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 - 그것이 덕질의 즐거움! 자기만의 방
정지혜 지음, 애슝 그림 / 휴머니스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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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독특한 책을 골랐다. "덕질"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덕질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연예인이건 운동선수이건 열렬히 누군가를 그냥 좋아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와 그 사람들은 별개라는 생각이 많았던 것일까? 아니면 사랑이란 기브엔 테이크라는 생각이 강해서였을까?

하지만 나는 지금 내 아이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 기브엔 테이크가 아니라 기브만 하고 있어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말 그대로 열열한 사랑을 하고 있는 중이다. 작가는 BTS를 사랑하는 아미이다. 왜 그들을 이렇게 좋아하는 것일까? 아이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처음에는 그냥 이렇게만 생각했다. 아직 풋풋하고 순수한 분이구나...

그런데 이 책을 덮을 때쯤 나의 생각은 바뀌게 되었다.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이구나... 좋아하는 마음 하나가 작가를 런던으로 보냈고, 자신의 삶에 있어서 용기 내게 된 것이다. 그 대상이 나를 봐주든 말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중요한 것이었다. 한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그 사람을 성장시킨다.

가끔 덕후들의 이야기를 볼 때면 철없이 느껴졌고,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야 알 것 같다. 그 순수한 열정이 사람을 살게도 하고, 움직이게도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마음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어쩌면 한 번도 덕후질을 하지 못했던 내가 순수하지 못했고, 열정적이지 못 했던 것 같다. 이제는 덕후들을 응원해 주고 싶다. 그들의 덕질이 한 스타에게는 힘이 되고, 자기 자신에게는 열정을 느끼게 한다. 나중에 내 딸이 누군가를 이렇게 열렬히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엄마로서 그 사랑을 이해해 주고 응원해 주고 싶다. 그 나이 때에 느낄 수 있는 그 감정에 푹 빠져 보라고... 그리고 그렇게 했던 덕질을 가지고 자기 자신도 사랑해 보라고 나중에 꼭 이야기해 줘야겠다.

덕후들에 대해 알게 된 책.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이렇게 예쁘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책인 것 같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나이를 먹으면서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인생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거예요. 분명 즐겁고 행복한데도 가끔은 아주 불행한 것처럼 느껴진 다거나 가진 게 아주 많은 줄 알았는데 실은 속 빈 강정이었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들을 마주하면서 저는 더 이상 '행복'이나 '풍요'를 바라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보다는 삶의 모순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쓰여지는 이야기를 자주 찾게 되었지요. 방탄소년단에는 '충족된 인간이나 완벽한 세계에는 없는, 작은 조개껍데기의 안쪽을 보는듯한 복잡한 광택'이 있습니다. 자신들의 연약함을 기꺼이 드러내면서도 결코 패배주의로 나아가지 않는 그들의 존재가 저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몰라요.

사람들은 제가 부질없는 살아을 한다고 말하지만 저는 이미 차고 넘치게 돌려받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고 있는 이 선명한 행복이 사랑의 대가가 아니면 대체 뭘까요? 모두에게 이해받을 수 없을지는 몰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합니다. 저는 인생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열렬하게 사랑할 수 있는 날이 단 한순간이라도 있다면 그 삶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 그러니까 우리, 더 많이 사랑을 해요.

이런 거였는데, 고작 이거였는데, 나는 왜 그렇게 주눅 들었던 걸까.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날의 나를 꼭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취향이 가난하다고 느꼈기에 더 열심히 탐색하고 부지런히 흡수했던 과거의 저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슬퍼하지 마, 너의 초라함이 너를 키울 테니까."

약점이 있는 사람은 세상을 감지하는 더듬이 하나를 더 가진다. 약점은 연약한 부분이라 당연히 상처 입기 쉽다. 상처받는 부위가 예민해지고 거기에서 방어를 위한 촉수가 뻗어 나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약점이 어떻게 취급당하는가를 통해 세상을 읽는 영역이 있다. _ 은희경 < 빛의 과거> 중에서

제 말로 이렇게 표현을 해요. 축제는 짧은데 쓰레기는 오래 남는다고. 짧아요. 축제는. 근데 그 준비 기간이랑 치우고 뒷감당하는 거 엄청 길잖아요. 근데도 사람들은 매년 축제를 기다리고 준비한단 말이에요. 사람도 사실은 고통스러운 순간이 훨씬 많죠. 빈도 수로 따지면. 다만 행복을 주는 그런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게 너무 강렬한 거예요. 그 도파민이. 그래서 사람들이 그걸 못 잊잖아요. 그게 너무 소중하잖아요.

화양연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

이 누군가의 좋아하는 마음을 구경하며 당신이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좋아하는 마음을 이 책이 깨울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쁜 테고요. 당신을 살게 하는, 또 살게 했던 사랑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대답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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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불확실한 일뿐이어서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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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집콕할 수밖에 없어서 한편으로는 감사했다. 지하철 스마트 도서관에서 에세이집을 5권이나 빌려왔기 때문에 총알을 충분히 장전한 군인처럼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제목보고 골랐다. 스마트 도서관이라 한두 줄 소개 글만 봐서는 어떤 책인지 감이 잘 안 온다. 인생이라는 단어에 꽂혀있는 내게는 끌리는 제목이었다.

그런데 아쉬운 건 다 읽고 나서 남는 게 없었다. 그래서 뭐지?라는 느낌이라고 할까?

베를린과 교토에서 반반씩 지내고 있는 작가의 글. 아이는 없고 강아지와 남편과 조용히 살고 있는 그녀의 글을 나는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를 계속 생각하며 읽었던 것 같다. 중간에 그만둬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었지만,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리고 쉽게 읽히기 때문에 끝까지 읽었던 책이다. 혹시 나만 그런 것일까 하며 다른 분들이 써 놓은 후기도 읽어봤는데, 다들 나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한국 정서에는 맞지 않을 느림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원제목은 실과 바늘이라고 한다. 만약 원제목 그대로였다면 아마도 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음... 왜 출판사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양장으로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해진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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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 - 어제도 오늘도 무기력한 당신을 위한 내 마음 충전법
댄싱스네일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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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된다.

다들 젊은 친구들인 것 같은데... 확실히 다르다. 글도 짧아서 읽기도 편하고 후루룩 면발 올라가는 속도에 한 장씩 읽게 되는 것 같다.

어제 읽었던 책도 그렇고... 책이 예전만큼 두껍지 않다. 사람들이 점점 글을 읽는 호흡이 짧아지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느낀 것은 솔직한 젊은 친구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울해요. 나 힘들어요하는 감정들이 더 이상 숨기는 감정이 아니라, 드러내는 감정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그동안은 어떻게 감정을 드러내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아니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워낙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사람들이 하나 둘 용기 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좋은 현상이다. 아프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고, 힘들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다.

일년살기 모임 때 한 분이 코로나 초창기 때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요!"라는 말을 해 주셨다.

그때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너무나도 조용한 분이셨는데,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해 주시니 너무 좋았다.

그래... 저렇게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왜 나는 하지 못했을까?

앞에 서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나? 아니면 나는 힘들다고 말하면 안 되는 사람이었나?

실은 나도 많이 힘들었다. 점점 그 무게가 줄어들 줄 알았는데, 더 무거워질 때도 있었다.

나는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 그러면 더 안된다는 생각이 나를 누르고 있었을 때가 있었다. 나는 엄마이기 때문에, 나는 장녀이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무게감이 힘들다는 말 한마디 못하게 했던 것 같다.

언젠가부터 나에게 힘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짜증 났다. 나는 지금도 힘내서 살고 있는데 힘들다고 하는 내게 자꾸 힘내라고 하니 짜증이 나다 못해 화가 났던 적도 있었다. 그래놓고선 내가 정말 미안해했었고 자책까지 했었다.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에게 내가 그랬다니...

그런데 또 뒤돌아 생각해 보면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면 좀 어때...

내가 나를 너무 위로할 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어제오늘 읽었던 책들이 나를 뒤돌아보게 한다.

<다시 읽고 싶은 글귀>

너는 연꽃

연꽃은 완전히 필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만약 꽃이 완전히 다 필 때까지를 100일이라고 가정한다면

90% 정도가 피는 데 50일쯤 걸리고

나머지 20%가 마저 다 피는 데에 또 50일쯤이 걸리는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을 때,

오래 노력해도 변화가 없는 것 같을 때.

연꽃을 생각해.

겉보기엔 멈춰 있는 것 같이 보일 때에도

나머지 10%를 다 피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너는 연꽃.

보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있는 너는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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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 늘 남에게 애쓰기만 하느라 나를 잃어버린 당신에게
윤정은 지음, 마설 그림 / 애플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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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좋아서 선택했는데 읽어보니 제목보다 글이 참 좋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좋아했구나...

음.. 그런데 책 내용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았던 작가의 모습보다 그렇게 살지 못했던 작가의 모습이 보였던 것 같다. 3살 아이의 엄마이다 보니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가 된다.

얼마나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때인가? 아이 낳고 3년차면 이런 마음 충분히 든다. 그래서 다소 맞지 않는 책 제목이었지만, 작가의 마음에 동의하게 되었다. 요즘 젊은 엄마들 마음이 이렇구나... 나와 같았던 면도 있었고 전혀 다른 면도 있었다. 혼자 여행을 하기 위해 제주도 비행기 표를 끊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왜 한 번도 그럴 생각을 못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육아는 엄마가 전담해야 해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었나 보다.

깨진 와인병을 그대로 방치해 두며 남편에게 들어와서 좀 치워줘.라는 문자를 작가처럼 한번 보내보지 못했다.

그냥 내가 다 알아서... 나도 그와 같은 경험이 있었는데, 우는 아이를 다른 방에 놓고 피 흘리는 발을 가지고 치웠던 것 같다.

왜 나는 내가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했을까? 젊은 엄마와 나이 많은 엄마의 차이인가? 나는 참 의지할 사람이 없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이미 나에게는 7살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작가의 모든 상황들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읽으면서 나도 그랬었는데...라는 생각도 몇 번씩 했다. 팔을 뻗어 엑스 자로 나를 힘껏 안아줘야겠다. 스스로 안아주는 법도 이 책을 통해서 배웠다. 너 참 잘 살아왔다. 너 참 괜찮다. 오늘도 참 많이 수고했다.

내가 내게 해 주고 싶은 말이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화사한 빛을 뽐내려면 뿌리내리도록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니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조만간 이걸 자양분으로 예쁘게 필 꽃을 상상하며 견딘다. 사는 거 참 꽃 같다, 하고 말하면 생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오늘의 고단함도 내일은 시들어, 새로운 꽃이 필 것만 같다.

꽃같이 살자. 말하는 대로 이루어질 테니. 꽃 같고 꿈같은

그런 인생이 펼쳐질 테니.

기사를 읽으며 전적으로 공감했다. 상대방이 경험해 보지 않은 일에 대해 버거움을 토로하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란 말에 한순간 입과 마음이 동시에 닫힌 경험이 최근 내게도 있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살겠지만 이번 생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고 버거운 상황에서 유난 떨지 말라는 식의 조언은 독이 된다. 차라리 "그렇구나, 정말 힘들었겠다"라며 말없이 안아주고 공감해 주는 따뜻한 눈빛이 백배는 고맙다.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다면 사소한 말들에 상처받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이가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긴 하지만 아이만 바라보며 아이가 전부인 삶을 살고 싶지 않은 내가 타인과 똑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참견에 상처받지 않으려 흘려듣는 연습. 주변 환경과 비슷하게 변신해 다른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동물처럼, 우리도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을 만났을 때 보호색을 띠기 위해 그들과 같은 생각인 척 호응해 주는 '생각의 보호색'을 띄어야 하는 걸까

창밖엔 짙은 어둠이 가득했다. 노트북을 켜고 제주행 티켓을 검색해서 한 달 후 2박 3일 혼자 떠나는 일정을 예약했다. 팔을 뻗어 스트레칭을 하다가 엑스 자로 교차시켜 내가 나를 안아 주었다. 양팔이 날개 뼈에 닿았다. 날개 뼈를 토닥토닥 다독이며 말했다. "수고했어. 오늘도. 내일은 더 좋은 날이 될 거야. 괜찮아."

아이가 퉁탕대는 소리를 들으며 깔깔 웃다 거울을 보았다. 편안하고 여유롭게, 내가 웃고 있다. 전보다 예쁘진 않지만, 전보다 여유로워 보이네. 지금 너 잘 살고 있나 보다.

어쩌면 "절대 못 해"라는 말은, 해야 할 걸 알지만 두려워서 피하게 되는 강한 자기방어적 부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절대 못하리란 부정문을 "할 만하네?" "할 수 있네?"로 바꾸며 살아간다. 생의 끝엔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게 될까?

네가 찾기 쉽도록 일부러 커튼 뒤에서 발을 빼꼼히 내어놓으며 지루했던 일상이 이렇게 행복해졌구나 싶어 눈물이 난다.

너의 생기와 너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통해 나도 나날이 젊어지는구나. 사소한 일에 깔깔깔 웃는 법을 배운다.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다.

그게 무엇이든 가장 나다운 삶을 선택해 행복하게 살아도 괜찮다. 단 한 번밖에 없는 당신의 인생이니까. 눈을 감았다 뜨면 오늘이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이 바로 가장 특별한 선물이니까. 감사하고, 용서하고, 이해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자. 충분히 그럴 자격 있다. 그저 나라는 이유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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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에티켓 -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것
롤란트 슐츠 지음, 노선정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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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삶에 물음표를 던지면서 찾아보게 된 책이다. 삶에 대해서 찾았는데 죽음에 대한 책들이 나온다. 삶과 죽은 뗄레야 뗄 수 없고, 삶에 대해서 생각하려면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죽어야 하나?"를 고민해 보는 게 맞는 것 일 수도 있겠다. 어떻게 삶을 마감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가 나온다.

이 책은 아주 느린 영화를 오랫동안 본 느낌이었다. 실제로 보면 누군가에 죽음에 대해 묘사했다. 이웃집 할머니, 요절한 젊은 청년, 아픔을 오래 겪다 죽은 아이의 장례식 이야기. 하나하나 작은 디테일까지 살려서 글을 쓰니 나까지도 디테일하게 상상하면서 읽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몇 번을 이 책을 읽으면서 울컥했다.

저자는 말한다. 죽음을 가르쳐 주는 책은 없다고... 생각해 보니 맞는 것 같다. 의학 책이 아닌 이상 우리의 장기가 죽을 때 어떻게 된다는 것을 굳이 알릴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세포 하나하나를 타인의 죽음을 통해서 다 가르쳐 준다. 나의 장기는 어떻게 될 것이고, 나의 몸들은 어떻게 될 것이며 어떤 사람들이 장례식을 준비하게 되는지 디테일하게 가르쳐준다. 독일 작가라 독일의 장례식 문화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동양의 우리가 읽어도 전혀 손색없다. 사람의 죽음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해서 묘사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죽음이 아니라 나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만 생각해 봤다. 한 번도 나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다. 사람은 태어나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 나에게는 일어날 일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삶은 모른다. 지금 내가 쓰는 이 글이 내 삶에 마지막 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아직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면 울컥하고 눈물이 핑 돌게 하는 단어이지만 정말 작가의 말처럼 사는 것뿐만 아니라 죽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다. 어떻게 죽고 싶은지... 태어날 때는 내 마음대로 태어날 수 없었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그래도 내가 조금이나마 선택권은 있는 것 같다. 내가 미리 생각해 놓는다면... 다행이다. 이 책을 너무 늦지 않게 읽을 수 있어서...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물론 그 모든 것을 당신이 정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장례식은 사실 당신을 위한 게 아니라는 사실 말입니다.

장례식은 당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한 의식입니다.

그게 당신의 죽음을 인정하는 첫걸음입니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니까요.

많은 사람이 죽음을 앞두면 다른 이들이 기대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용기 있게 살 걸 그랬다고 후회합니다.

아니면 일만 너무 열심히 하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합니다.

좀 더 자주 맨발로 땅 위를 걸을걸,

친구들고 우정을 좀 더 유지할걸,

좀 더 느긋하게 살걸,

산에 좀 더 자주 오르 걸,

좀 더 자주 강에서 헤엄을 칠걸,

지는 해를 좀 더 많이 바라볼걸...

어쩌면 배를 타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첫사랑을 만났던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울 수도 있었을 텐데.

걱정은 좀 덜하고, 하지만 실수는 더 하고 살아도 좋았을 것을.

여행을 좀 더 자주 갈걸.

사람들을 더 많이 안아줄걸,

마음속 감정을 좀 더 드러내 보일걸.

언제나 그들 편을 더 들어줄걸,

살면서 좀 더 행복해했어요 되었는데... 하고 말이죠.

하지만 죽음은 결코 아름답지 않습니다.

죽음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나 죽음은 삶의 한 부분입니다.

죽어가는 사람도 산 사람도 그걸 인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인간이 인간다운 것에는 고통도 속하고, 통증도 속합니다.

당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줄어듭니다.

당신의 죽음에 동행하던 사람들,

무덤가에서 울던 사람들조차도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품습니다.

죽음? 그건 늘 다른 사람의 죽음이었죠.

단 한 번도 자신의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죽습니다.

그리고 그들조차도 이젠 그게 언제인지 알고 있습니다.

이제 한번 생각해 볼까요!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꼭 필요한 준비를 시작하는 것뿐입니다.

1. 당신의 장례식에 어떤 이들이 오기를 바라나요?

2. 그날의 추모식은 어떤 방식이면 좋을까요? 당신이 즐겁게 웃던 어느 날의 영상이 있기를 바라나요?

아니면 당신이 즐겨 듣던 노래가 흐르면 좋을까요?

3. 당신은 어디에 있고 싶나요? 가족 묘지? 납골당?

4. 화장을 하고 싶나요? 그렇다면 어느 곳에 뿌려지기를 원하나요? 아니면 수목장? 그곳은 어디인가요?

5. 남겨질 이들 중에 누가 제일 걱정되나요? 그렇다면 그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 놓아야 할까요?

6. 지금, 당신이 사랑하는 그들은 당신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나요?

7. 당신은 무엇을 하지 않을 걸 후회하게 될까요? 어떤 게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 될까요?

이것은 오직 당신 자신의 죽음입니다. 당신이 탄생한 그 순간부터 반드시 있게 될 확실한 종결.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일.

그래요. 그렇기에 우리는, 당신은, 나는 준비해야 합니다.

내 삶이 오직 나 자신의 방식이었던 것처럼 죽음 또한 온전히 내 방식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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