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리뷰 잘 쓰는 법'을 다룬 이 책을 읽고 이 리뷰를 쓴다는 게 괜히 부담스러워진다. 저자가 생각하라고 하는 '누가 읽었으면 좋겠나?'를 생각하는데 나는 그조차 어렵다. 그냥 대강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 이 읽어주시길.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고 저자는 제목에서부터 말한다. 그렇다 해도 '잘 쓰는 사람은 너무 많고, 나는 너무 못 쓴다'라는 결론은 피하지 못했다. 그래도 써봐야지 써보자! 쓰자!라고 손에 힘을 주어 쓰고 또 쓴다. 아직은 생각도 없고, 주의하며 썼다가 또 내 고집과 습관으로 망작으로 완성할지라도 말이다.
저자는 2000년부터 씨네 21 기자로 일하고 있다. 팟캐스트와 라디오에 출연하며 여러 책을 소개해 왔다. 다수의 책도 썼다. 난 저자를 라디오에서 처음 알았다. 그녀의 명확하며 진솔한 말, 깊이 있는 내용을 난 좋아한다. 이 책도 그래서 읽었다. 잘 쓰는 법도 알고 싶지만, 저자의 글과 말을 더 좋아한다.
실제적이다. 글 쓸 때 바로 적용하기 좋겠다. 무엇을 염두에 둘지? 왜 쓰는지? 어떤 점에 주목할지?
나같이 무작정 쓰기만 하는 사람은 여기서 신선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잘 쓰려는 욕심에서 반복하고, 부사 수동태 남발했던 글들이 그녀의 칼에 휘둘려 나가떨어질 것이다. 퇴고, 구성 손보기까지 이를 토대로 내 글을 다시 읽으며 직면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할 각오를 해야 한다.
글의 앞문단을 제거하라는 파격적 제안도 불사한 저자의 퇴고 방법은 제 살을 깎아내는 잠깐의 고통을 주되 보다 나은 글을 선사한다. 내 글 중 하나를 그렇게 해 봤더니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글 쓰는 사람들과 공유했는데 오히려 없앤 면이 낫다고 했다.
나는 이 책이 글을 잘 쓰는 방법만 있지 않아 좋다. 내겐 그랬다. 다양한 책 인용이 있어서 좋았다. 그만의 독특한 시각, 솔직한 표현을 통해 시야가 한층 넓어진 기분이다. 출판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지적도 기자의 시각과 방식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Q&A는 꼭 보시길! 마지막이라고 대충 보기엔 아깝다. 글쓰기에 온갖 궁금할만한 질문을 제대로 뽑아냈다. 이조차 기자다운 섬세함과 예리함이지 않을까? 내용은 읽으며 참고하세요~
생각하고 염두에 두며 계속 쓰는 건 내 몫이다. 이 책을 읽고 바로 적용해야 하는 부담감으로 이 리뷰부터 남의 시선으로 읽어봐야 할 것 같고, 당장 누구를 상대로 글을 쓸지 막막해진다. 그녀가 깔아준 노하우와 기밀(맞나?) 앞에서 난 여전히 모르겠다고 투덜대며 쓰고 또 쓴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끄집어 내 눈으로 볼 수 있게 시각화하는 작업이 글쓰기다. 같은 경험을 해도 그런 사고 과정을 거쳐 글을 쓰면 더 깊어진다. 일회적으로 스쳐 지나갔을 수 있는 일이 더 오랜 생명을 얻는다. 옛날 일기를 읽을 때의 묘한 기분, 기억과 다른 기록.
p.24
프로페셔널조차 자신에 대한 비판은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작품에 대한 비판을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니 당신의 글이 알뜰살뜰 씹힐 가능성은 글을 쓸 때 어렴풋하게라도 염두에 둘 일이다. 아마도 글을 내놓기 두려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겠지만 말이다.
p.58
그 책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한다.
1.나는 왜 이 책을 끝까지 읽었을까/ 읽지 못했을까?
2.나는 왜 이 책을 대여/구입했을까?
3.이 책을 대여/구입할 때 내가 기대한 것과 이 책이 채워준/채워주지 못한 것들은 무엇인가?
4.(책의 완독 여부와 무관하게) 이 책이 내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
5.(책의 완독여부와 무관하게) 이 책이 나의 흥미를 끈 부분은 무엇인가?
p.65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을 파악하기가 쉬워지면, 그 뒤에는 관심사 깊게 파기와 관심사 넓히기를 양립할 수 있는 책읽기를 권한다. 그리고 '넓히기' 위한 '깊게 파기'의 방식으로 좋은 일은 역시 읽은 책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다.
p.66
.. 글을 읽을 때 '왜 이 리뷰를 쓰는지' 알 수 없는 글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러기 위해, 리뷰 쓸 때 대상의 '첫인상'을 소중히 하면 좋다. 검색을 먼저 하지 말고, 그 작품이나 대상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를 먼저 적어둔다. 핸드폰 메모장도 좋고, 메일의 '내게 쓰기'를 활용해도 좋다.
p.81
유난히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는 작품이 있을 때, 리뷰를 쓰며 그 감정을 끝까지 파보기를 권한다. 일기를 쓰며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마주하는 방법을 쓰기 괴로울 때, 리뷰 쓰기는 꽤 효과 좋은 우회로가 된다. 좋아하는 등장인물의 희노애락에 함께 젖어보거나 경멸하는 캐릭터를 강도 높게 비판하다 보면, 그것은 나 자신을 비우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기 성찰적인 글쓰기로서 리뷰를 쓸 때는 캐릭터에 집중해 글을 이어가면 좋다. 타인을 비평하는 일이 쉽고도 재미있기 때문에, 가끔은 거울을 보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p.94
간접경험과 직접경험을 통해 원하는 삶을 기획하기, 언제나 책과 여행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읽기와 경험하기, 쓰기는 내가 나 자신을 탐색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들이었다. 간접경험과 직접경험, 그리고 그 모두에 존재하는 나 자신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기. 글쓰기, 나 자신이 되겠다는, 가장 강력한 행동.
p.127
새로운 도전을 성공에 가깝게 하는 비법 중 하나는 바로 글쓰기다. 새로 뭘 배울 때 일기를 써보시라. 수영일기, 글쓰기 일기, 금연일기, 산책일기, 새로 마음 먹은 것에 대해서는 일기를 쓰자. 기록을 하면서 경험을 되새기게 되고,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는 느낌을 받게 되면 꾸준해지며, 일상의 다른 부분과 유사한 패턴을 발견하면서부터는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가 된다. 목표를 세웠으면 그 목표에 대한 일기장을 만들자. 나는 그렇게 처음 다섯 페이지만 쓴 새 노트를 여러 권 갖고 있다. 중간에 실패하지 않은 도전은 한 권의 책이 된다.
p.139
글쓰기, 그중에서도 사적인 산문 쓰기는 애처로운 데가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처음 시작하는 에세이스트는 대체로 실패하기 때문이다. 잃은 것을 글을 통해 되찾고, 되살리고, 복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산문 쓰기는 피할 수 없는 도전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쓸수록 당신은 그것을 잃었음을 체득할 뿐이다. 잃어버린 것들이 문자가 되어 눈앞에 겹겹이 쌓여간다.
p.152
상처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말은 상처를 잊었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당신이 도저히 글로 옮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언젠가 되면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서두르지 말자. 이것은 이기고 지는 배틀이 아니다.
p.157
퇴고를 할 때는 '남의 시선으로 읽기'가 중요하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알고 있는 소재에 대해 쓰고 있으므로, 행간에 생략한 내용도 자동으로 내적 재생해가며 읽는다. 그렇게 본인 글을 본인의 마음으로 읽으면 백번 읽어도 수정이 어렵다. 심지어 맞춤법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 특정한 오타만 반복해 쓰는 경우도 있다. 글에도 습관이 있다.
p.163
... 당신이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글쓰기를 할 때는 이렇게 쓰라. 당신이 책임을 요구할 때 상대가 주어 없이 피동형 신공을 쓴다면 주어를 요구하라.
p.187
퇴고할 때, 특히 글 양이 넘친다면, 나는 첫 문단을 지워보라고 권한다. 나 자신의 글을 퇴고할 때도 그렇게 한다. 첫 문단을 지운 뒤에 두 번째 문단을 다소 수정하는 정도로 도입부가 충분히 단단한 인상으로 변하곤 한다.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