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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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자를 한 책읽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알게 되었다.

그녀의 시크한 듯한 표정과 "~하지 않습니까?"라는 말투에서 솔직하고 직설적인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매번 그녀가 패널로 나오는 그 코너를 나는 참 좋아했다. 다른 이들과 달리 뭔가 적지 않은 책을 접한 사람인듯한 느낌, 그리고 평범하거나 대중적이지만은 않는 듯한 책들의 소개는 그녀가 책을 정말로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어 뭔가 배우고 싶고 궁금한 마음에 늘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 코너를 접했다.

왠지 나와는 아주 다른 성격이어보일 뿐 아니라 나와는 정반대인 내가 갖지 못한 능력을 갖은 것 같고, 무언가를 솔직히 대변해 주는 느낌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여행이라는 주제보다는 나는 그냥 저자만 보고 그녀가 쓴 글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런 그녀의 책을 이제서야 발견했다.


여행서를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그리고 여행서라면 무언가 포인트가 있다.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혼자 혹은 어떤 특별한 이와 떠난 여행, 여행지, 특이한 방식의 여행, 적게 소비된 여행, 여행지에서 발견하는 예술 그 외의 것들....

이렇게 독자들에게 여행에 도움을 주거나 색다른 것들을 보이고자 하는 목적이 반드시 여행서에 있다.

그런 것들과 이 책은 난 구별된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뭔가 색다르게 튀어보이진 않지만 또 다른 여행서 같지는 않다.

구성에 있어서는 일반 여행서와는 분명히 다르다.

어쩌면 그게 특이하고 저자만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특별하게 내세우는 여행지는 없다. 혼자 다니는 여행을 저자는 좋아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내세울 거리가 못된다. 그녀는 자주 갔던 곳을 계속 탐색하고 음미하며 다닌다지만 딱히 독자들에게 권하는 여행방식은 아니다. 많은 여행을 적은 비용으로 다녔다고도 말하지만 그 방식을 우리에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은 자신의 많은 여행과 여러 일상이 나무의 가지와 같이 연결되어 있다.

여행이라는 큰 나무에 여러가지 주제가 연결되어서 그녀의 입담을 통해 이야기 된다.


이 책은 여행을 간접경험하게 해주는 책은 아니다.

여행에 대한 도움을 주는 책도 아니다.

책의 제목처럼 시간만 나면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갔던 그녀답게 일상을 여행을 통해서 보내고, 여행에서 일상을 연결한 책이다.

책 표지에서 '말하는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만드는 시간'이 딱 이 책을 말해주고 있는데,

저자 뿐 아니라 책 표지 또한 그녀와 같이 솔직하고 직설적이게 이 책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참 그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솔직담백한 여행과 연결된 일상의 이야기는 너무 솔직해서 아는 언니와 수다떨듯이 편하게 깔깔거리는 느낌이다.

독자가 누가 될지도 모르는데, 여성의 생리이야기를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하질 않나

에딘버러의 날씨를 이야기할 때 너무 추워서 설사할 것 같은 기분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이보다 솔직하면서 감이 오는 표현이 있을까? 싶었다.


아무래도 같은 여자여서인지 저자가 말하는 '여자에게 여행이란' 제목의 글에서는 여행을 대하는 여자들의 태도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굉장히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남자와 비교하여 여행을 경험하는 여자들의 속사정과 환경은 그럴 듯하며, 실제로 나같아도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여자만이 공감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 아닐까 싶은데, 다시한번 솔직하고 시원하게 이야기하는 그녀의 필담(? 손담?)이 매력있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을 위한 실제적인 도움이 그다지 되지는 않았을지 모르겠지만, 그간 잊고 살았던 여행의 욕구에 다시한번 불을 지피게 되었다. 짧막하게 다룬 그녀의 여행내용이 많이 자극이 되었던걸까?

아니..그녀가 작게 나마 여행지에서 느끼고 경험한 그 이야기들이 그다지 괴리가 느껴지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익숙하고 친밀하게 다가와서가 아닐까 싶다.

나 또한 결혼 전에는 혼자 여행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아마 결혼하지 않았다면 받은 월급을 고스란히 여행사나 대중교통비로 내놓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휴일이 생길 때마다 여행지를 찾아 다니고 혼자 누비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국내를 다니기 시작할 즈음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혼자만의 여행은 쫑이 났지만 말이다.

그 당시 혼자다니는 걸 어떻게 했나 싶을 정도로 낯설어진 지금이지만, 그래서인지 그녀의 혼자 여행이 내겐 친숙하고 지금은 그리워하고 아쉬움을 남기는 가운데 이렇게 나마 책으로 대체적인 경험을 하니 이 책이 내게는 그렇게 뜻밖의 기쁨을 준 것이 되었다.


마지막이다.

거창한 여행이, 화려한 여행이 우리에게 행복을 줄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아마 내가 아닌 남을 위한 보이기 위한 여행이 아닌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또한 저자 자신의 여행을 이야기 하며 우리에게도 자신에게 맞는 여행을 찾아볼 것을 이야기 하는 듯하다.

무언가를 찾고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그냥 내가 원하는 여행을 소박하더라도 다녀오고, 그 여행을 통해 또 하나의 일상을 발견하는 것 ... 그냥 떠나는 기쁨으로 떠나는 것...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그 어디가 어디일지라도 떠나는 여행...

아!!! 나도 가고 싶다~ ^^



   

"하느님 저에게 허락하소서.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늘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커트 보네거트 <제5도살장> 기도문 中 p.14



여행이야말로 우아하게 가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집에서 가난한 것보다는, 여행지에서 가난하면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 있다는 자위라도 할 수 있으니까. 돈이 없어서 고생을 하고 나면 정말 뭔가 알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게 뭔지는 결국 알 수 없었다. 정신승리가 따로 없다. p.33



하지만 그때 그렇게 놀지 않았다고 해서 나의 서른 초반의 삶이 딱히 윤택해졌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런 철없음이 더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많이 누리는 게 아니라 가진 걸 최선을 다해 누릴 기운이 남아 있으면 좋겠다. 남들 보라고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이렇게 나이를 먹는다. p.79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혼자 여행하는 건 꿈도 못 꾸겠다고. 그 시절이 그립다는 뜻이기도 하고, 배우자와 아이(들)가 함께하는 여행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담은 말이기도 하다.


여행이라는 것은, 우울치료제로 여행을 복용하는 사람에게는 세상에서 더없이 넓은 동굴이고 또한 가장 작은 동굴이다. 그런 여행에서는 아무와도 친구가 되지 않는다. 나 자신과도 더 친해지지 않는다. 그냥 나를 잘 모르겠고 내가 싫은 상태로 어딘가로 갔다가 그대로 다시 돌아온다.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냥, 동굴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게 전부다. p.107



가지 못한 장소를 글로 경험하고 상상하는 것은, 인간이 상상력을 지닌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나는 결국 가본 곳보다 못 가본 곳이 더 많은채 죽을 것이다. 하지만 가본 곳보다 읽어본 곳이 더 많기는 하겠지. 안 가본 곳에 대해 읽고 상상하는 법을, 나는 외할머니를 통해 배웠다. p.118



일본에서의 미니멀리즘이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 촉발된 움직임이라면, 한국에서의 미니멀리즘은 저소득을 긍정하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사고 싶은 만큼 사보니 안 사도 되겠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과, 원하는 만큼 사본 적이 없지만 그래봐야 부질없다고 배운 뒤 일단 아끼고 보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여행하지 않을 자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가보니 생각의 깊이란 내 집 침실에서도 얻을 수 있더라 하는 깨달음을 얻는 것과, 애초에 여행 가도 별것 없으니 안 가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은 다르다. 사랑할 자유를 누린 뒤에 사랑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할 수 있고, 일하고 싶은 자유를 충족시킨 뒤에야 일하지 않을 자유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할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하지 않을 자유'를 가르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해보니 별것 없더라"와 "해도 별것 없대"는 다르다. 여건이 된다면, 결론을 내기 위해 직접 경험할 수 있다면, 하기를 권한다. 여행을 다녀오지 않고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내안으로 여행하기'를 잘 하려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뭔지부터 알아야 할 것 아닌가. 하다못해 여행을 싫어한다는 사실도, 여행을 해봐야 알 수 있다. 인내와 금기는 엉뚱한 판타지만 키우더라. p.156



미켈란젤로는 이 <피에타>를 정면에서 보는 인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 위에서 굽어보시는 하느님을 위해 만들었다는 설명. 미켈란젤로의 의중을 완벽히 알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 위에서 본 <피에타>는 정면에서 본 <피에타>와 다르다. 위에서 보는 순간, 그냥, 설명이 필요 없어진다. p.205



먹어보지 않은 음식을 다짜고짜 좋아하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진짜' 맛있는 음식이라면 먹는 순간 눈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신의 음성이 귓가에 울릴 것 같지만, 그건 음식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일 뿐더러, 맛을 음미하는 법을 아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지적인 쾌락이다. 미각은 다른 많은 감각처럼 훈련할수록 더 성취도가 높아진다. 미술이나 음악, 소설 같은 예술의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법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배우듯 말이다.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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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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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결혼 전 아마 2012년 쯤부터 직장인인 나의 삶에 소소한 기쁨이 바로 토요일에 영화관련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었다.

K 본부와 S 본부에서 약간의 시간차로 진행해서 한 프로를 보고 곧 바로 다른 본부의 프로로 갈아타기 식으로 즐겨봤었다.

그 중 한 프로를 보는 이유가 이 책의 저자와 김태훈 칼럼리스트가 영화에 대해서 평론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였다.

영화를 소개해주거나 딱딱하게 영화의 의미를 전해주는 것과 달리 그가 진행하는 코너는 영화이야기와 더불어 영화에 내포하는 것을 소개하는데 그게 꽤 설득력있게 다가왔고, 그것들을 근거하는 뒷이야기들도 쏠쏠히 있어서 정말 개성있고 특별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그가 빨간 책방이라는 프로의 DJ라는 걸 얼핏 알게 됐다. 그리고 이렇게 독서법을 주제로 한 책을 그가 냈다는데 왠지 모를 반가움과 기대감이 들어 이 책을 바로 찾아 읽어보았다.


독서와 관련한 책을 읽는걸 나는 좋아한다. 독서에 대한 기대감은 늘 갖고 있지만, 독서관련한 책을 읽으면 도전이 될 뿐 아니라 그것이 내 독서생활에 박차를 가하는 동력이 되어 내 삶에 생동감을 주는 것 같아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이 보는 책들 중에 이 책은 그동안의 책들과는 다르다.


일단 이 책은 책의 장점에 대해 판매영업하는 사람처럼 이야기 하지 않는다. 물론 주제가, 말하려는 포인트가 책마다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여태까지 내가 봤던 책들은 저마다 독서의 장점을 거의 신봉하는 수준처럼 제시하곤 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책만큼 질리지 않는 것을 찾기 힘들고, 한번 읽는 매력에 빠지면 책만큼 재밌는게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표현은 담백하고 솔직하게 느껴진다. 어느 과장이나 화려한 표현없이 책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 하는 점에서 참 좋았다.


저자는 자신은 독서방법과 관련한 것들을 알지 못했고, 수십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만의 독서방식을 터득했다며 그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방식은 다른 책에서도 본 것과 유사한 면도 있지만, 다르게 신선하고 독특한 면도 있다. 예를 들면, 나만의 서재, 나만의 책을 읽는 전당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그가 독서하는 공간 중 가장 좋아하고 독서가 잘 되는 공간은 욕조에서라고 한다. 나같으면 책이 젖어버리면 어쩌지 싶어서 시도하지 못할 방법인데, 나름대로 책을 안 젖게 하게 할수 있다고 하니 그 공간에서의 독서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또한, 좋은 책, 훌륭한 책을 찾기 위한 방법도 공유하는데 책의 2/3 지점을 펴서 읽어보는 것이라고 한다. 나도 책을 고를 때는 목차나 혹은 서문을 보고 고르는데 이 방법은 듣도보도 못한 놀라운 방법이어서 꼭 활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의 독서에 관한 저자의 생각은 참 깊고도 설득력이 있다. 자신이 생각한 것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따라 그리고 근거를 바탕으로 독서에 관한 자신만의 관점을 제시하는데 바로 이러한 면이 독서와 관련된 책들에서 확실히 구분되는 면이라 볼 수 있겠다.

우리 남편의 말에 따르면 독서를 하는 것은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여행?)이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생각을 따라 책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하는 독서에 대해서 그의 생각을 따라가는 건 굉장히 흥미롭고, 독특한 흐름을 따라가는 내내 즐겁다.


사실 나 자신은 절대로 사색적이지 않고, 생각하는 것에 서투르며 논리적이지 않다. 그런 나의 생각을 따라가면 늘 어느 시점에서 뭉뚱그려지거나 사라지는데, 이렇게 독서를 하면서 이런 저자의 생각을 천천히 따라가는 것에서 책의 매력을 느끼고 묘미를 알아간다. 나라면 할 수 없는 생각들을 작가를 통해서 함께 해본다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2부에서는 내가 즐겨듣는 라디오의 패널로 매주 등장하는 이다혜 기자와 질문, 대답이 오간다. 기자의 날카로움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갖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거침없이 질문해주어 읽으면서 독서에 관련하여 궁금하던 것들이 세세히 해결되는 것을 느꼈다.

또한, 질문하는 사람이 그 분야에 대해서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있는 인터뷰는 한쪽에 편향된 일방적이거나 질문이 상투적이 되기 쉽다. 그런데 이 경우엔 둘다 책에 관해서라면 그 애정과 관심이 상당한 분들이어서 질문도 답변도 내용이 탄탄하고 알찬 것이 흥미롭다.


꼭 독서법에 대해서 알고 싶은게 아니더라도 책읽기에 관련된 생각의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면 재미있게 볼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그의 생각을 따라 그가 이야기하는 그만의 독서법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 같다.

책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고, 담담하고 편하게 즐기는 독서로 그의 가이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 또한 500권정도 그의 추천도서 목록도 꼭 한번 보고 참고해보면 좋을 듯하다. 추천도서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독서를 찾아가는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하지만, 추천도서관련 질문을 너무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고 독자들 또한 그의 생각과는 별도로 상당히! 궁금해 할 것이기 때문에 만든 것으로 보인다. 


즐독하세요 :)


**아래 인용 쓰다보니 책을 다 베낀듯.... 죄송합니다. 너무 좋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전문성을 이야기하고 그 중요성도 높아집니다. 전문성이란 깊이를 갖추는 것이겠죠. 그런데 깊이의 전제는 넓이입니다.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아요. 넓이의 전제가 깊이는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깊이가 전문성이라면 넓이는 교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깊이가 전문성이라면 넓이는 교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적인 영역에서 교양을 갖추지 않는다면 전문성도 가질 수 없죠. 사람들은 대체로 깊어지라고만 이야기하는데, 깊이를 갖추기 위한 넓이를 너무 등한시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국경과 시간적 제약이 점점 무의미해지는 현대에는 넓이에 주목하는 게 더욱 중요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넓이를 갖추는 데 굉장히 적합한 활동이 바로 독서입니다. p.27


왜 문학을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두 가지 때문이라고 말해요. 하나는 인간이 한번밖에 못 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천 번 만 번 다시 태어나서 산다면 다양한 삶을 경험해보겠지요. 하지만 인간은 한 번밖에 살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인생에서의 모든 것은 시연없이 무대에 올라가서 딱 한 번 시행하는 연극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 타인이라면 다양한 상황과 특정한 경우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해주고 감정을 이입하게 해줍니다. 인간의 실존적인 상황, 그 한계를 좀더 체계적이고도 집중적인 설정 속에서 인식하게 하고 고민을 숙고하게 만들죠.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적인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직접적인 경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경험을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직접적인 경험보다 간접적인 경험이 더 핵심을 보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p.29-30


책을 빨리 읽어버리려면 중간에 덮으면 안 되겠지요. 그래야 책 하누건을 다 읽는 속도를 높일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책 읽는 중간중간에 잠시 멈추는 것, 그것도 독서 행위이고, 더 나아가서 그것이 좋은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것을 넓혀나가기 위해서 또는 스스로 소화하기 위해서 책을 덮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과정을 억지로 참아가면서 몇 시간 안에 이 책을 독파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는 것은 참 미욱한 짓입니다.

세상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빠르게 완료하지 못할 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은 시간 자체가 그 핵심입니다. 책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책과의 만남, 그 글을 쓴 저자와의 소통, 또 책을 읽는 나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그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 시간을 아까워하며 줄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다시 한 번 무엇을 위해서 책을 읽는가 생각해봅니다. 독서 행위의 목적은 결국 그 책을 읽는 바로 그 시간을 위한 것 아닐까요. 그 책을 다 읽고 난 순간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독서를 할 때 우리가 선택한 것은 바로 그 책을 읽고 있는 그 긴 시간인 것입니다. p.58


 또한 서로 다른 분야의 책들을 읽으면 상승효과를 일으켜서 좋습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진화심리학에 흥미가 있으니까 그에 관한 책 열권을 두고 읽으면 진화심리학을 체계적으로 파고들어 정말 좋을 것 같잖아요. 저의 경험으로는 그것보다 진화심리학과 역사에 관한 책, 지리에 관한 책을 동시에 읽으면 그것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데 그게 뇌에 자극을 주기에 더 좋은 것 같습니다.  p.64


훌륭한 책은 당연하게도 모든 페이지가 훌륭합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고를 때 마지막(책을 고를 때 먼저 서문을 읽어봄, 다음으로 차례를 봄 그리고 마지막으로를 이야기함.)으로 3분의 2쯤 되는 페이지를 펼쳐봅니다. 그리고 오른쪽 페이지를 읽어요. 왜냐하면 인간의 시선이 왼쪽보다 오른쪽이 더 잘 읽히거든요. 집중력도 높아지고요. 물론 앞에서부터 읽어온 것은 아니니까 그 페이지의 내용을 명확히는 잘 모르겠지요. 그래도 집중해서 한 페이지만 보면 그 책이 나한테 맞는지, 좋은 책인지, 잘 쓴 책인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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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이면 3분의 2 지점을 보는 거냐면, 저자의 힘이 가장 떨어질 때가 바로 그 부분입니다. 무슨 책이든 시작과 끝은 대부분 나쁘지 않습니다. 저도 책을 낼 때 그렇습니다. 원고를 배열할 때 잘 쓴 걸 아에 둡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앞쪽부터 읽어나갈 테니까요. 한편 맨 뒤부터 슬쩍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맨 뒤에 넣죠. 바로 그래서 3분의 2쯤을 읽으면 저자의 약한 급소를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부분마저 훌륭하다면 그 책은 정말 훌륭하니까 그 책을 읽으시면 됩니다. p.76-77



책을 읽는다는 건,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독서 체험 자체가 기본적으로 고독한 행위입니다. 현대인들이 가장 못하는 것이 바로 그 고독한 행위인데 일삼아서라도 혼자 정신적으로 홀로 설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필요한 일 아닐까요.

 한 사람이 책 한권을 쓴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하나의 주제 아래 자신의 지적인 세계를 만들어 거기에 투사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부족하고 어설퍼도 그것에 들어가는 저자의 노력은 대단한 것입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다는 건, 저자가 만들어낸 지적인 세계, 그러니까 한 사람의 세계와 통째로 만나는 것입니다. 이것은 굉장한 경험입니다. p.79


우리는 일반적으로 책을 내가 습득해야 할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내용이나 생각이 다운로드 되듯 나에게 그대로 옮겨지기를 바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독서를 위해서는 책을 읽는 자체가 아니라 책을 읽음으로써 나에게 일어나는 어떤 것, 그것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서에서 정말 신비로운 순간은, 책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에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을 때 책과 나 사이 어디인가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것은 신비로우면서도 황홀한 경험입니다. p.80


경험해보면, 목적 독서는 지쳐요. 왜냐하면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서는 쾌락을 못 느끼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얻어지는 부산물, 결과를 겨냥하고 책을 읽게 되면 독서를 '견디게' 되거든요. 힘든데, 다 읽고 나면 '한 권 읽었다'에 그치는 거죠. 책이라는 것은 우회로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자꾸 얘기하는 건데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하는 이야기들 있잖아요. 책을 읽으면 지식이 늘고, 화술도 늘고, 글도 잘 쓸 수 있고.... 저는 이 모든 게 부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책을 읽다 보면 그 안에 주제도 있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라는 것도 있고 정보라는 것도 있는 거거든요. 굳이 이야기하면 우리에게 질문을 주는 책들이 더 좋은 책들이죠. 그렇지만 뒤집어 얘기하면 제대로 질문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도 아니에요. 책이 거기 있기 때문에 읽는 거예요. 재미있어서 읽는데, 읽다보면 그런 것들이 튀어나오는 거죠.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가 뭐예요?' 묻는다고요. 이런 질문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99퍼센트의 창작자는 어떤 주제를 말하기 위해 영화를 찍지 않아요. 그냥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죠. 그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영화로 찍다 보면 거기에 주제도 있고, 질문도 던지고, 여백도 있고, 성찰도 하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일단 책이라는 것 자체가 삶의 일부가 되도록 끌어아는 게 중요해요. 그러다보면 책이 우리에게 질문을 하게 해준다는 거죠. 아주 세세한 질문이기도 하고, 아주 큰 질문이기도 한데, '이 길이 옳은가'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해 책이 답을 주지 않지만, 일종의 방향성이나 지향성 같은 걸 주는 거죠. 그런 것은 다른 어떤 매체도 갖고 있지 않은, 책이 갖고 있는 자기 반영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p.91-92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예를 들어 '독서력'이라는게 있다고 쳐보세요. 분명히 독서력은 있어요. 그런데 책을 읽는 초반 단계, 그러니까 아직 독서력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단계에서 나만의 판단 기준을 갖고, 저자의 부족한 점을 비판하고, 그러면서 자기만의 확고한 생각을 갖고.... 그런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저자라는 사람은 책 한 권을 쓸 정도로 그 문제에 대해 깊게 오래 생각을 한 거죠. 출판사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이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것들로만 거른 것들이 책으로 나오는데 그 책 한 권 후루룩 본 사람이 한 번에 비판할 논점을 꿰뚫어보는 것은 독서력의 초반에는 불가능 하죠. 초반에 비판적 독서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초반에는 좋은 책을 '골라 읽기'가 필요하죠.

그 다음에, 비판을 하려고 하지 말고 요약을 하려고 하라는 거예요. 초반에는 그게 중요해요. 비판은 고차원적인 지적 행위인데, 그 단계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독서력이 쌓여야 하거든요. 초반에는 읽고 나서 요약하기도 어려워요. 소설 읽고 줄거리 요약해보면 어렵잖아요.....

그래서 초반에는 요약만 제대로 해도 굉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요약을 한다는 것은 그 책의 핵심을 간추린다는 얘기거든요. 그리고 구조를 파악한다는 얘기예요. 그러니 내용을 제대로 요약하기가 중요하죠. 이런 경험이 어느 정도가 쌓이면 비판적인 판단 기준이 나오죠.

제 생각에 그런 비판적인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와 토론을 하는 거예요. p.109-110


많은 사람들이 책 읽은 뒤에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고 그러는데 일단 기억이 안 나는게 당연하고, 두번째는 훈련이 안 되어서 그래요. 뇌가 요약의 형태로 기억하니까 훈련이 되어 있다면 당연히 더 잘 기억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줄거리 요약을 잘하면 그 사람은 나중에 더 많은 것을 더 잘 기억하게 될 거예요. p.116


이 이야기인즉슨, 강제성이 있으면 얼마나 재미가 손상되는지를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독서에 대해 누차 하는 이야기는 독서의 자발성과 재미인 거예요. 재미를 못 느끼는데 타고난 엄청난 성실성으로 1만 권의 책을 읽었다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제일 중요한 건 재미예요. 몸과 정신에 덜 좋은 것일수록 재미있어져요. 그게 무엇이든. 대표적으로 게임이 그렇죠. 어떤 것은 수백번을 해봐야 비로소 재미가 생기는데, 한번 생기면 그게 평생을 가는게 있단 말이죠. 어느 단계까지만 올라가면, 그다음부터는 세상에 책만큼 재미있는게 없어요. 책만큼 안 지겨운게 없고요. p.136


책을 읽는 진정한 가치를 좀 다르게 표현하면, 책은 한 사람의 정신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거잖아요. 그렇다면 나는 읽을 때 저자의 세계 전체와 상대하는 방식으로 책을 읽는 거란 말이에요. 그렇다면 독서행위의 정말 중요한 가치는 '이 사람이 한 권의 책에서 구현해낸 엄청한 세계를 내가 어떻게 빨리 습득하느냐'가 아니죠. '이 책은 저렇게 말하는데 나는 이렇지'하고 자기반성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핵심이 아니죠. 그 둘사이에 있는 것 같아요. 두 세계의 사이의 교직에 책 읽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는 것 같거든요. 책 읽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자기 성찰과 반성을 위해서라는 말은 부분적으로 맞지만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는다는 것이 한 사람의 세계를 만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하고 깊은 방식일 수 있지만 그 역시 핵심은 아닌 것같아요. 핵심은 그 둘 사이 어디에 있다는 거죠. 그러면 둘 사이에서 만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물리적인 공간에서 특정한 시간을 함께 흘려 보내는 식으로 만나는 건 아닐까요. 그렇게 한다면 좋은 삶은 뭐겠어요. 시간을 흘려보내는 삶, 시간 속에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잘 선택하는 삶, 그것이 좋은 삶이잖아요. 그래서 앞에서 말한 습관이라는 것도 시간을 경영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면, 시간을 흘려 보내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검증된, 유쾌한, 훌륭한 방식 중 하나가 책 읽기라는 거죠.

p.146-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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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단색의 소라색(?)이 책의 제목을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게 한다.

제목은 무언가 무게 있으면서도 진중함이 느껴진다.


요즘 말로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속해있는 가정과 그 외의 모임 그리고 내 내면에서 나는 많은 말을 하고 있다.

그 말들은 나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자칫 과하거나 부족해서 잘 전달이 안되거나 오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은 후회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성격도 소심한 탓에 그것들에 대한 묵상(?)이 나도 모르게 깊이 되는지라 괴로운 마음으로 시간을 보낸 적도 적지 않았다.

말에 대해 여러모로 곱씹어보기도 하고, 안타까워 하면서 후회하던 중에 발견하게 된 책이었다.


지난 <언어의 온도>라는 책으로 따뜻하면서도 세심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이기주 작가님의 두번째 책!


인용된 이야기, 저자의 사색이 마음 깊이 다가와 나도 모르게 책을 읽는 손이 빨라지는 경우가 있지만

저자가 이야기의 말을 기억하며, 서서히 브레이크로 내 속도를 정돈하며 단어를 곱씹었던 시간이었다.


한권의 책은 수십만개의 활자로 이루어진 숲인지도 모릅니다. <말의 품격>이라는 숲을 단숨에 내달리기 보다, 이른 아침에 고즈넉한 공원을 산책하듯이 찬찬히 거닐었으면 합니다. <일러두기 中>

어쩜 말에 대한 그의 깊은 사색들을 어떻게 이렇게 잘 다듬고 갈아 어여쁘게 표현했을까? 감탄이 절로 난다.

단순히 한번의 번뜩이는 생각이 아닌 여러 번 곱씹고 되새긴 생각이 만들어 낸 글들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위에서도 말했지만 정말이지 혼자 있을 땐 말에 관해서 많이 생각했다.


'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왜 나는 그때 이렇게 대처하지 못하고 바보같이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을까?'

'그때 주책스럽게 그런 말을 그 상황에서 한거야?'


이러한 생각은 생각에 꼬리를 물고 물어 감정이 격화되거나 분노로 옮겨져서 걷잡을 수 없이 괴로움으로 치닫게 했다.

이러한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수도 있다. 진실이 아닐 수 있다. 내가 만든 허황된 것들일 수 있다라고 토닥이지만, 다시 돌아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납득하지 못한다듯한 절망과 서운함과 여러 감정이 나를 휩싸기도 한다.

어쩔 땐 생각관리, 간수를 제대로 못하는가 싶어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러할 때!

이 책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나의 마음은 '말에 베인 상처'라는 몇 단어의 조합으로 위로가 되었다. 말에는 그러한 위력이 있고, 그러한 말의 힘으로 상처가 됨이 나만의 일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며, 상처로 인해 속이 욱씬거리다가 차분하게 마음이 가라앉는 그리고 치유되는 상쾌한 느낌까지 갖게한다. 


그러다가 가장 인상깊게 다가온 단어는 와타나베 준이치(<실낙원>의 저자)가 말한 '둔감력'이라나 단어였다.

둔감이란 단어는 평소에 정말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단어다. 선호하지 않는 단어다. 둔감이란 단어를 개인에게 사용했을 때 기분 좋을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와타나베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그것들을 복원하고 토닥이는데 우리에게 바로 이 '둔감력'이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내게 딱맞는 만능지우개를 찾은 느낌이었다.

그가 말한 마지막의 말 '그러한 둔감력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은 감정으로 혼란으로 잔뜩 흐트러진 내 정신을 바짝 세워 일으켜주는 듯했다.




하지만 책에서는 여기에서 끝나지만은 않는다.


저자가 말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 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는 말은 다시끔 우리가 보지 못한 말의 새로운 위력을 보게 해 준다. 방향성이 아까와는 다르다.

내가 받은 말들로 인해 그것을 보듬어가고 복원하는 과정이었던 것과는 다르다.

바로 우리가 들었던 말은 어디에서 온걸까?

우리가 받은 말에 대해 과연 상대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생각지도 못한 생각에 다시 빠지게 된다.

우리가 무심코 뱉은 말이 다 유익하고 선한 말은 아닐 것이라는 것을 우리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알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다. 

그 말들이 상대와 나의 입과 귀를 거쳐서 나한테 돌아온 것은 아닐지 정말이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그러면서 말은 곧 그 사람의 인품이고 성품이 된다는 것을 늘 기억하면서 우리는 매사 신중을 기울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그 사람처럼 꾸미거나 우리의 외모를 꾸민다고 해서 우리의 인품이 또한 그것을 표현하는 말이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이다.

남을 속이려고 했다가 결국 내가 속았다. 결국 나는 드러난다고 한다는 말이 충격적이다!

그것들이 돌고 도는 인생이 바로 삶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흘려버리는 말은 그렇게 우리와 상대의 오감과 심령에서 돌고 돈다는 것을 생각할 떄 정말 삶이 새롭게 보여진다. 그리고 그간 나의 행동과 말들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모든 관계를 청산해야하나 하는 정말 부끄러운 생각도 했다.

그게 모자란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에너지가 그쪽으로 과다하게 쓰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일까??

그런 생각에 그냥 위의 생각은 한켠으로 치우다 꺼내다 하기만을 반복했다.


그러한 고민을 갖고 읽은 이책에서

나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다시 돌이켜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의 표현대로 꽝광 얼었던 것이 움츠러든다고 결코 녹아내릴 수 없다.

움켜쥐었던 자세를 다시 흔들어 펴고 일으켜서 걸음을 내딛어야 녹아내림도 경험하고 다시 오는 봄을 느낄 수 있다.

그가 사용한 봄과 관련한 비유는 정말이지 평범하고 소소한 자연에서 진리로움을 이끌어낸 상당히 놀라운 깨달음을 우리에게 준다.(이 문장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정리함;;)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의 감정도 그 빠른 속도에 따라서 여기저기 밀치고 흘러가는 듯하다.

특히 말에 있어서 보이는 듯 안보이게 함께 변화에 흘러가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잠시 우리를 되돌아 보면 어떨까?

토닥이며 그리고 힘을 내라는 너무도 따사롭고도 섬세하게 힘을 주는 이 책을 읽어보기 위해 잠시 쉬어볼 것을 권한다. 

 

 

쉼이 필요한 것은 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 그럴 싸한 말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게 대수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말을 잘하는게 아니라, 적절한 때에 말을 거두고 진심을 나눌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숙성되지 못한 말은, 오히려 침묵만 못하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p.86


평소 다양한 자리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좋은 이들이 많지만, 인간에 대한 배려를 몸과 마음에서 깨끗이 지운 채 분노와 악의로 빚어진 언어를 날카롭게 휘두르는 일들도 더러 본다.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문장에 마음이 베일 때면, 누군가에게 나도 저런 말을 했었던가 하고 되짚어보면서 상대방의 입술을 은밀하게 바라본다.

.......................................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말과 글과 숨결이 지나간 흔적을, 그리고 솔직함과 무례함을 구분하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를, 말이라는 악기를 아름답게 연주하지 않고 오로지 뾰족한 무기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를.... p.103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칼에 베인 상처는 바로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는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숨막히는 세상이다. 정제되지 않은 예리한 말의 파편이 여기저기서 튀어 올라 우리의 마음을 긁고 할퀸다. 이같이 난잡한 세상에서 허덕지덕 힘겹게 버티다 보면 헷갈리는 게 있다. 날카로운 언어의 창이 우리를 겨눌 때 촉수를 곤두세우며 예민하게 대응해야할까, 아니면 외부적 자극에 둔감하게 반응하며 무덤덤하게 임해야 할까.

소설 <실낙원>의 저자로 잘 알려진 와타나베 준이치는 이런 고민에 휩싸인 이들에게 "둔감력(鈍感力)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와타나베 준이치는 둔한 감정과 감각이라는 뜻의 '둔감鈍感'에 힘을 뜻하는 역 力자를 붙인 '둔감력'이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곰처럼 둔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본인이 어떤 일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지를 자각하고 적절히 둔감하게 대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둔감력은 무신경이 아닌 복원력에 가깝습니다." p.106-107


둔감력은 좌절감을 극복하는 마음의 근력 또는 힘을 의미하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같은 단어와 어감이 묘하게 겹쳐진다.

타인의 말에 쉽게 낙담하지 않고 가벼운 질책에 좌절하지 않으며 ㅏ자신이 고수하는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힘, 그렇게 삶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바로 둔감력이다. p.108


나는 글을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좌우봉원 左右逢原'이라는 말을 가슴에 아로새긴다. "주변에서 맞닥뜨리는 사건과 현상 모두가 학문 수양의 원천이 된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삼라만상 모두가 공부의 자원이다. 진리와 이치를 먼 데서 찾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주변을 진득하게 응시하면 어느 순간 진리에 도달하게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p.117


모든 힘은 밖으로 향하는 동시에 안으로도 작용하는 법이다.

말의 힘도 그렇다. 말과 문장이 지닌 무게와 힘을 통제하지 못해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허다하다.


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 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헤엄쳐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되돌아온다.


일본의 심리학자 시부야 쇼조에 따르면, 타인을 깎아내리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 살마은 칭찬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상대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상대방을 뒷담화로 내리찍어 자기 수준으로 격하시켜야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다.

p.126


이덕무, 박제가와 함께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문인 성대중이 당대의 풍속을 엮은 잡록집인 <청성잡기>에 이런 글귀가 나온다.

"내부족자 기사번 심무주자 기사황 內不足者 基辭煩 心無主者 基辭荒"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 말이 번잡하며 마음에 주관이 없는 자는 말이 거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p.137


사람과 말의 본질도 매일반이다. 아무리 화려하게 포장하고 감추려 해도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성질은 언젠가 드러나고 만다.

본성과 본질, 진심 같은 것은 다른 것과 잘 뒤섞이지 않는다. 쉽게 으깨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진실한 것은 세월의 풍화와 침식을 견뎌낸다. p.148-149


타인을 향해 생각을 표현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행위는 만인이 고민하는 숙제다. 그 과정에서 혹자는 상대의 의표를 찔러야 한다는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혹자는 누군가의 화법과 말투를 무작정 따라 하다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우린 그렇게 살아간다.


말에 비법은 없다. 평범한 방법만 존재할 뿐이다.

그저 소중한 사람과 나눈 대화를 차분히 복기復碁하고 자신의 말이 그려낸 궤적을 틈틈히 점검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법을 찾고 꾸준히 언품을 가다듬는 수밖에 없다. p.153


인생은 작은 오해와 인연을 맺거나 풀어가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다만 인생이라는 강은 단번에 건너뛸 수 없다. 사귐도 그렇다. 크고 작은 돌을 내려놓고 그것을 하나씩 밟아가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차근차근 건너가야 한다.

삶과 사람 앞에서 디딜 곳이 없다고 조급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인생과 관계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이다.

p.170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수양서인 <사소절 士小節>에서 성인이 알아둬야 할 행실과 언어생활에 대해 소상하게 적었다.

"경솔하고 천박한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려고 하면 재빨리 마음을 짓눌러야 한다.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거친 말을 내뱉고 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해로움이 따르게 될 텐데,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p.176


"당신 멋져!"

몇 해전 송년회 자리에서 접한 건배사다. 여기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당신이 멋있다"는 겉뜻을 벗겨내면 "당당하게, 신나게 살고, 멋지게 져주자"는 속뜻이 드러난다. p.182


편견의 감옥이 높고 넓을수록 남을 가르치려 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교정하려 든다. 이미 정해져 있는 사실과 진실을 본인이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상대의 입장과 감정은 편견의 감옥 바깥쪽에 있으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p.192


사람의 마음에는 저마다 강이 흐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말이 우리의 귀로 들어오는 순간 말은 마음의 강물에 실려 감정의 밑바닥까지 떠내려온다. p.203


타자에 대한 개방적인 시각은 교황이 남긴 몇몇 어록에 진하게 배어 있다. 언론과 가진 첫 공식인터뷰에서는 "이혼과 낙태 문제에 대한 교회의 공식 입장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것이 오늘날 교회의 역할입니다."라고 했다. p.229


이른 봄에 골목이나 처마 밑을 지나다 보면 희끄무레한 잔설이 쌓여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연의 섭리가 그렇다.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곳에서 얼음이 저절로 녹을 리 없다. 빛을 쫴야 겨우내 언 땅이 풀린다.

사람 감정도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다. 따스한 햇볕 아래 서 있을 대 삶의 비애와 슬픔을 말려버릴 수 있다. 그떄 비로소 시들한 마음이 부풀어 오르고, 꽁꽁 얼어붙은 가슴도 녹아내린다.

봄기운이 바람에 실려온다 싶으면 컴컴한 곳에 눌러 앉아 있지 말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몸을 솟구쳐서 울타리를 벗어나야 한다.

삶의 바깥쪽에서 서성이지 말고 삶의 한복판으로 걸어가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런 것처럼 광장으로, 볕이 드는 곳으로, 삶의 온기가 있는 곳으로......p. 23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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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들의 전쟁법 - 이기는 약자들은 어떻게 싸우는가
박정훈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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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전국 초등학교 교사 선발 인원이 대폭 줄어든다는 것이다. 작년대비 44% 축소된 인원을 선발한다. 지역별로 많게는 세종시를 볼 때, 작년 기준으로 1/8 수준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교대는 물론 교대생에게 이런 소식이 맑은 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이야기 일것 같다. 정책적인 실패를 비판하며 이러한 선발공고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자로 보이는 우등생들인 교대생들은 그들 나름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여기까지 왔다. 그들은 흙수저와 금수저 논란이 있는 중에 안정적으로 취업난을 가뿐히 통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노력으로 여태까지 버텨왔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이들에게 이런 선발 공고는 얼마나 청천벽력과 같은 일일까?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선발인원을 수요인원보다 확대채용한 정책적 실패다. 하지만,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출생률로 인한 취학률의 감소인 상황을 이해한다면 어쩌면 언젠가는 닥쳐올 미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평생 직장, 평생 직업 이란 개념이 점차 상실되어가고 있다.

엄청난 속도로 발달해가는 문명에 따라 사회적으로 반영되어 여러 문제와 변화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의 사례도 그러한 변화에 따른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과 변화를 읽지 못한다면 세상에서 도태되며 살아남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 미래가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기도 하다.


이러한 어쩌면 비관적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저자는 약자들을 살아남게 한 전쟁법을 소개한다.

그간의 자기계발서가 '성공하는 사람들의...', '승자들의 ...'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였다.

강자에 포커스를 두어 우리가 선망하는 대상의 성공법에 대해 소개했던 기존의 것들과 이 책은 다르게 느껴진다.

약자들에게 무언가 희망을 줄 것같은 희망(?)을 갖게 한다.

분명 강자들은 혹은 우리가 요즘 말하는 금수저들은 많은 것을 지니고 태어나서 그들을 볼 때 부러움과 동경을 갖는다.

그리고 그들에게 근접할 수 없는 남다름을 보며 그들의 방식대로 따라가려고 하지만,

뱁새가 황새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과 같이 그들과 같이 잘 되질 않는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약자는 무엇일까?

저자는 약자로써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약자는 약점을 지닌 사람이다. 곧 시련과 역경 앞에 선 사람이다. 약자가 직면한 시련과 역경은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돈이 없는 이에겐 가난이, 대학을 못 나온 사람에겐 학벌이 그들 앞에 놓인 약점이요, 시련이자 그들을 옥죄는 역경이다.p.28

지금은 강자가 된 그들도 한때는 약자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강자와 약자를 상대적인 것으로 본다. 한때는 강자인 자가 약자이기도 하고, 약자인 자가 강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물어본다. 당신은 약자인지, 강자인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약자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

무조건 무언가 자원이 없는 사람이 약자라고 생각한 고정관념이 살짝 틀어지는 순간이다.


이런 개념으로 시작하여 저자는 많은 사람들과 상황을 소개하여 약자의 살아남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강자들의 점잖고 여유로운 자세와 달리 약자들이 가진 자원으로 최대한 생존하려는 방식에 주목한 것은 색다르다.


목차를 보면 약자들의 특징을 알 수 있다.

1. 약자는 강하다.(도발)

2.약자는 치열하다. (변칙)

3.약자는 스마트하다.(교란)

4.약자는 게릴라다.(우회)

5.약자는 다르다.(격돌)

6.약자는 감동적이다.(기습)

7.약자는 집중한다.(매복)

8.약자는 위대하다.(승부)


1974년 10월 30일 아프리카 자이르 공화국, 킨샤샤에서 열린 포먼과 알리의 경기를 전반적으로 쪼개 다룸으로 약자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다루고 있다. 내용으로는 인물부터 동물과 국가 등 전반적으로 강약의 대조와 약자들의 생존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인물 뿐 아니라 동물들의 생존과 국가적인 강약을 다루는데 있어서는 잘 모르고 있었고, 생각지 못한 관점이어서 상당히 신선했다.

약자들이 결코 약하지 않고, 그들 나름의 법칙과 방식으로 싸우고 승리한 과정과 결과들을 다루고 있다.


사실 저자의 이력을 보면 약자와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약자와 그들의 특징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정치, 종교, 도덕성 등의 개인적인 취향에서 선호하는 것을 따르지 않고(물론 자신의 선호 등을 표현하고 있기는 하다.) 객관적으로 약자의 특징에 따라 대상을 주목하여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약자들의 생존방식을 잘 설명해 준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은 다른 자기계발서와 공통점도 보인다.

그들의 성공 스토리는 여러 책을 통해 이미 우리가 접한 적인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성공한 사람들 자체가 우리가 볼 땐 강자다. 그들의 의지와 남다른 창의성들 자체가 그들을 강자로 보이게 한다.

그 모든 실패를 이겨내고 성공을 거머쥔 그들의 투지와 끈기가 우리와는 달리 강자와 같이 보인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강자와 약자는 상대적이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한 때 약자였던 점을 생각할 때 우리의 약자됨을 생각하며 우리는 어떻게 현재의 변화와 상황에 어떻게 의지와 우리만의 전략으로 삶의 방식을 찾아갈지 생각해보게 한다. 강자의 방식으로가 아닌 우리 약자 고유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약자들의 창의적이고 이색적인 틈새공략은 우리의 외골수 적인 편향적인 시선을 트이는데 도움을 준다.

이렇게 책으로 조금이나마 넓혀진 시선으로 우리의 삶으로 새로운 전략과 의지를 다지면 좋을 듯하다.


이 책은 딱 한 마디로 소개된 약자에게는 의지와 전략이 있었으며, 우리에게도 그것들이 있을 때 우리가 굴복할 만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의지와 전략을 찾기 위해 어떻게 하라는 말도 없다. 그건 우리가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봐야 할 숙제이다.


끝으로 이 책은 자신이 약자라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에게 읽기 좋을 듯하다. 청소년이나 취업준비생 등은 더없이 좋겠고, 대상을 딱히 정하지 않아도 사실 모든 대상에게 유익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약점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인간다움이란 약점을 극복하는 연속적인 과정이다. 어떻게 약점을 바라보고 그것을 이겨내느냐가 우리네 삶의 가치를 좌우한다. 타고난 약점이라는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삶이 강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약점을 가진 사람이 약자가 아니다. 약점을 주어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약자다. 약점에 주저앉아 굴복하는 사람이 약자다.

반대로 약점과 정면 승부해 약점의 한계를 이겨내는 사람이 강자다. 약점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약점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자세가 강자와 약자를 가른다.

물론 노력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이기는 약자, 강한 약자에게 필요한 것은 의지와 전략이다. 약점과 정면으로 대면하려는 의지, 그리고 약점을 어떻게 스마트하게 돌파할지를 따지는 전략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이 두가지만 있으면 약자는 강해질 수 있고, 이길 수 있다.

p.31


약자가 의지와 전략이 있으면 강해질 수 있다. 약자는 약하게 태어나서가 아니라 의지와 전략이 없기 때문에 약자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이 책이 말하려는 역자의 역설이자 약자의 법칙이다. p.49


나라의 수저 색깔을 가르는 가장 대표적인 조건이 천연자원이다. 석유나 광물같은 자원은 사람으로 치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거액의 유산이나 마찬가지다. 자기 노력과 관계없이 두둑한 지갑을 갖게 됐으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p.51


약자가 강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싸운다면 이길 수 없다. 강자와는 다른 것을 들고 나와 자신의 무기로 삼아야 승산이 있다......

....그(그룹 형지 최병오 회장)가 좌우명처럼 새기는 사업철학은 '반 발짝만 삐딱하게 가자'는 것이다. 자신은 남들처럼 가진 것이 많지 않으니 남들과 다르게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강자가 정한 시장의 룰을 거스르고 자기 방식대로 싸우는 약자의 승리술이다.p.92


나이키의 광고는 결과 중심이다. 톱스타를 내세우면서 "저스트 두잇(Just Do It, 그냥 해버려)"이라고 한다. 노력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지만 시작과 결과만 있다. 어떻게 하면 그런 결과에 이를 수 있는 지의 중간과정은 생략돼 있다.

반면 언더아머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땀 흘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 광고의 초점을 맞춘다. 언더아머의 슬로건도 "아이 윌 왓 아이 원트"다. 그냥 하면 톱스타처럼 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열정을 바치라는 과정의 메시지를 담았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땀 흘리며 노력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언더아머의 브랜드 이미지를 동일화 한 것이다. 이렇게 마케팅에 열정이라는 스토리를 얹음으로써 언더아머는 쿨하고 세련된 브랜드가 됐다. 약자의 포지션을 전략으로 활용해 강자가 된 것이다. p.122


왜 황제펭귄은 그토록 열악한 환경에서 알을 낳고 부화시킬까. 좀 따뜻하고 바닷가처럼 먹이도 많은 곳을 선택하면 편할 텐데 말이다. 산란 시기도 왜 하필이면 가장 추운 계절을 선택할까. 이들은 바보 천치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황제펭귄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이들이 굳이 가혹한 환경을 선택하는 것은 고도의 전략적 고려의 결과다. 다 이유가 있다.

황제펭귄은 땅 위에선 약자다. 물속에선 빨리 헤엄치며 포식자를 따돌릴 수 있지만 물밖에선 뒤뚱뒤뚱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만약 이들이 따뜻한 바닷가에서 알을 품는다고 생각해보라. 알을 지키며 꼼짝도 못하는 황제펭귄들은 바다표범 같은 천적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펭귄 알을 좋아하는 갈매기가 알이나 새끼를 공격할 수도 있다. 알이 부화되려면 두달이나 걸리는데 그 긴 시간 동안 무방비 상태에 있게 된다.

그래서 황제펭귄은 천적들이 오지 못하는 혹독한 공간과 혹독한 계절을 선택해 번식의 무대로 삼은 것이다.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의 얼음덩이 위, 그것도 폭풍이 몰아치는 혹한기라면 바다표범이나 알도둑 갈매기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두달 동안 안전하게 번식과 부화에 전념할 수 있다.

황제펭귄은 강자와는 다른 공간과 시간을 취하는 생태적 선택을 통해 번식 확률을 높였다. 번식을 위해 가혹한 환경을 기꺼이 견디는 쪽을 선택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음으로써 자손을 퍼뜨리는 종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170-171p


그러나 기존의 문제 해결방식에 매달려선 절대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남들이 걸었던 길을 똑같이 걷고, 남들이 세워놓은 관점과 철학을 답습해선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청년 세대의 좌절은 공부를 덜 해서, 노력이 부족해서, 스펙이 부족해서 초래된 것이 아니다. 게임의 룰 자체가 달라졌는데 아직 새로운 게임에 적응하지 못한 것 뿐이다.

그러니까 뭘 해보겠다고 악착같이 살지도, 노력이 부족하니까 더 노력하자고 스스로를 질책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세상이 달라졌는데 노력갖고 될 일이 아니다. 대신 관점을 바꾸어 세상을 달리 보는 눈을 기르라고 김범수는 조언한다.....

게임의 승부를 가르는 것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다. 그는 더도 말고 딱 6개월만 앞서 남들과 다르게 보려고 노력하고 그런 습관이 몸에 배도록 훈련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웬만한 비지니스 트렌드는 다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숨가쁘게 빛의 속도로 펼쳐지는 디지털 시대. 약자가 해야할 것은 얼마나 남들보다 더 노력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남들과 '다르게'보느냐다.

p.185-186


강한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는 말이 있다. 생존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은 종, 자연선택이라는 진화의 메커니즘에 적응한 생물이 바로 강한 종이다. 적응해서 살아남은 종은 강하고, 적응하지 못해 멸종한 종은 약하다. 거대함의 상징인 매머드나 공룡은 지구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한 반면 개미 같은 곤충은 수억 년을 거뜬히 생존해 지금도 번성하고 있따. 누가 강하고 누가 약한가.

초원의 사냥터에서 초식동물은 항상 약자다. 하지만 늘 잡아먹히는 초식동물이야말로 종의 승리자다. 초원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개별 전투와 장구한 세월에 걸쳐 펼쳐지는 종의 전쟁,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어느 쪽이 더 위대한 승자인가.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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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VIP에게는 특별함이 있다
오현석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특별하게(?) 사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갖고 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했길래 성공을 했고, 어떤 말과 행동으로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지를 보면서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아마도 많은 이들이 위인전과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들 노력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그런 이유로 선택하게 되었다.

항상 도전받고 싶고, 그 변화를 추구한다.

여기서 말하는 호텔 VIP는 저자가 일러두기에 일러둔 대로 다양한 직업군의 호텔 단골 고객들을 모두 '호텔 VIP' 또는 'VIP'로 호칭했다. 호텔 단골 고객은 아니지만 가끔씩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하고,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은 분들을 소개할 때는 직책으로 호칭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호텔의 경우 주로 비즈니스로 호텔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이 책에서 보는 것처럼 많다.


그는 20여년간 호텔리어로 지내면서 경험하고 관찰한 것을 토대로 VIP의 특징을 잘 잡아냈다. VIP들의 행동에서 겹쳐지는 올바른 행동이나 품위 등이 그가 오랜 경력 일하면서 얼마나 잘 걸러지고 정리되었을지는 이 책이 말해주고 있다. 호텔의 VIP정도라면 예상되는 매너와 마음가짐이 있기도 하지만 일반인과 달리 구별되는 부분들은 흥미롭기도 하고 도전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 호텔 VIP의 아주 특별한 생활습관

제2장 사소한 행동이 품위를 높인다.

제3장 열정이 VIP를 만든다.

제4장 VIP가 되기 위한 성공 메뉴얼

제5장 품위있는 호텔 레스토랑 이용법


각 장에 또 세부적으로 한 주제당 보통4~5면 정도에 결쳐 이야기 된다. 짤막하고 어려운 부분이 없이 술술 읽힌다.

VIP만의 도드라지는 생활습관, 품위, 열정 등의 특별함을 이야기하고 있고, 저자가 코칭심리를 전공하고 있어서인지 VIP 나름의 성공 메뉴얼으로 여러 자료를 가지고 제공한 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 하다. 잘 알려진 책들, 몇몇 이론이 제시되어있는데 작은 자기계발서의 모음집같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품위있는 호텔 레스토랑 이용법도 유익하다. 호텔을 이용하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기는 하지만, 보다 매너있고 품격있게 호텔을 잘 이용하려면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담겨져있다.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어른을 공경하고, 레이디 퍼스트로 존중해주는 매너는 남편과 함께 이야기하며 요청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기억해두기로 했다. 우리 가족에게는 서로 위해주는 모습이 있어서 좋을 뿐 아니라, 우리 아들들에게도 매너있는 품격있는 사람으로 작은 행동에서부터 만들어진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였던 것은 모르는 것을 물어도 품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솔직히 이야기하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모르는 걸 물어본다고 격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의구심이 들지만, 모르는 것에 대해 정직하고 그것을 배우려는 자세를 긍정적으로 보고 접근한 저자의 말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밖에도 냅킨 사용법, 핸드백의 위치, 팁, 와인 등에 대한 정보가 새롭고 유용했다.

이것들은 나도 당황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괜찮은 정보라고 생각되었다.

     

다만 중복된 정보가 있어 번복되어 나오는 것이 눈에 띄었고, 좋은 내용이기는 하나 주제에 맞나 싶은 것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정보를 잘 취합해서 유익하게 사용하면 좋을 내용이 많아서 그런 점들은 커버가 된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대상은 세상을 배워나가고 있는 학생들이나 사회초년생들이다.

VIP들의 행동과 자기계발관련 내용이 삶에 대한 도전을 일으킬만 하다. 그리고 많이 이용하지 않아 익숙하지 못할 수 있는 호텔 이용팁을 잘 나와있어 혹시나 관심있는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또한 명함을 주고받을 때도 갖춰야 할 예의가 있다. 명함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먼저 드려야 하며, 위아래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소개를 받은 사람이 먼저 드리는 것이 예의다. 명함을 드릴 때는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건네는데, 이때 두 손으로 명함의 모서리를 잡아 이름이 쓰인 부분이 상대방에게 잘 보이도록 하여 드린다. 이것이 제일 공손한 예의다. 여러 명에게 동시에 드릴 때는 명함지갑을 계속 들고 있어야 하므로, 오른 손으로 명함을 정중히 건네고 명함지갑을 든 왼손은 배 부분에 살며시 갖다 댄다. 반대로 명함을 받을 때는 받고 나서 바로 명함지갑에 넣는 것은 실례다. 받은 명함의 이름 정도는 확인하거나, 대략 훑어본 뒤 넣어야 한다.p.35


바른 걸음걸이를 위한 요령

1.고개를 들고 시선은 정면을 향한다.

2.어깨를 편다. 지나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자칫 거만해 보일 수 있으니 어깨를 곧게 펴되 힘은 뺀다.

3.허리를 곧게 세운다.(키가 좀 더 커 보이는 효과도 있다.)

4.걸음을 옮길 때 팔은 자연스럽게 흔든다.

5.보폭은 어깨너비가 적당하다.

6.무릎을 스치듣 걷는다.(할자걸음을 막을 수 있다.)

7.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 때는 무릎을 곧게 뻗고, 구두 앞코가 위를 향하도록 한다.

8.발이 지면을 디딜 때는 발뒤꿈치부터 닿도록 한다.

p.51


호텔 VIP들은 레스토랑의 직원들을 부를 때도 조금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서비스하는 담당 직원의 명찰을 보고 이름을 확인한 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직원의 이름을 불러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명찰이 잘 보이지 않으면 직접 물어서 이름을 확인하기도 한다. 직원들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면 왠지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고객이 서비스하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고객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97-98p


VIP들은 칭찬을 할 때도 매우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서비스 직원들의 기분을 한껏 높여줄 때가 많았다. 같은 말이라도 "오늘 직원의 요리 설명이 너무 좋아서 아주 즐겁게 먹었어요."라고 하거나 "오늘 추천한 스테이크 굽기가 나한테 딱 맞아서인지 고기가 부드럽고 아주 맛있었어요."라고 말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직원들은 정성 어린 서비스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다음번에 그 손님을 만나면 더욱 친절하게 서비스해 드리려고 노력하게 된다. p.102


그런데 나는 대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VIP들이 대화하는 태도에서도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경청'이었다. 그들은 남들이 말하고 있을 때 끼어들어 얘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상대의 말을 중간에 자르는 일도 없었다. 또한 상대가 말을 다했다 싶으면 바로 자신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질문을 던져 잘 들었다는 암시를 주고 나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어갔다. p.128


선수촌에서 훈련을 받는 선수들은 운동을 시작하기 전이나 운동이 끝난 후 이미지 트레이닝(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면서 연습하는 것)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티칭프로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자신감도 더해지고 훈련 결과도 좋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 있던 분들에게 실력향상을 위해 몸으로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항상 머릿속으로 공을 잘 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연습 또한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p.171-172


3,000년 전 이스라엘의 왕이었던 다윗은 어느날 세공사를 불러 "자신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거나 너무 기쁠 때 교만하지 않도록 하고, 시련이 닥쳤을 때 용기를줄 수 있는 글귀를 생각해내라. 그리고 자신이 어디서나 항상 볼 수 있게 반지를 만들어 거기에 글귀를 새겨 넣어 오라"고 명했다. 세공사는 고민하다가 도저히 반지에 새겨 넣을 좋은 글귀가 떠오르지 않아 현명하기로 소문난 다윗의 아들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세공사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솔로몬 왕자는 그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새겨 넣어 왕에게 바치라고 했다. 세공사는 솔로몬 왕자의 말대로 준비해서 다윗 왕에게 바쳤다. 그것을 본 다윗은 매우 만족해하면서 평생 그 반지를 끼고 자신을 돌아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훗날 솔로몬 왕자도 다윗을 이어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을 때,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잘 살필 수 있는 규칙들을 목걸이에 새겨놓고, 항상 그것을 보며 법에 어긋남이 없도록 자기 자신을 돌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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