 이후의 삶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간간히 나오는 유머러스한 요소로 '빵'터지기도 했다.
나의 경우 6년차 주부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은 결혼에 이르기까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임했는지, 남편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적다고 하면 적을 수도 있지만 신혼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남자사람과 여전히 있는 충돌이 있고, 불만이 끊이지 않는 등 답답했던 문제들이 떠오르면서 해결의 실마리 또한 찾을 수도 있어 도움이 되었다.
아무래도 결혼을 한 사람이어서 연애관련한 챕터보다는 남자라는 사람에 대하여, 가정에 주부로써 어떻게 임해야할지의 자세에 관련된 내용이 더 기억에 남는다.
남자는 자존심이 그의 존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기존의 남편을 생각하며 적용이 되었다.
또한, 우리 나라 남자들만이 갖고 있는 가정에 대한 책임감 관련해 읽었을 때는 전혀 고려해보지 않았던 남자들의 특성(?)이어서 저자의 탁월한 시각과 통찰에 감탄을 하기도 했다.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않는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이 되면서도 이해가 되었다.
남자에 대해서 알고 나니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니 해결방법이 보일 뿐 아니라 해결의지도 생겼다.
또한, 책을 보면서 저자가 인용하는 책, 인물의 말 등을 볼 때 저자가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고 고민하여 이 분야(?)에 적합한 결론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섹스를 해본 경험을 가진 사람과 결혼해 봐야한다는 내용은 내 가치관과 충돌이 되어 동의할 수 없었다. 또한, 저자는 과거 중매결혼이 일반적이었던 시대에 결혼생활이 대체로 잘 유지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섹스를 해본 경험이 없어도 결혼 생활은 유지 되는데 괜찮다고 보아야 하지 않나?
물론 시대적인 상황은 다르기에 그와 같은 주장을 한 것이다. 또한 속궁합에 대한 안타까움은 나도 이해는 된다. 저자의 말대로 결혼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과는 결혼까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조금 섣부른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결혼 생활에 있어서 무조건 바꾸라고 변화시키라고 투쟁하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사분담에 대해서 정말로 동등한 가사분담에 대해서는 다음 세대로 미루라고 이야기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근거는 상당히 설득력 있었다. 시대적인 상황을 고려한다고 할 때 공평한 가사분담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자녀들을 잘 교육시킴으로 다음 세대에서는 잘 이루어질 것을 희망한다. 남편들과 시어머니들의 이해할 수 없는 모순된 행동들에 대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에 대해서는 고려해보지 않았던 것이기도 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발하는 여성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쨋든 나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서 무조건 억울해 하고 분해하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 책은 결혼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잘 생각하며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또한, 신혼생활이거나 가정에 반복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상대방이 심각한 문제를 가질 경우를 제외한다)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특히 미혼 시절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의 최첨단 사회를 살다가 느닷없이 19세기식 가족 제도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여자들의 삶이 바뀌는 정도로 따지자면 여느 여권 후진국 못지 않다. p.18
자기 자신을 버림으로써 오히려 살 수 있는 것이 삶의 속성이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사람이 쉽게 행복해질 수 없는 이유는 이 우주 자체가 인간의 안위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하지만, 이 결혼이라는 제도 역시 우리 여자들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여러 조건들을 조합해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p.42
원래 삶이란 그냥 내버려두면 무질서하고 부정적으로 흐르게 되어있으며, 우리가 '의지'라고 부르는 물리적인 힘을 가해야 좋은 방법으로 가기 마련이다. 어느 면에서건 잘 사는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C역시 부모 덕에 저질로 잘 살게 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노력한 것이며, 어머니의 충고는 그 노력의 지표가 되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자라면서 보고 배운 바 없이도 좋은 결혼 생활을 하고 싶다면 부모가 아닌 새로운 지표를 찾으면 된다. p.49
가정을 직장처럼 여기고 내 역할을 찾기로 했다고 해서 새벽부터 밤까지 뼈 빠지게 일만 한다면 곤란하다. 당신도 잘 알고 있듯이 성공하고 인정받는 사람은 이름 모를 미담집에 나오듯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일하는'사람이 아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신이 할 일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기획 능력,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신이 하는 일을 홍보하고 영업하는 능력, 큰 틀에서 회사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며 자신을 믿고 도와줄 사람을 섭외하는 정치 능력이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 결혼 생활에도 기획, 영업, 정치, 능력은 필요하다. p.54
결혼 생활에 정치와 영업을 적용하지 않는 여자들은 남편에 대한 불만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결국 온갖 궂은 일은 도맡아 한다. 그렇다고 남편을 비롯한 가족이 그 수고를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이제 우리 어머니들이 그랬듯 그림자처럼 가족들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가슴에 한을 쌓아가는 아내 노릇은 그만두어야 한다. 아내인 나나 다른 가족들 그 누구에게도 만족을 주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
p.56
결혼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데만 골몰하지만, 진짜 어렵고도 중요한 것은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결혼해서 벽에 부딪힌다면 열린 마음으로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이 가리키는 노력의 방향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노력한 여자들만이 '엄마와는 다른 인생'을 산다.
p.157
당신이 결혼한 후 뭔가 문제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당신이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라. 아마 거기에 답이 있을 것이다. p.208
그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표현해 주기만 하면, 다각도로 그를 배려하려고 신경 쓰지 않아도 수월하게 사랑과 존경을 유지하며 잘 살 수 있다. p.211
나는 내가 생각해도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말들을 꾹꾹 눌러 참았다. 그러나 그 상황이 지나고 나서 단 한 번도, '그때 속 시원히 퍼부었어야 했는데'하고 후회한 적은 없다. 언제나 '그때 참기를 잘했지'하는 생각을 한다. p.219
남편을 설득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기 때문이라면, 당신이 그 일로 얼마나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정확히 어떤 일을 도와주었으면 좋겠는지,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해야 한다. ... 내가 아는 사장님처럼 "당신이 설거지와 욕실 청소, 음식물 쓰레기만 담당하면 나머지 모든 것은 내가 할게."라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보상이라야 별다른 것이 아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당신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과장된 칭찬, 가끔은 그가 좋아하는 요리를 해주는 것 등이다. p.223
남자들이 맞벌이하는데도 가사를 자기 일로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바로 이 책임감이다. 똑같이 바깥일을 하더라도 자신의 일은 아내의 일과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입장에서 아내의 일은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임시적인 것이지만, 자신의 것은 가족을 위해 절대로 그만둘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런 책임감을 느끼고 감내해야 할 스트레스는 아내의 일과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일하는 시간만을 비교해서 일률적으로 가사 분담을 강요하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p.225
기본적으로 남자들은 자기 속의 말을 하고 싶어하는 존재다. 남자들이 말하지 않는 이유는 딱 두가지 인데, 정말 할말이 없거나 상대가 자기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과묵한 남자에 대한 환상은 버리기 바란다. 대화라는 것을 하고 싶다면 먼저 그에게 화두를 요령 있게 던져주고 그가 하는 말을 정성 들여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아예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춰서, '그의 말을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화를 시작하면 반드시 그의 입을 여는 데 성공할 것이다. p.279
오히려 돈 문제는 며느리들 쪽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게 아닌가 싶다. 전통적인 생각 때문에 집은 시부모님이 마련해 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들 하는데, 요즘 같은 때 '집 한 채'는 당연한 게 결코 아니다. 만약 그들이 여력이 되어 보금자리를 제공해 준다면 정말 고만운 거다. 시부모님이 결혼 때 아파트를 사주었는데 그 유세를 얼마나 하는지 못 견디겠다고 말하는 여자들을 자주 보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그녀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 아파트 장만할 돈을 당신이 사회에 나가 직접 번다고 생각해 보라고. 그 돈을 벌기 위해 견뎌내야 할 수모에 비하면 부모님의 간섭이나 잔소리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p.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