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스트 걸 -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의 전쟁, 폭력 그리고 여성 이야기
나디아 무라드 지음, 제나 크라제스키 엮음, 공경희 옮김, 아말 클루니 서문 / 북트리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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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폭력의 마지막 희생자이길 바란다."

이 책의 제목이 이 문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카메라가 아닌 다른 곳을 응시하며 어색하게 웃음을 짓는 그녀의 얼굴은 자연스럽지만은 않다. 사진 전체가 회색이다. 그녀의 삶이 표지의 회색과 같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그녀는 IS라는 단체로 성 노예로 살았다고 주장했다. IS는 무장단체로 2001년에는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폭발하면서 IS란 단어는 공포의 상징이 되었다. 2019년 현재 와해되었다고 하며(프롤로그 각주 참조), 우리 기억 속에서도 예전 같은 강렬한 두려움을 주지 않은지 오래여서 이라크에서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해왔다 사실에 놀랐다. 전 세계적으로는 여성의 인권이 점차 신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에서는 동등한 인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나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디아는 이라크 코초지방에서 살았다. 야지디라는 종교 공동체로 그 영향과 테두리 안에서 살았다. 사실 여기서도 그들의 문화라지만, 여성의 인권이 딱히 나은 편은 아니다. 일단 여성은 피임할 수 없었다. 개종을 해서도 받아서도 안되는 폐쇄되고 한정적인 종교인구 상황에서 여성은 출산의 도구였다. 출산 후 바로 농사일에 종사해야 했다. 여성이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었다. 남편에 따라서 자신의 경제력이 좌지우지되었다. 하지만 이때까진 나디아 가족 야지디 공동체는 그들만의 문화와 풍습을 유지하면서도 행복하게 살았다. IS가 고초를 점령하면서 그들의 공동체는 재앙을 맞는다. 남자들은 집단학살 당하고, 여자들은 성적으로 IS 남자들의 본능을 채워주는 성적인 도구로 살아야 했다.

 

전쟁은 참혹하다. 여기저기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건 다반사이고, 일궈왔던 소유와 일상을 버리고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데 총력을 다하느라 여념 없었던 것 같다.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도망가는 야지디 사람들이 심정이 어떠했을지 글로나만 짐작할 뿐이지만 끔찍했다. 지켜줄 줄 알았던 부대는 배신하고, 자신을 가르쳤던 교사마저 나디아와 가족을 모른 체했다. 사담 후세인을 처형했던 미국은 더 이상 그들의 내란에 관심 갖지 않았다. 야지디 자신들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음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IS가 지시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자신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지 않으리라 희망을 품었지만, 결국 그들은 IS로부터 자신들의 가족과 거주지, 그리고 전통을 잃었다. IS 단체는 그야말로 잔인하고, 무자비하다. 토라를 자신의 구색에 맞게 하여 어겼으며, 자신의 본성과 폭력성에 충실하여 다른 이들을 대했다. 이유 없이 폭행을 가하며, 감금하고 상대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는 걸 당연시 여긴다. 2019년 현재를 사는 나로선 이런 행동들을 정상적으로 볼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 일본군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렇게 당했고, 이런 심정이셨겠구나 싶어 많이 생각이 났다. 야지디 여성 또한 자신이 당한 모든 것을 말할 수 없었다. 자신들은 성폭행을 당했고, 개종을 당했음에도 종교적인 규율에 따라 사회적으로 실제로 죽임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과 이별을 하고, 죽음을 목격하는 일들이 읽으면서도 안타까웠다. 굶주림과 가난, 그리고 IS 점령 이후 모든 것이 사라져버려 무기력해져 버린 야지디 공동체의 상황이 낙담스러웠다. 죄 하나 없는 주민들이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지, 이슬람과 다른 종교라고 해서 노예 대우를 받으며, 살해되어야 하는지 그 비참함을 이 책을 통해 목격했다. 이 책을 읽을 당시는 북한에서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서 한반도에는 다시 한번 공포감이 감돌았다. 그래서 그들의 상황이 마냥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이라크 및 야지디가 내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야지디 공동체와 그들 종교의 모습을 처음 알 수 있었다. 뉴스에서만 부분적으로 봤던 이라크의 상황이 정리되었다. 저자는 세부적이고 정확하게 지명, 인물, 상황을 표현했다. 그 정신없는 순간들을 어떻게 저렇게 상세하게 기억하며, 기록할 수 있었을까 싶다. 문장도 짧은 편이어서 읽기 좋다.

 

전쟁의 상처와 이후 상황은 되돌릴 수 없다. 지속해 오던 문화와 전통 또한 전쟁의 총 부림 앞에 회복은 어렵다. 상황을 이전처럼 복구할 수는 없지만, 더 이상의 희생과 상실을 막을 수 있다. 아마 저자도 그러한 희망을 갖고 이 책을 쓴 게 아닐까? 자신을 지켜줄 나라도, 공동체도 없음에도 올바르지 않은 행위와 불합리한 인권 현실을 고발하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 나디아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제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그리고 전 세계인들이 판단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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