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 전2권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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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그것이 사람의 힘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역사적인 사실 속엔 힘없는 사람들이 그 시대를 견뎌내고 살아오면서 잊고자 하나 잊히질 않는 깊은 상처들, 아쉬움 들, 우연적인 일들까지 모두 다.....

 

지난 역사를 통해서 우리들은 우리의 조상들이 겪었던 시대적인 아픔을 대신 경험할 수는 있지만 당사자들이 직접 겪은 일이 아니기에 공감을 할 수 있어도 실제적인 체감을 쉽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이렇듯 기나긴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전쟁이란 소재는 여러 가지 변형된 주제로서 단골 소재다.

 

그런 만큼 같은 시대를 겪었더라도 같은 공간이 아닌 저 너머의 그 누군가는 나와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의 10년간의 노고를 바탕으로 엮어 낸 작품, 올 2015년도 퓰리처상 수상작을 따끈하게 읽었다.

뭐랄까, 읽고 나서는 생말로를 문득 가보고 싶어졌다.

바다의 조수 간만의 차는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겠지만 당시의 시대를 겪어 낸 마리로르의 삶과 베르너의 삶이 머리에 떠나질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은 총 2권으로 나왔다.

1934년을 기점으로 주된 이야기는 전쟁 막바지였던 1944~1945년, 그 사이에 드문드문 다른 연도가 섞이는 형식, 다시 1975년도와 2014년으로 끝을 맺는, 과거의 회상과 기억, 그리고 현재의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다.

 

선천성 백내장으로 인해 눈이 보이질 않게 된 소녀 마리로르는 1940년대 초반, 프랑스 파리에 있는 박물관에 근무하고 있는 자물쇠 장인인 아빠와 살고 있다.

 

딸의 눈이 멀게 되자 아빠는 그들의 행동반경을 위주로 작은 모형의 거리와 집들을 만들어 내고 딸과 함께 매일 박물관에 출. 퇴근을 한다.

그냥 출. 퇴근이 아닌 몇 발자국 가면 어디, 다시 왼쪽, 오른쪽 몇 발자국...이런 식으로 딸의 머리에 혼자서도 자립 할 수 있도록 지형을 머리와 손에 익히도록 돕는다.

 

 독일군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기운이 돌자 박물관장은 전설적인 133캐럿짜리 블루 다이아몬드, 일명  ‘불꽃의 바다’라 불리는 보석을 보호하기 위해 마리로르 아빠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 손에 모조품을 만들어 분산 시킨다.

 

독일 군을 피하기 위해 간 곳은 에티엔 작은 할아버지 댁-

할아버지 또한 전쟁의 트라우마로 인해 바 출입은 한 발자국도 못하는 신세, 오로지 가정부 마네크 부인의 차려준 것에 의존하는 상태다.

그곳 거리 또한 딸에게 익혀 줄 심산으로 같은 모형을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거리를 헤매는 아빠, 그를 타깃으로 삼아 밀고한 자 때문에 아빠는 박물관으로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고 딸에게 집 모형과 그 집안에 소중한 모조품을 숨겨두고 떠나지만 강제 수용소로 끌려 가게 된다.

 

남겨진 이들의 삶은 그 이후 어떻게 됐을까?

 

여기 또 한 소년이 있다.

독일 탄광지대에서 일하다 숨진 아버지로 인해  여동생 유타와 '어린이들의 집'에서 자라는 베르너 -

그들이 정해진 길은 한정된 탄광으로 가는 길 외엔 그 어떤 희망조차 보이질 않는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해 낸 라디오를 수리하면서 듣게 된 프랑스 말로 된 어떤 남자의 과학적인 상식, 아름다운 음악을 듣게 되지만 그 근원지는 오리무중이다.

특출한 머리로 눈에 띄게 된 베르너는 곧 우수학생으로 차출이 되고 연이어 교수의 배신으로 어린 나이에 통신병으로 전장을 누비다 생말로 지역까지 오게 된다.

 

그야말로 한 편의 어떤 인생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전장의 피해 속에서 한편은 그 피해자로서 살아가야 하는 자의 모습, 한편은 전쟁 당사자국 국민으로서 자신의 삶 자체를 벗어나기 위해 알고도 모른 척, 오로지 목표만을 지향해 온 삶의 모습이 같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그 현장 속으로 고스란히 우리들에게 안내한다.

 

여기엔 '붉꽃 바다'라 불리는 보석을 찾아 헤매는 나치 협력자 룸펠이 등장함으로써 또 다른 위기감을 조성해 주는데, 전쟁에서 보여주는 각기 다른 생생한 삶의 모습들이 투영이 된다.

 

그 둘을 이어주는 라디오가 있었기에 단 한 순간의 만남을 갖지만 그 이후 그들의 삶은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한 아련함과 쓸쓸함, 왠지 모를 지워지지 않는 그 어떤 것을 전해준다.

 

오직 살아야겠다는 생각, 레지스탕스 역할을 자처했던 사람들의 단합, 그리고 그 소녀의 위급함을 구해 준 소년, 전쟁이 끝난 후 22년이 흐른 뒤의 남겨진 사람들의 생활은 전쟁이 주는 트라우마를 숨기고 살아가는 아픈 사람들의 모습과 심경, 그리고 남 일 같지 않게 여겨지는 한 시대를 관통했던 세계전쟁의 잔상이 남긴 일들을 저자는 때론 상상의 날개를, 때론 현실적인 삶에 대한 모습을 교차해주면서 보여준다.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자신을 둘러싼 주위 사람들은 모두 피해를 입는다는 '붉은 바다'란 이름을 지닌 보석에 대한 의미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벌어지는 소설 속의 한 시대를 음미해주는 것은 아닌지, 18살이 되도록 자신의 뜻에 의한 대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던 베르너가 단 한 순간 그것을 저버리게 된 결단은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전쟁 속에서 피어난 한순간의 인연을 그린 이 이야기는 사람들이 볼 수 있다고 결정해 버린 빛 이외에도 수많은 보이지 않는 빛이 있음을, 그 빛은 어느 누구의 손에 의해서도 좌지우지할 수 없는 그 빛 자체만의 의미가 있음을, 그렇기에 그  의미를 알아버린 베르너는 그것을 따라 가지 않았나 싶다.

 

아픈 사람들의 고통과 사연, 그 모든 것을 겪고 살아감에도 여전히 과거는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는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들이 여전히 떠나질 않게 하는 책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내야만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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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다시, 유럽
정민아.오재철 지음 / 미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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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책을 읽다 면 좋은 점이, 이미 가 본 곳에 대한 친근함과 당시의 기억을 되새기며 새록새록 더듬는 시간이 참 좋다는 사실이 내겐 그 어느 시간보다도 더 좋다.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이런 여행에 관한 책자들은 세대가 변하고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그 패턴들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초창기의 여행책자를 갖고 있는 몇 권 안되는 책자도 나름대로의 추억의 책장 속을 들어간지 이미 오래~

 

이 책은 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과감하게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무엇인지, 가치관의 우선순위에 따라 모든 것을 획기적으로 실행에 옮긴 부부의 여행책이다.

 

이미 10여 년 전에 여자와 남자는 따로 여행을 했었지만 그 당시엔 함께 가 아니었고 이제 부부로서 새 출발을 하면서 자신들의 꿈을 이루는 계획에 선다.

 

 

 

 

 

결혼 준비에 필요한 경비 중 흔한 반지와 혼수 장만에 필요한 경비를 여행에다 쏟아붓고 414일간의 세계 여행을 떠난 기억을 독자들에게 풀어놓는다.

 

흔히 볼 수 있는 여행책자의 형태와는 조금 다르게 부부로서 같이 한 여행이지만 각 테마별로  주제를 정해 자신들이 직접 느낀 경험담과 그 당시의 처했던 상황, 그리고 같은 곳을 바라보았지만 서로 다른 느낌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 차별성을 둔다.

 

타인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

내가 행한 방식은 옳고 나와 다른게 행동하는 타인은  잘못됐다는 인식 자체가 제대로가 아님을, 여자는 남자와  동행하면서 다름을 인정했기에 오랜 시간을 같이 여행했음에도 트러블 없이 여행이 지닌 참 의미를 즐길 수 있었다고 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극과 극의 대조란 설명으로 붙여진 사진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2~3일 정도같이 다니다 보면 서로의 관점이 다르기에 이해관계가 충돌될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저자들의 현명한 선택은 여행 책자 속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향연이 정말 눈이 호사스럽단 생각까지 들게 한다.

 

자신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 여자, 프리랜서 사진가로서 일한 행동 반경을 당분간 접어야 하는 과단성 있는 결단력이 그들에게 어떤 힘으로 작용했길래 이런 일들을 저지를 수 있을까 하는  부러운 마음으로 보게 한 책이다.

 

분명 여행에도 나이에 따른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 이미 가 본 장소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그 당시에 머물게 하는 것을 보면 이들처럼 한 번 홀로 가본 여행과 둘이 '함께'라는 동반자 여행이란 감정이 모두 같을 순 없을 것이다.

 

기본 패턴에 짜인 여행 경로가 아닌 머물고 싶으면 머물고 때론 차숙(렌터카에서 자는 것)을 통해서 바라 본 여행지의 새로운 환경은 배낭여행만이 지닐 수 있는 이점이자 고생한 보람을 안겨주는 기쁨이 아닐까 싶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개인적으로 스코틀랜드였다.

다른 장소들은 이미 가본 장소, 익숙한 사진들이라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아직까지도 가보지 못한 스코틀랜드에 대한 광활한 자연환경은 그야말로 영화 '브레이트 하트'를 연상 떠오르게 만들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사람들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지, 쓸쓸한 폐허이다시피 한 고성을 찍은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것을 훌훌 버리고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드는 나라였다.

 

장거리 여행에서 올 수 있는 주의할 점과 배낭의 무게, 갖추어야 할 품목에 대한 이야기들은 책 뒤편에 간략하게 적어 놓은 것도 이색적이다.

 

꼭 알려줄 것만 알려준 느낌이랄까,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은 책이자, 다음 편의 시리즈로 나온다면 중남미나 미주 대륙이 될 것 같은데, 전문가적인 솜씨가 곁들여서 그런지 책 한 장 한 장마다에 나오는 사진은 최고다.

 

 

여행을 가기 전의 설렘과 다녀온 후의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는 법, 저자의 말처럼 물질적인 것에 얽매어 아등바등  남들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기보다는 여행에서 느꼈던 샌드위치 속에 들어가는 햄 한 조각이 주는 감사함이 여행이 주는 인생의 참 모습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아닐까 싶다.

 

마음의 여유와 그 여유를 물질에 부대끼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그들이 부럽게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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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은행에는 이자가 없다
해리스 이르판 지음, 강찬구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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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가 주도권을 쥐고 세계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현시대는 그야말로 다양한 금융상품의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기본 이자율이 연 1.5%로 유지되는 가운데 일부 예금자들의 탈출은 이미  많이 진행이 되었고 보다  조그이라도 혜택이 높다면 갈아타기를 서슴지 않는 불안정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사람들의 인식이 내가 투자한 돈을 넘어서 많은 이윤(이자)를 거둘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이의는 없을 정도로 이미 경제사회의 패러다임은 당연시되어 왔지만 유독 이슬람 금융권에 대해선 조금씩이나마 알려진 정도라고나 할까?

 폐쇄적이고 서양의 경제구도에는 맞지 않는단 선입견이 있었기에 그간 여러 나라에서도 시도를 해오고 있었지만 그렇게 좋은 인상을 남기진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이슬람을 믿는 나라가 갖는 무한한 기대감과 그곳에서 독특하고 창의적인 상품 출시, 이에 부합하는 만족을 시키기 위해 알게 모르게 현장에서 실제로 일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 책이다.

 

 

저자는  유럽 이슬람 투자은행의 투자금융 파트장이자 코르도바 캐피털의 창립자란다.

 그런 만큼 이슬람권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함께 왜 서구의 경제 시스템과 이슬람의 경제 시스템의 체계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이를 보완하고 발전시키려 한 노력들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으로 볼 수도 있겠다.

 

알다시피 이슬람권의 경제에는 이자가 없다.

이자가 없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서 은행에 돈을 맡겨 두며 어떻게 은행은 이를 유지하고 구매자와 자신들 간의 유대를 가지고 있을 수 있을까?

이런 점을 이해하기 위해선 바로 이슬람이란 종교를 이해하여야 하며 모든 근거는 알라가 계시한 말씀대로 이를 제대로 해석하고 정의를 내려 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경제체제와는 상당히 다른 점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만큼 종교가 갖는 힘은 상상을 초월하며 그렇다고 그릇된 지도를 하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어떤 이유에 처한 상황 그 자체에 힘을 실으며 종교적인 가르침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석을 내리기에 저자 또한 그러한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서 가까이 접근하는 방식의 이슬람 문화와 종교에 대해 독자들에게 이해를 먼저 알려주는 편을 서택한다.

즉 알라에 대한 복종을 하되 그 복종이란 신성한 테두리 안에서의 자유를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생각하는 금융권의 해석은 쿠란과 순나에 의해 결정되는 삶 자체이며 이슬람 금융권에서 말하는 돈의 본질은 서국의 개념과는 다르게 인식이 되기 때문에 이자 발생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체계를 가졌다는 의미가 쉽게 다가오게 만든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자에 대한 의미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독교 세계도 금지를 했지만 결국엔 이를 수긍할 수밖에 없었던  종교계 지도자들의 행동처럼 이슬람에도 말만 이자란 단어만 없다 뿐이지 실은 이런 법적인 체계를  이용해 돌고 돌아가는 형식의 경제 시스템을 이용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이미지들과는 상당히 다르게 다가옴을 느낄 수가 있다.

 

고리 대금업(아랍어로 리바), 무다라바, 무샤라카 같은 독특하게 발달시킨 그들의 금융 체계를 이해함으로써 고객과 은행 간의 만족을 시킬 수 있는 상품개발에 대한 이야기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저자는 이슬람 금융에 대한 긍정적인 미래를 관망한다.

 

이 종교가 갖고 있는 돈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하며 윤리와 이윤 사이의 절충을 위한 보다 안정적인 상품 개발이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이슬람 금융권에 대한 새로운 도전의식이 필요할 때이며 아시아 권만 해도 일본이 나서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나라도 들어오는 서양권의 금융체계에서 배울 점은 배우되 보다 넓은 미지의 땅을 개척하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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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네트의 고백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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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생김새는 후덕스러운 이미지의 푸근함을 전해주는 인상에서 어떻게 이런 글들을 쏟아낼 수 있는지, 궁금해지는 작가, 바로 카린 지에벨이다.

 

전작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도 않은 이 작품은 정말 책 몰입도를 높여주고 혈압이 끝까지 올라갈 정도의 내 내면의 분노를 느끼게끔 해 준 책이다.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학업을 포기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다 범죄의 길로 들어선 라파엘, 교도소를 내 집 드나들듯하다 막내동생 윌리엄과 다른 두 남녀와 함께 4인조로 구성된 보석상 강도 사건을 실행한다.

 

하지만 도망쳐 나오던 중 경찰과의 대립 끝에 동생은 총상을 당하고 예정된 은신처를 버리고 차량을 몰고 도망가는 처지에 이른다.

 

도착한 곳은 동생의 치료를 위해 일단 눈에 띄는 동물병원 간판이었고 그곳에서 여 수의사인 상드라를 위협, 그녀의 집에 가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일 때문에 출타 중이었고 응급처치로 동생의 치료를 맞게 된 상드라는 시종 알다가도 모를 행동을 함으로써 4명 사이를 이간질 시키고 급기야는 라파엘이  동료를 죽게 만드는 사건으로 몰아간다.

 

그녀의 남편 파트릭-

얼굴은 천사처럼 푸근한 인상의 중년의 남자로서 도저히 상드라 와는 부부 사이라고 하기엔 왠지 모를 분위기 조성과 함께 위급한 상황임이 분명함에도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라파엘 일당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는 존재다.

 

은신처라고 들어온 곳은 알고 보니 어린 여자들을 납치해 성강간과 함께 온갖 자신의 욕정을 해소하고 가차 없이 죽여버리는, 상드라는 그에게 협조하는 그야말로 자신의 의사 자체는 결코 행하지 않는 꼭두각시 마리오네트 인형이었다.

 

 

 

세 사람의 심리적인 미묘한 흐름, 파트릭, 상드라, 라파엘은 각자 저마다의 아픔을 담고 기억에서조차도 없애버리려 하는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 어른들에 의해 폭행과 강간을 당하며 살았던 힘없는 파트릭은 그 보복에 대한 차원으로 자신보다 힘없고 여린 여자아이들을 상대로 자신의 우월적인 힘을 확인하려 애를 쓰는 자, 그것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자였고, 상드라는 그런 그에게 삼촌이자 부모, 그리고 어린 시절 강간 당한 후 부부처럼 살아가는, 그야말로 한때는 자신을 이

곳에서 벗어나게 해 줄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구원을 원했으나 모든 것을 체념한 상태로 범죄의 동조자로서 살아가는 스톡홀름증후군의 증상을 보이는 여자였다.

 

 

이 둘의 인생 자체가 이런 극에 달한, 인간으로서 할 수없는 행동을 하는 반면 라파엘은 비록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었어도 가족 간의 정, 특히 막내 윌리엄을 향한 형이자 아버지 대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이 세 사람의 행동은 분명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악의 온상이지만 그들이 이런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들에는 독자들로 하여금 동정 내지는 연민을 불러일으키게도 하지만(라파엘의 경우), 파트릭의 경우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감정을 지니게 만든다.

 

환경 때문에 보통의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도 있었을 파트릭이란 인물의 묘사와 그가 저지르는 행동은 무고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것뿐만이 아니라 연관된 사람들, 즉 납치된 소녀의 가족들까지 모두 피해를 입히고 그것을 즐기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되 작가는 정말 이렇게까지 묘사를 할 수밖에 없었나 하는 아찔함과 숨 막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죄를 저지른 인간을 미워하지 말란 말도 있지만 사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파트릭의 죽음 과정이 너무 쉽게 어어졌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으니, 그를 묘사한 글귀는 상상에 맡긴다.

 

실제 자신의 강연에서 살인을 저지른 죄수들과 강도 전과를 가진 죄수들이 서로 어떻게 바라보는지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실감 있게  와 닿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극에 달하는 극한 지경에까지 다다른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신경전, 결국 상드라의 고백처럼 자신의 온전한 인생의 자유를 찾게 해 준 라파엘에게 대한 그녀의 편지는 정말이지 이 세상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미지의 힘마저도 제대로 이행이 되질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 책이다.

 

짧게 끊어지는 매 장마다의 장면 전환과 과거의 회상이 겹쳐지면서 진행되는 순간의 몰입이 쉽게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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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이반 레필라 지음, 정창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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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성장동화라든가 우화소설들을 접하면서 느끼는 감동은 실제 정통적으로 나열된 작품 속의 내용을 읽는 것 보다 훨씬 그 강도가 세게 다가올 때가 있다.

 

비유적인 언어, 그 안에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함일까를 연신 생각해보게 하는 특성상 독자 나름대로의 해석들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두 가지 함측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배경은 우물 안-

깊어도 정말 깊은 우물 안속에 두 형제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빠져있다.

 

 "아무래도 불가능해. 하지만 꼭 빠져나가고 말거야." 로 첫 문장이 시작되며, 엄마가 챙겨 준 빵과 말라가는 과일들을 먹고 싶은 유혹으로 몸부림치는 동생에게 형은 냉정하게 나중에 먹을 것이라고, 엄마가 준 것이기 때문이란 말로 동생의 말을 거절한다.

 

하늘의 해와 달과 구름이 비치고 사라지고 비가 내렸다가 쨍쨍한 하늘이 보이는 가운에 우물 안에서 생활하는 그 두 형제의 기나긴 살기 위한 투쟁은 그야말로 처절하게 그려진다.

 

지렁이, 흙 속에 파묻힌 벌레 먹기, 목말라 흙에 고인 물을 먹는 것은 다반사요, 나중엔 정말 해골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동생을 보면서도 형은 자신의 체력을 다지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에겐 한 가지 목표가 있었으니까-

어떻게든 동생만이라도 우물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집념은 동생의 섬망증, 혼란에 어린 이상한 중얼거림, 환영의 존재를 보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들이 두 형제가 당하는 극한 상황에 몰입을 최대치로 이끈다.

 

누가, 왜, 무슨 이유로 두 형제들을 우물에 빠뜨렸는지에 대한 이유와 설명은 없다.

처음부터 갇힌 상태에서 벌어지는 두 인물들의 초점에 맞추어지면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끝에 가서야 그 범인이 누구인지, 왜 형이 그토록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동기부여가 이해가 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핵심은 두 가지로 읽힐 수도 있다는 책 뒤편의 해설 부분에 가면 보다 정확하게 그 상황 설정이 이해가 된다.

 

철저하게 그냥 잔혹 동화로 읽힐 수도 있고 보다 근원적인 작가의 뜻에 의한 바대로라면 당시 작가의 나라인 스페인에서 벌어졌던 시대상황을 빗대어서 보면 적절한 이야기구나를 알 수 있게 된다.

 

가끔 역사가 ~되었더라면... 하는 가정을 해보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아틸라 왕의 습격사건이다.

그 당시만 해도 게르만족이 최고의 야만족이라고 생각했던 유럽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동양에서 온 기마민족 출신의 아틸라의 존재는 그야말로 태풍전야의 폭풍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일 만큼 우는 아이라도 금방 울음이 그치게 할 정도의 악랄한 보복자이자 침략자의 대명사로 통했던 인물이다.

 

동생의 섬망증 대사 중에 자신이 아틸라 왕의 말의 말굽을 훔쳐 신을 만들려고 했다는 것에서 아마도 이 제목이 지어진 듯한데, 자신들을 이 지경까지 몰아넣은 대상에 대한 보복 내지는 새로운 변화적인 모색을 원했던 저자의 생각이 깃들어진 작품이 아닌가 싶다.

 

열린 결말의 특성상, 다시 돌아온 동생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말로 이끌었을까에 대한 생각은 독자들이 저마다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가벼운 책이지만 결코 가볍게 읽히지 않은 잔혹동화-

모든 감정들이 동반된 책의 내용이 잊혀지질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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