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이반 레필라 지음, 정창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간혹 성장동화라든가 우화소설들을 접하면서 느끼는 감동은 실제 정통적으로 나열된 작품 속의 내용을 읽는 것 보다 훨씬 그 강도가 세게 다가올 때가 있다.

 

비유적인 언어, 그 안에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함일까를 연신 생각해보게 하는 특성상 독자 나름대로의 해석들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두 가지 함측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배경은 우물 안-

깊어도 정말 깊은 우물 안속에 두 형제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빠져있다.

 

 "아무래도 불가능해. 하지만 꼭 빠져나가고 말거야." 로 첫 문장이 시작되며, 엄마가 챙겨 준 빵과 말라가는 과일들을 먹고 싶은 유혹으로 몸부림치는 동생에게 형은 냉정하게 나중에 먹을 것이라고, 엄마가 준 것이기 때문이란 말로 동생의 말을 거절한다.

 

하늘의 해와 달과 구름이 비치고 사라지고 비가 내렸다가 쨍쨍한 하늘이 보이는 가운에 우물 안에서 생활하는 그 두 형제의 기나긴 살기 위한 투쟁은 그야말로 처절하게 그려진다.

 

지렁이, 흙 속에 파묻힌 벌레 먹기, 목말라 흙에 고인 물을 먹는 것은 다반사요, 나중엔 정말 해골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동생을 보면서도 형은 자신의 체력을 다지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에겐 한 가지 목표가 있었으니까-

어떻게든 동생만이라도 우물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집념은 동생의 섬망증, 혼란에 어린 이상한 중얼거림, 환영의 존재를 보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들이 두 형제가 당하는 극한 상황에 몰입을 최대치로 이끈다.

 

누가, 왜, 무슨 이유로 두 형제들을 우물에 빠뜨렸는지에 대한 이유와 설명은 없다.

처음부터 갇힌 상태에서 벌어지는 두 인물들의 초점에 맞추어지면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끝에 가서야 그 범인이 누구인지, 왜 형이 그토록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는지에 대한 동기부여가 이해가 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핵심은 두 가지로 읽힐 수도 있다는 책 뒤편의 해설 부분에 가면 보다 정확하게 그 상황 설정이 이해가 된다.

 

철저하게 그냥 잔혹 동화로 읽힐 수도 있고 보다 근원적인 작가의 뜻에 의한 바대로라면 당시 작가의 나라인 스페인에서 벌어졌던 시대상황을 빗대어서 보면 적절한 이야기구나를 알 수 있게 된다.

 

가끔 역사가 ~되었더라면... 하는 가정을 해보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아틸라 왕의 습격사건이다.

그 당시만 해도 게르만족이 최고의 야만족이라고 생각했던 유럽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동양에서 온 기마민족 출신의 아틸라의 존재는 그야말로 태풍전야의 폭풍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일 만큼 우는 아이라도 금방 울음이 그치게 할 정도의 악랄한 보복자이자 침략자의 대명사로 통했던 인물이다.

 

동생의 섬망증 대사 중에 자신이 아틸라 왕의 말의 말굽을 훔쳐 신을 만들려고 했다는 것에서 아마도 이 제목이 지어진 듯한데, 자신들을 이 지경까지 몰아넣은 대상에 대한 보복 내지는 새로운 변화적인 모색을 원했던 저자의 생각이 깃들어진 작품이 아닌가 싶다.

 

열린 결말의 특성상, 다시 돌아온 동생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말로 이끌었을까에 대한 생각은 독자들이 저마다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가벼운 책이지만 결코 가볍게 읽히지 않은 잔혹동화-

모든 감정들이 동반된 책의 내용이 잊혀지질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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