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20년 - 엄마의 세계가 클수록 아이의 세상이 커진다
오소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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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지기님들이 추천해 준 책이다. 이 책의 첫 부분을 읽었을 때 마스크를 쓴 게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 책 처음 부분에는 우리 할머니 시대부터 해서 우리 엄마 시대의 여성들에 대해서 쓴 것으로 대한민국의 과거로 돌아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지금 내가 읽어도 너무나도 답답했던 우리의 모습들이다. 작가는 할머니가 살아계신다면 꼭 안아드리라고 할 정도로 이분들은 많은 희생으로 버티셨다.

정말 버틴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 취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아이를 낳는 기계로서 살았던 그 시절을 산 것이다. 그 부모한테 낳은 우리 엄마 시대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래도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읽으면서도 답답함을 느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부터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여성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있고, 우리도 아이를 낳았지만 나도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사회와 현실이 맞지 않으니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무겁고 여성들은 자신의 자리를 잃어가는 것처럼 답답하다.

이 책에서도 엄마가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적인 일도 그렇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찾는 것도, 그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50대이신 분들은 자녀들을 다 키워놓고 지금에서야 자신을 찾는 일을 하고 있다. 40대인 우리는 아직도 아이를 더 키워야 하지만, 슬슬 아이에게 독립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30대의 사람들은 아이와 함께 성장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지금의 20대들은 어떨까? 결혼해서 아이만 낳아줘도 감사한 시대가 왔는지도 모르겠다. 이들에게 옛날처럼 시어머니 노릇을 했다가는 남아나는 가정이 없을 것 같다. 아이 때문에,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핑계는 이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누가 맞는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미 나 또한 옛날 사람이고, 우리 부모의 모습,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배겨있는 것들이 내게 아직 남아있다.

이 책은 타임머신을 타고 여성의 변천사를 한번 휙 둘러본 느낌이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많은 것들이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딸 가진 엄마로서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내 딸의 시대만큼은 정말로 남녀평등의 시대가 되길. 엄마로서도 현명한 엄마가 될 수 있기를 더더더 기대해 본다.

< 다시 읽고 싶은 글귀>

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미래를 아이들에게 함부로 안내할까요? 심지어 철 지난 방식으로 앞다퉈 선행시킬까요? 왜 그러느라 부모도 아이도 소중한 하루하루를 불행하게 보낼까요?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아이가 어느 길로 가든 새 세상에서 잘 살수 있는 기본 연료를 공급해 주는 일뿐입니다. 어릴 적부터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과 칭찬을 주고 찬찬히 인성의 빈 곳을 메워주고 온 가족이 함께 운동과 여행 같은 풍요로운 직접 체험을 하고 책과 영혼 같은 다양한 간접 체험도 하고 그 다채로운 가족 문화 속에서 아이가 능동적으로 적성과 진로를 찾아 움직이도록 응원하는 일, 사실 이것이 본래 참된 부모의 역할이지요.

느린 여행의 깊이 같은 것. 애 딸린 엄마가 아니었다면 저는 아마 멋진 것들을 욕심껏 흝으며 재빠르게 다니는 여행을 했을 거예요. 그런데 아이와 함께 아장아장 이동하다 보니, 새로 핀 꽃, 목동의 맑은 눈동자처럼 휙 지나쳤으면 안 보였을 것들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깊이. 그것은 좋은 여행에 꼭 필요한 요소였지요.

사람들은 엄마들에게 '끝났다'라고 쉽게 말합니다. 이제 혹이 달렸으니 재미는 다 봤다고. 여행 같은 건 생각도 말라고. 천만에요. '엄마'라는 자리는 제대로 여행하는 법을, 제대로 세상과 관계 맺는 법을, 원만한 듯 깨치게 해주는 자리입니다. 여행만 엄마들을 월반시킬까요? 임신, 출산은, 육아라는 강도 높은 '인생 수업' 과정에서 엄마들은 어마어마한 인유애적 성장을 합니다. 넓어지고 깊어지고 따스해지죠. 그 성장은 엄마가 이후에 무슨 일을 하든 거대한 자신이 되어줍니다. 엄마라는 자리는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엄마가 베이커리를 배우면 아이는 빵을 많이 먹으며 자랄 것이고, 엄마가 노래를 배우면 아이는 엄마의 흥얼거림을 따라 하며 자랄 겁니다. 엄마가 노력하는 동안 아이는 그 일부를 자기 세계에 하나씩 가져가는 것이죠. 그거면 충분합니다. 엄마가 아이의 세계를 전부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엄마가 탐색하는 전 과정이 아이에게는 다양한 체험이 되기에 엄마가 'THE 가치'를 좀 뒤죽박죽 찾아내도 찾아낸 시기가 좀 늦어진다 해도 괜찮습니다. 저처럼 아이를 낳은 뒤에야 아이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찾아내도 괜찮아요.

우리는 좋은 엄마의 역할을 시대와 상황에 따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이전 세대 엄마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제부터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은 보다 더 발전한 것이어야 한다.

그동안 누가 날 불러주지 (수동태) 않았던 게 아니라, 내 스스로 갈 데를 만들지 (능동태) 않았던 거지요. 동선이 생기면 누가 자신을 불러주길 기다릴 필요가 없어요. 버스가 노선도를 따라 달리듯, 매일 자기 동선을 디디며 길을 다지면 돼요. 세상 모든 길의 원리는 같습니다. 디딜수록 또렷해지고 넓어진다는 것. '꾸준히' 다져야 해요. 그것을 하루 일과의 첫 번째 우선순위로 삼아야 해요. 첫 번째 우선순위라는 게 무슨 뜻일까요? 다른 할 일이 생겨서 못할 것 같으면, 다른 할 일 중에 하나를 안 하더라도 이걸 꼭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하루 만 원으로 꾸준히 책을 읽거나 등산을 하며 자신을 돌보는 나, 그렇게 잘 돌봐진 가정. 나는 고작 월 20만 원으로 아주 큰돈을 벌고 있는 겁니다. 돈 계산은 '나가는 돈의 크기'를 재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가치의 크기'를 재는 거랍니다.

모이니 즐겁고 즐거우니 자주 모이고, 자주 모이니 모여서 무엇을 할까를 더 심도 있게 고민하는 것, 이것이 바로 공동체의 선순환이지요. 혼자서는 절대 하지 못할 도전도 함께라면 얼마든지 용기 있게 꿈꿔볼 수 있어요. 집단 창의성은 바로 이 '용기'에 기반해서 확장됩니다 용기가 아이디어의 경계를 넓히지요.

아이에게 엄마의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언제라도 뛰어가 도와줄 거예요. 그러나 뛰어가기 전에 "혼자 해볼 수 있겠니?"라고 한 번 더 물을 거예요. "혼자 해보겠다"라고 하면 비록 미덥지 않더라도 '믿으면서' 과감히 물러날 거예요.

'다름'을 존중하는 가정은 평화롭습니다. 운전대는 각자 잡고, 엄마는 아이에게 풍부한 기본 연료만 제공해 줍니다. "숙제해!"보다 "숙제 다하면 아이스크림 먹으며 산책할까?"라고 말해요. 시험 점수가 50점이든 100점이든 똑같이 뽀뽀하고 포옹합니다. 밥을 먹을 때면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는 대화의 시간을 가져요. 아이가 할 일을 다시 한번 강조하거나 아이를 지적하는 시간 대신 말입니다.

좋은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에겐 이런 좋은 일들이 벌어질 겁니다.

첫째,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생깁니다. "우리 엄마랑은 대화가 잘 돼. 늘 날 존중해 주시거든."

둘째 돈이 생깁니다. 사교육비를 차곡차곡 모았으니 방학마다 해외문화 탐방도 가능할 만큼

셋째, 시간이 생깁니다. 주말마다 캠핑을 갈 시간, 방학이면 국토대장정을 떠날 시간. 멍 때리며 상상에 빠지는 창의적인 시간, 상상한 것을 실행에 옮길 시간. 행복지수가 확 높아질 뿐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실제로 설계해볼 수 있는 과감한 선택들이 가능해지는 시간

넷째, 엄마에게서 자기 삶을 성실히 돌보는 법을 배웁니다.

다섯째, 불균형한 입시 육아로 대학만 한두 칸 높여 갔을 때보다 썩 균형 잡힌 인생을 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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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라이프 2021-03-25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출판사 북라이프 입니다.<christina>님 ‘엄마의 20년‘ 도서 리뷰를 보고 오소희 작가님 신간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출간 소식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도서소개 일부입니다.

˝떠남이 제한된 시기, 모두가 집에 머물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떠나지 않고도 행복해지는 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답답한 일상을 환기해줄 특별한 장소를 찾아 떠나던 과거의 방식 대신, 지금 머무는 자리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에게 ‘자기만의 세계를 가꾸는 이들의 멘토’ 오소희 작가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오소희 작가님 신간에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