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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다시, 유럽
정민아.오재철 지음 / 미호 / 2015년 7월
평점 :
여행에 관한 책을 읽다 면 좋은 점이, 이미 가 본 곳에 대한 친근함과 당시의 기억을 되새기며 새록새록 더듬는 시간이 참 좋다는 사실이 내겐 그 어느 시간보다도 더 좋다.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이런 여행에 관한 책자들은 세대가 변하고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그 패턴들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초창기의 여행책자를 갖고 있는 몇 권 안되는 책자도 나름대로의 추억의 책장 속을 들어간지 이미 오래~
이 책은 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과감하게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무엇인지, 가치관의 우선순위에 따라 모든 것을 획기적으로 실행에 옮긴 부부의 여행책이다.
이미 10여 년 전에 여자와 남자는 따로 여행을 했었지만 그 당시엔 함께 가 아니었고 이제 부부로서 새 출발을 하면서 자신들의 꿈을 이루는 계획에 선다.
결혼 준비에 필요한 경비 중 흔한 반지와 혼수 장만에 필요한 경비를 여행에다 쏟아붓고 414일간의 세계 여행을 떠난 기억을 독자들에게 풀어놓는다.
흔히 볼 수 있는 여행책자의 형태와는 조금 다르게 부부로서 같이 한 여행이지만 각 테마별로 주제를 정해 자신들이 직접 느낀 경험담과 그 당시의 처했던 상황, 그리고 같은 곳을 바라보았지만 서로 다른 느낌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 차별성을 둔다.
타인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
내가 행한 방식은 옳고 나와 다른게 행동하는 타인은 잘못됐다는 인식 자체가 제대로가 아님을, 여자는 남자와 동행하면서 다름을 인정했기에 오랜 시간을 같이 여행했음에도 트러블 없이 여행이 지닌 참 의미를 즐길 수 있었다고 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극과 극의 대조란 설명으로 붙여진 사진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2~3일 정도같이 다니다 보면 서로의 관점이 다르기에 이해관계가 충돌될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저자들의 현명한 선택은 여행 책자 속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향연이 정말 눈이 호사스럽단 생각까지 들게 한다.
자신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 여자, 프리랜서 사진가로서 일한 행동 반경을 당분간 접어야 하는 과단성 있는 결단력이 그들에게 어떤 힘으로 작용했길래 이런 일들을 저지를 수 있을까 하는 부러운 마음으로 보게 한 책이다.
분명 여행에도 나이에 따른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 이미 가 본 장소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그 당시에 머물게 하는 것을 보면 이들처럼 한 번 홀로 가본 여행과 둘이 '함께'라는 동반자 여행이란 감정이 모두 같을 순 없을 것이다.
기본 패턴에 짜인 여행 경로가 아닌 머물고 싶으면 머물고 때론 차숙(렌터카에서 자는 것)을 통해서 바라 본 여행지의 새로운 환경은 배낭여행만이 지닐 수 있는 이점이자 고생한 보람을 안겨주는 기쁨이 아닐까 싶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개인적으로 스코틀랜드였다.
다른 장소들은 이미 가본 장소, 익숙한 사진들이라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아직까지도 가보지 못한 스코틀랜드에 대한 광활한 자연환경은 그야말로 영화 '브레이트 하트'를 연상 떠오르게 만들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사람들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지, 쓸쓸한 폐허이다시피 한 고성을 찍은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것을 훌훌 버리고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드는 나라였다.
장거리 여행에서 올 수 있는 주의할 점과 배낭의 무게, 갖추어야 할 품목에 대한 이야기들은 책 뒤편에 간략하게 적어 놓은 것도 이색적이다.
꼭 알려줄 것만 알려준 느낌이랄까,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은 책이자, 다음 편의 시리즈로 나온다면 중남미나 미주 대륙이 될 것 같은데, 전문가적인 솜씨가 곁들여서 그런지 책 한 장 한 장마다에 나오는 사진은 최고다.
여행을 가기 전의 설렘과 다녀온 후의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는 법, 저자의 말처럼 물질적인 것에 얽매어 아등바등 남들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기보다는 여행에서 느꼈던 샌드위치 속에 들어가는 햄 한 조각이 주는 감사함이 여행이 주는 인생의 참 모습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아닐까 싶다.
마음의 여유와 그 여유를 물질에 부대끼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그들이 부럽게 느껴지는 책이다.