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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네트의 고백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매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생김새는 후덕스러운 이미지의 푸근함을 전해주는 인상에서 어떻게 이런 글들을 쏟아낼 수 있는지, 궁금해지는 작가, 바로 카린 지에벨이다.
전작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도 않은 이 작품은 정말 책 몰입도를 높여주고 혈압이 끝까지 올라갈 정도의 내 내면의 분노를 느끼게끔 해 준 책이다.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학업을 포기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다 범죄의 길로 들어선 라파엘, 교도소를 내 집 드나들듯하다 막내동생 윌리엄과 다른 두 남녀와 함께 4인조로 구성된 보석상 강도 사건을 실행한다.
하지만 도망쳐 나오던 중 경찰과의 대립 끝에 동생은 총상을 당하고 예정된 은신처를 버리고 차량을 몰고 도망가는 처지에 이른다.
도착한 곳은 동생의 치료를 위해 일단 눈에 띄는 동물병원 간판이었고 그곳에서 여 수의사인 상드라를 위협, 그녀의 집에 가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일 때문에 출타 중이었고 응급처치로 동생의 치료를 맞게 된 상드라는 시종 알다가도 모를 행동을 함으로써 4명 사이를 이간질 시키고 급기야는 라파엘이 동료를 죽게 만드는 사건으로 몰아간다.
그녀의 남편 파트릭-
얼굴은 천사처럼 푸근한 인상의 중년의 남자로서 도저히 상드라 와는 부부 사이라고 하기엔 왠지 모를 분위기 조성과 함께 위급한 상황임이 분명함에도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라파엘 일당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는 존재다.
은신처라고 들어온 곳은 알고 보니 어린 여자들을 납치해 성강간과 함께 온갖 자신의 욕정을 해소하고 가차 없이 죽여버리는, 상드라는 그에게 협조하는 그야말로 자신의 의사 자체는 결코 행하지 않는 꼭두각시 마리오네트 인형이었다.
세 사람의 심리적인 미묘한 흐름, 파트릭, 상드라, 라파엘은 각자 저마다의 아픔을 담고 기억에서조차도 없애버리려 하는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 어른들에 의해 폭행과 강간을 당하며 살았던 힘없는 파트릭은 그 보복에 대한 차원으로 자신보다 힘없고 여린 여자아이들을 상대로 자신의 우월적인 힘을 확인하려 애를 쓰는 자, 그것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자였고, 상드라는 그런 그에게 삼촌이자 부모, 그리고 어린 시절 강간 당한 후 부부처럼 살아가는, 그야말로 한때는 자신을 이
곳에서 벗어나게 해 줄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구원을 원했으나 모든 것을 체념한 상태로 범죄의 동조자로서 살아가는 스톡홀름증후군의 증상을 보이는 여자였다.

이 둘의 인생 자체가 이런 극에 달한, 인간으로서 할 수없는 행동을 하는 반면 라파엘은 비록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었어도 가족 간의 정, 특히 막내 윌리엄을 향한 형이자 아버지 대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이 세 사람의 행동은 분명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악의 온상이지만 그들이 이런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들에는 독자들로 하여금 동정 내지는 연민을 불러일으키게도 하지만(라파엘의 경우), 파트릭의 경우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감정을 지니게 만든다.
환경 때문에 보통의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도 있었을 파트릭이란 인물의 묘사와 그가 저지르는 행동은 무고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것뿐만이 아니라 연관된 사람들, 즉 납치된 소녀의 가족들까지 모두 피해를 입히고 그것을 즐기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되 작가는 정말 이렇게까지 묘사를 할 수밖에 없었나 하는 아찔함과 숨 막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죄를 저지른 인간을 미워하지 말란 말도 있지만 사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파트릭의 죽음 과정이 너무 쉽게 어어졌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으니, 그를 묘사한 글귀는 상상에 맡긴다.
실제 자신의 강연에서 살인을 저지른 죄수들과 강도 전과를 가진 죄수들이 서로 어떻게 바라보는지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실감 있게 와 닿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극에 달하는 극한 지경에까지 다다른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신경전, 결국 상드라의 고백처럼 자신의 온전한 인생의 자유를 찾게 해 준 라파엘에게 대한 그녀의 편지는 정말이지 이 세상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미지의 힘마저도 제대로 이행이 되질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 책이다.
짧게 끊어지는 매 장마다의 장면 전환과 과거의 회상이 겹쳐지면서 진행되는 순간의 몰입이 쉽게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