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에서 산 형형색색의 구미 젤리를 먹으니 탱글탱글한 단맛이 피곤했던 뇌에 스며들었다. 오늘은 무사히 오사카역에서부터 앉아 왔다. 시가에서 산다고 하면 다들 엄청난 시골에서 산다고 생각하는데 신쾌속열차를 타면 40분 만에 오쓰역에 도착한다. 젊을 때는 서서 와도 괜찮았는데 마흔을 넘긴 지금은 어떻게든 앉고 싶다.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를 여니 익숙한 아이콘이 늘어선 타임라인에 ‘충격’ ‘슬프다’라는 문자가 보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스크롤을 내려 자세한 내용을 찾다가 진원지를 발견했을 때는 입에서 젤리가 튀어나올 뻔했다.
‘오쓰 세이부백화점 영업 종료하기로
오쓰 세이부백화점(오쓰시 니오노하마2)이 내년 8월 말로 영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백화점은 1976년 6월에 오쓰 세이부백화점으로 오픈했다. 1992년을 정점으로 최근에는 매상이 낮아져 44년의 역사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지금은 10월이니까 폐점까지는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입 안에 남은 젤리를 어금니로 씹으니 딸기도 사과도 아닌 맛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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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77년생으로, 세이부와 함께 인생을 걸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가끔 간 게 전부였으나 늘 곁에 있으리라 생각했다.
트윗을 읽고 있는데 LINE으로 마사루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게이타도 세이부 뉴스 봤어?’
소꿉동무인 마사루는 오쓰 세이부백화점 근처 도키메키자카에 사무소를 차린 변호사다.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니오노하마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본가에서 사는 독신인 나는 불러내기 쉬운 상대라 그런지 요즘도 종종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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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대화는 끝났으나 앞으로도 마사루가 내 트윗을 볼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다고 아무런 잘못도 없는 마사루의 계정을 차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과감하게 계정을 삭제할까 생각했는데 내가 선택해 팔로우한 계정의 트윗을 보는 게 낙이었던 터라 이렇게 끝내는 것도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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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아카리를 응원해주는 주인공이 제일 멋짐.

"너밖에 없지."
나는 이마에 손을 댔다. 이런 걸 두고 이례적인 발탁이라고 하는 거겠지.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 나루세가 정점을 목표로 하는 파트너 자리를 줄 리 없다.
무엇보다 나는 나루세 아카리 역사를 지켜볼 뿐 그의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마음은 없다. 가장 앞자리의 손님을 무대에 올리는 일은 관두길 바란다.
"만담이 아니라 핀 개그맨 대회에 나가면 되잖아."
"핀 개그맨?"
고개를 기울이는 나루세는 아주 진지해 혹시 내가 말을 잘못한 게 아닐까 싶어 불안해진다.
"R-1 그랑프리라고, 일인 개그 대회야."
"그래? 내년에는 거기 나가도 되겠다."
나루세에게는 올해 M-1 그랑프리에 나가는 게 결정 사안인 듯하다.
"어머니에게 파트너를 부탁했다가 단칼에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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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세이부에 바친다고?"
"매일 세이부에 갈 거다."
나루세의 말이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다. 우리가 사는 오쓰시의 유일한 백화점 오쓰 세이부백화점이 한 달 뒤 8월 31일에 문을 닫는다. 건물을 철거하고 그 부지에 아파트를 세운다고 한다. 44년의 역사에 막을 내리는 것이라 지역 주민 모두 애석해했다.
나도 어릴 때부터 종종 방문했다. 식품 슈퍼마켓 브랜드인 팬트리나 무인양품, 로프트1, 후타바서점 등이 있는데 교토의 제대로 된 백화점과 비교하면 평범한 상업시설 같은 느낌이다. 우리 아파트에서 걸어서 5분 거리라 초등학교 때부터 혼자 갈 수 있는 곳으로 허락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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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의 추억 만들기랄까?"
올해는 코로나 영향으로 학교 행사가 줄줄이 중지 또는 축소되었다. 나는 배드민턴부에 들어갔는데 여름 대회가 취소되었고 여름방학 연습도 오전에만 한다. 게다가 여름방학이 8월 1일부터 23일까지 약 3주간으로 단축되어 여름이란 이미지 자체가 희박해졌다. 오쓰 세이부백화점의 폐점은 중2 여름의 가장 큰 이벤트였다.

11%

동료가 늘어나니 기뻐해야 하는데 영 탐탁지 않았다. 나에게 나루세 모드와 동아리 모드는 주력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그렇다고 둘의 참여를 거절할 수도 없어서 프로그램이 17시 55분부터 시작된다는 것과 중계 장소는 대체로 정면 입구이지만 정확한 장소는 당일 가봐야 함을 알려주었다.
이번 주는 적당히 중계에 빠질 생각이었는데 하루카와 미즈네가 간다면 나도 가야 한다. 조금 일찍 도착하자 정면 입구 앞에 촬영팀이 있어서 안심했다. 나루세는 선언대로 라이언스 야구모자를 쓰고 있다. 모자를 준 부인이 TV를 보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까, 모르는 사람에게 이걸 또 받았어."
나루세는 왼손의 손목 보호대를 보여줬다.
"라이언스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네."
"세이부 팬임은 틀림없다."
그렇게 말하고 미니 야구 방망이를 들었다.
"오늘 배드민턴부 애들이 올지 몰라. 나와 나루세가 매일 온다고 했더니 와보고 싶다고 해서."
"그래."
나루세는 딱히 흥미로울 게 없다는 듯 답했다.

15%

(나름 스포 생략)

"다소 의식하기는 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이런 시기라도 할 수 있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21%

"나중에 내가 오쓰에 백화점을 세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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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조금 더 커서 그때 초등학생에게 매일 5만 원, 그러니까 한 달에 150만 원을 정말 줄 생각이셨냐고 여쭤봤더니 어차피 돈은 써봐야 안다고, 결국 돈도 써본 사람이 더 잘 쓰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또 어렸을 때부터 적지 않은 용돈을 받아서 계획하고 지출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 정도는 줘도 괜찮겠다고 생각하셨단다. 하긴 이때 내가 다녔던 학원이 8개 정도였는데, 보통 학원비가 30만 원에서 비싼 곳은 50만 원이 넘었으니 나에게 얼마나 많은 고정비가 들어갔는지 어린 나이에도 대충 체감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 집이 부잣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원칙으로 수익 내는 단타의 기술 중에서
5%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있는데 어머니가 찾아오셔서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유치장에 들어가게 되었고, 지금 살고 있는 집에도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날 나는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보육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학교도 보육원 근처로 옮겨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학교에는 절대로 가고 싶지 않았다. 딱히 지금 다니던 학교에 애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상황에서 학교마저 바뀌면 정말 모든 것을 다 잃은 기분이 들 것만 같았다. 생각해보니 집이 망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다니던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다고 보육원 선생님들을 설득하여 다행히 학교는 그대로 다닐 수 있었다.

원칙으로 수익 내는 단타의 기술 중에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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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문체가 독특해서 이론 공부하기에 편하진 않지만 재미있는 책을 다시 시작했다. 이 책이 절판이라니… 과거에 대여로 이북구매한 거 후회된다. ㅠㅠ


옛날에 만들어졌기에 천동설 기준으로, 달과 태양은 엄밀히 행성은 아니지만 하늘위의 천체를 다 행성으로 보고, 임의로 황도대를 12영역으로 나누었다는 부분까지 6챕터가 쓰였다. 상당히 은유를 좋아하는 이과출신 저자님 같음.



‘나’는 자신의 결정과 선택 앞에서 원초적 공포증을 극복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느닷없는 각종 공포증
phobia, strong unreasonable fear
을 해결하는 방법은,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에서 일어나는 시간의 흐름에 삶의 리듬과 균형을 맞추는 것임을.
점성학의 세계란 미래에 닥칠 감춰진 생의 비밀을 대비하기 위해 점이라도 치고 싶은 공포증을 인간의 자연스러운 원초적 본능으로 ‘인정’하고, 그럼에도 점술에 멈추지 않고 ‘나’의 고유한 시선과 자세로 예측 불가능한 외부 환경을 해석하고 극복해보려는, ‘학문’의 세계까지 끌어올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자유의지의 산실産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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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학은 이와 같이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태양의 길을 12영역의 시간대로 나누려는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다. 즉 점성학은 ‘시간’을 다루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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