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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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적 연애의 소설을 쓰던 소설가가 이젠 요리하는 현학자가 되었다!

그의 소설을 그것도 연애소설들만 몇 권 읽었다. 연애 현실에 충실하던 소설 속 주인공 마냥 그는 연애에 빠져있으면서도 고뇌하고, 현실을 삶에 꾹꾹 담아 살아온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 그가 바라보는 시선을과 쓰는 손을 부엌에다 옮겨놓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과 달라 밝(?)다. 주부인 나는 그가 바라본 부엌, 요리가 친숙하다. 그래서 이번 책의 출간 소식에 그와 접점이 생긴 것 같아 무척이지 반가웠다.

소설가로 종이 앞에서 인상을 팍 쓰고 찡그리며 글에 몰두할 것 같은 그였다. 그런 그가 부엌에서 갖게 된 사색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도 보통 사람이 되어, 요리에선 아마추어가 되어 우리의 모습을 대변해 준다.

 

처음엔 그가 요리책을 상당히 많이 소유하고 있고, 줄줄 요리책을 소개하는 면들을 읽으며 요즘같이 SNS가 난무한 시대에 요리책을 이야기하는 요리 이야기가 과연 현재 공감을 일으킬까 생각도 했다. 나만 해도 요리책보다는 블로그와 요리 앱을 통해 요리 과정을 터득하기 때문이다. 반조리 식품, 재료에 넣기만 하면 양념, 조미료가 넘쳐날 만큼 쉽고 빠른 음식을 지향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슬로푸드, 자연조미료에 대한 관심을 보면 요리에 대한 접근은 약간 변형되었을 뿐이지 변치 않은 것 같다. 요리책이 여러 버전으로 나오고, 먹방과 요리, 음식에 관한 프로그램이 줄을 잇는 걸 생각하면, 요리, 음식은 우리 인간의 기본 욕구가 작용하며 감성과 감정을 충족시키는 매개체다. 그가 이야기하는 아날로그적인 요리 이야기에서도 현재 공감할 부분이 충분하겠다 싶었다.

결론은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

 

음식은 음식점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다는 그의 말이나, 부엌에 수두룩한 주방도구에서 버리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을 그의 모습에 공감이 되서 웃음이 터졌다. 나또한 절대 만들어먹지 않으며 수시로 혼자서 맛집을 찾아다니고, 낡아버린 실리콘 집게 하나도 '이게 가장 적합하게 쓰일 때가 있다'며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 번이면 족한 특이한 요리 재료(다람쥐 등)를 다루는 걸 보면서 몸서리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어머님께 받은 산장어를 어찌할 지 몰라 하는 걸 남편이 욕실에서 때려잡아줬고, 벽 뒤에서 훔쳐본 적이 있었다. 반스는 재료를 고를 때 상인과 구매자의 미묘한 관계를 잘 묘사하기도 했다. 어떻게 이렇게 섬세할 수가!!

마지막으로, 가정 요리사에게 있어서 '실패는 불명예'라는 팩트 날려주시며 전문 요리사의 위로의 한마디(대략 '실패할 수도 있다 괜찮다' 라는 말)로는 위로가 안 되는 마음을 진실 한 마디로 뻥 뚫어줬다.

너무 솔직하고 직설적인데다 요리 중에 좌충우돌하며, 당황하고, 투덜대는 모습이 낯설지 않아 분명 매료될 만하다.

 

그의 글을 읽으면 가끔은 어렵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럼에도 늘 그의 산간을 볼 때마다 집어 읽는 이유는 반스 특유의 섬세함과 솔직함이 담김 글이 무심코 넘기게 되는 우리의 사유를 다시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그의 글이기 때문에 '맞다! 그랬었지!!'라고 깔깔대며 손뼉을 치고, 그의 위트에 킥킥 웃어가며 책장을 넘긴다. 다른 작가로는 대체 불가한 반스만의 글이기 때문에 이번 에세이도 만족스럽다.

위에서도 비슷하게 말했지만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까칠한 연애자'였다. 하지만 이 책에선 '솔직한 입담가 요리사 삼촌'의 모습이 보인다. 아일랜드 식탁에 그가 앞에서 해주는 음식을 입에 넣으며, 앞치마를 한 그가 요리하며 음식에 대해 이래저래 입담을 쏟아내는 것만 같다.

이전의 반스의 책을 통해 그의 글에 매력을 느끼는 독자라면 이번 부엌 에세이는 다른 느낌으로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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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걸 -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의 전쟁, 폭력 그리고 여성 이야기
나디아 무라드 지음, 제나 크라제스키 엮음, 공경희 옮김, 아말 클루니 서문 / 북트리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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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폭력의 마지막 희생자이길 바란다."

이 책의 제목이 이 문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카메라가 아닌 다른 곳을 응시하며 어색하게 웃음을 짓는 그녀의 얼굴은 자연스럽지만은 않다. 사진 전체가 회색이다. 그녀의 삶이 표지의 회색과 같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그녀는 IS라는 단체로 성 노예로 살았다고 주장했다. IS는 무장단체로 2001년에는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폭발하면서 IS란 단어는 공포의 상징이 되었다. 2019년 현재 와해되었다고 하며(프롤로그 각주 참조), 우리 기억 속에서도 예전 같은 강렬한 두려움을 주지 않은지 오래여서 이라크에서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해왔다 사실에 놀랐다. 전 세계적으로는 여성의 인권이 점차 신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에서는 동등한 인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나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디아는 이라크 코초지방에서 살았다. 야지디라는 종교 공동체로 그 영향과 테두리 안에서 살았다. 사실 여기서도 그들의 문화라지만, 여성의 인권이 딱히 나은 편은 아니다. 일단 여성은 피임할 수 없었다. 개종을 해서도 받아서도 안되는 폐쇄되고 한정적인 종교인구 상황에서 여성은 출산의 도구였다. 출산 후 바로 농사일에 종사해야 했다. 여성이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었다. 남편에 따라서 자신의 경제력이 좌지우지되었다. 하지만 이때까진 나디아 가족 야지디 공동체는 그들만의 문화와 풍습을 유지하면서도 행복하게 살았다. IS가 고초를 점령하면서 그들의 공동체는 재앙을 맞는다. 남자들은 집단학살 당하고, 여자들은 성적으로 IS 남자들의 본능을 채워주는 성적인 도구로 살아야 했다.

 

전쟁은 참혹하다. 여기저기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건 다반사이고, 일궈왔던 소유와 일상을 버리고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데 총력을 다하느라 여념 없었던 것 같다.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도망가는 야지디 사람들이 심정이 어떠했을지 글로나만 짐작할 뿐이지만 끔찍했다. 지켜줄 줄 알았던 부대는 배신하고, 자신을 가르쳤던 교사마저 나디아와 가족을 모른 체했다. 사담 후세인을 처형했던 미국은 더 이상 그들의 내란에 관심 갖지 않았다. 야지디 자신들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음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IS가 지시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자신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지 않으리라 희망을 품었지만, 결국 그들은 IS로부터 자신들의 가족과 거주지, 그리고 전통을 잃었다. IS 단체는 그야말로 잔인하고, 무자비하다. 토라를 자신의 구색에 맞게 하여 어겼으며, 자신의 본성과 폭력성에 충실하여 다른 이들을 대했다. 이유 없이 폭행을 가하며, 감금하고 상대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는 걸 당연시 여긴다. 2019년 현재를 사는 나로선 이런 행동들을 정상적으로 볼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 일본군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렇게 당했고, 이런 심정이셨겠구나 싶어 많이 생각이 났다. 야지디 여성 또한 자신이 당한 모든 것을 말할 수 없었다. 자신들은 성폭행을 당했고, 개종을 당했음에도 종교적인 규율에 따라 사회적으로 실제로 죽임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과 이별을 하고, 죽음을 목격하는 일들이 읽으면서도 안타까웠다. 굶주림과 가난, 그리고 IS 점령 이후 모든 것이 사라져버려 무기력해져 버린 야지디 공동체의 상황이 낙담스러웠다. 죄 하나 없는 주민들이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지, 이슬람과 다른 종교라고 해서 노예 대우를 받으며, 살해되어야 하는지 그 비참함을 이 책을 통해 목격했다. 이 책을 읽을 당시는 북한에서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서 한반도에는 다시 한번 공포감이 감돌았다. 그래서 그들의 상황이 마냥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이라크 및 야지디가 내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야지디 공동체와 그들 종교의 모습을 처음 알 수 있었다. 뉴스에서만 부분적으로 봤던 이라크의 상황이 정리되었다. 저자는 세부적이고 정확하게 지명, 인물, 상황을 표현했다. 그 정신없는 순간들을 어떻게 저렇게 상세하게 기억하며, 기록할 수 있었을까 싶다. 문장도 짧은 편이어서 읽기 좋다.

 

전쟁의 상처와 이후 상황은 되돌릴 수 없다. 지속해 오던 문화와 전통 또한 전쟁의 총 부림 앞에 회복은 어렵다. 상황을 이전처럼 복구할 수는 없지만, 더 이상의 희생과 상실을 막을 수 있다. 아마 저자도 그러한 희망을 갖고 이 책을 쓴 게 아닐까? 자신을 지켜줄 나라도, 공동체도 없음에도 올바르지 않은 행위와 불합리한 인권 현실을 고발하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 나디아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제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그리고 전 세계인들이 판단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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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마침내 독서 독립 - 0세부터 시작하는, 스스로 책 읽는 아이로 키우는 바른 독서법
조지희 지음 / 책밥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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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유행이 아니다. 한 번 반짝했다가 마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달동안 100권의 그림책을 몰아서 읽어주고 나서 시

들해지는 것보다는 매일 한 권이라도 꾸준히 읽어주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남들이 책을 많이 읽어준다고 하니, 나도 해야지.'가 아니라, '남들은 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일까?'를 고민해 봐야 한다. 고전 읽기, 미디어 독서 등 유행하는 독서 방법이 있다면, 내 아이에게 적용하기 전에 우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그다음에 수용하기를 권한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도 마찬가지다. ... 내 아이에 맞는 독서법을 찾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을 참고하되, 가장 우선적으로 아이가 즐거워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p.16

책을 읽으며 떠오른 궁금증을 주로 묻는 아빠의 질문은 아이가 문제 해결을 위한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반면 아빠보다 학구적인 엄마의 질문은 아이가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배경지식을 쌓는 데 도움을 준다.

p.27

책 선택의 주도권은 가정에서는 아이가, 밖에서는 부모가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집 안에 있는 책들은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한번 선별된 책들이기 때문에 아이가 자유롭게 선택하게 한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는 유아의 경우 어린이 서적 영역에서 우선적으로 책을 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

p.37

어떤 책을 언제까지 읽어줘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바로 아이에게 있다. 아이가 원할 때까지 읽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아이가 원하는 책을 우선적으로 읽어주는 것이 유아기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독서 방법이다.

....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든 결과적으로는 책 읽어주는 부모와 책 읽은 아이가 남는다. 단, 조건은 읽어준 내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p.38

... 부모는 책을 선택할 때만큼은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가 되어보길 바란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글 대신 그림만 감상해보자. 그림만으로도 나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그 책은 아이들도 즐겨볼 수 있는 확률이 높다.

p.49

한글을 뗀 아이는 스스로 책을 읽는 시간도 필요하다. 처음에는 문장에 대한 이해 없이 글자를 읽는 것에만 급급해 할 수도 있다. 음독을 하는 것이 스스로 읽는 연습을 통해서 문해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단, 너무 많은 양을 음독하게 하기보다는 한 페이지에 있는 글의 양에 따라서 1-4페이지를 소리 내어 읽게 한다. 이 과정에서는 다 읽고 난 다음에 어떤 내용이었는지 가볍게 물어보되, 잘못 읽은 단어를 지적하는 것은 삼가자. 읽었으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경우에는 읽는 양을 줄여서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도록 한다.

p.142

아이가 책을 골랐따면, 왜 이 책이 읽고 싶은지 이유를 물어보자. 그 책을 반복적으로 많이 봤던 책이라 하더라도 왜 보고 싶은지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가 단순히 "재미있어서요."와 같은 대답이라고 하더라도 책 읽어주기를 거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선택한 이유를 아는 것만으로도 독서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책 선택에 있어서는 그 누구의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 나의 관심사, 나의 생각이 선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p.151

유아에게 배경지식을 넓혀주는 책 읽기를 지도하려고 한다면 세 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직접 경험이 가능하다면, 시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그리고 경험한 내용과 책의 내용을 비교해본다.

둘째, 주제와 관련된 영상물을 활용한다. 다큐멘터리와 같은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도 좋다.

셋째, 책을 읽은 후 새로 알게 된 점과 느낀 점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p.175

많은 부모들이 독후 활동이라고 하면 학습적으로 다가가기도 하는데,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알게 되었느냐보다는 책을 읽고 난 후의 생각과 느낌이다. 이 또한 아이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거나 내향적인 성격이라 어색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부모가 먼저 예시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아이의 관심사에 맞는 책을 선정한다면 대부분 해결되는 문제다.

p.194

....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에 "책을 읽고 난 다음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알려줘"라고 했을 때와 미리 질문을 주지 않고, 책을 읽어주자마자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 어떻게 다를까요? 답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하고 책을 보는 것과 그냥 책을 보는 것은 다릅니다. 그래서 책을 읽어주기 전에 이 책 내용에서 소개한 '독서 전 활동'을 해본다면 아이가 생각과 느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p.197

처음 음독할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부터 선택하여 읽도록 하고, 점차 새로운 책들도 바로 음독해보는 연습을 하도록 하자. 이 과정에서 가장 독이 되는 것은 부모의 지적이다. 반대로 아이가 잘 해냈을 때, 잊지 말고 칭찬을 꼭 해주자. 특히 정확하게 읽었다는 결과보다는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한 태도를 칭찬해준다면, 음독도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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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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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현실에 만족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세대론보다 모든 생물의 특징인 '적응'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결국 변한 건 세대라기보다 시대다. 인간은 누구나 주어진 여건하에서 행복을 추구한다. 저성장 시대에 맞는 생존 전략, 행복 전략을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고, 인간이 행복하고자 하는 것은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는 이상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소소하지만 다양한 행복을 추구하며 타인과의 비교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현명한 방법이다. 문제는 그것이 지속 가능한가다.

p.118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 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황현산 선생의 글이다. ...

p.119

... 실제로 의미 있는 변화를 도출하는 것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과격한 목소리들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반대 의견을 가진 집단의 반발과 결속만 강하게 만들어 의견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한 진영 내부에 생기는 작은 균열에서 변화의 지점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 균열을 만드는 것은 같은 진영 내의 온건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작고 부드러운 '다른'목소리들이다. 작은 균열들이 생기기 시작하면 선거와 같은 큰 세력 다툼의 시기를 전후하여 집단 내부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코끼리를 먼저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과 맞서 싸우기보다 슬쩍 다른 길로 유도하는 방법을 택했다. 거창하고 근본적인 해결책만 고집하지 않고 당장 개선 가능한 작은 방법들을 바로 적용했고, 작지만 끊임없이 균열을 일으켰다. 영웅은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p.162-163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감히 대단한 명답을 제시해 분쟁을 해결했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었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중립적인 사람이 멍석만 깔아주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그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얻기는 아주 어렵고, 잃기는 아주 쉽다. 오직 진심만이 그 신뢰를 얻는 열쇠일 것이다. 조정 달인의 비결은 아마도 이것이었던 것 같다.

p.174

한국 사회의 윤리관이 현대 민주 사회의 시민의식보다는 유교적 가족공동체의 인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유교는 가족 윤리를 국가와 사회의 기본 윤리로 삼았다. 아비가 극악무도한 죄인일지라도 그것을 고발한 자식이 더 큰 죄인이 된다. 군사부일체라 하여 지도자, 스승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무조건 순종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 윗사람의 허물을 들춰내는 건 그 허물보다 더 큰 잘못이 되고 패륜으로 지탄을 받는다. 가족의 잘못은 감싸고 숨겨주는 것이 옳은 일이 된다. 전통 농경사회의 이러한 윤리관이 아직도 21세기의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투명성을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는 효율성을 필요로 한다. 잘못을 은폐하는 문화는 투명성도 효율성도 침해할 뿐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치료가 가능했던 초기 단계의 작은 종양이 말기 암으로 진행되어 조직을 썩게 만든다. 파렴치한 성추행 교수들이 수십 년째 어린 여제자들을 건드리며 자리를 보전하곤 한다.

p.211

누가 당신에게 이익을 주고 누가 당신에게 손해를 끼치는지 정신 차리고 보아야 한다. 내부고발자가 시민 이익의 대변자로 보호받고 보상받아야 권력자들이 긴장한다. 발각될 리스크를 고려에 넣도록 만들어야 대범한 도둑질을 못한다. 조심이라도 한다. 인간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감시다. 눈먼 의리가 아니다.

p.213

북유럽 사회의 그림자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수입의 많은 부분을 세금으로 내는 데다 물건 가격에 붙는 부가세 같은 간접세도 높아 결국 모두가 비슷비슷 검소하게 살 수밖에 없는, 말하자면 대박이나 야심, 화려한 성취 같은 것이 어려운 협동조합 사회에 가깝다는 점이다. 보컬 그룹 아바, 이케아 창업자같이 자기 재능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개인들이 세금 때문에 국적을 바꿀 정도다. 하물며 이 징글징글하게 경쟁적이고 지기 싫어하며 물질 만능주의적인 다이내믹 코리안들이 답답해서 견딜 수 있을까.

p.255

북유럽 전역에서 관습법처럼 통용되는 '얀테의 법'이라는 것도 있다. 1933년 산데모제라는 노르웨이 작가가 이를 정리하여 소설 속 가상의 덴마크 마을 얀테의 관습법으로 발표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의 핵심은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지 마라, 남보다 더 낫다고 남보다 더 많이 안다고 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을 비웃지 마라'다....

p.260

선진사회를 참조하는 일은 실제로 사회가 더 낫게 바뀌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관한 케이스 스터디일 뿐, 좋아 보인다고 3D 프린터로 뽑아내듯 바로 복제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참고할 만한 모델사회에 관해 고민하기 전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우리에게 주어질 미래의 밑그림 자체에 해당하는 나라들이다. 우선, 중국의 부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의 지정학적 환경 탓에 좋든 싫든 우리는 중국의 영향하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에는 인류의 미래 자체를 바꾸는 엔진 역할을 하는 나라가 있다. 여전히, 미국이다.

p.262

... 과연 '강한 책임을 기꺼이 질 수 있는 가치관'은 어떻게 배양되는가.

보통은 '사회 지도층,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거나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등등의 답이 나올 듯하다. 내 의견은 '작은 책임부터 부담 없이 맡을 수 있어야 한다'다. 우리 사회는 타인의 시선에 극도로 예민한 집단주의 문화의 사회다. 나서는 걸 죄악시하고 튀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누가 뭘 잘했을 때의 칭찬보다 그가 뭐 한 가지 잘못했을 때 그러면 그렇지 하고 달려들어 돌팔매질하는 광기가 훨씬 뜨겁다. 당연히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책임을 맡지 말아야 한다.

p.267

냉소적으로 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Anyone can be cynical.

담대하게 낙관주의자가 되라구 Dare to be an optimist.

p.268

우리 사회는 '결과책임론'이 지배하는 사회다. 물론 이런 가정이 무의미할 정도로 현실에서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자들을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이런 문화가 최악과 차악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책임자를 결정 장애와 도피 심리를 몰아넣는 측면이 있음도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영미식의 실용주의 가치관은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전제 아래 해야 할 의무를 다 이행했다면 과감하게 면책한다. 결과가 제아무리 중대하더라도 말이다. 이것이 강한 책임을 기꺼이 지게 하는 사회의 비결인지도 모른다.

p.269

낯선 것에 대한 공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사회가 보여준 것은 과학적 판단을 존중하는 합리주의, 어떠한 여론의 비난을 받더라도 합리적 근거와 소신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들,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함부로 책임자와 대응 방식을 바꾸지 않는 뚝심 있는 시스템, 그리고 단 한 명의 자국민도 버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연대감을 표시하며 국민을 안심시킨 리더십이다.

한 사회의 성숙함은 위기 속에서 비로소 분명히 모습을 드러낸다.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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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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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 쓰는 법'을 다룬 이 책을 읽고 이 리뷰를 쓴다는 게 괜히 부담스러워진다. 저자가 생각하라고 하는 '누가 읽었으면 좋겠나?'를 생각하는데 나는 그조차 어렵다. 그냥 대강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 이 읽어주시길.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고 저자는 제목에서부터 말한다. 그렇다 해도 '잘 쓰는 사람은 너무 많고, 나는 너무 못 쓴다'라는 결론은 피하지 못했다. 그래도 써봐야지 써보자! 쓰자!라고 손에 힘을 주어 쓰고 또 쓴다. 아직은 생각도 없고, 주의하며 썼다가 또 내 고집과 습관으로 망작으로 완성할지라도 말이다.

저자는 2000년부터 씨네 21 기자로 일하고 있다. 팟캐스트와 라디오에 출연하며 여러 책을 소개해 왔다. 다수의 책도 썼다. 난 저자를 라디오에서 처음 알았다. 그녀의 명확하며 진솔한 말, 깊이 있는 내용을 난 좋아한다. 이 책도 그래서 읽었다. 잘 쓰는 법도 알고 싶지만, 저자의 글과 말을 더 좋아한다.

실제적이다. 글 쓸 때 바로 적용하기 좋겠다. 무엇을 염두에 둘지? 왜 쓰는지? 어떤 점에 주목할지?

나같이 무작정 쓰기만 하는 사람은 여기서 신선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잘 쓰려는 욕심에서 반복하고, 부사 수동태 남발했던 글들이 그녀의 칼에 휘둘려 나가떨어질 것이다. 퇴고, 구성 손보기까지 이를 토대로 내 글을 다시 읽으며 직면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할 각오를 해야 한다.

글의 앞문단을 제거하라는 파격적 제안도 불사한 저자의 퇴고 방법은 제 살을 깎아내는 잠깐의 고통을 주되 보다 나은 글을 선사한다. 내 글 중 하나를 그렇게 해 봤더니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글 쓰는 사람들과 공유했는데 오히려 없앤 면이 낫다고 했다.

나는 이 책이 글을 잘 쓰는 방법만 있지 않아 좋다. 내겐 그랬다. 다양한 책 인용이 있어서 좋았다. 그만의 독특한 시각, 솔직한 표현을 통해 시야가 한층 넓어진 기분이다. 출판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지적도 기자의 시각과 방식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Q&A는 꼭 보시길! 마지막이라고 대충 보기엔 아깝다. 글쓰기에 온갖 궁금할만한 질문을 제대로 뽑아냈다. 이조차 기자다운 섬세함과 예리함이지 않을까? 내용은 읽으며 참고하세요~

생각하고 염두에 두며 계속 쓰는 건 내 몫이다. 이 책을 읽고 바로 적용해야 하는 부담감으로 이 리뷰부터 남의 시선으로 읽어봐야 할 것 같고, 당장 누구를 상대로 글을 쓸지 막막해진다. 그녀가 깔아준 노하우와 기밀(맞나?) 앞에서 난 여전히 모르겠다고 투덜대며 쓰고 또 쓴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끄집어 내 눈으로 볼 수 있게 시각화하는 작업이 글쓰기다. 같은 경험을 해도 그런 사고 과정을 거쳐 글을 쓰면 더 깊어진다. 일회적으로 스쳐 지나갔을 수 있는 일이 더 오랜 생명을 얻는다. 옛날 일기를 읽을 때의 묘한 기분, 기억과 다른 기록.

p.24

프로페셔널조차 자신에 대한 비판은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작품에 대한 비판을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니 당신의 글이 알뜰살뜰 씹힐 가능성은 글을 쓸 때 어렴풋하게라도 염두에 둘 일이다. 아마도 글을 내놓기 두려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겠지만 말이다.

p.58

그 책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한다.

1.나는 왜 이 책을 끝까지 읽었을까/ 읽지 못했을까?

2.나는 왜 이 책을 대여/구입했을까?

3.이 책을 대여/구입할 때 내가 기대한 것과 이 책이 채워준/채워주지 못한 것들은 무엇인가?

4.(책의 완독 여부와 무관하게) 이 책이 내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

5.(책의 완독여부와 무관하게) 이 책이 나의 흥미를 끈 부분은 무엇인가?

p.65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을 파악하기가 쉬워지면, 그 뒤에는 관심사 깊게 파기와 관심사 넓히기를 양립할 수 있는 책읽기를 권한다. 그리고 '넓히기' 위한 '깊게 파기'의 방식으로 좋은 일은 역시 읽은 책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다.

p.66

.. 글을 읽을 때 '왜 이 리뷰를 쓰는지' 알 수 없는 글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러기 위해, 리뷰 쓸 때 대상의 '첫인상'을 소중히 하면 좋다. 검색을 먼저 하지 말고, 그 작품이나 대상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를 먼저 적어둔다. 핸드폰 메모장도 좋고, 메일의 '내게 쓰기'를 활용해도 좋다.

p.81

유난히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는 작품이 있을 때, 리뷰를 쓰며 그 감정을 끝까지 파보기를 권한다. 일기를 쓰며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마주하는 방법을 쓰기 괴로울 때, 리뷰 쓰기는 꽤 효과 좋은 우회로가 된다. 좋아하는 등장인물의 희노애락에 함께 젖어보거나 경멸하는 캐릭터를 강도 높게 비판하다 보면, 그것은 나 자신을 비우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기 성찰적인 글쓰기로서 리뷰를 쓸 때는 캐릭터에 집중해 글을 이어가면 좋다. 타인을 비평하는 일이 쉽고도 재미있기 때문에, 가끔은 거울을 보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p.94

간접경험과 직접경험을 통해 원하는 삶을 기획하기, 언제나 책과 여행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읽기와 경험하기, 쓰기는 내가 나 자신을 탐색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들이었다. 간접경험과 직접경험, 그리고 그 모두에 존재하는 나 자신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기. 글쓰기, 나 자신이 되겠다는, 가장 강력한 행동.

p.127

새로운 도전을 성공에 가깝게 하는 비법 중 하나는 바로 글쓰기다. 새로 뭘 배울 때 일기를 써보시라. 수영일기, 글쓰기 일기, 금연일기, 산책일기, 새로 마음 먹은 것에 대해서는 일기를 쓰자. 기록을 하면서 경험을 되새기게 되고,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는 느낌을 받게 되면 꾸준해지며, 일상의 다른 부분과 유사한 패턴을 발견하면서부터는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가 된다. 목표를 세웠으면 그 목표에 대한 일기장을 만들자. 나는 그렇게 처음 다섯 페이지만 쓴 새 노트를 여러 권 갖고 있다. 중간에 실패하지 않은 도전은 한 권의 책이 된다.

p.139

글쓰기, 그중에서도 사적인 산문 쓰기는 애처로운 데가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처음 시작하는 에세이스트는 대체로 실패하기 때문이다. 잃은 것을 글을 통해 되찾고, 되살리고, 복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산문 쓰기는 피할 수 없는 도전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쓸수록 당신은 그것을 잃었음을 체득할 뿐이다. 잃어버린 것들이 문자가 되어 눈앞에 겹겹이 쌓여간다.

p.152

상처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말은 상처를 잊었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당신이 도저히 글로 옮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언젠가 되면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서두르지 말자. 이것은 이기고 지는 배틀이 아니다.

p.157

퇴고를 할 때는 '남의 시선으로 읽기'가 중요하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알고 있는 소재에 대해 쓰고 있으므로, 행간에 생략한 내용도 자동으로 내적 재생해가며 읽는다. 그렇게 본인 글을 본인의 마음으로 읽으면 백번 읽어도 수정이 어렵다. 심지어 맞춤법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 특정한 오타만 반복해 쓰는 경우도 있다. 글에도 습관이 있다.

p.163

... 당신이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글쓰기를 할 때는 이렇게 쓰라. 당신이 책임을 요구할 때 상대가 주어 없이 피동형 신공을 쓴다면 주어를 요구하라.

p.187

퇴고할 때, 특히 글 양이 넘친다면, 나는 첫 문단을 지워보라고 권한다. 나 자신의 글을 퇴고할 때도 그렇게 한다. 첫 문단을 지운 뒤에 두 번째 문단을 다소 수정하는 정도로 도입부가 충분히 단단한 인상으로 변하곤 한다.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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